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식물도 상담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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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됩니다!
식물도 상담이 됩니다. 이곳 ‘허밍그린(HummingGreen)’에서라면요.
광흥창역 근처에 있는 허밍그린은 여느 꽃집이나 식물 가게와는 달리 평범한 명칭을 취하지 않습니다. ‘식물 상담소’라는 이름을 달고 있죠.
식물 상담소는 대체 뭘 하는 곳일까.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 이방인을 반겨주었습니다. 아기자기한 공간을 가득 채운 초록색 곳곳에 눈길이 닿았습니다. 잎이 큰 식물부터 곧 바스러질 것 같은 잎을 가진 식물까지, 또 귀여운 화분에 담긴 것부터 고급스러운 화분에 담긴 것까지···. 사장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그러다 ‘사무라이 드워프’라는 이름을 가진 식물을 보고는 웃음도 한 번 지어봅니다. 작지만 왠지 용맹해 보이는군요.
이곳의 주인장이 어떻게 이런 특별한 공간을 꾸리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주인장님과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식물을 애정하는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 이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면서요.

‘허밍그린’.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직역하면··· ‘초록 흥얼거리기!’ 무슨 뜻인가 싶지만 말 그대로입니다. 주인장님은 일을 하며 힘들었던 순간마다 베란다 속 작은 정원에서 엄마와 함께 분갈이하고 식물을 다듬었던 것이 굉장한 힐링이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어느 날은 아무 생각 없이 화분들을 분갈이하고 정리하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일이 생각이 안 나면서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는 겁니다. 이런 공간을 오픈하고 싶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식물 공부를 병행하셨다는 ‘프로 식물사랑러’ 주인장님의 허밍이 잎 따라 줄기 따라 이어져, 마침내 허밍그린이 탄생했습니다.

이곳을 가득 메운 화분들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듯했습니다. 콧노래가 나오는 이유를 알 것도 같더군요.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싶다면 산이나 숲같이 멀리 있는 초록색을 보라는 말도 있잖아요. 하지만 허밍그린에서는 멀리까지 내다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도 초록이 넘쳐났거든요.
이곳 허밍그린은 식물 가게라기보다는 공식적으로 ‘식물 상담소’라는 명칭을 취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이 공간을 어떻게 ‘식물 상담소’로 표현하게 되셨을까요?
예전에 가죽 공방을 했을 때 공방 앞에 식물을 많이 키웠었거든요. 그런데 동네 주민분들이 그걸 보시고는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오셔서 물어보시는 거예요. 이건 어떻게 키우는지, 이건 또 이름이 뭔지, 나도 무슨 식물을 키웠었는데 죽었다든지···. 그러다가 한 번은 동네에 아는 사장님께서 죽어가는 나무를 가지고 오셔서 ‘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시기에 상담을 하고 조금 도와드렸거든요. 그런데 그게 소문이 나면서 그런 분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약간 오지랖 같기는 하지만··· 식물을 잘 키우는 법을 알기만 하면 이 사람들도 잘 키울 수 있는데, 보통은 그걸 몰라서 식물이 죽는 경우에도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 잘못이다’, ‘연쇄화분마’ 이런 식으로 자신들을 얘기해요.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게 아닌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때 가게 앞에 조그맣게 식물 병원이라고 써서 붙여 놓고 상담을 무료로 해주기 시작했어요. 식물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최대한 느끼지 않으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었거든요. 그게 시작이 돼서 식물 상담소를 오픈하게 됐고요.
사실 작은 식물을 하나 사더라도 눈으로 봤을 때 예쁜 것을 고르는 것, 그리고 우리 집 환경과 나의 성향에 잘 맞는 식물을 고르는 것에는 조금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여기 와서 식물을 고르실 때는 일단 뭐가 예쁜지를 먼저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쭉 보신 다음에 마음에 드는 식물을 얘기해 주시면 키우실 환경이나 성향 등을 여쭤봐요. 예를 들면, 외출이나 장기간 여행을 자주 하시는지 같은 거요. 그런 걸 얘기해 주시면 키울 수 있는 식물과 없는 식물로 나눠서 다시 추천해 드려요. 그래서 상담소가 된 것 같아요.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하거든요.

맨 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 잎이 얇고 긴 식물. 맨 윗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 흰색 점박이 무늬 식물.
허밍그린의 의외였던 점은 바로 환경이나 성향에 잘 맞는 식물을 먼저 추천하시기보다는 예비 식집사님의 의사를 가장 먼저 반영해 주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리 키우기 쉬운 식물이더라도 자신이 보기에 예쁘지 않으면 키우고 싶지 않을 거라는 여느 사람들의 마음을, 주인장님은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더군요.
최적의 맞춤형 식물 상담이 진행되는 공간인 만큼 허밍그린에는 다양한 생김새의 식물이 정말 많았습니다. 포슬포슬한 모양의 이파리를 좋아하는 저는 로즈메리처럼 생긴, 잎이 얇고 긴 식물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친구라면 또 모르죠. 큰 녹색 잎에 흰색 점박이 무늬가 와다다 새겨진 식물을 고를지도요.

다양한 생김새만큼이나 입양비도 천차만별입니다. 왼쪽 사진의 작지만 왠지 용맹할 것 같은 친구 ‘산세비에리아 사무라이 드워프’의 입양비는 25,000원이구요, 오른쪽 사진 속 가장자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친구는 입양비가 5,000원이에요. 재정 상태(!)까지 충분히 고려하면서 반려 식물을 입양할 수 있답니다. 내 마음에도 쏙 들고 우리 집 환경에도 적합한 식물이 나의 주머니 사정에까지 잘 들어맞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왼쪽 사진, 따로 디자인해 제작하신 싱크대. 오른쪽 사진, 왼쪽 가장자리 선반에 반사된 식물등.
허밍그린에는 지하 공간도 있지만, 1층부터가 아주 예쁘고 조화롭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한 가지 놀라웠던 점은, 이곳은 기본적인 틀을 제외하고는 주인장님이 대부분 셀프 인테리어를 하신 공간이라는 점이었는데요. 분갈이하는 싱크대가 그중 하나였습니다. 분갈이하며 흙을 들어서 버리고 정리하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기에, 흙을 쓰레기통으로 바로 밀어서 버릴 수 있도록 싱크대를 따로 디자인해 제작했다고 하시더군요.
허밍그린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스테인리스 소재’였습니다. 이 공간 자체가 흙이 많이 날리고 아픈 식물들이 오기도 하는 공간이라며 운을 떼신 주인장님은,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소독을 자주 할 수 있는 소재를 쓰기로 마음먹으셨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선택된 스테인리스 소재는 주인장님이 을지로에 가서 직접 짜맞추셨다는 선반에서 빛을 발하고 있더군요. 또, 동향이라 오후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허밍그린에서는 식물등이 그 부족한 빛을 보충해 주고 있었습니다.
공간미와 실용성 모두 놓치지 않으며 꾸려 나가신 공간임이 여실히 느껴졌는데요. 보기 좋게 꾸며 놓은 줄로만 알았던 장식과 소품들도 모두 저만의 의미와 역할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식물을 사랑해 식물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으셨던 주인장님의 마음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달까요. 섬세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허밍그린’입니다.
이곳의 핵심인 ‘식물 상담’에 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허밍그린에서의 식물 상담은
1) 식물이 아파서 상담과 치료가 필요할 때,
2) 처음 키우는 반려 식물을 고르기 어려울 때,
3) 우리 집에 맞는 분갈이를 하고 싶을 때
등의 경우에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로 식물 상담을 받으시는 분들은 식물 상담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시는지 궁금해요.
일단은 식물 상담을 모르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찾고 찾다가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후자의 경우 ‘이런 공간을 너무 찾고 있었다’라고들 이야기하세요. 인터넷의 정보 중에는 물론 맞는 것도 있지만 틀린 정보도 꽤 많거든요. 그걸 골라내는 눈을 가지고 있으면 상관이 없지만, 초보분들은 어떤 게 맞는지 모르시니까 이것저것 다 해 보다 식물이 죽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오셔서 상담을 하시면 30분에서 1시간 동안 환경은 어떤지, 식물에 어떤 조치들을 해 주셨는지 등을 토대로 이 식물이 왜 아픈가에 대해 짧은 강의 정도로 설명해 드리고 있어요. 어떤 작용이 일어나서 이렇게 됐는지, 광합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뭐가 더 필요한지 등을 다 알려드리니까 상담보다는 수업을 들은 느낌이라고 말씀들을 하세요.

허밍그린의 식물 상담료, 분갈이 비용, 입원&호텔비.
허밍그린의 ‘식물 상담’이라는 것,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식물 수업’이라 불려도 될 만큼 생각보다도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더군요. 주인장님의 짧은 이야기만 들어도 한 번 이곳을 찾으신 분들이 왜 또 찾게 되시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정도로 식물을 사랑하시고 아끼시는··· 식물 상담사 허밍그린 주인장님에 대해서도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식물 가게들은 많지만, 허밍그린 주인장님은 누구보다도 식물에 애착을 가지고 반려 식물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대하시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이곳을 운영해 오셨는지, 앞으로는 이 공간을 어떻게 꾸려 나가실 생각인지, 또 운영 철학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여쭤보고 싶어요.
모든 사람이 가족을 대하는 정도와 방법이 다 다르잖아요. 정말 다정하게 대하는 살가운 사람들도 있고, 데면데면하게 그냥 두지만 속으로는 신경 쓰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렇게 보자면 저는 후자에 가깝거든요. 식물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멀리서 스르륵 보다가 문제가 있는 애들이 보이면 그때 가서 관리해 주는 거예요. 이 식물들을 매일 들여다보는 건 맞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매일 무언가를 해 주지는 않거든요. 제가 이곳을 찾아 주시는 분들께 항상 얘기하는 건 “99%의 관심을 가지시고 1%의 행동만 하시라”예요. ‘물 언제 줘요?’라는 질문을 진짜 많이 듣는데, 매일 들여다보면 언제 줘야 할지가 보여요. 사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아직은 많은 분이 식물을 인테리어용으로 구입하세요. 그러다 보니 ‘얘는 내가 손길을 주지 않아도 항상 예쁘게 저 구석에 서 있어야 해.’라는 생각이 기본으로 깔린 경우들이 있어요. 그렇게 해 주시고 ‘근데 내가 키우면 식물이 맨날 죽어.’라고 말씀들을 하시거든요. 식물도 동물이랑 비슷해요. 식물을 정말 잘 키우고 싶으시다면 동물 키우는 것만큼이나 관심을 쏟아 주시는 게 좋아요. 저는 이 식물들 잎을 매일 한 번씩 다 보거든요. 물이 말랐는지 안 말랐는지는 잎으로 다 볼 수 있어요. 그래도 너무 바빠 잎을 매일 보는 건 못하겠다는 분들이 계셔서 저희가 이걸 만든 거예요.

‘이거’. 허밍그린에서 직접 제작한 수분 측정기.
이게 뭐예요?
수분 측정기인데 평소에는 이렇게 ‘dry’로 바늘이 가 있어요. 그러다가 얘를 흙에 꽂으면 바늘이 오른쪽으로 움직이거든요. 그러면 안에 물이 있다는 소리예요. 그럴 때는 물을 주시면 안 돼요. 또 물을 준 초기 단계에서는 바늘이 ‘wet’으로 갈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바늘이 점점 중간으로 왔다가 다시 ‘dry’로 가거든요. 이렇게 완전히 말랐을 때 물을 주시는 게 집 안에서는 가장 좋은 거죠.
예전에 식물을 키울 때는 마르지 않아도 그냥 물을 줘야 하는 줄 알았어요.
식물 뿌리가 물을 흡수하고 나면 공기도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흙이 좀 말라서 숨을 쉬어야 하는데, 계속 젖어 있으면 사람으로 치면 익사하는 것과 같아요. 숨을 쉴 수 없으니까.
예시가 되게 와닿네요.
그런 예시를 좀 들어드리는 편이에요. 그리고 가지치기도 무서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팔 자르는 것 같아서 무서워서 못 하겠다고 하시는데, ‘아니다. 손톱 깎는 정도, 머리카락 다듬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된다.’라고 말씀을 드리죠. 그러면 다들 ‘그러면 괜찮다!’라고 하세요.(웃음) 이런 인식을 전환해 드리는 게 제가 주로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식집사가 식물을 조금 더 잘 돌봐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직접 수분 측정기까지 만드신 그 마음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렇게 사랑과 생기가 넘치는 공간을 만들려면 역시 그에 맞먹는 단단한 마음이 있어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풀내음이 나는 1층을 뒤로 하고 주인장님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아, 밍순이도 함께요. 밍순이는 이곳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인데요, ‘커밍순’의 줄임말이랍니다. 귀엽죠? 저는 밍순이 실물로 봤어요. 네, 자랑 맞습니다.

강아지 밍순이.


아무튼··· 지하 공간은 1층보다 조금 더 여유로웠습니다. 각종 식물 용품과 군데군데 놓인 식물 관련 서적, 화분들, 감각적인 포스터를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어요. 그중 실린더 수경식물이 제 눈에 띄었는데요. 해가 조금 부족해도, 바람이 조금 부족해도, 물주기 어려운 사람도 키우기 쉬운 수경식물이라고 하더군요. 이거야말로 ‘바쁘다 바빠’ 현대인에게 딱 맞는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쪽 벽에는 1층에서처럼 푸릇푸릇한 식물들이 대롱대롱 걸려 있었는데요. 혼자 마음속으로 ‘최애 식물’을 정해 보기도 했습니다. 바로 정 가운데에, 삐죽삐죽한 초록색 머리칼과 같이 생긴 식물이에요. 생김새가 참 귀엽지 않나요? 마치 이런 표정(ㅡㅅㅡ)을 짓고 있을 것만 같은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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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공간까지 모두 둘러보고 다시 1층으로 올라오니, 이곳 허밍그린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식물을 조금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달까요? 목이 조금 마르면 잎으로 표를 내고, 바쁘고 무거운 이 세상에 제 초록색 하나로 살아있음을 버젓이 증명하는 그 ‘생명스러움’이 저는 좋았습니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나 하나 온전히 보살피고 또 다른 생명까지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 이곳 허밍그린을 다시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때는 작은 화분, 작은 식물과 함께 이 문을 열고 나가리라는 다짐과 함께요. 아, 물론, 식물 상담까지 받고 나서요!

허밍그린
서울 마포구 서강로 63 1층
화-금 12:00~19:00, 매주 일/월 정기 휴무
*네이버 예약 기능을 통해 식물 상담을 예약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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