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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2015 · 06 · 03

1-2. 청출어람 – 신촌대학문화축제 후기

Editor 고니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들 열심히 자기주장하며 살고 있다.


에디터는 아싸다. 과생활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 축제도 잘 안 갔다. 백양로 공사를 시작한 이후로는 더더욱 안 갔다. 원가가 궁금해지는 일일주점의 메뉴를 먹기도 조심스러웠고, 공사 분진이 사박사박 내 눈코입에 자리잡는 것도 무서웠다. 그렇다고 아는 사람이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공연을 꼬박꼬박 챙겨볼 만큼 좋아하는 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목을 잡아끄는 이벤트는 드물었으니.

신촌에서 하는 축제를 많이 즐겼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물총 축제는 존예 보스 수지가 온다기에 조금 가고 싶었지만 축축해진 옷과 머리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았고, 왈츠 축제는 춤알못인 나에게 연세로에서 쌩판 모르는 남자와 봄의 왈츠를 추게 할까봐 무서워서 안 갔고, 신촌 게이 퍼레이드는 성 소수자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의 고래 싸움에 고니등… 아니 새우등 터질까봐 쭈구리처럼 피해갔다.

즉, 하나의 장르를 딱 정해놓고 적극, 능동, 주체적인 참여를 원하는 축제는 무서워서 못 갔던 에디터에게 있어, 이번 축제는 정말이지 적합했던 것이다.


청출어람의 축제는 크게 공연, 전시, 기타참여 부스로 나뉜다. 공연장은 독수리약국과 유플렉스 앞 두 군데로, 약국 앞에서는 시끄럽고 활발한 팀들이, 유플렉스 앞에서는 관객들 사이를 유영하는 듯한 멜로디를 부르는 팀들이 자리를 잡았다.

재미있었던 건, 무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관객과 공연팀들이 땅바닥에 수평으로 있었다는 것. 약국 앞의 공연장에는 앉아서 들으라고 인공잔디도 샤바샤바 깔아놓았다. 근데 이 잔디는 유플렉스 공연장에 둬야 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신촌 소리질러!!!!!!!! 같은 구호를 외치는 팀의 공연을 잔디에 앉아서 니나노~ 듣는 건 그림이 좀 요상했달까. 차라리 흠~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은데 여러분과 함께여서 더 좋고 그러네요… 같이 잔잔한 운을 떼는 유플렉스의 공연을 앉아서 듣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신촌!!!!!!!! 다 일어나!!!!!!!!(관객:뻘쭘)

에디터가 본 공연은 총 세 개. 세 팀 모두 왜 당장 데뷔를 안 하실까 궁금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에디터가 음알못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 특히 그 중 한 팀은 잔치@연세의 아티스트여서 감상하는 기분이 남달랐다. 잔치@연세와 함께 촬영했던 곡을 들을 땐 흡사 좋아하는 연예인 공연 따라다니는 팬이 된 느낌이어서 아련한 향수(?)에 젖기도. 괜히 호응 엄청 열심히 하고 곡 끝날 때마다 박수도 엄청 치고 소심하게 앵콜…! 도 외쳐봤다.

잔치@연세와 함께했던 아티스트 쥬마루드(심쿵)

전시는 유플렉스에서 홍익문고 앞까지 이어졌다. 십자로 된 벽에 창작물을 전시해놓고 아티스트가 상주해있는 방식이었다. 앉아있는 와중에도 창작활동을 하는 분이 있었던 반면 구경온 사람과 떠들며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었다. 전시의 장르도 다양해서, 그림, 캘리그라피, 수제 에코백에서부터 직접 그린 단편 만화를 파는 분도 있었다. 축제를 한번 훑기 위해 신촌역에서 독수리약국까지 걷는 길, 살짝 보기만 해도 구매 욕구에 불을 지피는 이 전시들 덕에 우리은행 ATM에서 현금 6만원을 뽑은 건 안 비밀.

가장 놀라웠던 분은 즉석에서 초상화를 그려주시던 화가. 초상화나 캐리커쳐를 그리는 사람은 홍대 놀이터에서도 많이 봐왔지만 “예쁘게 닮게” 그리는 화법이 남다르신 분이었다. 잔치@연세 멤버 중 한 명이 대기표 35번을 받고 한 시간을 기다리며 얻은 초상화는 정말 기다릴 가치가 있을 만 했던 작품. 초상화를 당하는(?) 멤버 뒤에서 다른 멤버들이 다 같이 그림 과정을 구경할 때, 잔치장 김덕호 씨는 연신 “역쉬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해”라고 탄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닮았는데… 예쁘게 닮았어…!

 공연이나 전시가 한 발 뒤에서 축제에 참여하는 느낌이라면, 기타 참여 부스는 반 발 들여놓고 참여하는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참여하기 전에 부스 앞을 서너번은 지나다니며 이게 내가 해도 될 만한 부스인가, 참여비는 얼마나 드는가,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하고 있나 은근슬쩍 파악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스들이 많았다. 내가 그린 그림을 연세로에 걸려 나부끼게 해주는 부스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색연필 쓱싹쓱싹 하는 모습이 보여서 기분이 좋아졌다. 에디터 역시 잔치@연세의 로고를 그리며 신났던 것은 반나절만이라도 이 거리에 나의 흔적을 남긴다는 건 혼자만의 비밀이라도 간직한 것처럼 설레는 일이기 때문인지.


청출어람의 축제는 혼자 갖고 있던 낭만을 세상 밖에 꺼내놓는 일이었다. 그리고 깨닫는 일이었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열심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낭만을 가꿔온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또한 느끼는 일이었다. 우리가 신촌을 사랑하는 한 그들은 언제까지고 우리 곁에서 낭만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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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곤작 쓰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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