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 타코몽
제가 누굴까요?
동그란 모양이지만, 공은 아니니 던지면 안 돼요. 음식이거든요.
크기가 작아 만만해 보일지 몰라도, 절대 만만하지 않아요. 한 번 맛보면 저를 잊을 수 없을걸요?
겉에서는 김이 나지 않아도 속은 아직 아주 뜨거워서 한입에 넣고 씹었다가는 깜짝 놀랄 수 있어요.
제 위에 뿌려져 있는 가다랑어포와 함께 살랑살랑 춤추며 여러분의 눈을 즐겁게 해 드릴 수도 있어요.
다들 제가 누군지 아시겠나요?
잘 모르시겠다구요?
조금 더 큰 힌트를 드려볼게요.
고소하면서 달짝지근한 소스가 겉에 뿌려져 있고, 쫄깃한 문어가 속에 숨어 있어요.
아! 그리고 겨울에 붕어빵 다음으로 제가 생각날걸요?
이제 다들 아시겠죠?
네 맞아요, 저는 바로 ‘타코야끼’에요!

겨울에 우리의 후각을 사로잡고 침샘을 자극하며 주머니를 탈탈 털어가는 음식들이 여럿 있다. 붕어빵, 국화빵, 호떡, 군밤, 군고구마, 어묵, 호빵 등과 같은 길거리 음식 말이다. 사람마다 가장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이 다르겠지만, 에디터는 여러 음식 중에서도 타코야끼를 가장 좋아한다.
늦은 시간 집에 가는 길에 빈손으로 들어가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왜인지 모르게 출출한 느낌이 들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을 때, 항상 주머니 속 지폐를 꼭 쥐고 타코야끼 포장마차를 찾곤 한다. 붕어빵보다는 찾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파는 곳을 찾기 쉽지는 않지만, 한 번 사 먹어보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홀린 듯 다시 가게를 찾게 되기 때문에, 겨울에 에디터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하는 범인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원하는 소스를 선택하여 타코야끼 열 알을 포장해서 집에 가는 길에는, 그 언제보다 행복하게 귀가할 수 있다.
하지만, 타코야끼라고 해서 꼭 포장마차에서만 파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신촌에서는 말이다. 타코야끼를 실내에서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게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신촌로에 숨겨진 작은 일본 음식점, 타코몽이다.
표지판과 팻말이 작아 자칫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 하지만 붉은색의 귀여운 문어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니, 꼭 한 번쯤 가게에 들러 문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보길 바란다.

왜인지 모르게 인자해 보이는 타코몽의 트레이드 마크
문어가 이끄는 대로 가게에 들어가면 조리공간과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쪽지에 자연스레 시선이 간다. 몇 년 전에 함께 방문하여 사랑 가득한 방명록 쪽지를 남기고 간 대학생 커플도 있고, 한 번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친구를 데리고 또 왔다는 손님도 있으며, 잊을 수 없는 맛이라서 먼 곳에서 한 번 더 방문했다는 손님도 있다. 저마다의 사연이 담겨있는 방명록을 살펴보며 ‘이 커플 아직도 사귀고 있을까?’, ‘엇 내 친구 이름인데! 같은 사람인가?’, ‘다음에는 이 사람도 데리고 와봐야지!’ 등 여러 생각을 하다 보면 금방 시원한 맥주가 나온다.

천천히 맥주를 마시며 친구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곳 어디엔가 우리의 이야기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날짜와 이름을 적고, 이곳의 트레이드 마크인 귀여운 문어까지 각자의 스타일로 그린 후 다른 사람들의 방명록 옆에 살포시 붙여본다.

재료는 한 켠에 준비되어 있으니, 편히 사용하면 된다!

미션: 에디터가 쓴 방명록을 찾아라!


눈을 어디에 둬도 눈을 한가득 채우는 방명록 쪽지들
만약 매장을 거듭 방문한다면, 이전에 자신이 남겨두었던 방명록을 찾아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이다. 에디터는 실제로 약 1년 전 방문해서 붙여 둔 쪽지를 발견했고, 아주 반가웠다!

젊었던 에디터가 남기고 간 흔적..
방명록을 붙인 후 벽면의 선반을 살펴보니, 일본의 여러 유명 만화책들이 시리즈로 꽂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시리즈는 바로 “슬램덩크”.

사실 에디터는 슬램덩크를 보지 않아 그들만의 농구 세계를 완벽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요즘 유행인 것 같으니 한 번 펼쳐 보기로 한다.

한 번에 아주 유명한 장면이 나온 듯하군.
만화책뿐만 아니라 귀엽고 아기자기한 피규어도 잔뜩 놓여 있다.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고 받은 피규어부터 도라에몽, 헬로키티, 토토로, 디즈니 캐릭터까지. 한 번 시선을 빼앗기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피규어가 나름의 질서대로 정리되어 있다.

어떤 피규어가 무슨 영화의 주인공이었는지,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 왔는지, 친구 중 누구를 닮았는지 등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다 보면, 곧 음식이 나온다.
가게 이름은 ‘타코’몽이지만 타코야끼만 파는 것은 아니다. 타코야끼와 비슷한 듯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오코노미야끼도 팔고 다양한 재료의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야끼우동도 판다.
*타코야끼와 오코노미야끼에 사용되는 소스가 같아 두 메뉴를 한 번에 시키면 조금 물릴 수 있으니 둘 중 하나만 주문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한다!
주문한 음식을 받아보면 자연스레 군침이 돌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메뉴에 ‘내가 지금 일본에 와 있나?’라는 착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야끼우동 위에 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올라가있는 여러 토핑과, 산처럼 쌓인 채로 나풀거리는 가쓰오부시, 그리고 타코야끼와 오코노미야끼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뜩 뿌려진 달콤한 소스까지. 사장님의 후한 인심과 정성에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사실 그렇지 않다. 바라만 봐서는 배가 차지 않으니, 얼른 먹어보도록 하자.^^
우선 대표 메뉴인 타코야끼다.

속에 들어가는 문어는 말할 것도 없이 싱싱하고 쫄깃하다. 문어보다 더 입맛을 사로잡는 건 바로 문어를 감싸고 있는 타코야끼 반죽이다. 문어의 식감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하게 간이 되어 있고, 알맞게 익어 아주 부드러운 반죽 덕분에, 속에 들어있는 문어와 겉에 뿌려진 소스의 맛을 더욱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
다음은 오코노미야끼.

타코몽에서는 오코노미야끼가 그릇에 담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은 철판에 담겨 나오기 때문에, 따뜻함이 훨씬 오래 유지된다. 송송 썰어 올려진 쪽파와 잔뜩 뿌려진 소스 아래에는 잘게 썰린 양배추가 숨어 있다. 양배추가 적절하게 소스와 반죽을 머금고 있어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치즈의 맛과 계란의 고소함도 느껴진다. 위에 뿌려진 소스의 달콤함과 짭짤함 덕분에 메뉴의 양이 꽤 많음에도 물리지 않으나, 혹여나 소스나 반죽이 물린다면 밑반찬으로 나오는 생강이나 산고추 장아찌를 먹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야끼우동이다.

야끼우동 또한 얼핏 보기에도 재료를 아끼지 않았음이 잘 느껴진다. 가다랑어포와 쪽파, 생강, 새우가 잔뜩 올라가 있고,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속도 고기로 가득 차있다. 반숙 노른자를 터뜨린 후 우동면과 잘 섞어 먹어보면, 오코노미야끼와는 또 다른 느낌을 느낄 수 있다. 오코노미야끼는 양배추의 식감과 양배추가 머금은 반죽이 잘 느껴졌다면, 야끼우동은 우동면의 쫄깃함과 부속 재료들의 맛이 훨씬 잘 느껴진다. 통통한 새우와 적당히 간이 되어 있는 고기는 우동면과 함께 그냥 먹어도 맛있고, 함께 나온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길 바란다옹!
이처럼 세 메뉴 모두가 마치 일본에 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맛있기 때문에, 한 번 타코몽의 음식을 맛본 사람은 가게를 재방문하거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공간에 세월과 애정을 묻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들어가기만 해도 포근해지고,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누군가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공간이려면 말이다.
혹자는 밥집에서는 밥만 맛있으면 되고, 카페에서는 커피만 맛있으면 되는데 뭘 그렇게 따지냐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에디터는 공간이 전달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을 좌우한다고 생각하고, 공간 속에 담겨있는 진심이 느껴질 때의 감동이 매우 크다는 점을 믿는다. 이에 항상 새로운 장소에 방문하면 위의 공간에 담긴 세월과 추억, 정성, 그리고 애정을 찾아 살펴보곤 한다.
‘타코몽’은 그러한 세월, 추억, 정성, 애정 모두가 느껴졌던 곳이었다.
각양각색의 글씨체와 제각각의 그림체로 꼭꼭 눌러 담아둔 누군가의 진심 어린 방명록,
언제인가부터 선반에 차곡차곡 입주했을 귀여운 피규어,
사소하지만 한 번 눈길이 사로잡히면 먹을 때마다 눈이 마주치는 앞접시 속 귀여운 고양이, 혼잡한 대로 속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빨간 문어 표지판,
손님들을 향한 자그마한 배려까지.
모든 것이 따뜻하고 포근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왜인지 모르게 편안하고 익숙한,
그런 가게였다.
타코야끼는 겨울에만 생각나더라도, 이러한 장소만이 지닌 편안함과 포근함은 사계절 내내 생각날 수 있기에, 여러분도 타코몽 속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 속에서 동글동글 귀여운 타코야끼를 한 알씩 집어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길 바란다.

신촌 타코몽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49
매주 수~일 16:00~22:00 (21:00 라스트오더)
*매주 월, 화요일 정기 휴무
tel. 02-334-8106
insta. @takom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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