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잔치.

있지, 인연이란 것이 그토록 덧없다지만
그 인연 한 가닥에 서로의 청춘을 짊어진
우리라면 어떨까.
있지, 만남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지만
헤어짐의 끝에서도 새 마주침을 그리는
우리라면 어떨까.
떨어지지 않는 꽃, 스러지지 않는 불씨는 없다지만
여전히 신촌 한가운데 살아 숨 쉬는
꿈과 사랑과 웃음소리와 추억을…
고스란히 적어 둔 우리–
그래, 우리라면.
시간이 시간을 제치고 흘러가도록
놓아 주는 방법을 배운 어른이 되어도,
마주쳤던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될 거야.
서툴러서 더 아름다웠던 시절 속에서,
어쩌다 마주친 잔치를.
#잔치를, 기억하니?
그래, 이렇게나 모였잖아.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신촌에서 잔치판을 벌인다는 소식 하나 듣고서.
걸음걸이가 제각각인 사람들이, 오늘 이 공연장에 나란히 앉아 막이 열리길 기다리는 이유는 무얼까.
그들 마음에 우뚝 들어선 건 대체 어떤 이끌림이었나.
– 글쎄 아마, 어떤 기억을 떠올렸을지도 몰라.
읽고 쓰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가깝고도 먼 신촌을 굽어보던 기억.
글과 음악, 내밀한 생각이나 감정을 아낌없이 나누던 기억.
불모지라 여겼던 땅 위에서, 신명 나게 어떤 ‘잔치’를 벌였던 기억…
어렴풋한 기억에서 뻗어 나온 봉오리는 애틋함을 덧대어 꽃을 피운다.
주홍 빛깔 꽃잎이 하나, 둘, 셋···
생각이 겹쳐 셈을 잊어버릴 무렵, 조명이 꺼지고 웅성임은 잦아든다.
#어쩌다 마주친, 잔치

‘우리, 어쩌다 만났지?’
: 우연한 계기로 만나, 스며들듯 가까워진 사람들이 있지.
운명을 논하기에는 거창하나, 꾸밈없기에 더욱 각별해지는 관계.
‘어때, 우리 만남은, 필연이었을까?’
: 으음– 그러게. 신촌이나 글, 음악 같은 걸 좋아해서 만났다는 뻔한 거 말고. 난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
…다들 전하고 싶은 게 투명하게 비치는 이야기를 적었지.
개중에는 잘 감싸 둔 이들도 있었지만 말야, 언젠가는 터놓고 말해 주더라고.
우리가 마주하는 것들에는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가 서려 있었지만
그것들은 또 다시 우리들 이야기의 길을 터 주었고…
전하고 싶은 말이 흘러넘치는 사람들이었어. 잔치, 그 요란한 쉼터를 거쳐 가는 이들은.
글이라는 건 생각을 실어 보내는 수단에 불과한 게 아니라,
잔뜩 엉킨 이야기들을 풀어 매듭짓고자 하는 목적에 더 가까웠지.
그러니까 우리 마주침은, 지극히 우연적인 것처럼 보여도······.
사람들 손끝에 걸린 주홍빛 실이 제 모양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모여드는 실들은 움트는 싹이 되었다가 서서히 한 송이 꽃을 엮어낸다.
#신촌을 밝히는 사람들
심장 소리에 맞추어 꽃잎이 넘실거린다.
밝은 불빛이 드리우자 목소리 하나가 조용한 공연장을 채우기 시작한다.
…우린 불빛을 닮은 것들을 찾으려 했어. 화려한 빛이 아니어도 좋았어.
때로는 선잠에 들더라도 묵묵히 빛을 내는 사람들이 있지.
그렇게 신촌을 밝히고 있는 이들을 기록하고 싶었던 거야.
다만 그리 맺어진 연(緣)이, 단지 기록물로만 잔류하게 되는 건 아쉬웠으니까.
–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 빛나는 이들을.

연 바(Bar) 박주영 대표
잔치 웹진 [PLACE] 수록: ‘206. 잇닿음(連)에서 인연(緣)으로: 연 Bar’
“우연한 만남, 즉흥적인 인터뷰를 통해 잔치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곳을 오가며 서울살이를 해 왔지만, 이렇게 편하고, 아늑하고, 사람 냄새 나는 곳은 신촌뿐이었던 것 같아요.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찾아와 주시는 고마운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제가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힘을 받으려 이곳을 찾는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앞으로도 즐겨 보려 합니다.”

내사랑 김남은 대표
잔치 잡지 [vol.3 각자의 신촌] 수록: 74p. ‘내사랑’
“정성스러운 사진과 글귀로 내사랑을 잡지에 담아 주셔서 감사해요. 출간 소식과 함께 전해 주신 손편지는 잊지 못할 추억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이대에서 창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사랑을 연 지 어느덧 7년 차, 긴 시간 동안 어려움이 많았지만 힘을 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좋아하는 것에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용기를 바탕으로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우려와 염려는 점점 응원의 목소리로 바뀔 테니까요.”
심너울 작가
잔치 웹진 [PEOPLE] 수록: ‘424. 일상의 변주’
“대학생 시절, 제 작품 세계를 형성한 것이 신촌에서의 어떤 경험이었는지 인터뷰 중에 돌아보며 제 자신도 즐거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신촌에서 학교생활을 하는 분들이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연락을 주셨다는 건, 제가 어쩌면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아주 특별한 사건이었습니다.”
“<정적> 같은 제 초기 작품들은 신촌에서 경험한 제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아마 저는 10년 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신촌 같은 대학 도시에서 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신촌에 깊이 감사하고 싶네요.”
“신촌은 오래되면서도 새 마을이고, 여전히 대학가입니다. 저는 그러한 신촌의 다면적인 모습에 큰 매력을 느낍니다. 저는 아마 평생 신촌의 그 골목들과 오래된 술집들을 사랑할 것 같아요. 어찌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래, 사랑하게 되는 건 이런 이야기들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잔치와 마주친 인연으로 신촌의 밤을 따스하게 밝히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야.
#음악 속에 깃든…
잦아드는 박수 소리. 이제는 더욱 해사하게 피어난 꽃들이 말소리 웃음소리와 섞여 공연장을 환히 밝힌다.
무대 너머에서 악기 가다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음악, 음악이라…
늘 음악과 가까운 사이였지. 필연적인 일이었을지도 몰라.
표출이나 해방을 원하는 이들에게, ‘음악’이란 표현의 통로이자 심호흡할 틈이니까.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싱어송라이터 이유카
잔치×언플러그드 기획공연 ‘Play! Sinchon!’ 참여
단단한 공명, 압도하는 에너지. 정적 사이를 가르고 나오는 폭발적인 힘에, 복잡한 생각을 덜어내고 오롯이 그 순간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가없이 섬세한 전달력은, 어떤 삶의 길을 걸어오며 체득하게 된 것일지.
벤치위레오 이준행
잔치×언플러그드 기획공연 ‘Play! Sinchon!’ 참여
단숨에 분위기 전환– 은백색 기타의 찰랑거리는 음색 위로 쌓이는 부드러운 목소리는 한가로운 바람 부는 공원을 연상시킨다.
따뜻한 위로와 여유를 선사하는 노래에, 몸과 마음을 그대로 맡기고 띄워 보는 편안한 미소.
신촌에 흐르는 음악은 늘 사랑스러운 법. 이렇게 함께 둘러앉아 음미했을 때, 조금 더…
#당신에게, 잔치란?
‘어떨 것 같아? 정말로 잔치가 먼 추억이 된다면.’
: 많이 잊어버리지 않을까? ……하하, 농담이야.
그래도, 문득 생각날 때가 많을 것 같아. 어느 시점의 과거보다, 혹은 미래보다도 더 자유로운 시절일 테니까.
잔치는 ‘날것의 나’라도 받아들여 주는 너그러운 장소였으니까.
미완의 존재라 해도 손가락질당하지 않는걸.
아무렴, 내게 이렇게 마음 둘 곳 생겼다는 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야.
박수를 받으며 무대로 올라오는 이는 긴장한 듯 보였으나 이내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건넨다.
이미 그는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마음이 따듯한 주홍빛으로 물들었음을 눈치챘을 테다. 조명색이 어떠하든 말이다.
인연의 실들은 서로 손을 잡고 더욱 단단히 매듭을 얽어 갔다.
잔치 1대 잔치장 김덕호
에디터 더코(덕꾸)
“10년 전에 잔치와 함께했던 김덕호입니다. 무척 반갑습니다… 잔치라는 공동체가, 잔치의 이름으로 발행되는 글들이 삼천 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제게는 무척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잔치 홈페이지의 소개글을 보니 ‘오늘의 신촌을 기록하고 내일의 신촌을 그려 나간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오늘의 신촌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일의 신촌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어서 참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말에 부합하는 좋은 움직임들을 만들어 나가신 것 같아서, 저는 여러분들이 무척 자랑스럽고 멋져 보여요.”
“잔치라는 이 성긴 연결고리 속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같음 혹은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면 참 기쁠 것 같아요. 저도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그러고 있고요. 당연한 이야기고 진부한 표현입니다만, 어쩌다 시작한 잔치가 여기까지 온 건, 정말 말 그대로 여기 계신 분들 덕분인 것 같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잔치 22-2 운영진 정상민
에디터 사무엘
“잔치에서의 경험은 저에게 선물이자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발판이었습니다. 잔치 플러스라는 SNS 계정을 기획하고 운영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잔치에 들어왔기에 만날 수 있었던 인연들과 함께하며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신촌은 제가 처음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공통점 하나 없는 사람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했거든요.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배울 수 있었고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이 정도로 한 장소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느낀 적은 없습니다.”
“잔치 덕분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저만의 것이 생겼습니다. 바로 웹사이트에 업로드된 제 글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으시죠? 그 글들은 만나지 못한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있는 다리가 되어 줍니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제가 쓴 글을 통해 저라는 사람을 간접적으로 만나 보셨을 수 있는 거죠. ‘잔치’라는 우리만의 웹사이트가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랑했던 자들의 이야기에는 힘이 실려 있다.
자, 떠올려 보라. 그대에게 잔치란, 어떠한 의미인지.
#사랑하게 된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지?
사랑해 마지않으면, 청춘을 녹여내게 되더라.
들이는 시간도, 노력도 아깝지 않을 만큼 행복하니 말이야.
우리는 왜 이토록 잔치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어째서 자꾸만, 함께 모여 잔치를 벌이려 하는 걸까?
어찌 보면 성긴 인연을, 쉽사리 놓으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뻔하지 뭐. 다정한 언어로 말하고 글 쓰는 이들과 보내던 시간이, 저녁 일곱 시쯤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모여 이야기 나누던 공간이… 그 모든 조각들이 소중하기 때문이겠지.
인연으로 이어진 이들은 오늘 밤을 가뿐히 넘는다.
그리고는 저마다의 잔치를 벌였던 기억을 꺼내 떠들기 시작한다.
어색함은 온데간데없고 이제야 정말로 잔치 같다.

참 소중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도,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순간들은.
고마워, 내 가장 찬란한 순간의 옆자리가 되어 줘서.
‘안녕’이란 인사는 평생 아껴 둘게.
잘 지내. 다시 만나는 날에는, 또 한바탕 잔치 벌이자.
있는 힘껏 사랑했던 기억으로,
에디터 시나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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