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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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5 · 10 · 15

17.양푼이국수

Editor 고니
 양푼이국수는 (구)민들레영토가 있었던 자리에서 3년, 지금의 연세대학교 앞 자리에서 6년을 지켜온 곳. 날이 갈수록 프랜차이즈가 범람하는 신촌의 변화 속에서, 꿋꿋이 자기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고맙게 느껴지는 신촌만의 시그니처 가게다. 강산이 바뀌는 시간에서 딱 1년이 모자라는 이 시간 동안, 양푼이국수의 사장님은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모닝콜은 매일 새벽 4시 50분. 아침 일찍 일어나 수영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가게를 열 준비를 한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좋은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친구들이 많았을 정도로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었다는 사장님에게, 9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 힘들지는 않았느냐 물었다. “힘들다고 생각했으면 못했지.” 어찌보면 당연한 우문현답에 에디터는 부끄러워졌다.
 
행벜해! 
   장사를 하는 것은 힘들지 않다. 오히려 손님을 대하는 매 순간이 즐겁다고. 대학가에 위치한 만큼 손님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대학생과 대학원생들. 9년간 자리를 지켜오며 인연을 쌓은 손님도 한 둘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땐 꾀죄죄하게 하고 다니던 녀석이 몇 년 지나서 검사 됐다고 쫙 빼고 입고 온 적도 있었고, 1학년 때부터 봐온 학생 커플이 청첩장을 들고 온 적도 있다. 연고전-기차놀이에서도 인연은 만들어진다.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신촌의 기차놀이에 200그릇의 국수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지, 2009년을 시작으로 벌써 4회차다. 200그릇이면 만만치 않은 숫자일 법 한데도, 사장님은 호탕했다. “평소에 연대 학생들 덕에 먹고 사는데 뭐. 매년 하는 것도 아니고 2년에 한번씩이잖아. 연고전 한번 하면 이 동네가 다 축제인데. 기차놀이 끝나고 나면 우리 가게에 오는 멤버도 많이 바뀌어. 못 보던 애들이 많이 오거든. 사장님, 그 때 정말 잘 먹었습니다, 하면서.”
가까운 입지 덕에 가장 많이 오는 학생들은 공대생
  사장님이 가장 자신있는 메뉴는 콩국수. 대개 여름에만 시즌 메뉴로 출시하는 다른 곳과 다르게 이 곳의 콩국수는 365일 주문이 가능하다. 꼬-소하고 개운한 콩국수 정석의 맛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많이 찾는 메뉴는 수육 비빔국수. 고기에 매콤한 맛까지 느낄 수 있으니 젊은 세대의 취향과 부합하는 메뉴다.
비빔국수 드세요 두번 드세요 너무 맛있어 세상에
  9년 전에도 신촌은 다른 지역에 비해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곳이었다. 그래서 이 가게의 이름을 “양푼이국수”로 정했다. 양푼이 그릇은 예전 서민들이 국이건 밥이건 담아먹던 그릇. 사장님은 당신의 가게가 이 도시에서 서민의 양푼이 국수 한 그릇 내어주는 가게가 되길 바랐다고 얘기한다. 온갖 가게가 번개처럼 생겼다가 미처 기억하기도 전에 빠르게 없어지고, 정을 붙이기도 전에 고지도 없이 다른 가게로 바뀌는 도시-신촌에서, 맘 편히 밥 먹을 수 있는 그런 가게로. 나를 기억해주는 장소가,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이 신촌에 있다는 것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9년의 세월동안 쭈글쭈글해진 양푼이
 
 다가오는 시월 말, 이제 양푼이국수는 6년간 지켜온 자리를 떠나 다시 한번 이사를 가려 한다. 다음 가게는 신촌 누들박스 옆의 자리. 자리가 바뀌어도 걱정되지 않는 것은 이 곳의 온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것. 당신을 기억해줄 사장님과 그가 내어주는 따뜻한 국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테니까.

위치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9길 8 (10월 말 누들박스 옆으로 이전 예정)
문의 :  02-364-0204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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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곤작 쓰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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