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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 · 12 · 30

193. 단편집

Editor 로스

15시

#2b2621

 

 

 

첫 번째 이야기 : No Caffeine No Life

 



 

마일드와 스트롱 중에서 마일드. 차분함이 묻어나는 잔. 뜨거운 융드립 커피가 담긴 미니 포트, 그리고 검정 테이블. 조심스럽게 잔을 쥔 손으로, 커피를 따르다 느끼는 따뜻함. 코에 대고 잠시 맡아본 향. 입에 댄 후 한 모금 마셔본 맛. 몸 전체에 들어오는 기운. 표정에 드러나는 기쁨. 

 

잘 마시겠습니다.

 

 

 

 

짝꿍이 필요해 보였다. 커피를 시킬 때, 옆에 있는 디저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구워서 따뜻하게 나오는 스콘이 커피와 잘 어울릴 듯했다. 주문을 하니, 사과잼이 스콘을 따라 나왔다. 자, 이제 모두 함께 모였다.

 

먼저 커피를 가볍게 마신 후, 포크와 나이프로 스콘을 조각내었다. 행여나 부서지지 않게, 조심히. 스콘을 가볍게 잼으로 감싼 후, 한 입 넣었다.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은 스콘은 곧 사라졌다. 그 자리엔 따뜻함이 남았고 달콤함이 뒤를 이었다. 따뜻함을 매개로 커피와 스콘이 이루는 조화는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 가는 길에 대하여

 

 

 

 

평화로운 시간, 15시. 경의선 숲길 근처에 위치한 평화공원. 파란 하늘과 눈부신 태양이 늦은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아래를 바라보니 작은 표지판이 눈에 띈다. 카페 ‘단편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따라가다 코너를 한 바퀴 돈다. 

 

 

 

 

그러면 발견할 수 있는 카페 ‘단편집’. 탁 트인 가게 앞, 양옆에 늘어선 나무들이 한눈에 보인다. 시원하게 펼쳐진 마당 한가운데를 들여다보니, 깔끔한 간판이 문 앞에 놓여 있다.

 

 

 

 

가게에 들어선 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사장님이 계시며, 그곳에서 주문을 할 수 있다. 메뉴판이 보기 쉽게 걸려 있으며 옆에는 디저트들이 보인다. 주문할 때, 뒤편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잔들을 잠시 엿볼 수 있다. 깊은 향과 정성이 담긴 장소임이 드러난다.

 

 

 

 

메뉴들은 종류가 다양하며 계절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다.

 

 

 

 

주문한 커피는 더치 라떼 아이스. 나무로 된 조그만 스틱으로 저어서 마실 수도 있다. 아직 온전히 섞이지 않은 라떼가 조금씩 위아래로 흐르는 모습을 보니 몰입이 된다. 이것 또한 커피멍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한 모금 마시면 느껴지는 맛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커피의 맛이 강렬하지 않은 적당함. 그러나 너무 달지 않은 맛이기에 커피는 평범함에 속하지 않는다. 추운 겨울이 되면 모든 장소가 뜨거운 히터 바람으로 가득 채워지기에 답답함이 찾아오곤 한다. 그런 바람에 맞서, 차가운 음료로 내부를 식히면, 그것 또한 조화일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 : 이 장소는 말이죠

 

 

 

 

카페 ‘단편집’에 들어와서 주문을 마치고 몸을 왼쪽으로 돌리면, 깔끔한 우드 톤 인테리어와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쪽에는 식물들이, 반대쪽 벽에는 다양한 책들이 놓여 있네요.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직 손님들이 찾아오진 않았습니다. 편안하게 둘러보고, 원하는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습니다.

 

 

 

 

12월의 마무리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지요. 한 해의 끝과 예수의 탄생일. 어디에 초점을 두더라도 공통된 것은 온화함인 듯 합니다. 머무를 자리를 찾기 전, 트리 장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는 인테리어와의 어울림, 그리고 ‘초록’이라는 색깔로 알 수 있는 식물들의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책들과 가까운 거리이자, 홀로 방문한 이에게 어울리는 곳. 바로 구석의 작은 테이블입니다. 두 면이 막힌 구석은 아늑함을 주며, 특별한 자리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아담한 듯하면서도 넓은 듯한 카페에서, 혼자 한 발짝 떨어질 수 있을 테죠.

 

 

 

네 번째 이야기 : BOOK AND COFFEE

 

 

 

 

책들이 많다. 사장님이 직접 구매하신 새 책들도 있고, 기존에 갖고 계시던 책들도 있다. 엄청 많은 권수는 아니나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홍차왕자’, ‘신의 물방울’과 같은 만화 시리즈와 문학 서적들, 철학부터 과학 그리고 음악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책들이 꽂혀 있다. 자유롭게 책을 꺼내서 읽을 수 있다.

 

책을 미리 챙겼기 때문에 카페의 서적들은 다음으로 미뤄두고, 구석 자리에 앉아 독서할 준비를 하였다.

 

 

11월 7일 세상에 나온 이는 축구에 대한 숭고한 열정을 가슴에 품었고,
철학을 전공하였으며 문학에 발을 디딘 채 손에 펜을 쥐었다. 

 

이는 독자의 단편적 평가이자 저자에 대한 단편적 시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커피 잔을 다시 든다. 군더더기 없는 맛, 깔끔하면서도 깊다. 그 여운은 입 안에 잠시 맴돌지만 이내 사라진다. 다시 느끼려 해도, 오래 머물지 않고 또 가라앉는다. 

 

한적한 일요일 오후, 잔잔한 재즈의 소리가 카페 ‘단편집’을 채운다. 벽시계의 종 소리가 이따금 울릴 때마다 시간이 흐른다는 걸 깨닫는다. 이 시간들은 힐링 따위의 이름표가 붙는 휴식이 아님을 안다.

 

 

 

파울로 코엘료 – 연금술사 중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마지막 이야기 : 그리고 다시, 단편집

 

 

따뜻한 우롱차를 주문하였다. 가이드표가 따라 나왔다.

 

<맛있는 우롱차를 위한 가이드>

  1. 잎차를 넣고 다관에 물을 가득 부어 1분 정도 우린 후 데워진 숙우에 따라내어 마신다.
  2. 차를 따라 낸 다관은 잎이 쪄지지 않도록 뚜껑을 반 정도 열어준다. (다 열면 향이 달아나니 반 정도 여는 것을 추천)
  3. 두 번째 우릴 때는 30초, 세 번째 60초, 네 번째는 90초 정도 우린 후 마신다. (네 번 정도 우리는 것을 추천하지만 차 종류에 따라 더 많이 또는 덜 우려내어 마셔도 좋다.)

 

 

 

한 잔, 두 잔, 열 잔, 스무 잔. 계속 목으로 넘어간다. 추운 날씨로 인해 건조해지는 목과 추운 몸을 데우기에 차만큼 적합한 것은 없다. 차의 깊은 향이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집중력을 끌어올려 준다. 차를 우려내고 잔에 부었을 때, 손에 전해지는 뜨거운 기운을 느끼면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마무리한다. 올해가 지나가 버리기 전에.

 

 

 

 

1440분, 24시간, 365일, 1년이라는 단편적인 시간들이 모여 만드는 삶은 일종의 단편집. 각자의 챕터들은 짧은 이야기의 끝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계절이 바뀜에 따라 다시 시작을 하게 된다.

 

눈은 녹을 것이고, 봄이 찾아올 것이며, 파라솔과 벤치가 야외로 나올 것이다. 단편집의 문은 활짝 열린 채 봄날을 맞이할 것이다. 어쩌면 마당에는 꽃이 필지도 모르겠다. 카페 이용 시간은 3시간의 제한이 생긴다. 이처럼 변화들은 계속 찾아오기 마련이다. 새로운 이들의 발걸음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책꽂이에 새로운 책들이 채워지듯이. 그럼에도 따뜻하거나 시원한 음료, 그리고 디저트를 품은 플레이스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된다면 햇빛 아래에서 책과 커피가 함께할 수 있으리라.

 

 

 

 


단편집

서울 마포구 신촌로 4길 5-25

수 – 일 12:00-20:00

010-2866-1446

로스
AUTHOR PROFILE
로스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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