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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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15 · 09 · 21

12-2. Universe [INTERVIEW]

Editor 고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27살이고, 이찬솔이라고 해요.

 

*맨 처음 음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음악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했어요. 저희 집이 팝송 같은 걸 많이 들었었는데, 집에 파란색 기타 악보가 있었어요. 비틀즈 같은 유명한 노래들 악보들이 수록되어 있더라고요. 전 어렸을 때부터 콩나물 악보를 무서워했는데, 그 악보에는 알파벳 코드가 써있었어요. 그래서 이거대로 연주하면 이렇게 나오나? 싶어서 기타를 샀죠. 3학년인가 4학년 때.

 

*첫 연주는 어땠나요.

당연히 못했죠. (크하하)

 

*그럼 지금도 콩나물 악보는 보기 싫어하세요?

네. 무조건 코드로만 해요.

*유니버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온 건가요?

고등학생 때부터 밴드를 하게 되면 무슨 이름을 써야 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가만히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은 다 끝이 “스”로 끝나더라고요. 비틀즈 오아시스 트레비스… 다 스로 끝나요. 그래서 어, 나도 이름 뒤가 스로 끝나면 좋겠다, 그런데 사람들이 안 쓰는 이름으로 쓰고 싶다, 그런데 이름도 포괄적이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유니버스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아, 며칠 전에 추가한 의미로는, 노래에 코러스가 있고 벌스가 있어요. 그리고 유니uni-라는 말을 단어 앞에 붙이면 그 단어가 되게 넓은 의미가 확장되잖아요. 그래서 유니랑 벌스를 합친 게 유니버스라는 이름의 의미가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제가 추구하는 음악이 듣기 힘든 노래가 아니고 누구나 들어도 좋은 노래를 만드는 거였는데 거기에 잘 부합하는 것 같아서. 나중에 제가 유명해졌을 때 유니버스라는 이름 어떻게 만들었냐 물어보면 그렇게 대답하면 멋있을 것 같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신 자작곡들 보면, 제목이나 가사가 시적이라는 느낌이에요.

전 외국 노래에서 가사나 제목 같은 걸 많이 따와요. 예를 들어서 오늘 촬영한 <눈을 뜨라고> 라는 노래 제목도 그래요. “open your eyes”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되게 많잖아요. 영어 가사들 풀이해보면 어떤 의미인지 나오니까, 그걸 한국말로 나한테 맞게 풀어서 쓰곤 해요.

 

*이런 식으로 작사하시는 분은 처음 봐요. 영감은 어떻게 받으세요?

그냥 길거리 다니다가, 생활하다가. 오늘 촬영에서도 받았어요. 원래 제가 오늘 촬영한 자작곡에는 휘파람이 안 들어가요. 근데 뭔가 연주하다 보니까 뒷부분을 휘파람을 넣으면 괜찮을 것 같다 싶어서 했어요. 그런 식으로 영감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 영감들로 어떤 노래들을 만들고 싶으세요?

저는 포괄적인 노래와 가사를 만들고 싶어요. 어떤 사람이 들었을 때 자기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예를 들어서 “너는 정말 아름다워”, 이런 건 너무 직접적이잖아요. 그런 거보다는 은유적으로, 아름다운 너를 보면 내 기분이 좋아지는 거니까 “내 마음에 해가 떴다” 이렇게 포괄적으로 가사를 쓸 수도 있겠죠. 근데 해가 뜬 이유는 네가 아름다워서뿐만 아니라 사람들마다 의미부여를 할 수 있잖아요. 빚에 쪼들리는 사람이 들으면 아, 나도 해가 뜨는 것처럼 언젠가 빚을 다 갚고 빛을 볼 수 있겠지 이런 식으로.

 

*듣기에 편한 노래를 지향하시네요.

네. 무조건. 근데 이제 듣기 진짜 불편한 노래도 만들어보고 싶긴 해요. 듣기 싫은 노이즈나 쿵쾅거리는 거.

 

*성인이 되고 나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재수를 했거든요. 재수를 하면 많은 걸 느끼잖아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많은 것들 것 느끼는 게 재수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 때 알바를 했었는데 편의점, 요식업, 주차장 안내, 엘리베이터 비닐 떼기, 하여간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엄청 많이 하고 알게 됐죠. 알바만 해도 생계는 되겠다. 인간이 지금 같은 시대에 밥을 못 먹고 산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구나. 그 때 생각을 굳혔어요.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음악을 해야겠다. 제가 겁 났던건 선생님들이 하신 말씀들이었어요. 제자 중에 음악 잘하던 애 지금 나이트에서 공연하고 있다 뭐 이런 것들.

 

*스무살이 인생의 분기점이신 거네요.

네. 근데 저희 집안이 망했다가 잘됐다가를 거듭해서 분기점이 되게 많아요. (하핳)

 

*부모님이 터치는 안 하세요?

오히려 좋아해요. 사촌 형이 결혼을 할 때 축가를 불렀는데, 결혼식 사진가 분이 혹시 인사동에서 거리공연하시는 분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장난 아니다 엄청 잘한다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 때 부모님이 그걸 들으셨어요. 아들이 대학도 안 나오고 뭐 하고 다니는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이 알아주니까 좋아하셨겠죠.

*페이스북 보면, 인사동이나 삼청동 말고도 공연을 되게 전국구로 다니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다니는 거 재밌어요. 최근엔 부산도 갔는데 경포대도 진짜 재밌었어요. 사람들이 영화 비긴 어게인 노래 중에 <lost stars>를 좋아해서 그 곡으로 버스킹을 하면 되게 많이 와요. 근데 가사 중에 “It’s hunting season”이라는게 있잖아요. 와 헌팅 진짜 많이 하더라고요 경포대. 거의 무슨 1분에 한번 꼴로 보였어요.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나요?

며칠 전에 속초 갔을 때 술을 엄청 먹고 공연을 한 적이 한 번 있었어요. 그 때 제가 어떤 아저씨를 만났는데 그 아저씨랑 얘기하다 보니 술을 많이 먹게 돼서… 새벽 두시에 공연을 하게 됐는데, 원래 제가 공연할 때 말을 잘 안 해요.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니까 보통은 노래만 하는데, 그 때는 사람들이랑 되게 많은 대화를 했어요.술 취해가지고… 속초 뭐 하러 왔어요? 놀러 왔어요? 여자 만나러 온 거 아니에요? 너네 헌팅하러 왔지 너네 아까 걸어가다가 여자 세 명한테 말 거는 거 다 봤다! 이러고. 그러고 다음날 공연을 또 했는데 어떤 사람이 저 보더니 “어! 야! 어제 잘 들어갔어?” 이러는거예요. 전 기억이 안 나가지고 뭐지? 했는데 “어제 우리 예스터데이 브라더스 하기로 했잖아” 이러더라고요… 보는 눈이 많아서 서울에서는 이런 공연 못 할 것 같습니다.

 

 

*길거리공연은 언제 처음 하셨어요?

고등학생 때. 그 때 제가 실용음악학원을 한달 다녔었는데 거기서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직업체험 같이. 전혀 떨리지는 않고 오히려 좋았어요. 새로웠고. 내 공간은 항상 집, 운동장, 학교, 이랬는데 이런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날 보는 가운데 내가 이런걸 할 수 있다는 게.

 

*길거리 공연할 때 제일 인기 많은 신청곡이 뭔가요?

데미안 라이스 노래요. 근데 전 별로 안 좋아해요. 제가 봤을 때 데미안 라이스는 노래가 좋다기 보다는 분위기가 좋은 거 같아요. 약간 나그네 같은, 자유스러운 분위기잖아요. 제가 얘 앨범 다 들어봤는데 저한테는 귀에 딱 꽂히는 노래가 없었어요.

 

*분위기가 좋은 노래라는 게 유니버스씨가 추구하는 듣기 편한 노래라는 거 아닌가요?

저한테 듣기 편한 노래라는 건 코드 진행이 자연스럽다거나 악기를 적재적소에 쓴다거나 하는 거예요. 근데 데미안 라이스 노래는 약간 두서가 없는 것 같아요. 전개가 이랬다 저랬다. 가사도 뭐… 전 한국인 이니까 뭐라고 얘기하는지…(허허)

 

*길거리공연을 할 때 힘든 점이 있나요?

아무래도 장소가 좀 그렇죠. 제가 여러 군데에서 길거리 공연을 다니는 게 그런 거에 대한 연습도 있어요. 아무데서나 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기르는 거. 공연을 할 만한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계속 하던 데서만 하면 안 되잖아요. 다양하게 많이 다니면 그런 능력이 좀 길러지죠. 강원도 갔다가 엊그제 서울에 돌아왔는데 이제 할 수 있는 장소가 되게 많이 보여요. 시야가 트인 것 같아요. 신촌에서는… 유플렉스 앞 말고도 현대백화점 뒤가 좀 보이더라고요.

 

*저희 오늘 촬영도 야외였잖아요. 주택가에서 했는데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려서 민원 때문에 조금 걱정됐어요.

제가 길거리 공연을 하다 보니까 민원이 안 들어오는 법을 알게 됐어요. 주택가에서 한다고 치면, 두세 번 시끄럽게 하고 얼른 끄면 웬만하면 신고를 안 해요. 그 쪽도 귀찮으니까. 그러니까 최대한, 어떤 사람이 여기서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해야 돼요. 마치 CD를 틀어놓은 것처럼. 누가 와서 공연을 하네? 가 아니라 누가 음악 틀어놨네? 이렇게 생각이 들게. 그럼 한 30분은 버틸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이 저기서 공연을 하고 있다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문제가 되는 거죠. 신고 딱 들어와. 저기서 누가 뭐 한다고.

 

*좋아하는 공연장이 있나요?

신촌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밤 11시쯤에 공연하는 팀이 없을 때 해요. 그 때 와서 하면 좋아요. 일단 넓고, 소리가 쫙 퍼지는 느낌. 그리고 사람들이 되게 좋아요. 공연을 하면서 사람들 눈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인사동이나 삼청동 같은 데선 이런 눈빛이에요. : ) 그런데 신촌 같은 데는 이렇게 : D.

 

*오늘 촬영한 곡에 대해 여쭤볼게요. <눈을 뜨라고>는 어떤 노래인가요?

눈을 뜨라는 노래죠. (하핳) 제가 대학을 안 나와서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을 하다 보면 그런 거 되게 많이 나오잖아요. 요즘 젊은 애들 힘들다, 취업도 안 되고 연애도 못 하고. 근데 저한테는 그게 다 핑계로 들려요. 어쩌면 제 입장에서 얘기하는 건 섣부를 수도 있는데 전 그걸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지하게 고민해보면 연애도 할 수 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어요. 하려고만 한다면. 옛날에 중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우리가 하루에 십만원 씩 벌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지금 성인이 되고 나서 보니까 하루에 십만원 벌 수 있잖아요. 그 땐 학생이니까 십 만원 버는 게 힘들어 보였던 거죠. 지금은 컸잖아요. 레벨이 높아진 거니까. 이젠 마음을 진짜 먹으면 하루에 백 만원도 벌 수 있어요. 정말 돈이 문제라면 알바를 열심히 해서 트럭 같은 걸 사서 장사를 해도 되고. 근데 제가 봤을 때 요즘 사람들은 너무 핑계가 많아요. 그래서 이 노래 가사를 썼을 때 이런 의도로 썼어요. 정신 차려라. 할 수 없다고만 하지 말고 노력을 해보고서 그 때 안되면 그 때 낙심해도 되지 않느냐. “어두운 길에 빛이 돼라”.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데 힘들어해? 그러면 내가 그 어두운 길을 비춰주는 사람이 되면 얼마나 좋아요. 그 뒤로는 이제 나 같은 사람이 한 명 줄 테고. 나를 보고 사람들이 힘을 얻을 수도 있고.

*한마디로 정신차리라는 노래네요.

그쵸. 저는 사람들이 눈을 감고 있다고 생각해요.

 

*목소리도 가사도 멜로디도 편한데 메시지는 강하군요.

그런 아이러니함을 좋아해요. 리듬은 신나는데 멜로디가 슬프다든지…

 

*그런 노래는 듣기에 불편한 노래 아닌가요?

제 생각엔 사람이 돈을 많이 벌려면 무조건 남을 속여야 돼요. 정직하게 내 힘만으로는 돈을 많이 벌 수 없어요. 돈이 다른 사람한테 있으니까.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이 사람들을 속여야 해요. 멜로디가 안 좋으면 듣지도 않거든요. 제 의미를 전달시키려면 멜로디를 좋게 만들어야 되죠. 강제로.

 

*그렇다면 유니버스에게 음악이란 뭔가요.

음악은 그냥 저에요. 저 자체. 그냥 나라는 인간.

 

*유니버스의 비전이 있다면?

제가 만든 음악이 누군가를 변화시켰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건 되게 큰 일이잖아요.내 음악을 듣고 행복해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고 한 기억에 자리잡을 수도 있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저는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불행해 보이는 사람이 너무 많아 보여요, 길 가는 사람들 보고 있으면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어요. 저기 길 가는 사람들 보여요? (창문 밖을 가리킨다) 엄청 행복해 보이지는 않아요. 저 할아버지도.

아 저기 검은 옷 입은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 희망차 보여요.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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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곤작 쓰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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