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EOPLE 2022 · 11 · 23

367. 마음을 짓는 사람, 라플로레종 사장님

Editor 한 여름

밥을 짓다. 옷을 짓다. 집을 짓다. 이름을 짓다.

‘짓다’라는 말이 참 좋다. 왜 ‘만들다’라는 친숙하고 자주 쓰이는 말을 두고 ‘짓다’라는 말을 애정 하는지 묻는다면,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밥, 옷, 집, 이름처럼 내 삶에 필수적인 것 뒤에 자리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 행위에 쓰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짓는다고 표현할 때는 누군가를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방금 지은 보슬보슬한 밥을 먹을 누군가, 포근한  온기를 담은 옷이 감쌀 누군가. 그 대상을 떠올리며 입에 맞을지, 몸에 맞을지 등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섬세하게 고민하며 짓는다.

 


지금 에디터는 신촌러들을 머릿속에 그리며 글을, ‘짓는’ 중이다. 

 

마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우리 삶을 가득 채워 숨 쉬게 해주는 중요한 것이라, 그만큼 열과 성을 다해 가다듬고 매만져야 한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마음은 우리가 짓는 대상 중에서 유독 여리다. 동그랗게 빚어 상대에게 전달하고 싶어도 툭. 하고 건드리면 어느새  모난 모서리가 삐죽 튀어나와 금세 모양이 변해버린다. 가끔 몇 마디의 말에 꾹꾹 눌러 담아 전해보려 해도 막상 앞에 서면 입술만 요란하게 달싹거리고 돌아오기도 한다. 

만약 그런 서툴고 여린 마음을 부드러운 크림으로 감싸본다면 어떨까. 조금 어설픈 모양새인 마음의 틈새는 머지않아 달달함으로 채워지고, 온전한 마음이 빚어질 것이다. 

우리의 진심을 케이크 위에 새기고, 함께 빚어 주시는 ‘김다래 사장님’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라플로레종을 운영하고 있는 김다래라고 합니다.  케이크 제작부터 디저트 제작, 그리고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게 이름이 ‘라플로레종’인 이유가 있나요?

라플로레종은 프랑스어로 개화라는 뜻이에요. 겨울을 나다가 꽃이 피는 시점이 되면 사람들이 설레는 마음을 느끼잖아요. 손님분들이 저희 디저트를 보고 그런 설레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선택했어요. 더불어서 저희가 케이크에 생화 장식을 하면서. 꽃과 같이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있거든요. 기분 좋은 설렘, 그리고 꽃과 함께하는 디저트 가게가 되었으면 하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어요.

 


설렘과 꽃의 향을 머금은 공간,
Lafloraison

정말 예쁜 뜻이 담겨있네요. 

감사해요. (웃음) 사실 ‘라플로레종’을 처음 들으시면 부르기도 어렵고, 외우기도 힘들어하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가게를 내기 굉장히 오래전부터 이 이름을 마음속에 품어왔지, 실제 카페 이름으로 정할 때는 되게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흔치 않은 이름이고 담고자 하는 의미가 분명해서 고민 끝에 선택했어요.

 

그럼 가게를 운영하신 지는 몇 년 정도 된 건가요?

가게를 운영한 지는 한 4,5년 정도밖에 안 되긴 했어요. 그런데 가게를 내기 이전부터 계속 제과 관련 클래스들을 운영 해왔어요. 그래서 제가 제과 업계에 발을 들인 지는 거의 한 10년 정도 돼 가는 것 같아요.

 

일반 케이크가 아닌 레터링 케이크를 만들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처음에는 제가 프랑스 제과를 공부했던 사람인지라 레터링 케이크가 유치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수요도 많고 제게 문의하시는 손님분들도 많아서 시도를 하게 됐어요.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거나 케이크에 레터링과 함께 추억을 담아서 제작해 드렸을 때, 너무 좋아해 주시는 손님분들의 반응을 보면서 레터링 케이크에 대한 기존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생활 케이크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디자인 케이크를 주로 제작하고 있어요.

 


확실히 디자인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와 달리 그림이나 모양, 레터링 자체가 손님들의 요청 사항에 따라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그럼 사장님께서 생각하신 디자인 케이크만의 매력이 있으실까요? 

사실 커스텀 케이크의 가장 큰 목적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누군가를 위한 케이크’ 인 것 같아요. 유일한 케이크라는 점이 사람들한테 전달이 되었을 때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제까지 봐왔던 일반 케이크는 원형에 과일 장식이 되어 있는 정도로 단조롭게 생각을 했었다면, 케이크의 모양을 달리하고 위에다가 그림도 그리며 변형을 줌으로써 사람들이 ‘케이크가 이렇게도 만들어질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는 점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누군가에게 전해질, 유일한 케이크


사장님께서도 실제로 케이크 선물을 자주 하시는 편인가요?

처음에는 제가 만든 케이크를 선물로 많이 드렸는데, 요새는 잘 안 하는 편이에요. 

 

혹시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케이크를 만드는 게 일이 되어 버리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케이크 선물을 할 때는 다른 케이크 가게에서 사서 선물을 하곤 해요. (웃음)

 

사장님이 생각하셨을 때 케이크랑 가장 잘 어울리는 선물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손 편지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 가게에 오시는 손님분들 중에 엽서나 편지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아무리 레터링을 케이크에 담아드린다고는 해도 그 한 문장에 온전한 마음을 담기는 어렵잖아요. 그리고 케이크 자체로 거창하기 때문에 뭔가 다른 와인이나 꽃 같은 선물을 더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진심을 가득 눌러 담은 편지 정도가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케이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선물과 함께


그럼 혹시 가게에서도 작은 엽서나 편지지도 판매하고 계신 건가요?

지금 판매는 하지 않는데 요청하시는 손님분들에 한해서 엽서를 준비해 드리고 있어요. 그런데 추후에는 예쁜 엽서나 편지지를 누구나 다 오셔서 쓰실 수 있게 준비를 해 보려고 계획 중입니다. 아무래도 케이크 크기에 따라서 글자수가 제한돼 있다 보니 차마 담지 못한 말들을 적으실 수 있게요.

 

그러면 축하의 마음이나 고마움의 마음 등을 전할 때 꽃다발이나 와인 같은 일반 선물과는 또 다르게, 정성껏 만들어주신  케이크가 갖는 특별한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말씀하신 대로 케이크는 ‘정성’이 들어가잖아요. 물론 꽃과 와인도 셀렉하는 과정에서 정성이 안 들어간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그런데 케이크는 만들어지는 과정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만드는 저 뿐만 아니라, 손님분들 께서도 주문하시면서까지 고심을 참 많이 하시잖아요. 보통 레터링 케이크들을 주문하실 때 넣고 싶은 그림을 찾는 데까지 다양한 레퍼런스를 찾아보시고, 담고 싶은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시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세요. 저 또한 그런 소중한 고민의 과정과 손님의 마음을 알기에 시간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케이크가 다른 선물보다는 조금 더 특별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물론 맛있기도 하고요. (웃음)

 


사장님의 정성스러운 손길과 손님의 진심 어린 고민의 순간이 모여 만들어진 케이크


주문 제작 케이크인 만큼 손님분들이 원하시는 레터링을 요청사항에 적을 수 있도록 해주시잖아요. 그럼 케이크 위에 다양한 레터링을 새기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레터링이 있으실까요?

하루에도 정말 수많은 레터링을 접하다 보니 고민이 많이 되네요. 그래도 가장 인상 깊었던 레터링을 꼽자면 이건 것 같아요.  외제차를 케이크에 그려달라는 요청과 함께 ‘생일 선물로 준비했어. 다음 생일에 사줄게’를 적어달라고 하신 분이 있으셨어요. 그런데 추가 요청 사항에 생일에서 ‘일’ 부분을 연하게 새겨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다음 생일 부분에 ‘일’이 지워지면 ‘다음 생에 사줄게’가 되잖아요. (웃음) 결국 현생에서는 사줄 수 없다는 뜻을 이해하고 나서 되게 유머 있으신 손님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새는 외제차나 명품과 이런 문구가 자주 쓰이는 것 같은데, 제가 그분의 요청사항으로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웃겨서 기억에 남네요.

 


‘생일 선물로 준비했어. 다음 생에 사줄게’


사장님 뿐만 아니라 그 케이크를 받으신 분께도 잊혀지지 않는 센스있는 문구였을 것 같네요. (웃음) 그럼 가게 위치를 신촌으로 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신촌으로 정했어요. 우선 현재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 신촌에 자주 와서 신촌을 떠올리면 행복하고 재미난 추억들이 많아요. (웃음) 그래서 이전부터 가게를 한다면 신촌에서 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어요. 그리고 신촌에 학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어서 학생들이 방문하기 쉬울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근처에 세브란스 병원도 위치해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또, 지금은 조금 멀리 살지만 예전에는 집도 신촌에서 가까웠거든요. 그래서 여러모로 제게 신촌은 좋은 선택지였던  것 같아요.

 

그럼 실제로 대학생들이 많이 사러 오나요?

네. 주로 대학생분들이 저희 가게를 가장 많이 찾아주세요. 그리고 교수님 선물이나 의사 선생님 선물을 위해서 병원에서 오시는 분들도 꽤 많으세요.

 


케이크 위에 새겨진 빛나는 졸업의 순간들


가게를 4~5년 동안 운영하시면서 힘드셨던 순간이나 아니면 기억에 남는 즐거운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사실 이 일을 하면서 힘들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감사하게도 손님분들께서 저희 가게를  계속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난 참 운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해왔어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순간은 손님분들의 케이크 후기인 것 같아요. 감동적인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가끔씩 픽업할 때 오셔서 직접 얼굴 보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상담이나 주문을 받는 카카오톡 채널로 장문의 감사 메시지를 남겨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사실 저는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고, 주문을 주셨으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어드리는 것밖엔 없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케이크를 받았을 때의 즐거움과 행복을 표현해주시니 참 감사하고, 그런 순간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저도 최근에 당일 케이크를 몇 번 주문했었는데, 맛과 디자인에 정성이 느껴져서 참 감사했어요. 아마 라플로레종에 방문한 손님이라면 다 저와 같은 감사함을 느낄 것 같아요. (웃음) 그럼 사장님만의 디저트 카페 운영 철학이 있으실까요?

‘무조건 좋은 재료 쓰자’가 저의 철학이에요. 물론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원가도 생각해야 하고 재료비도 생각해야 해서 지키기 쉽지 않은 철학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손님분들이 케이크를 드시면서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케이크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아끼지 말자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어요.

 



사장님의 철학 덕분에 먹는 즐거움에 푹 빠질 수 있는 케이크들이 탄생하는 거군요! 참 감사해요. 

어머. 제가 감사합니다.(웃음)

 

커스텀 케이크인 만큼, 손님분들마다 요청 사항이나 디자인 도안이 다 다르잖아요. 특히 요청사항을 글로 표현하시거나 간단한 그림으로 보내시면, 그 디자인을 실제로  케이크에서 구현을 하셔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나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얼굴인 것 같아요. 손님분들이 본인 셀카를 보내주시면서 ‘케이크에 제 얼굴을 그려주세요.’라고 요청하시거나 커플분들의 경우 함께 찍은 사진이나 서로의 사진을 보내주시면서 그려달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얼굴을 케이크에 실사화해서 옮기자니 애매한 부분이 생겨요. 얼굴은 입체적인데 그걸 평면상에다가 옮기다 보면 육체적인 부분을 표면화하다 보니, 사진보다 굉장히 못생겨지고 무서워지거든요. 예전에 사진처럼 최대한 자세히 표현해 달라고 말씀하신 손님이 계셔서 정말 자세히 표현해 드렸는데 마음에 안 들어 하신 적이 있어서 그런지 얼굴 표현이 가장 두려워요. 저희는 캐리커처를 그려드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케이크에 구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로 실사를 반영해야 할지, 어떤 얼굴형을 얼마나 예쁘게 해드려야 될까 하는 고민들이 있죠. 사실 얼굴뿐만 아니라 키도 조금 더 크게, 조금 더 날씬하게 그려볼까 하는 그런 생각도 많이 해요. (웃음)

 


조심스럽고 다정한 보정을 거친 귀여운 얼굴 그림들

 

사장님의 섬세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어서 그런지 인스타그램 계정에 있는 인물 케이크들이 다 정말 귀엽더라고요. 저라면 굉장히 만족할 것 같아요. (웃음)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웃음) 저희도 손님이 보내주신 사진과 약간의 보정을 거친 그림 사이에서 타협을 한 거죠. 그래서 아예 손님분이 얼굴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시면 저희 그림체를 보여드리면서 이 정도로 귀엽게 그려드리고 있으니 참고해 달라고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케이크의 형태도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귀여운 동물 모양 케이크도 있고, 하프케이크도 있고요. 디자인 뿐 만 아니라 그림도 굉장히 다양한 것 같아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칠 것 같은데, 제작 과정을 간단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사실 만드는 방법의 기본적인 틀은 입체 케이크와 일반 원형 케이크 둘 다 똑같아요. 입체 케이크의 경우는 원형 케이크나 사각 케이크의 틀을 만들어 놓은 다음,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은 후, 크림을 바르는 아이싱 작업을 진행해요. 예를 들어 쿼카 모양이라고 하면 원형 케이크를 만든 다음, 칼로 귀 모양을 올리거나 재단해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다가 크림을 바르는 거죠.

 

만드는 방법 자체는 동일해도 시간이나 정성이 훨씬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죠. 일반 일반 케이크보다는 많이 걸리죠.

 

물론 디자인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략 어느 정도 걸리나요?

원형 케이크에 비해서 한 1.3배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원형 케이크가 30분이 걸린다 하면 커스텀 케이크는 한 40분에 45분 정도 걸리는 거죠. 시간상으로는 엄청 많이 걸리지는 않지만 신경 써야 할 디테일들이 많아서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귀여운 동물 신랑 & 신부 케이크와 디테일이 돋보이는 하프 케이크


본격적인 가게를 운영하시기 전에는 제과뿐 만 아니라, 카페 창업 클래스나 구운 과자 클래스, 디자인 심화 클래스 등을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해 오신 것으로 알아요
. 이런 다양한 클래스를 따로 이렇게 열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은 제가 전공이 제과 쪽이 아니라 영어 통역 학과였어요. 그래서 대학 졸업 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외국계 회사에 입사해서 2년에서 3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그렇게 일을 하다가 우연히 제과에 관심을 갖게 돼서 카페를 창업하게 된 케이스에요. 사실 카페 창업이 맨땅의 헤딩이어서 되게 고민이 많았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했죠. 그 당시만 해도 제가 원하는, 배우고 싶었던 제과 수업을 체계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프랑스 제과 학교를 들어갔죠.

 그런데 막상 그 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분야와 전통 제과 학교에서 알려주는 것들과는 또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런 괴리감을 겪은 경험, 제게 꼭 맞는 수업이 없어서 방황했던 경험이 모여서 직접 클래스를 열게 된 것 같아요. 저처럼 카페를 창업하신 분이나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고 싶지만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어떻게 시작을 해야 될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카페 창업 클래스를 개설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 창업 클래스를 듣고 계시던 수강생분들이 더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신 부분들을 좀 더 특화 시켜서 다양한 클래스를 추가로 열게 됐어요. 생화 케이크 클래스, 디자인 케이크 클래스처럼 조금 더 세분화시켜서  심화 과정을 배우실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럼 처음에는 클래스만 운영을 하시다가 실제로 가게 창업을 하시면서 또 다른 클래스들을 진행하고 계신 거군요!

네 맞아요.

 

가게를 운영하시면서도 끊임없이 다양한 도전을 해나가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으세요.  그럼 내년에는 또 어떤 도전을 하고 싶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고 제가 개인적으로 구상만 한 거라 대외적으로 밝히기는 조심스럽네요. 그래서 추상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손님분들이  좀 더 이용하시기 편하게 공간에 변화를 주고 싶어요. 방문하셔서 아시겠지만 지금은 공간이 굉장히 협소하고 커스텀 케이크에 한정되어 있는 느낌이거든요.  그런데 앞으로는 손님분들께서 케이크 말고도 다른 디저트들과  음료를 같이 즐기실 수 있는 공간을 좀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사장님의  색다른 도전과 손님을 향한 사랑으로 채워질 라플로레종의 공간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방문했을 때는 에그타르트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사장님께서 특별히  케이크 말고 추천해 주실  디저트가 있을까요?

말씀하신 에그타르트와 까눌레를 자랑스럽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사실 모든 디저트들을 정말 공들여서 만들어서 전부 추천드리고 싶네요. (웃음)

*까눌레 ; 풀네임은 까눌레 드 보르도. 우유, 계란, 밀가루, 바날라, 럼, 버터, 설탕 등을 섞은 반죽을 구운 과자. 겉은 검게 그을여져 있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촉촉한 까눌레와 사장님의 정성이 담뿍 담겨 더 달달해진 마들렌과 마카롱


이제 거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사장님께 라플로레종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그냥 ‘저 자체’인 것 같아요. 이 답변을 하면서 갑자기 좀 뭉클해지네요. 라플로레종은 지금 제 인생에서 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요. 사실 100%였는데, 이제 나머지 20%는 저희 가족이 됐어요. (웃음) 물론 이 일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쓰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기는 하지만, 가게를 제 자식 키우듯 많은 애정을 갖고 운영해 왔어요. 그래서 라플로레종은 치열한 시행착오를 해 나갔던 과거의 나, 감사함을 느끼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현재의 나, 그리고 많은 도전을 해 나갈 미래의 나까지 담아내는 ‘저를 닮아갈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사장님의 인생을 24시간으로 표현한다면 지금 몇 시쯤 되신 것 같은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 멋있는 질문이네요. 제 인생이 24시간이라면 저는 한 3시 정도인 것 같아요. 가장 해가 높게 떠 있는 시간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가장 열심히 일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저도 지금 제 인생에 할 수 있는 퍼포먼스 중에 ‘가장 찬란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목표한 퍼포먼스를 구현해 내기 위해서 더 열심히 일해야 되는 시간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혹시 저도 마지막으로,  인터뷰이로 저를 선택하신 이유를 역으로 여쭤봐도 될까요? (웃음)

그럼요! (웃음) 사실 최근에 라플로레종에서 두 번 정도 레터링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사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케이크와 가장 잘 어울리는 편지와 함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했는데 그때 감동받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케이크에 새겨주신 한 문장과 정성이 묻어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케이크를 세상에 하나뿐인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그리고 평소에는 표현이 서툴다 보니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해서 속상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고민 끝에 새겨진 글자들과 맛이 보장된 케이크 덕분에 진심을 있는 그대로 전할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처럼 말이에요. (웃음) 그리고 운영하시는 인스타그램 계정과 리뷰들을 보면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손님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분들의 마음까지 뭔가 대변하고 싶어서 ‘마음을 새기는 사람’을 주제로 인터뷰할 때 사장님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감사해요. 인터뷰 덕분에 제 오늘 하루치 행복은 다 채워진 것 같네요. (웃음)

 


인터뷰를 마친 후, 오랜만에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기로 한 에디터는 아까 가게에서 산 케이크, 그리고 친구와 나를 똑 닮은 엽서를 준비했다.  어느 때와 같이 서로가 아니면 궁금해하지 않을 사소한 일상까지 쉴 새 없이 이야기하며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케이크 위의 크림이 살짝 녹을 무렵, 어느새 오후 3시가 됐다. 포근함과 나른함에 취한 덕분인지, 나 역시 찬란하고도 소소한 퍼포먼스를 해보기로 했다. 어정쩡하게 손에 들려 있던 조그마한 상자를 건네며 케이크,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글자와 함께 지은 마음을 전했다. 한 자, 한 자 눌러 담은 내 마음이 고여 넘실거리는 친구 눈을 보니, 짓는 과정에서 주저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괜스레 멋쩍어진 우리는 서로의 시큰거리는 코 끝에 달달한 크림을 장난스레 묻히고는 다시 웃었다. 그렇게 너와 나의 마음을 지었다. 


나에게 있어서 마음을 짓는 일은 벅차게 행복한 일이었고, 여전히 그렇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응원하고, 고마워하고, 애정 하는 마음을 정성껏 지어 전할수록 나 자신이 사랑으로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물론 ‘사랑’ 그 자체의 감정은 케이크 위의 촛불처럼 언제 꺼질지 몰라 불안하고 위태롭다. 그럼에도 불씨를 옮겨 그 사랑으로 나를 채우고, 타인을 채우면, 비로소 단단해진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살아가는 하루가 모여 이 된다. 부드러운 크림이 겹겹이 쌓여  달콤한 케이크가 되는 것처럼. 사랑, 사람, 삶. 견고해지는 글자 모양만큼이나 단단해질 마음 짓는 일은 매 순간 나를 설레게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누군가를 떠올리며 마음을 짓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할,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 글이 되길 바라며.

 


Lafloraison(라플로레종)  

Instagram @lafloraison_

매일 12:00 – 20:00

까눌레 나오는 날(목-일)/케이크 픽업(일-월)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로 39, 1층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해주신 김다래 사장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 여름
AUTHOR PROFILE
한 여름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