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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26 · 01 · 12

488. 강민서, 디자이너 떠떠

Editor 폴

강민서, 디자이너 떠떠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화여대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고, 올해로 스물세 살이 된 떠떠라고 합니다.

 

잔꾼명을 떠떠라고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떠떠는 원래 동기들이 저를 불러주는 애칭이었어요. 본명인 ‘민서’를 귀여운 어감으로 부르는 건데, 사실 잔꾼명을 정해오라고 했을 때 몇 날 며칠을 고민했어요. 너무 감성적인 걸 선택하면 오그라들 것 같아서 그냥 친구들이 많이 불러주는 별명으로 선택했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사람들 이름이 다 무슨 스타트업 회사 닉네임 같은 거예요.

 

스타트업 회사 닉네임이요?

일단 오빠들은 다 폴, 필립처럼 영어틱한 이름이잖아요. 그리고 다른 에디터들 이름도 너무 예뻤고요. 아, ‘3호’는 특히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튼 이렇게 다들 감성적인 이름인데 저 혼자만 떠떠여서 부끄러웠죠. 처음에 팬지 오빠는 저한테 중국어 이름이냐고도 그랬었단 말이에요. (웃음) 아무튼, 그래서 듣는 사람보다 부르는 사람이 오히려 더 부끄러운(?) 그런 이름이 되었답니다.

 

그런 고민이 있었군요. 잔꾼명을 정할 때 고민했던 다른 이름도 있나요?

제가 그 시기에 모네의 ‘수련’이라는 작품에 너무 꽂힌 거예요. 그래서 ‘모네’를 뒤집어서 ‘네모’로 할까도 생각했는데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 반려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까 ‘떠떠’가 더 유치한 것 같아요.

 

뒤집힌 모네의 ‘수련’. 하마터면 떠떠의 잔꾼명은 ‘네모’가 될 뻔했다.

 

이건 정말 처음 듣는 얘기네요. 네모도 분명 특색 있는 이름이지만, 이제는 본명 대신 떠떠가 익숙한 잔꾼들도 분명 많을 것 같아요. 잔치는 어떻게 알게 되신 건가요? 들어오신 이유도 궁금해요.

저는 잔치에 들어오기 전부터 잔치 플러스 계정(@zanchi_sinchon)을 팔로우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이거 재밌겠다”라고 생각만 하다가 지원하게 됐네요.

 

원래부터 잔플*을 알고 있었군요. 떠떠가 느끼는 디자인팀의 매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구체적으로는 콘텐츠 디자이너의 매력도요.

디자인팀은 에디터들이 글로 풀어 쓴 것들을 시각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잖아요. 그 과정이 글만 읽었을 때 하고는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또 콘텐츠 디자이너는 잔플을 주로 다루는데, 잔치 계정보다는 잔플 계정이 좀 더 상업적인 느낌이 있잖아요. 사실 저는 조회수에 엄청나게 집착하거든요? 조회수가 잘 나오고… 반응이 뜨겁고… 팔로우가 막 오를 때 정말 좋아요.

*잔플은 잔치 플러스 계정의 약칭이다.

 

잔치 활동을 하면서 경신하고 싶은 목표 조회수가 있으신가요?

원래 10만 뷰 정도는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번 학기에 무려 20만 뷰를 달성했단 말이죠? 그래서 다음 학기에는 좀 더 목표를 올려서 30만 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잔치’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표시되는 조회수다. 무려 20만회를 훌쩍 돌파한 게시물이 눈에 띈다.

 

모든 디자인팀이 그렇듯 콘텐츠 디자이너 역시 에디터가 가져온 글과 사진을 가지고 작업을 해야 하잖아요. 이때 편한 글이나 어려운 글이 있나요? 우리 에디터들이 나중에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잔플의 경우에는 사진을 잘 찍어주면 만들기에 너무 편하죠. 그리고 같은 장소를 찍더라도 그 장소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잡아서 콘셉트를 만들어 주는 에디터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디자인에서의 방향성이나 어떤 키 컬러를 써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샘솟죠.

 

돌아오는 학기부터는 다시 잔플과 잔플zip을 만들게 되실 텐데, 이 자리를 빌려서 에디터들에게 사진 이렇게 찍어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일단 음식 사진을 찍을 때는 클로즈업 사진도 찍어줬으면 좋겠고요, 멀리서 찍어서 누끼가 잘 따질 수 있는 사진도 필요해요. 그리고 의외로 가게 간판이나 외관 사진이 있으면 인트로 부분에 넣기가 참 좋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많이 찍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흔들리는 사진이 있다면 제발 다시 찍어주세요. (웃음)

 

알겠습니다. 저도 찔리는 게 많네요. 이 점에 대해서는 신경을 더 써 볼게요.

 

잔치의 콘텐츠 디자이너로서 한 학기를 활동하면서 정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셨잖아요. 물론 모든 창작물은 소중한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아쉬운 콘텐츠가 있으신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3호가 글을 쓰고 떠떠가 디자인한 신촌 오타쿠들이여 이곳으로 오라* 편과 빈정이 글을 쓰고 떠떠가 디자인한 꼬륵꼬륵 동글동글 롤을 먹자!*’ 편이 참 좋았거든요.

저는 폴 오빠가 말한 ‘꼬륵꼬륵 동글동글 롤을 먹자!’ 편에서 음식 레이아웃을 잡은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올린 잔플 ‘기록의 힘을 믿는다면*’에서 연희동의 비스켓 스튜디오를 다뤘는데, 작업이 되게 재밌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내용 자체가 재미있는 콘텐츠를 좋아하고요, 작업을 하면서도 신선하고 신기한 느낌을 주는 장소를 소개할 때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https://www.instagram.com/p/DPbMpQtEVwX/?img_index=1

* https://www.instagram.com/p/DQ1Uy2qkWBy/?img_index=1

* https://www.instagram.com/p/DSuWh2OkWNn/?img_index=1

 

잔치 이전에도 비슷한 일을 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대학교 학생회에서 문화국 소속이었는데, 거기서 카드뉴스 같은 것들을 좀 만들었죠. 그리고 살짝 부끄러운데 제가 초딩 때 미니어처 만드는 유튜브를 했었어요.

 

떡잎부터 남달랐던 떠떠의 아기 시절. 물론 초딩 때는 아니다.

 

잠시만요. 떠떠가 유튜버였다고요?

그렇죠. 지금은 계정은 있지만 영상은 하나도 없는 상태고요.

 

단호하시네요. 앞으로도 유튜버로서의 활동을 이어가실 계획이 있나요?

음, 생각이 아예 없지는 않아요. 제가 영상 디자인 학과다 보니까 어쨌든 영상 편집을 손에 더 익히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편집 연습을 더 하다가 마음에 드는 영상이 나오면 올려보지 않을까 싶어요.

 

떠떠의 본업 모먼트다.

 

그렇군요. 향후 유튜버로서의 활동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영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학과의 특성상 다양한 영상 관련 툴을 사용하시겠어요.

맞아요. 일단 피그마를 제일 많이 쓰고요, 그다음으로는 애프터 이펙트라는 영상 편집 툴을 애용하고 있어요. 피그마로는 PPT나 UI를 만들 수 있고, 애프터 이펙트로는 모션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거든요.

 

만약 누군가 영상 편집에 입문하고 싶다고 한다면, 어떻게 시작하기를 추천하시나요? 혼자서 툴 사용법을 익히기에는 어려움이 분명히 있을 텐데요.

일단 피그마를 깔기를 추천해요. 어렵지 않아서 모두가 쉽게 익힐 수 있거든요. 조금 만지작거리다 보면 대충 감이 와요. 그리고 넣고 싶은 효과를 유튜브에 검색하면 요즘에는 되게 잘 나와 있어서, 그거 보고 하면 돼요. 그리고 일단 ‘좋은 것’들을 많이 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물론 솔직히 좋고 안 좋고를 구분하기에는 디자인이 너무나 주관적인 영역이라서, 명확하게 말하기는 힘들어요. 그냥 이것저것 많이 보세요. 포스터, 책 표지, 엽서… 가리지 말고 뭐든지 잘, 그리고 많이 봐야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발견하면 컴퓨터를 켜고 따라 해 보는 거죠. 그럼 늘더라고요.

 

그럼 떠떠도 독학으로 습득한 건가요?

사실 처음에는 피그마를 다룰 줄 모르는 채로 수업을 들으려니 너무 힘든 거예요. UI나 UX 수업을 들으려면 피그마를 쓸 줄 알아야 하는데, 처음에는 몰라서 애를 많이 먹었죠. 하지만 해야 하니까 결국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죠. 뭐든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디자인 관련 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사실 중학생 때는 막연히 미대에 가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미디어에 비춰지는 미대생의 모습이 되게 낭만적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미술 학원에 다니게 됐는데, 알고 보니 그 학원이 ‘디자인 입시 미술 전문 학원’인 거예요. 그렇게 차근차근 순서대로 디자인과에 진학하게 됐죠.

 

대전에 놀러간 떠떠가 땅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멋진 파르페를 그리는 듯하다.

 

이제 떠떠는 벌써 3학년인데요, 대학 입학 전에 느꼈던 디자인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지금도 변함이 없나요?

일단 입시를 할 때는 대학생이 너무너무 되고 싶었어요. (웃음) 그리고 평면적인 그림을 너무 많이 그리다 보니 “대학에 가면 이런 그림을 더 이상 안 그려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입시 미술은 그저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때 배운 것들이 디자인할 때 조금씩 다 관련이 있더라고요. 그런 점들을 보았을 때 디자인은 아직 어려운 것 같아요. 솔직히 저는 디자인이 막 너무 좋아서 자간, 행간, 그래픽 같은 요소들을 일일이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니에요. 예쁜 게 좋은 거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예쁜 것이 좋은 것이다.

 

사실 요즘에는 비전공자 중에서도 뛰어난 디자인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그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트렌드에 정말 민감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핸드폰을 진짜 많이 해요. 인터넷을 정말 많이 하는데, 유행이 인터넷 안에 다 들어있잖아요. 어떤 것 하나가 브랜딩이 뛰어나면 곧 유행이 되는 거고요. 찰리xcx의 ‘brat’ 앨범 아세요?

 

‘brat’. 알죠.

그 앨범이 사실 그냥 네온색 바탕에다가 글씨로 ‘brat’만 적혀 있잖아요. 그런데 제작 비하인드를 들어보면 앨범 커버를 만들 때 돈이 없어서 그렇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게 이제는 정말 핫한 디자인이 됐잖아요. 그래서 그런 점에서도 느끼는 것들이 많죠.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좋아 보이는 것을 만들면 곧 좋은 디자인이 된다고 생각해요. 브랜딩이 중요하니까요.

 

찰리 XCX의 ‘brat’ 앨범 커버. 라임색 배경에 적힌 저해상도의 글씨가 파격적인 느낌을 준다.

 

디자인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점이 있다면요.

사실 일부러 신경을 쓰고 염두에 두는 건 없어요. 저는 그냥 ‘예쁜 것’, 그리고 ‘미니멀한 것’들을 좋아해요. 처음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제가 디자인을 직관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 학기에 되게 추상적인 것들을 요구하는 수업을 들으면서 깨닫게 된 건데, 직관적인 표현을 하고 싶은 저에게 추상을 요구하니까 어렵더라고요.

 

학과 수업에서도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 기회가 많겠어요. 수업에서 요구하는 과제물을 만들 때와 잔치 콘텐츠를 만들 때 마음가짐의 차이가 있나요?

진짜 많이 달라요. 잔치는 약간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시작하거든요. 과제를 하다가 더 이 상 아이디어가 안 떠오른다거나, 진짜 그만하고 싶을 때 피그마의 잔치 페이지에 들어가요. 거기서 조금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과제를 하고, 다시 머리가 아프면 잔치 콘텐츠를 만들고… 이런 식으로 머리를 식힐 겸 작업하는 것 같아요.

 

상당히 긍정적이고 균형 잡힌 작업 방식이네요.

맞아요. (웃음) 그리고 하나 더 생각났는데, 잔플의 경우에는 과제와 다르게 업로드를 마치면 조회수나 유입량과 같은 수치를 바로바로 볼 수 있잖아요. 저에게는 그런 점도 장점이에요.

 

요즘 디자인 말고도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나요?

패션이요. 옷이 좋아요. 학과를 선택할 때도 패디과를 갈까 고민했을 정도니까요.

 

그녀의 감각적인 패션 센스는 종종 ‘hot girl problems’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게요, 아까 편집숍*에 잠깐 들렀을 때도 눈이 반짝이시던데요.

*인터뷰이와 인터뷰어는 영하 10도의 추운 겨울날, 원래 가려고 했던 바(bar)가 문을 닫은 탓에 합정의 한 편집숍에서 잠시 몸을 녹여야만 했다.

 

아, 사실 요즘은 철학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철학적 질문들에 관해서도 궁금한 점이 정말 많은데, 이건 솔직히 막상 찾아보고 공부하려 드니까 싫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냥 관심만 두고 있는 상태예요.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도 디자인 쪽으로 진출하고 싶으신 건가요?

저는 할 줄 아는 게 디자인밖에 없어요! (웃음)

 

어떻게 보면 가장 잘하는 것이 디자인인 거잖아요.

그렇죠. 사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욕심이 많거든요. (웃음) 돈을 많이 벌어서 예쁜 편집숍을 차리고 싶어요.

 

취미가 있으신가요? 평소에 어떤 것들을 주로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해요.

사실 뭐 하나에 푹 빠졌다고 표현할 만큼의 취미는 없어요.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제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정말 매일 핸드폰밖에 안 해요. 굳이 취미가 뭔지를 따지자면….

 

  1. 인스타그램으로 예쁜 옷 디깅하기(실제로 떠떠는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 직접 디깅해서 구매했다는 옷을 자랑스럽게 선보인 바 있다)

 

  1.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계정이나 브랜드, 사이트 찾아내기(좋은 계정의 팔로워 수가 적을수록 만족감이 극대화된다)

 

  1. 뮤직비디오 감상하기(K-POP 권위자 떠떠의 고견에 따르면 아이돌 뮤비에는 당대에 유행하는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고 한다)

 

실제로 오늘 입고 오신 옷도 직접 수소문해서 찾으신 거라고요.

맞아요. 이 옷은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계정에서 발견한 건데, 디엠으로 정보를 물어봐서 브랜드 프로필을 받고, 계정을 구경하다가 귀여워서 산 옷이에요. 작년에 도트가 엄청나게 유행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유행이지만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겨울옷의 포인트*를 모두 충족시켜서 구매했죠.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이에요.

*떠떠가 중시하는 겨울옷의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1. 핸드 워머가 있는가?

2. 넥라인이 높은가?

 

오코노미야키

 

말씀을 듣고 보니 떠떠는 정말 취향이 확실한 것 같네요. 책은 어떤 종류를 좋아하시나요?

지난달에 읽은 책이 생각이 나는데요, 에두아르 르베의 ‘자살’이라는 책이에요. 디자인도 제가 되게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심지어 ‘양장’이에요. 그리고 얇은데도 모든 내용을 밑줄 치고 싶게 만들어요.

 

자살’, 들어봤어요. 되게 어려운 책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맞아요. 그런데 되게 주옥같은 말들이 많아요. 이게 실제로 작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에 쓴 책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서사가 정말 완벽하다고 느끼게 하고, 서술자의 경계도 모호해서 이게 작가의 얘기인지, 다른 사람이 작가의 얘기를 쓰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에요.

 

‘에두아르 르베, 자살, 제안들, 2023’

 

저도 꼭 읽어볼게요. 혹시 기억나거나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으신가요?

잠시만요, 제가 너무 좋아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던 적이 있거든요. 보여드릴게요.

 

 <자살> 중 떠떠의 마음을 사로잡은 구절이다.

 

다음 학기 신촌문예*에 참여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저도 신촌문예를 너무너무 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매번 총회에서 주제 선정할 때마다 ‘내가 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선정하는데, 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는 않아서 기회가 없었어요. 물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죠. 소개하고 싶은 책도 있어요. 다만 매번 “이 책이 주제에 맞나?” 같은 고민이 들더라고요.

*신촌문예는 매월 잔꾼들이 다양한 취향의 책을 소개하는 책 큐레이션 서비스다.

 

떠떠의 책 큐레이션도 정말 궁금한데요, 다음 학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합정동의 서점에서 신중하게 책을 고르는 떠떠의 모습이다.

 

어느덧 잔플이 1500 팔로워*를 달성했어요. 이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콘텐츠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정말 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돌아오는 학기를 맞이해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 게시물의 조회수’가 30만 회를 넘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제가 잔플zip을 기획할 때 요즘 어떤 것들이 유행이고, 또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클릭할지에 대한 고민을 되게 많이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돌아오는 학기에도 제가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하고, 유행과 흐름에 맞는 주제를 잘 선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2512월 기준

 

제 생각에는 이번 학기처럼만 하신다면 전혀 문제없을 것 같은데요.

 

이제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해요. 본가에서 올라오시자마자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본가가 서산이라고 하셨죠, 자랑 좀 해주세요.

고향 자랑이요? (웃음) 저는 다섯 살 때부터 열아홉 살 때까지 서산에서 살았는데요, 사실 서산이 공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산업단지가 있거든요.

 

잠깐만요. 지금 고향 자랑 타임 맞나요?

맞아요. 더 들어보세요. 오늘 서울 올라가는 오후 4시 버스를 끊었는데, 터미널까지 가려면 집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야 하거든요? 그런데 버스 배차 간격이 한 시간에 한 대예요. 그래서 오늘도 택시를 탔어요. 그렇게 만 삼천 원 정도 주고서 택시를 탔는데, 원래 택시 안에서는 조용히 노래를 들으면서 창밖을 구경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택시 기사님께서 정년퇴직하고 택시 일을 시작하신 지 20일째 되시는 분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터미널까지 가는 내내 따끈따끈한 에피소드를 들었어요. 저는 모든 말씀에 다 반응하는 성격이거든요. 반응이 좋으니까 기사님께서도 계속 말씀하시고, 그러면서 왔죠. 이렇게 서산은 정이 많은 동네예요.

 

서산은 정이 많은 곳이다.

그렇죠. 정도 많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알아요. 착하게 살아야죠.

 

그렇다면 신촌은 어떤가요? 벌써 신촌 3년 차잖아요.

사실 저는 제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신촌 사랑꾼’이에요. 왜냐하면 친구들이랑 만날 장소를 정할 때 제가 맨날 “신촌으로 와”, “신촌 어때”라고 하거든요. (웃음) 저는 신촌이 너무너무 좋아요. 그리고 신촌은 항상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뭐 언제까지 젊을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나이를 먹고 다시 신촌에 왔을 때, 청춘이 떠오를 것 같다고 생각해요.

 

신촌은 우리들의 청춘을 담고 있는 곳이라, 정말 맞는 말이네요.

신촌 너무 좋죠. 신촌에는 다 있잖아요. 모든 게.

 

물론 잔치는 신촌의 문화예술 웹진이지만, 떠떠가 애정하는 서울의 다른 장소도 있나요?

청계천이요. 을지로도 좋아하고요. 아, 그리고 특히 국현미*에서 전시를 보고, 쭉 걸어 넘어가서 서촌, 안국 이쪽 동네까지 보는 것도 좋아해요. 뭔가 가장 서울다우면서 서울 같지 않은 곳이랄까요.

*국현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약칭이다.

 

올겨울에 대한 계획이나 기대가 있나요? 굳이 겨울이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겨울에는 일단 주식과 토플 공부를 할 거예요. 그리고 또 다른 목표는 ‘책 많이 읽기’인데요, 이건 잔치를 하면서 생긴 목표예요. 모두가 제가 모르는 고급 어휘를 쓸 때도 있고, 저는 글을 그냥 “우와 재밌다 히히” 하면서 읽었는데 막상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들어보면 이런 문장은 이래서 좋았고, 저런 문장은 이렇게 수정하면 더 좋은 글이 될 것 같고…. 이럴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아,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떠떠가 쓴 프로젝트 글을 읽어보니 에디터의 능력이 보이던데요, 종종 글도 많이 써 줬으면 좋겠어요.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자 공통 질문이에요. 이번 학기 종이잡이의 주제가 바로 오감이잖아요. 최근 떠떠를 지배하고 있는 감각이 있다면요?

‘시각’이요. 왜냐하면 전공도 디자인이고, 평소 휴대폰을 진짜 많이 하다 보니까 시력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게 느껴져요. 원래 살짝 난시가 있었는데 렌즈를 따로 끼지는 않았거든요? 요즘에는 더 심해져서 잘 안 보여요. 빛 번짐 때문에 눈앞이 그냥 뿌옇게 보여요. 시력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시각’이라는 감각이 생각났어요.

 

무채색의 땅바닥 위에 그려진 색색의 그림이 마치 떠떠와도 닮아있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숨길 수 없이 반짝이는 사람이 있다.

모네의 수채화 앞에서 ‘네모’라는 엉뚱한 단어를 툭, 하고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신촌에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자신은 여전히 이곳의 느낌이 좋다고 말하는 신촌 사랑꾼, 떠떠다.

 

세상의 복잡한 수식과 어구보다는 그저 예쁘면 좋은 것 아니냐라고 묻는 눈동자가 어쩌면 끊임없는 창작력과 자유로운 생각의 원천이 아닐까. 존재만으로 주변을 밝히는 에너지의 아이콘 떠떠의 앞날이 꺼지지 않는 불처럼 줄곧 빛나기를 응원한다. 유독 춥고 지난하다는 영하의 겨울이 온도계의 숫자보다 조금은 춥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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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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