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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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2025 · 10 · 25

신촌행운설명서

Editor 현

신촌기차역을 등지고 왼쪽, 육쌈냉면을 지나 골목길에서 또 왼쪽. 쭈욱 따라 걷다 보면 배너 하나가 보인다. 아, 춥다. 이제는 진짜 겨울이 오려나 보다. 골목길 끝 건물 2층엔 낯익은 갤러리가 하나 있다. 아득한 여름의 기운이 이곳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다. 참 덥고 치열했다. 얼마나 많은 인연이 갤러리로 향하는 이 2층 계단을 오르내렸는지…

 

지난여름, 8월. 딱 사흘.

 

이곳 신촌에서,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여름.

 

행운을 마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허리 숙이고 풀밭 뒤지기? 행운의 뜻을 가진 잎을 파는 노점상을 찾아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다녀야 하나.

아니면…

명물길을 따라 걸어볼까? 굴다리 앞 골목길을 살펴보는 건? 우리가 늘 마주하는 그곳에서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한 번 더 보는 건. 

연희동 구석진 곳을 찾아가 볼까? 뜻밖의 만남에 오늘의 마음을 다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신촌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22명이 만들어 낸 <신촌행운설명서>의 커다란 서문이다. 

전시 신촌행운설명서는 동명의 잡지 <신촌행운설명서>의 반가운 첫 번째 장이 되었다가, 아쉬운 마지막 장이 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그 책을 펼치게 한다. 

 

우연으로, 어쩌면 진득한 필연으로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신촌과 행운을 역설했다. 하나하나의 행운을 들여다보자. 그러나 주의. 행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신촌 최초의 웹매거진 잔치는 올해 8월 잡지를 한 권 발간했다. <신촌행운설명서>가 바로 이것이다.

누군가는 잡지를 펴내며 이렇게 말했다. 잔치는 여기 신촌에서, 7번째 잡지를 펴냅니다. 납작하고 단순한 접근일 수는 있지만, 우리는 7이라는 숫자에 기대어보기로 했습니다. 행운을 믿어보겠다는 아주 귀엽고 단순한 발상이었다. 그래, 지난여름에는 이런 걸 믿었던 것도 같다.

 

 

청년 작가들을 보듬는 이곳 더스퀘어즈 갤러리에서 열린 잔치 또한 뜻을 함께한다. 그것은 이름도 거창한, 잔치 종이 잡지 vol.7 출간 기념 전시다.

 

 

22명의 잔치꾼이 행운을 모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평소에 행운이라는 걸 믿고 살아가냐 물으면, 글쎄다. 언제 굴러올지 모르는 행운보다는 차라리 노력을 해보겠다며 큰소리 뻥뻥 치던 이도 있었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근데 사실 신촌은 그런 필연이나 우연 같은 것의 문법은 잘 통하지 않는 슬픈 땅이다.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곳이니까. 

 

 

그럼에도 16명의 에디터와 6명의 디자이너는 행운을 주웠다. 신촌에서.

그게 사실 별거 없더라고. 멋모른 채 시작한 우리는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마음대로 되지 않은 채로 사는 법을 배웠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되어 인생의 여정을 함께 하게 된 사람들도, 사소한 배려에서 행운을 찾는 이도, 지나가는 은행나무잎에서 행운을 생각하는 이의 이야기도 모두 신촌에서 태어났다. 우리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런 경고문을 붙였던 거지. 

*주의! 행운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전시 현장에선 잡지의 현장 판매도 진행했다.

 

함께 벌입시다, 잔치!

신촌은 쌓인 추억이 참 많은 곳이다. 그러니 자칫 잘못했다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을 피할 수가 없다. 막 우습게. 

근데, 그런데도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는 자꾸 아는 척을 하고 싶어진다. 짝사랑 처음 해봐서 어쩔 줄을 모르는 어린애처럼. 그런 곳에서 겁 없이 신촌을 좋아하겠다고 잔치를 벌이자며 선언해 버렸으니, 우리가 행운을 발견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 사랑하면 뭐든 특별해진다. 

 

방명록엔 눈에 선명한 사랑들이 쓰였다.

 

행운 없이 보내는 나날들이 잦았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는 악담처럼 한번 행운을 찾기 시작하면 행운 없는 날들이 자꾸 삶에 끼어든다. 그럴 때면 낮게 걸었다. 허리와 고개를 숙인 채 풀밭을 막 뒤지는 거다. 사랑 네 개가 모인 네잎클로버를 찾을 때까지…

22명의 잔치꾼, 11년간 잔치를 사랑해 온 사람들, 나, 너, 빨잠 앞 춤추는 사람, 술에 취한 대학생,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이들, 이 자리를 비워내고 채워가며 살아가는 연緣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그게 네잎클로버와 똑 닮아있다. 

 

 

부재 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 애초에 존재가 없었으니까. 신촌행운설명서는 그런 걸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풀밭을 뒤지지 않아도 좋다며.

머리 위로 뜬 해가 자비 없이 열기를 뿜어낸다. 옷장에서 가장 얇은 옷을 꺼내 입어도 땀을 흘리게 되는 날들이었다. 신촌 속 행운을 보여주겠다고, 그걸로 신촌을 설명해 보겠다며 불러 모은 사람들에게 다시 신촌 속 행운을 물었다. 

 

 

오늘의 행운 찾기!

  1. 행운의 장소 혹은 음악, 사연 등의 당신의 행운을 적어주세요! 
  2. 잔꾼의 안내에 따라 신촌 지도 위에 붙여주세요. 
  3. 다른 사람이 적은 행운을 뽑아가세요!

 

그렇게 수많은 행운이 다시 이곳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72-10 2층에 모이게 된다.

잔꾼의 마음의 고향 신촌문화발전소, 새내기 대학 생활에 쉼터가 되어줬던 카페. 목련이 참 예뻤던 학교 건물의 뒤쪽 통로. 여름이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수박 주스를 파는 곳. 20대의 인연을 시작한 포차… 

사진을 클릭해보자.

신초너의 행운의 장소, 그리고 그와 얽힌 사연을 찾아볼 수 있다. 위치에 함께 기재된 설명은 참여한 신초너가 직접 작성한 소개 문구다.

(*네이버 지도 메모의 글자 수 제한으로 사연의 내용이 요약 및 수정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쌓여 신촌은 신촌이 된다. 

잔치는 또 잔치를 벌이고, 새로운 사랑과 사람을 맞는다. 불가항력 같은 행운이나 불행은 없다. 신촌행운설명서가 꾸린 자그마한 공간은 아마 그것을 부단히 증명해 내려 노력했다. 

 

모두가 애를 써서 행운을 뚝딱뚝딱 만들었다. 

 

 

덥고 치열했던 날들이 지나간다. 그래도 좋다. 잔치, 행운, 또 신촌은 오래오래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간다. 이 마음 하나라면 길을 잃은 어딘가에서도 무서울 것이 하나 없을 것이다.

 

 

 

다시 골목길에서 빠져나와 오른쪽, 쭉 걷다가 또 오른쪽. 신촌기차역이 보인다. 어쩐지 운이 엄청 좋은 꿈을 꿨던 것도 같다. 

 

 

 

신촌행운설명서
:2025 잔치 종이 잡지 vol.7 출간 기념 전시

2025.08.15 ~ 2025.08.17 

 

주최: 신촌 웹매거진 잔치, 서울 동아리ON 지원사업

장소: THE SQUARES 더스퀘어즈 갤러리

 

강비주 권주연 김민석 김태은 김현진 박서연 박수지 

박은진 안수경 안인서 양지연 우수진 이연재 이윤서 

이지원 이채연 이호준 전지원 정다혜 정현승 조은서 최기원 

 

 

*신촌행운설명서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북토크 현장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글자를 클릭하면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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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개를 사랑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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