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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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8 · 10 · 31

100. 명물거리

Editor 서노

오늘은 좀 특별한 글을 적어보려해요.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오늘 글은 PLACE 팀의 100번째 글이에요. 그래서 플레이스 팀원들이 나섰습니다!

이제까지는 한 가게, 혹은 특정한 장소에 대해서 한 사람이 글을 썼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커다란 공간 하나를 팀원 모두가 방문했어요. 그 공간 속에서 어떤 사람은 가게를 방문했고, 어떤 사람은 공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었고, 또 어떤 사람은 그 곳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어요. 그 곳이 어디냐고요? 지금 공개할게요!

 


그토록 좋아하는 신촌이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신촌에는 식료품을 살 수 있는 큰 마트가 없다는 점이에요. 더군다나 최근에 그 역할을 충실히 하던 그랜드마트의 작별은 그 아쉬움을 배로 느끼게 해주었죠. 하지만,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일까요? 명물거리에 새로운 가게가 하나 생겼어요. 마트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 매장인 ‘노브랜드 서대문신촌점’이 오늘 제 글의 주인공이에요.

 

 

대형마트인 코스트코와 비슷한 분위기의 매장은 그리 큰 크기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고기, 야채와 같은 신선식품부터 그릇, 화장품과 같은 공산품까지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가득했답니다. 노브랜드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에요. 저는 간식으로 편의점에서 파는 군밤을 즐겨먹는데 한 봉지에 3500원 정도의 부담되는 가격에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먹거든요. 그런데 노브랜드에서는 군밤 6봉지, 시리얼바 8개, 건크랜베리, 이 모든 게 18000원이랍니다!

 

싸다고 마음껏 담으면 비싸지는 마법

 

그랜드마트가 사라지고 신촌의 자취생들에게 노브랜드는 하나의 대체제가 될 수 있겠어요. 음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점점 사라지는 가게들과 그 자리를 채우는 대기업들의 프랜차이즈 매장들. 소소하게 개성이 넘치던 신촌 거리, 그리고 점점 획일화 되어가는 신촌. 이게 꼭 나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왜 이렇게 씁쓸한 마음이 드는걸까요?

 

신촌 명물거리, 신촌 번화가로 나가기 위해서 꼭 거쳐 가야하는 초입이다. 하지만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길이였을 뿐 자세히 관찰해보려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신촌으로 가기 위한 ‘통로’ 정도의 존재감?  물론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내가 애정을 가진 장소도… 없다! 하지만 꽤 자주 가는 장소는 있었으니, 바로 스타벅스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개인 카페를 선호하는 나이지만, 스타벅스는 꽤 자주 간다. 일정한 커피 맛과 다양한 디저트류, 빵빵한 프로모션들! 또, 가장 많이 선물하는 기프티콘 종류이기도 하다. (가는 이유의 90% 지분..ㅎㅎ) 게다가 신촌 명물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는 무려 5층이다. 또 다른 이곳의 특징이라면.. 5층이라는 높이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있고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가득 차 있다는 것? 점원은 1층에만 계셔서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때우기에도 적합하다.

 

지금은 귀여운 해골바가지 라떼가 있는 할로윈 시즌!

 

 무수히 많은 스타벅스 지점들 중 하나이지만, 시끌벅적한 신촌에서 대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조용하게  공부를 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 오래 머물기에 부담스러운 개인 카페보다 편하고,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들에 비해 잔잔한 분위기라 좋다. 큰 애정은 없지만 애정 있는 카페들보다 더 자주 가게 된다.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에 스며든 장소, 신촌 대학생들의 아지트. 어쩌면 나는 이 스타벅스에 애정이 있는 것일지도?

 

20대가 되어 유독 10월의 마지막주가 기다려지는 이유는 무시무시한 시험기간의 끝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할로윈 파티를 성인으로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크다. 하지만 이렇게 잔뜩 기대감을 안고 할로윈을 즐기려는 마음도 잠시, 각종 SNS에 올라오는 금손 할로윈 분장러들의 모습에 금방 주눅이 들었다고? 이태원까지 가기는 귀찮고, 사람이 몰리는 것은 더더욱 질색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할로윈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신초너의 할로윈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신촌의 마녀주방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마사녀서주수바상에세… 오소시신거섯으슬….화산여성하삽니시다사…(feat.귀신체)

 

어쩐지 오늘 신촌의 명물길이 유난히 춥다고 느껴지더니 사실 마녀주방에서부터 올라오는 등골 서늘한 분위기가 한 몫을 했나 싶다. 이곳저곳 음산함을 잔뜩 풍기며 걸려있는 거미줄부터 곳곳에 놓여있는 해골바가지, 게다가 할로윈을 맞아 실감 나는 좀비 분장을 하고 있는 가게 직원들까지. 마녀주방에서는 매일매일이 할로윈이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오싹해지는 마녀의 주방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곳의 특색 있는 메뉴들이다. 마녀의 모자 조명이 어둑어둑 비추는 테이블 위에 장난스런 표정의 유령 파스타와 뱀파이어들이 모은 인간의 피로 가득 찬 링거 칵테일이 놓이면, 완벽한 할로윈 한상차림 완성!

 

눈알이 띠요옹~ 무서운 척 하는 귀요미

 

‘명물거리’라기에는 신촌의 개성을 나타낼 뚜렷한 무언가가 없는 느낌에, 거리에 붙혀진 이름보다 한참은 부족한 대우를 받는 것 같은 생각에, 이곳 명물길을 지날 때마다 왠지 모를 짠함과 씁쓸함이 느껴지고는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생각이 신촌을 향한 색안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점점 프랜차이즈화 되어가는 신촌의 거리가 오히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평소처럼 무심코 그저 그렇게 지나갈 뻔했던 나의 할로윈을 마녀주방이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처럼, 무심코 지나가던 신촌의 명물거리가 당신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그런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혹시 그런 날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너무 지루하다면 명물길에게 깜찍한 재촉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야 명물거리, Trick or treat!”

 

명물거리는 왜 명물거리일까. 신촌의 명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어서 붙인 이름이겠거니 했고, 그래서 그것에 관해 써야겠다 싶었다. 신촌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멀리서라도 이 것 하나를 위해서 이곳에 올 수 있겠다 싶을 만한 무언가. 그러나 한참을 헤매어 보아도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더라. 결국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고자 앉았던 자리는 본죽 건물과 메가스테이지 건물 사이 길 양쪽에 늘어진 나무계단. 횡단보도 너머 빨간 잠망경을 코앞에 마주보고 있는 행인들의 쉼터이다.

 

 

그곳에서 갈라진 나무바닥 틈새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오리무중인 글감의 행방을 고민하다가, 주변이 분주해지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눈에 들어온 건 연주 장비를 들고 몰려와 계단 사이 공간에서 버스킹 준비를 시작한 또래의 대학생 무리. 허둥대면서도 싱글벙글한 얼굴들로 앰프에 기타와 마이크를 연결하고 스탠드를 세운다. 그리고는 자리를 잡은 뒤 서로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첫 곡을 시작한다. 경쾌한 리듬에 맞추어, 긴장이라도 한 듯 조금은 엇박자를 내어가면서. Stay a minute, just take your time. 네네, 듣고 갈게요. 그 얕지만 사랑스러운 수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당시의 사진은 날아가버렸지만, 그 이후에도 늘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 곡이 끝날 때가 되니 어느새 관객들이 경사로 양쪽을 꽤나 빽빽이 채웠다. 주춤거리며 모이기 시작하더니 두 번째 곡부터는 함께 흥얼거리고 어깨를 들썩이기도 하는 이들. 그들의 면면을 바라보다 보니 꽤나 다양한 부류가 신촌을 오가는구나 싶다. 서로에게 어깨를 기대고 있는 한국인 남녀와 스페인어로 수다를 떨다가 웃음을 터트리는 한 가족. 상기된 얼굴로 수근대는 고등학생 네댓과 그들의 부모님 또래는 되어 보이는 넥타이 아저씨 둘 등등.

 

 

이내 울적한 마음이 밝아진다. 명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아쉽지 않나 싶기는 해도, 이 거리의 가장 사랑스러운 면모가 드러나는 장소를 찾은 듯 한 까닭이다. 누군가의 열정이 온세상에 드러나는 한 순간, 그 장면을 이루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와 공존하고 공감하는 중인 정다운 풍경이 탄생하는 장소. 생각해보면 신촌은 이러한 모습 덕분에 오고갈만 하고, 가끔씩 잠시 시간을 내어 머무를 만도 하다. 세 번째 노래가 이어진다. 나 또한 흥에 취해 조심스레 몸을 들썩이며 장단을 맞추어 본다.

 

시끌벅적함 속 허전함. 매우 모순적이지만 명물거리를 걸을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다. 분명 사람은 많은데 나는 왠지 항상 거리가 차분하다고 느낀다. 이렇다 할 상징적인 명물이 없기 때문일까?

금요일 밤 명물거리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역시나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끌벅적한 거리가 다들 불금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는 듯했다. 그렇지만 오늘도 명물거리는 그대로였다.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걸어도 거리의 허전함은 여전했다.

글을 쓰려고 마음 먹어서인지 오늘따라 명물거리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명물거리는 왜 명물거리일까? 명물거리라고 하기에 거리에는 천편일률적으로 프랜차이즈 매장들만 가득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들 사이에서 어떻게 개성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명물거리는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와 다르게 중간에 길을 꺾어 골목으로 향했다. 큰 길보다 더 어둡고 더 조용한 골목길 양 옆으로 가게들이 들어서 있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늘어선 간판들을 살펴보니 처음 와본 곳임에도 낯설지만은 않았다. 내가 그동안 들어보기만 했던 맛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인 추천 쌀국수 맛집 맘맘테이블, 일식과 파스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소담식당 등등. 이외에도 2층짜리 유럽풍 카페와 같이 큰 길과는 다른 개성 있는 가게들이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작은 가게들이 지닌 에너지는 차분한 생기를 느끼게 하였다.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한산한 뒷길이 보다 더 활기 넘치게 다가왔다. 당분간 신촌에서의 시간은 이곳에서 이어질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오랫동안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친구와 우연한 기회로 친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명물거리를 잘 몰랐던 것이었다. 명물거리의 진짜 매력은 뒷골목이었는데 그 매력을 모르고 있었다. 허전함이 있던 자리에 친밀감이 쌓이게 되었다. 아직도 명물거리가 왜 명물거리인지에 대한 진짜 이유는 알지 못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뒷길이 그 해답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섯 글 모두를 한 문장으로 묶으면 ‘과연 명물거리는 신촌의 명물일까?’ 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명물거리에 즐비한 프랜차이즈 가게들을 방문했고, 누군가는 거리만의 특색있는 장소를 찾았고, 또 누군가는 거리의 뒷골목에서 질문에 대한 에디터만의 답을 찾으려고 했어요.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이유로 신촌을 찾는 것 아닐까요? 특색없이 똑같은 공간, 그곳에서 우리가 의미를 찾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만드는 과정은 다 달라요. 같지만 모두에게 다른 공간인 신촌을 우리가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신 신초너, 당신에게 물어볼게요! ‘명물거리는 신촌의 명물이 될 수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추신) PLACE 팀이 신촌의 100번째 장소까지 다룰 수 있었던 것은 신초너, 당신 덕분이랍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함께 해주세요, 저희가 신촌의 모든 공간을 다룰 때까지요!

 


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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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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