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플레이리스트

신촌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노래가 될까요?
처음 널 만나는 날 노란 세 송이 장미를 들고
룰루랄라 신촌을 거니는 내 가슴은 마냥 두근두근…
<좋아 좋아> – 일기예보
첫 사랑의 달콤함에 빠져드는 기분이 드는, 일기예보의 <좋아 좋아>.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노란 세 송이 장미를 손에 들고 날아갈 듯 경쾌한 발걸음으로 신촌을 가로지르던 기억이 마치 내 것인 양 느껴집니다.
어느 누군가의 사사롭고도 향기로운 추억이 가사를 타고, 음률을 타고 꽃잎처럼 날리는 신촌입니다.
신촌을 거니는 당신의 일상 속에는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나요?
- <그대에게> – 무한궤도(신해철)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신촌’ 하면 왠지 <그대에게>가 떠오른다. 서강대학교 학생이었던 신해철의 인상이 신촌과 함께 연상되는 것일까.
‘내가 사랑한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해도 그대를 포기할 수 없노라’고, 장엄한 사랑의 맹세를 목이 터질 듯 외치던 신해철의 모습은 나에게 젊음의 표상이다..
힘찬 전주의 사운드에, 노래를 듣자마자 마음이 벅차오르는 노래, <그대에게>.
– 류OO
-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 10cm
“하루도 이틀도 사흘도 배겨낼 수가 없네, 못살고, 못 죽고.
그대 없는 홍대, 상수동, 신촌, 이대, 이태원… 걸어 다닐 수도 없지”
고등학교 시절, 나에게 서울은 꿈의 공간이었다.
야자시간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이 알 수 없는 서울의 여러 동네 이름들을 생각했다.
어떤 곳들일까? 이 동네들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본 적이 없으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 이야기인 듯 불러대는 이 유명한 노래를 나만 의문스럽게 여기고 있으니, 소외감에 약이 오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과 함께 묘한 기대감이 차오르기도 했다.
대학에 붙고 서울에 처음 올라와 거대한 신촌오거리를 내 눈앞에 마주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세상에 사거리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렇게 거대한 ‘대도시’적 풍경을 이제부터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니…
염려가 무색하게, 놀러다니다 보니 요란하고도 거대한 신촌 일대가 그저 내 방처럼 느껴지게 됐다.
그럼에도 미지의 세계에 마침내 발을 들여, 그 세계를 알아가는 들뜸은 빨리 가시지 않았다.
드디어 나도 ‘신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구. 심지어 아는 걸 넘어, 무려 여기서 살고 있다구!
그대 없는 홍대, 상수동, 신촌, 이대, 이태원 걸어 다닐 수 없다는 가사를 한동안 닳도록 흥얼거리며 다녔던 스물 한 살이었다.
-김OO
- <토요일 밤이 좋아> – 로맨틱펀치

“월요일은 싫어 (싫어)
화끈한 우리가 있는 토요일 밤이 나는 좋아”

서강대학교 락밴드 광야 정기공연(2023.03.31)
이 노래를 학교 축제에서, 또 신촌 공연장 ‘몽향’에서의 동아리 밴드 공연에서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른 기억이 청춘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학기 시작 시즌이면 밤에도 낮처럼 환하고 떠들썩하던 신촌 거리가 눈에 선하다.
– 강OO
- <너의 파도> – 바이바이배드맨

“아직 남아있을까,
너의 기억 속의 희미해진 나”
마드리드에 도착한지 4개월이 지났다.
이 곳이 두 번째 마음의 고향이 되어가고 있는 즈음, 나는 첫 번째 마음의 고향이 되어준 마포와 신촌 거리를 전보다도 자주 생각한다.
실제 고향인 창원보다도, 어쩌면 더 고향같은 곳이다.
서강대학교가 신촌에 있는 덕분에, 20살 가을부터 23살 겨울까지 3년 넘게 신촌역 바로 앞에서 생활했다.
그런 나에게 신촌은 다소 무지하고 막막한 세계이던 서울에 마음을 붙일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다.
시차가 7시간인 이곳 땅에서 신촌을 떠올릴 때면, 먼저 서강대학교를 중심으로 머릿속에 풍경을 그려 나간다.
우리 집은 신촌역 6번 출구 앞. 출구로 내려가 2번 출구로 다시 나가면 모두가 흔히 생각하는 대학가의 거리 “신촌”이 나온다.
반대로 6번 출구에서 그대로 올라가다 보면 서강대학교가 나타나고, 경의선 숲길이 잇따른다.
대학생들의 풋풋한 웃음으로 가득 찬 신촌 거리뿐 아니라, 서강대 너머의 나무 가득한 경의선 숲길까지가 내가 생각하는 신촌이자, 나의 대학 생활이자, 여름이다.
그런 내가 신촌역 출구에서 나오기 직전에 꼭 틀던 노래, 바이바이배드맨의 ‘너의 파도’.
보글보글 거리는 전주와 함께 느즈막히 귀를 사로잡는 첫 소절, ‘아직~ 남아있을까~’.
집을 가거나 대학가의 거리로 향하기 위해 신촌역 플랫폼에서 출구로 나가면 계단을 오르기 전 푸르른 나무와 하늘이 네모난 출구 프레임 안에 담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매일 보는 곳인데도 다른 세상으로 가는 느낌. 그 세상을 바라볼 때 ‘너의 파도’가 귀에서 흘러나오는 짜릿한 느낌.
마치 저 프레임을 넘으면 샴푸향 나는 이 노래처럼 산뜻하고 설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시원한 한잔을 함께 넘기기로 한 친구들이 있는 신촌 거리를 향해 걸어오를 때, 설렘은 이 노래와 함께 마음 속에서 끝도 없이 번졌다.
한참 이 노래를 듣던 여름, 지금 이 글을 다뤄줄 나의 친구 규리가 떠올랐다.
여느 때처럼 신촌역을 오르면서, 이 노래를 아냐며 연락했다. 이 노래를 분명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을 굴리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던 노래라고 답장이 왔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고, 여름의 청푸른 나무를 좋아하고, 여름에 듣는 샴푸같은 노래들을 좋아하고, 그 노래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였다.
나에게 여름은 청춘이고, 이 모든 것이 존재했던 청춘의 공간, 신촌을 사랑한다.
– 황OO
- <숱한 밤들> – 술탄오브더디스코(Sultan of the Disco)

“우리 사랑했던 마음은 아직 그대로인데
이렇게 그대 나를 떠난다면
그 숱한 밤들은 모두 다 어떡하나”
대학교 1학년 때, 첫사랑과 헤어지고 밤마다 펑펑 울며 들었던 노래다. 신촌 골목 어느 원룸에서…
– 이OO
- <2 KIDS> – 태민

“We were just too young”
태어나서부터 쭉 살았던 대구를 떠나, 신촌의 자취방에 도착한 첫날 이 노래를 닳도록 들었다.
그 날은 8월의 한중간이었음에도 나는 이 노래의 온도를 차갑게 기억한다.
이제부터 혼자 살아야 한다는 막연한 떨림과 낯섦이 밝지만은 않은 노래 가사와 마구 뒤섞여 낮은 온도로 남았나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이 노래를 다시 들었을 때 느껴지는 낯선 느낌에 깜짝 놀랐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신촌을 이렇게 낯설고 차갑게 느꼈던 적이 있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이사 첫날 무한 반복했던 이 노래가, 잊고 지내던 그 생경하고 풋풋한 느낌을 담아두고 있어 참 반갑고 소중했다.
낯설었던 것들과 친밀해지며 내 세상을 넓힌 첫 걸음은 신촌에 닿아있었구나~ ♪ ♪
– 정OO
- <신촌을 못 가> – 포스트맨

“신촌을 못 가……”
아무래도 저에겐 <신촌을 못 가>겠죠…
– 정OO (고려대학교 재학 중)
신촌이 음악이라면, 아마도 그것은
움트는 새싹과도 같이 생동하는
이곳 청춘들의 삶의 합주곡일 테다.
초여름 햇볕처럼 간지러운 웃음소리와, 때로는 고요하게 떨어지는 눈물의 소리도, 동이 틀 때까지 이어지는 자그마한 서로의 속삭임까지
모든 이들의 살아가는 소리가 하나씩의 선율이 되어 우리의 귓가에 흐른다.
음악과 함께 울고 웃었던 신촌에서의 기억들로 채워진, 우리의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음률보다 아름다울 청춘들의 이야기.
<잔치의 ‘신촌 Playlist’> : https://open.spotify.com/playlist/5W8UltgIa1JELzUecxSzdM?si=IAt3QIiITrSYHDsZ7qFfSw&pi=a-nB_E9oxPSm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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