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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4 · 05 · 06

Dear D; 여전히 오늘을 살아내고 있을 D에게

Editor 영원

현시대 환경이 어떻게 보이는가? 사람마다 대답이 다를 것이다. 관점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말할 수 있다. 이렇듯 인간의 관점이 환경을 만들고, 환경이 인간을 만들게 된다. 그렇게 과거의 인간의 행동과 의식이 오늘을 만들었고, 현재가 미래를 만들 것이다. 엮어진 이 관계 속에서 관점과 의식을 조금 폭 넓게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적응하기도 바쁜 환경이지만, 그렇기에 미래로 향하는 우리의 방향성과 시야를 넓히는 것은 중요하다.

예술가들은 동시대 환경에 대해 어떤 관점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가. 특정 사건과 상황에 놓인 예술가의 입장과 처지는 각각 다르지만 그들이 표현하고 있는 동시대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 바가 있다. 그들의 조사와 기록은 표현하는 다양한 소재와 매체에 발현하고 있으며, 작품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현시대를 돌아볼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묻고 싶고 또 그 대답이 궁금하다.

“당신은 2024년 현재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시 소개글 中)

2054년을 살아가는 너에게

안녕? 잘 지내? 2024년의 오늘은 너에게는 과거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셈이겠지. 너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네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형태일까. 지금은 2024년,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이 시간 속에서 너에게 오늘의 기록을 남기고자 해. 나는 현대사회의 소음과 모순되는 침묵 사이에서 연속되는 순간들을 살아가고 있어.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수많은 이야기와 감정의 풍부하고도 미묘한 향연이야.

어떨 때는 끔찍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인데 또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지 않아. 변화를 거듭할수록 경시되고 무시되며 파괴되는 존재들이 생겨나. 숲속 나무들의 속삭임과 바다의 파도 소리, 그리고 그들의 짙은 생을 더 이상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 나의 마음과 영혼을 포식하는 충돌과 갈등이 거듭돼. 하지만 그러한 혼란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인간다운’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고 있어. 사랑과 연대의 가치를 높이고 싶어. 다양성과 포용을 중시하고, 세상의 모든 이들이 평등한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

그렇게 해서 30년 뒤에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세상일까. 너의 시선이 너의 미래를 또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너를 둘러싼 모든 것의 변화와 부조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내 작은 바람처럼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 살고 있을지, 그 모든 것이 궁금해. 너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안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희망을 품고 있는지 궁금해. 예술의 힘에 기대 너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줘 볼까 해.

 

01 사랑

사랑이 뭘까? 항상 답하기 어렵네. 지금 내가 정의하는 사랑은 개체 간의 강력한 유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용서와 이해, 관용과 희생을 포함해.

나는 사랑하면 연대가 생각나더라. 우리는 종종 사랑을 개인 간의 감정이나 관계로 생각하지만, 사랑은 더 넓은 의미에서 우리를 결속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어.

사랑은 우리를 서로 연결하고,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함으로써 연대의 기반이 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지. 그런데 세상 한 켠에서 일어나는 연대가 나의 이목을 끌었어.

불안정 대기’. 말 그대로 불안정한 대기. 이 속에서 착륙하지 못하고 배회하는 비행기들이 있어. 비행기들은 착륙할 미지의 공간에 위치한 ‘A’에게 편지를 보내. 편지를 보내온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양극단의 갈등 때문에 불안정한 공간으로 보여. 그 속에서도 몇 년간 끊이지 않고 있는 난민 문제. 땅에 닿을 수 없이 배회하는 그들의 초조함으로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방황하는 이들의 착륙을 있는 힘껏 막는 자들이 있어. 헤드셋을 쓰고 영상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어. 흑백 렌즈로 현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영상은 가짜 난민 반대 시위에서 반대하는 입장으로 등장해 인터뷰하는 초등학생의 말을 전해. 나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은밀하게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성이 나와. 이 현장에 나온 이들의 연대는 자국민 보호의 의지로부터 촉발된 사랑의 연대일까.

겨우 착륙한 비행기에서 내린 난민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화면의 연속은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 우리 사회가 과연 소수자들에게 사랑의 힘을 전달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들을 듣는 방식이 어떤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배한솔 작가는 착륙하지 못하는 비행기 안에서, 즉 부유하는 공간에서 ‘A’에게 편지를 보내며 난민과 환경에 대해 현재에 나타나는 사회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시 설명 中)

 

02 영원

영원을 믿지 않아. 영원한 존재에 대한 믿음은 나의 심장 깊은 곳에서 항시 부재로 느껴졌어. 나는 항상 현실의 끊임없는 변화와 유동성을 체감하며 정신없이 살아가. 삶은 끊임없이 흐르고, 우리는 그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오히려, 나는 이 변화와 불확실성이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느꼈어. 요동치는 일상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잖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믿음은 나를 과하게 안주하게 하는 것만 같았고, 그래서 영원한 존재가 없다는 것에 안도감이 생겨.

내가 믿지 않는 영원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시간과는 다른 차원에 속해. 그것은 순간의 유한함을 초월하기에 끝없는 시간의 흐름에 의해 손상되지 않아. 시공간의 틀을 넘어. 어떤 형태나 명칭에도 구속되지 않아. 그리고 변화와 쇠퇴에 저항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관통해.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미지의 영역에 뿌리를 두고,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의 본질을 초월해.

그러나 영원은 우리에게 미지의 영역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우리 존재의 유한함을 깨닫게 해. 그런 생의 유한함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을 마주했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의 존재는 확연하게 커. 반려동물은 단순히 위로를 주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가족 구성원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까지 하는 삶의 동반자야. 그리고 나는 오늘 이러한 존재인 반려동물의 장례식을 봤어. 그들의 죽음을 봤다는 소리야. 어떻게 보면 당연한 관례야. 평생을 함께한 소중한 동반자의 죽음은 슬프고, 추모할 수 있어.

그런데 나는 무엇인지 모를 기이함을 느꼈어. 인간으로부터 선택 당하고 결국 무조건적으로 인간보다 짧은 명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또 다시 인간의 관점에서 풀어냈잖아. 단순히 소중한 존재의 죽음에 대한 애도의 표현이라고 보기엔 그 이상의 여지가 느껴져.

빼곡히 줄지어 선 추모 비석, 박제 형태의 보관, 유골을 고온 융화 시켜 만든 메모리얼 스톤에서 인간이 전적으로 의지한 존재의 소멸을 붙잡고자 하는 집착과 자기 위안이 엿보여. 반려동물이 살아있는 동안 인간에게 보인 맹목적인 사랑 그리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이것이 이들이 영원을 기록하는 방법일까. 어쩌면 영원이 없음에도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름다운 것일지도.

반려동물의 사후에 대한 이러한 기록은 우리가 결국 구체화하지 않은 영원에 대한 물음을 던져. 대상에 대해 책임을 진 순간부터 결국 마주할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통해 불멸하는 영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금혜원 작가는 반려동물 장례의 모습을 담담히 담은 작품을 보인다. 영원한 존재로 남는 반려동물의 모습이 변화해가는 사회 문화를 비추고 있다.

(전시 설명 中)

 

 

03 필연

우리의 관계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우연에서 시작해 필연으로 가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필연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 사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그 안에서 우연이 시작되고 결국에는 필연이라는 본질로 회귀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우리와 주위 환경 사이의 필연에 대해 생각해 봤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가장 본질적인 유대가 아닐까. 우리는 자연의 손길에 흔들리고 도시의 혼란 속에서 미묘한 울림을 느껴.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에 쓰인 필연적인 이야기들이겠지.

우리는 이 필연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돼. 

마치 우주의 신비한 여정에 초대를 받은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의 세계에 들어갔다 왔어. 그가 미지의 공간에서 찾아낸 물질들이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만들어 내. 이 세계에서 새로운 차원을 탐험했어. 물리적인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만나는 곳에서 필연적 관계가 재탄생한 느낌이었어. 비미술적 재료들의 한데 얽힘에서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과 맺고 있는 필연과, 그 관계가 우리의 삶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했어.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우리와 자연, 우리와 사회, 우리와 우리 자신 사이의 필연적인 관계를 살펴봤어. 플래시를 켜 밝게 비추면 완전히 탈바꿈되는 이 작품처럼 어쩌면 조건에 구애받지 않을 우리 모두의 관계는 필연적이지만 그저 둘러싼 환경에 따라 다르게 조명되는 것일까. 이러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우리가 놓치는 상호작용과 영향을 드러내.

우리의 삶과 주변 환경 간에 미묘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조명해. 서로 교류하는 존재들의 에너지와 감정을 표현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미학적 연결성을 발견해.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더욱 완성되고, 더 높은 차원의 연결을 경험하겠지. 우리가 서로의 숨결을 나누는 필연의 미학으로 함께 가보자.

홍장오 작가는 미지의 공간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찾아가며 물체를 조합한다. 새로운 관계가 감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며 미래 환경에 대한 부지불식간에 놓인 관계성을 간접적으로 감각할 수 있다.

(전시 설명 中)

 

04 모순

우리는 끊임없는 삶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 모순은 상충의 의미를 담고 있지만 결국에 병렬적으로 혹은 겹쳐 존재한다는 점에서 너무 매력적이라, 우리는 두려움에 그것을 피하려 하면서도 동시에 탐구하고자 해. 모순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미묘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지. 우리는 자유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안정성을 원하고, 엄청난 모험을 꿈꾸지만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를 꺼려. 또한 사랑을 원하면서도 상처를 두려워해.

자연과 인간 사이에도 끊임없는 모순이 존재하곤 해. 이 모순들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우리의 존재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민하게 만들어.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통제하고자 해. 자연의 순환과 변화를 경이롭게 여기지만, 동시에 그것에 대한 우리의 무지함과 무력함에 대해 두려움을 느껴. 이 모순은 우리가 자연의 힘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욕망과 그것을 지배하려는 욕망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겠지.

그리고 오늘은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그린 그림을 봤어. 밝고 상쾌했어. 언뜻 보면 반복되는 붓의 터치로 이루어진 그림 같다가도 다채로워. 그림 속 인물과 동물은 함께 자연의 날씨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보여. 왼쪽의 그림은 새가 봄을 물어다 주는 것 같고, 오른쪽 그림은 특이하게도 푸른 잎사귀들 위로 눈이 쌓였어. 인간이 일상을 함께하는 고양이, 강아지와 계절의 변화를 몸소 만들어가고 느끼며 지내는 형상이야.

옆으로 시선을 옮겨봤어. 한껏 어두워진 것 같지 않아? 아까의 평화롭던 조화에 불덩이가 내려앉았어. 분명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인간이 통제를 시도하다 마침내 얻은 재해 같이 느껴졌어. 또 옆을 봐. 수많은 파괴와 질병이 덮친 어둠 속에서 한가지 희망을 붙잡고 있는 인간처럼 보였어.

더 어두운 무채색으로 자연과 일상을 그려냈어. 자연은 조화와 혼돈을 모두 담고 있어서 우리를 그 위대함에 경외하게 만들고 예측할 수 없음에 겸손하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

결국 이 관계의 모순은 존재의 본질적인 복잡성을 상기시켜.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성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지만, 분명 자연은 우리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두려움에 맞서고, 혼돈 속에서 의미를 찾도록 도전하게 해. 이게 우리와 자연의 관계성을 정의하는 모순일까.

김은정 작가는 일상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삶과 직결된 현상을 관찰하여 이를 작품에 담았다. 날씨, 과거, 재난, 질병 등의 내용을 담은 회화는 현재의 이야기를 담고 이와 동시에 과거를 품고 있다.

(전시 설명 中)

 

시간이 흘러 너와 이 세상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했을지 모르겠지만, 이 편지를 통해 오늘을 전하고 싶어. 오늘의 기록이 네가 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여전히 필연의 법칙 속에서 끝없는 변화를 겪으며 영원을 재정의해 보기도 하고, 모순의 미묘함 속에서 삶을 헤아려보며 이 모든 것을 사랑해 보고자 하고 있을까…

2024.05.06

 

전시명: <Dear.D>

참여작가: 금혜원, 김은정, 배한솔, 홍장오

장소: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위치: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65 상상마당 빌딩 4F, 5F

일정: 2024.04.25-2024.06.02

운영시간: 11:30-19:30 (입장마감 19:00), 매주 월요일 정기 휴무

관람료: 무료

영원
AUTHOR PROFILE
영원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3

  1. Finally A+
    Finally A+ 2024.05.06 22:28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사랑하려는 시선이 돋보이네요ㅎㅎ 영감을 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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