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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5 · 04 · 29

239. 시골 여름으로 가는 타임머신

Editor 3호

경의선숲길로부터 5분만 걸으면 시공간이 뒤틀려 버린 장소를 찾을 수 있다. 매미 소리가 들린다면 이미 늦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당신은 5살이 되어 시골 할머니 댁에 도착한다. 풍경 소리와 함께 추억을 통과하는 이곳은 코후꾸 잡화점이다.

 

들어서면 어디서 본 듯하면서도 본 적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코후꾸 잡화점의 정경은 절대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볼 때마다 다른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화려함과 어딘가 그립게 느껴지는 향수가 동시에 밀려온다. 모든 물건은 기본적으로는 90-00년대의 제품들이고 오래되기로는 70년대의 제품들까지 있다.

골동품을 다루는 잡화점이라고 명명된 만큼 물건 종류 또한 다양하다. 인형과 피규어는 물론이고 게임기, 자명종, 풍경, 지갑, 목걸이…. 소품의 하위어에 속하는 물건은 모두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여기서 ‘여타 소품샵들과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데, 이를 현 시대 소품샵의 흐름과 함께 설명할 수 있다. 만약 지금을 소품과 팝업이 지배하는 ‘대소품샵시대’에 빗댄다면, 연남-홍대-신촌은 캐릭터 IP를 근간으로 둔 소품샵의 메카이다. 타 지역의 소품샵들은 크기가 커지면 이곳으로 매장을 이전하는 일이 빈번할 정도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코후꾸 잡화점의 전경은 손꼽힌다. 빈티지 소품 자체를 다루는 매장 자체가 이 지역에서조차도 몇 없고, 입고되는 물건도 전부 희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몇몇 플랫폼에서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조품, 혹은 어딜 가나 비슷비슷하게 귀여워버린 소품을 다루는 몰개성한 가게에 지쳤다면 코후꾸 잡화점에 와 볼 이유가 충분하다.

몇 가지 눈 여겨 본 것들만 나열해 보자면, 아다치 미츠루의 92년 연재작 ‘H2’ 오리지널 일러스트 포스터, 97년도 ‘뿌요뿌요’ 게임기, 82년도 ‘꾸러기 닌자 토리’ 잡지 등이 있다. 그밖에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귀여운 인형과 피규어 등이 있음은 당연지사다.  

 

매장이 좁은 편이지만 물건이 테트리스 하듯 들어차 있어 자세히 볼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할머니 댁 서랍을 몰래 열어보듯이 매장 내 모든 닫힌 서랍을 열어 뒤적거려도 된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에디터가 일일이 잘난 체하며 설명하기보단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는 편이 유익할 것 같아 여러 질문을 드려 보았다.

 


매장 구석에서 이런 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옛 물건의 유니크함과 촌스러움에 대한 애정이 매장 운영의 시작이라고. 코후꾸 잡화점을 시작하게 된 정확한 계기가 더 듣고 싶다.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며 소품샵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 과정에서 손님들과 소통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껴 이러한 가게를 차려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곤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강아지가 갑자기 많이 아파서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소장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던 게 시작이었다. 온라인에서 출발하여 오프라인 매장까지 오게 되었다.

 

가게 입구가 압도적이었다. 연남동 한복판에 시골 할머니 집 앞 슈퍼가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매장으로 들어오니 여름 매미 소리도 틀어져 있더라. 공간을 꾸밀 때 어떤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썼는지 알고 싶다.

촌스러움. 오래된 느낌을 가장 중요시했다. 가게의 인테리어 제품들은 모두 가게와 어울릴지를 꼼꼼히 선별한 뒤 사용한다. 예를 들어, 가게 밖에 있는 어닝(건물 외부에 설치되는 햇빛/비 가리개. 처마와 비슷하게 생겼다.)도 일본의 오래된 가게들이 쓰는 양식을 채택했다.

 

매장을 운영하며 있었던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온라인 손님분들이 오프라인샵 오픈을 직접 오셔서 축하해 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코후꾸 잡화점의 시작은 인스타그램의 라이브방송(빈티지 제품은 라이브를 통해 판매하는 일이 빈번하다.)이었다.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손님들과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다. 오프라인 가게의 개업 날에는 직접 찾아와 주기까지 하셨는데, 매장 청소를 마치 직원처럼 도와주시어 손님이 다른 손님을 맞이하는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찾아와 주신 손님분들께는 커피도 드리고, 가게 앞에서 축하 팡파르도 함께 터트렸었다.

(웃음) 동물의 숲에 나오는 장면 같다.

 

매장에 입고시킬 물건을 셀렉할 때의 기준이 있는지 알고 싶다.

너무 예쁜 건 잘 안 가져오려고 한다. 코후꾸 잡화점은 결국 시골을 표방하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리오 시리즈 중에서도 레이스나 공주풍 의상을 입은 시리즈들이 있는데, 그런 친구들은 우리 가게에서는 찾기 힘들다.

그럼 개인적으로 빈티지 제품을 구매할 때의 기준이나 철학도 궁금해진다. 본인의 경우에는 얼마나 나만 좋아할지를 염두에 둔다. 나만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꼭 챙긴다.

어릴 때부터 촌스러운 색감과 느낌을 좋아해 왔다. 그래서 촌스러운지가 가장 큰 기준이다. 그 외에는 얼마나 시간의 흔적을 지녔는지를 본다. 물건이 오래될수록 많은 사람의 손을 탔을 텐데,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물건이라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상상하게 만드는 매력인가.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도 깨끗한 것보단 빛바래고 긁혀 있는 걸 좋아한다.

 

가게에서 팔지 않는 소장품들도 많이 보인다. 가장 아끼는 물건은 무엇이고 희귀한 물건은 어떤 건지 알고 싶다.

가장 아끼는 건 쌍둥이 아기 피규어(사진의 중앙 우측.)로 입구에 진열해 두었다. 일본 첫 출장 때 반해서 사 오게 되었다. 피어싱과 타투…. 어딘가 매력적이다. 살 때부터 절대 팔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매물 자체를 못 보기도 했다.

첫사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못 판다 싶은 건 고양이 피규어(왼쪽 상단. 가짜 고양이다.)다. 진짜 고양이 같아 손님분들을 많이 놀라게 하는데, 코후꾸잡화점만의 순간을 만들어 준다. 그러한 순간이 코후꾸 잡화점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니 절대 팔 수가 없다.

일종의 매장 마스코트 같다.

정말 그렇다.

 

가장 희귀한 건 역시 아까 입구에 있던 호빵맨과 식빵맨 인형(입구 사진 쌍둥이 좌우.)이다. 식빵맨은 80년대 빈티지 인형인데, 매물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있더라도 저렇게 상태가 좋진 못하다.

 

또 다른 건 ‘라라의 스타일기’ 거대 나봉이 인형이다.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 원래는 두 친구가 있었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버려서 한 친구는 그냥 데리고 있기로 했다.

 

여긴 오래된 몬치치 인형들이다. 오래전 모델이라 색감도 지금은 찾을 수 없는 쨍한 색감이고, 재질도 특이하다. 만져 보면 알겠지만 몬치치 몸이 나무처럼(현재 몬치치 모델들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기 인형 질감으로, 덜 단단하다.) 딱딱하다.

 

구하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구하지 못했던 일명 ‘위시’가 있는지 알고 싶다. 있다면 어떤 물건인지도.

’아사리짱’(무로야마 마유미의 78년 연재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상 애니메이션)이라는 일본 고전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서 아사리짱의 100cm 피규어를 꼭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가격이 100만원이더라. 그래도 가지고 싶어 일본에서 발견하면 데려오기로 결심했는데, 발견조차 하질 못했다. 아쉬운 대로 그것보단 작은 사이즈의 피규어를 데려왔었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에 한이 남는다. 이건 매장에서 판매 중인 아사리짱의 엽서이다. 

 

매장 진짜 마스코트 캐릭터 ‘팬다’에 대한 이야기도 꼭 들어보고 싶었다. 코후꾸 잡화점에서는 마스코트 캐릭터 굿즈나 핸드메이드 소품들도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보고 캐릭터 디자인이 너무 취향이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친구랑 보는데, 아즈키 판다라는 쿠션이 나왔다. 그게 너무 귀여워서 친구에게 나도 저런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럼 만들라고 하는 친구의 말에 판다는 너무 흔하다고 답했더니 “그럼 그거 어때? 팬더인데 몸이 펭귄인 거야. 눈은 한쪽은 X자고 다른 한쪽은 십자가인 거야.”라는 말이 다시 돌아왔다. 친구가 그때 한 아무 말에 꽂혀 그 자리에서 쓱쓱 그려낸 게 지금의 ‘팬다(펭귄+판다)’다.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팬다의 이름 유래가 진짜 ‘(주먹으로) 팬다’라는 것도 보았다. 정말 웃기더라. 

 

친구분과 빈티지 샵 ‘하무니 장롱(할머니장롱)’도 운영 중이지 않는가. 하무니 장롱에서는 옷을 셀렉할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매장을 구성하는지 알고 싶다.

일단 상태가 좋아야 한다. 원래는 친구와 나의 취향대로만 골라 가져 왔는데 옷은 생각보다도 손님들의 취향까지 더 고려해야 하더라. ‘하무니 장롱’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할머니 옷 같은 촌스러운 우리의 취향과 손님들이 좋아하시는 요즘 유행하는 취향을 결합해야 한다. 친구랑도 취향이 조금 달라서 나 자신과 친구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교집합을 찾는다.

사실 아까 이미 하무니 장롱에서 치마를 한 벌 사버렸다.

 

앞서 언급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짜로, 코후꾸잡화점의 소품들은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장님이 물건을 판매할 때 달아두는 작은 코멘트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몫하는 것 같다. 여기서 물어보고 싶은 건 빈티지에 대한 것이다. 빈티지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누군가의 추억이 나에게 흘러오는 것이다. 게다가 빈티지는 같은 제품이라는 게 없다. 이것 하나뿐이고 다신 찾을 수 없다는 게 빈티지의 가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빈티지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비슷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 이건 이것뿐이라는 특별함.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매장 운영 계획이나 최종적인 꿈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원래 꿈이 조그마한 공방을 차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 지금은 꿈을 다 이루었다.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다. 코후꾸 잡화점만의 시골 느낌은 작은 매장 크기에서 오는 것 같다. 소소한 이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늑함이 있는데, 가게를 확장하거나 2호점을 만든다면 더 이상 이런 옛날 문구점 느낌도 안 날 것 같다. 쫓겨나지 않고 여기서 쭉 운영하는 게 꿈이라면 꿈이다.

절대 쫓겨나면 안 된다. 그건 에디터 본인의 꿈이기도 하다. 작은 매장에 오밀조밀 가득 차 있는 게 너무 매력적이다.  

 

진짜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마치며, 혹시라도 코후꾸 잡화점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줄 수 있는지.

가게 앞에 팻말이 붙어있다. ‘복생어미’라고 읽는데, “행복은 작은 일로부터 온다”라는 뜻이다. 그 말처럼 코후꾸 잡화점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우리 매장을 둘러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그로 인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가게 이름인 코후꾸(행복)인 이유겠다. 추억에서 시작해서 행복으로 끝나는 게 코후꾸잡화점인가보다. 친절한 답변에 감사드린다.  

 


 

추억을 잔뜩 둘러보았고 어느새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런 우리를 배웅해 주는 것은 특이한 계산대. 삑삑 소리와 천천히 나오는 영수증이 특별한 순간을 만든다. 떠나는 게 아쉽다면 하단 부록을 참고해서 할머니 댁 장롱을 둘러보며 현실로의 도착을 지연시키자. 정 그래도 아쉽다면 추억이 전자신호를 통해 전달되는 이곳이곳을 참고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까지 추억이라는 행복을 판매하는 코후꾸 잡화점이었다.

 


부록 페이지: 하무니 장롱

코후꾸잡화점으로부터 3분만 걸으면 이번에는 할머니의 옷장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나니아 연대기’의 사자와 마녀는 없지만 예쁜 옷은 참 많다. 추천하는 것은 요람 속의 시즌 오프 의류. 열심히 뒤적거리다 보면 내 거다 싶은 옷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벌은 7,000원, 두 벌 사면 10,000원이다.

 


코후꾸 잡화점

서울 마포구 연남로 3길 13, 1층

목-월 14:00-20:00

화, 수 정기휴무

@kohuggu_market

 

하무니 장롱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길 72, 1층

목-화 14:00-20:00

수 정기휴무

@hamuni_closet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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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원초적 반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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