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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9 · 04 · 03

109. 비밀

Editor 왕 잔치

‘이 녹차 타르트 어디서 파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

‘비밀이에요!’

‘비밀이요..? 너무해요…’

‘아니,그게 아니라, 빵집 ‘비밀’ 이요!!’

오늘은 이름마저 비밀스러운, 베이커리 ‘비밀’ 의 비밀을 찾아가 보자.

 

 

서대문구 경찰서를 지나, 아디다스 매장 앞을 둘러보면 작은 베이커리가 하나 있다. 무심코 지나갈 때는 곧잘 눈에 띄지 않는 조그마한 공간. 회색 벽 모퉁이에 놓인 네모난 초록 간판에는 ‘비밀’ 이라는 글씨와 함께 작은 밀이 그려져 있다. 비밀의 밀이 밀가루의 밀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재치있는 간판이다. 벽의 모서리에 놓인 간판은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이 가게, 역시 ‘비밀’ 스럽다. 앤틱한 느낌의 나무로 되어있는 문 손잡이를 잡고 가게로 들어가면 아담한 크기의 내부가 보인다. 내부는 한눈에 담을 수 있을 만큼 작고,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아쉽게도 없다.

 

 

가게로 들어선 그 순간부터 어떤 곳을 보아도 빵이 진열되어 있다. 은은하게 빵을 비추는 주황빛 전등은 그들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진열대 뒤의 제과기계들은 언제나 움직이고, 갓 지은 빵 냄새는 사람을 유혹한다. 가게가 작아서인지 빵 내음이 언제나 가득 차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진열대 위에는 상온보관을 해야 하는 빵들이 놓여 있고, 카운터 옆 쇼케이스에는 냉장보관을 해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빵들이 놓여있다. 빵의 아래에는 이름과 함께 각각 어떤 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나와 있다. 이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위함이라고 한다. 비건, 유제품, 계란, 고기 네가지 카테고리를 놓고 들어가 있는 부분에 체크되어 있으니 알아보기도 좋다. 완전 비건 제품으로는 비밀 치아바타, 올리브 치아바타, 크랜베리 월넛 등이 있다.  작은 부분에서도 배려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뿐만 아니라 가끔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매장을 방문한다면 시식 빵이 나와 있기도 한데, 그 크기가 시식이라기보다는 간식에 가깝다. 한입 먹으면 든든한 느낌까지 드는 크기로 시식 빵을 준비하신다. (에디터가 방문한 날에는 아쉽게도 시식 빵이 없었다….)

 

이곳이…천국일까…?

 

정신없이 진열된 빵들을 보면서 어떤 빵을 먹을지 고민하던 찰나, 간판에 그려져 있던 밀이 궁금해 카운터에 계시던 직원분께 물었다. 비밀의 밀이 밀가루의 밀인가요? 그러자 직원분은 미소를 띠며 말씀하시기를, 밀가루의 밀을 노리고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은 맞지만, 사실 비밀의 밀은 식사라는 뜻의 영어 ‘meal’이라는 의미라고 하셨다. 물론 우리가 흔히 아는 숨긴다는 뜻의 비밀도 있지만, be meal 즉, 식사가 되라는 뜻 또한 내포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가게 내부의 하얀 벽 위에 쓰여있던 ‘건강한 한 끼가 되다.’라는 말의 의미가 여실히 느껴지는 의미였다.

 

Be Meal = 건강한 한 끼가 되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다시 빵들을 바라보며 고민을 이어나갔다. 월말이었기 때문에 에디터의 잔고는 매우 귀여웠고, 먹고 싶은 빵들의 가격은 그리 귀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앙버터, 스콘, 샌드위치, 타르트, 포카치아…. 속이 알차고 윤이 흐르는 빵들의 향연을 보다 보면 잔고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날그날 빵의 셋업리스트는 많이 바뀌지 않는 편이지만 제철과일, 채소 등을 사용한 특별 메뉴나 개수 한정 메뉴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잦아 방문할 때마다 두근거림을 가지고 방문하게 된다. ‘비밀’ 스러운 점, 두 번째다.

물론 너무 늦게 방문하면 남은 빵들이 얼마 없을 수 있어서 될 수 있으면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평일에는 이른 8시부터 6시, 주말에는 이른 10시부터 늦은 5시까지, 영업시간 자체도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방문 전 확인은 필수다. 사고 싶은 빵의 재고를 확인하고자 한다면 인스타그램에 문의를 넣어보는 것도 좋다.

 

 

많은 빵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 가게의 스테디셀러인 말차 타르트와 앙버터 프레첼을 구매해 밖으로 나섰다. 학내 커뮤니티에 비밀의 메뉴 추천을 부탁해보면 언제든 나오는 빵이 말차 타르트이기도 하고, 가게 옆에 ‘타르트가 맛있는 집’ 이라는 말이 적힌 판넬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자타공인 비밀의 말차 타르트는 최고다. 가판대에 말차 타르트가 없다면 섣불리 포기하지 말고 점원에게 한 번 더 물어보자. 가판대에는 없지만, 냉장고에 재고가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비밀’ 스러운 점, 세 번째인가!)

앞서 말했듯 이 가게에서는 빵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모든 빵은 Take- out Only이다. 가게는 빵을 사고 나오는 그 짧은 순간만을 허락한다. 온갖 맛있어 보이는 빵들을 마주하고 빵 내음을 느끼는 시간은 계산을 끝내고 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내 손에 들린 빵 하나뿐이 그곳에 내가 존재했음을 알려준다.  이곳의 ‘비밀’ 스러운 점, 네 번째다.

 

 

구매한 타르트와 앙버터를 들고 바삐 집으로 돌아갔다. 비밀의 빵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걸음을 재촉해 집에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빵이 든 봉투를 꺼냈다. 포장지를 풀러 타르트는 냉장고 안에 넣고, 앙버터는 손에 들었다.

‘타르트는 냉장 보관해주셔야 해요!’

계산 직전 점원의 친절한 목소리를 기억한 탓이었다.

잠시 후의 즐거움을 위해 타르트는 우선 제쳐놓고, 앙버터를 입안 가득 베어 물었다. 짭짤하고  고소한 빵 아래에 부드러운 버터, 알갱이가 살짝 씹히는 팥소까지, 입안에서 앙버터 행진곡이 펼쳐진다. 손바닥만 한 크기지만 호쾌하게 덩어리째 들어간 버터와 큰 버터 속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는 팥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빵의 조화는 두말 할 것 없이 두 번째, 세 번째 입을 불러온다. 그렇게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어느새 내 손은 빈손이 된다. 한 컵의 우유로 입속을 정리하고 다음 타자, 말차 타르트를 꺼낸다.

 

 

둥근 모양의, 마치 푸른 정원을 담은 듯한 타르트는 그리 큰 사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빵 칼로 8 등분 하면 한 입 가득 말차 타르트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타르트가 조금 딱딱한 편이기 때문에 자를 때 힘이 꽤 들어간다. 자르다 보면 이곳저곳 부스러기들이 잘 묻어 도마는 필수다.  그렇게 잘 자른 타르트 한 조각을 들고 첫 입을 베어 물었다. 살짝은 단단한 것 같으면서도 입안의 온도에 녹아버리는 필링, 씹는 맛이 있는 쿠키 같은 타르트지. 고소한 타르트지의 풍미와 달콤하면서도 말차향 가득한 필링은 입안에서 왈츠를 춘다. (한 곡 더, 한 곡 더!) 정신없이 한 조각, 두 조각씩 맛보다 보면, 아직 집에 오지 않은 가족들이 생각난다. 남은 두 조각은 일하고 들어오는 가족들을 위해 남겨두고자 케이스에 넣어 냉장고에 넣어놓았다. (물론 가족들이 돌아오는 시각까지 무사히 남겨질지는 미지수다)

그렇게 마법 같은 탐미(耽味)의 자리가 끝나고 주변을 정리하다 보면, 베이커리 비밀의 인스타그램 속 문구가 떠오른다.

‘나만 아는 빵집, 비밀.’

정말로 그렇다. 이 빵집, 나만 알고 싶은 소유욕이 불타오르는 곳이다. 모든 빵에 넘치도록 들어가는 필링들과 결이 살아있는 빵들. 녹차 타르트는 녹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주변인들마저 매료시킬 만큼 맛있다. 이 가게의 빵 앞에 서면 호불호고 취향이고 다 없어진다. 빵에 대한 취향이 ‘비밀’ 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베이커리 비밀의 빵이라면 무엇이든지 사랑하게 되어버린다.

날이 좋은 날,

당신에게 맛있는  ‘비밀’ 을 선물하고 싶은 날,

당신의 취향을 ‘비밀’ 스럽게 바꾸고 싶은 날.

망설임 없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밀 속으로.

 


 

베이커리 비밀

02-313-0877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7길 48

인스타그램 :@bakery.be.meal

왕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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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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