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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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 · 12 · 23

192. 신촌, 하늘 조각

Editor 별

12시, #22c8ff

 

힘이 들 땐 하늘을 봐

나는 항상 혼자가 아니야

서영은 – 혼자가 아닌 나

 

 

 

 

 

 

 

 

 

 

설레는 마음으로 개강한 지도 어느덧 3개월, 종강이 찾아왔네요.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연말도 성큼 다가왔구요. 여러분에게 연말과 겨울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호호 숨을 내쉬면 나오는 입김?

어디선가 울리는 종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구세군?

가끔 땡기는 붕어빵과 타코야끼를 위한 안주머니 속 지폐?

나무를 둘러싼 알전구 장식?

신촌 곳곳에 설치된 트리?

누군가 주머니에서 꺼내 건네는 핫팩?

설레는 첫눈?

 

저는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높고 푸르른 하늘을 보면 연말이라는 사실이 와닿는 것 같아요. 특히 겨울에 볼에 닿는 찬 공기와 함께 탁 트인 신촌 하늘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들어요.

 

신촌의 어느 맑은 하늘

 

여러분은 어떤가요? 겨울 하늘은 여러분에게 어떤 생각을 불러일으키나요?

 

시린 볼에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탁 트인 하늘에 답답함이 해소되기도,

높고 넓은 하늘을 가득 메울 고민이 떠오르기도,

가끔은 이미 떠나간 누군가 그리워지기도 하죠.

 

그렇다면 저와 함께 신촌 하늘을 찾아 떠나보시겠어요? 준비물은 딱 하나, 여러분 각자의 생각 혹은 고민 보따리랍니다. 저를 따라와 보세요! 신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혹시나 해소하고 싶은 고민이나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제가 소개해드리는 장소에 고민 쪽지를 두고 가도 좋아요. 때로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것보다, 툭 떨어뜨려 두는 것이 더 편할 때도 있답니다. 

그럼 출발해볼까요?

 

 

 

 

 

 

 

 

 

 

 

 

 

#1

먼저 신촌에서 가장 넓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는 곳이에요. 바로 연세대학교의 노천극장이랍니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노천극장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50>

이곳은 겨울에도 불타는 청춘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요. 이렇게 넓은 공간을 20대 청춘들의 목소리로 가득 메우는 순간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으신가요? 대학생들의 꿈과 낭만이 가득한 공간이자, 대학 문화와 열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죠.

잊을 수 없는 우리의 열정, 그날의 하늘

연세대학교 내 다른 문화 예술 공간과는 달리 노천극장에는 지붕이 없어요. 우리의 열정이 지붕을 뚫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설계자의 생각 때문일까요? 덕분에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하늘을 만끽할 수 있어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여러 동문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에 잠깐 걸터앉아 하늘을 바라보면, 꽉 막힌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날이 아무리 추워도 엉덩이를 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죠.

앗 여기 비석 위에 누군가 두고 간 생각 쪽지가 있네요. 한 번 읽어볼까요?

딱 맞는 장소에 쪽지를 두고 가셨네요. 청춘은 밝고 찬란하게 빛나기만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살아가다 보면 혼란스럽고 막막할 때도 많죠. 열정만으로 모든 걸 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순간도 많구요.

그렇다면 앉아있기만 해도 답답함이 해소되는 듯한 공간인 노천극장에서 쌩쌩 부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생각을 전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느껴지는 것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부담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잘 해왔고, 잘 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잠깐 무엇인가 뒤틀리는 듯해도, 모든 것은 시곗바늘처럼 제자리로 돌아가기 마련이에요. 뻥 뚫린 노천극장에서 높고 푸른 겨울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에 부담감을 날려 보내 보세요. 아참,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따뜻한 외투와 목도리 꼭 챙기셔야 해요! 

그럼 우리 다음 장소로 떠나볼까요?

 

 

 

 

 

 

 

 

 

 

 

 

 

#2

다음 도착지는 신촌 연세로에 위치한 카페, 독수리다방입니다.

<독수리다방_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36 독수리빌딩 8층>

따뜻하고 아늑한 독수리다방에는 바깥을 구경할 수 있는 경치 좋은 테라스가 있어요. 따뜻한 봄이나 선선한 가을에는 테라스에 나가 할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따뜻한 음료가 금방 식어버릴 정도로 추운 겨울에는 대부분 테라스에 나가지 않죠. 하지만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한참 동안 테라스가 텅 비어있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집중해서 공부하다 시원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정신을 차리고자 하는 사람이나, 탁 트인 신촌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자 하는 사람, 혹은 가끔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하며 경치를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 등 여러 이유로 테라스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독수리가 비행할 것만 같은 독수리다방의 하늘 전경

여기에도 누군가 쪽지를 두고 갔네요. 또 어떤 고민일지, 한 번 살펴볼게요!

대표적인 연말 증후군 증상 중 하나를 느끼고 계시군요. 원래 겨울이 되면 옆구리가 더욱 시린 법이죠. 하지만 인생은 혼자 살아나가야 하는 법! 이럴 때일수록 홀로서기 연습을 할 기회라고 생각해 보세요.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알전구를 내걸고, 자그마하더라도 트리를 설치하는 사람들을 보며 시린 겨울 속 자그마한 포근함을 느껴본 적 있으실 거에요. 이들처럼 겨울을 날 준비를 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매하여 직접 꾸며본다거나, 창문을 연 채 따뜻한 차를 우려 마시며 혼자만의 티타임을 즐겨보세요. 일상 속 작은 따뜻함과 포근함이 충분히 느껴질 거에요. 추운 겨울 홀로 쨍한 푸른색을 내비치는 소나무처럼, 누군가에게 의존하여 겨울을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단단해지는 연습, 홀로 서는 연습을 해 보는 거죠.

 

 

 

 

 

 

 

 

 

 

 

 

 

#3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신촌의 하늘은, 바로 카페 바람에서 볼 수 있는 탁 트인 신촌 전경입니다.

<카페 바람_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2나길 57 3층>

사실 카페 바람은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신촌 경치 맛집이에요. 그렇지만 너무 높이 위치한 탓인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죠. 사실 저도 에스컬레이터가 없었다면 올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에요. 하지만 높이 위치한 만큼, 유플렉스부터 창천교회까지, 신촌 구석구석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요.

 

이런 모습을 말이에요!

앗 저기 책꽂이 사이에 쪽지가 꽂혀있네요. 마지막 고민 쪽지도 한 번 같이 살펴봐요!

혹시 대학교 2학년인 학생이 두고 간 쪽지일까요? 대2병에 걸려버린 저와 너무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주위를 살펴보니 불안함을 동력 삼아 더욱 열심히 살아가는 친구도, 두려움을 숨긴 채 괜찮은 척하는 친구도, 쉬엄쉬엄하며 휴식을 취하는 친구도 있더군요. 사실 저도 완벽한 정답을 찾지는 못했어요. 다 포기하고 쉬고 싶을 때도 있고, 뒤처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기에, 여러 양가감정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는 중이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혼자 끙끙 앓으면 안 된다는 점이에요. 저도 누군가에게 제 약점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는 성격 탓에 고민을 털어놓기 힘들어했어요. 아주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도 말이죠. 하지만 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없어요. 아마도 동정이나 오지랖처럼 느껴질까 걱정되기 때문이겠죠. 그러니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할 땐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꺼내어 보세요. 어쩌면 그 사람도 여러분이 먼저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이곳, 카페 바람에서 따뜻한 라떼 한 잔과 함께 묵혀왔던 고민을 꺼내어 보는 건 어떨까요? 혹은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이 여러분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 줄지도 몰라요!

고민하다가 시간이 훌쩍 흘러버려도 좋아요.

신촌의 밤 하늘도 이렇게나 예쁘답니다.

 

 

 

 

 

 

 

 

어떤가요, 제가 보여 드린 하늘 조각들이 모두 마음에 드셨나요? 비록 고민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찾아 드리지는 못했더라도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상쾌함을 느끼셨다면, 그것만으로 저는 만족합니다.

12시의 겨울 하늘은 아주 차가우면서 아주 따뜻해요. 아무리 추운 날이어도 12시에만큼은 머리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빛으로 포근함이 느껴지죠. 여러분의 겨울도 12시의 겨울 하늘처럼 마냥 춥지만은 않길 바라요.

추운 겨울, 입김 속 따뜻한 숨결처럼,

붉은 구세군 속 따뜻한 마음씨처럼,

붕어빵 속 따뜻한 팥소처럼,

트리를 감싼 따뜻한 노란빛의 알전구처럼,

주머니 속 손을 데워주는 핫팩처럼,

그리고 첫눈 소식에 신나 뛰어다니는 사람들 속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씨처럼.

 

여러분의 겨울도, 여러분의 연말도 따뜻하고 포근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미래도 높고 푸르른 신촌의 겨울 하늘처럼, 맑고 화창하길 바랍니다.

 


<에디터 별이 전하는 신촌 하늘 가이드>

별
AUTHOR PROFILE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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