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Enter Bar

공학적 지식이 있어야 했나.
나는 분명히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시작된 건 인터뷰가 아니라 강의였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축음기 앞에 문대생의 입은 없어도 무방했을 터다. 펜과 종이마저도 에디터의 권한은 아니었다. 인터뷰 수첩은 블랙보드로, 펜은 분필로 대체되어 LP바에서의 전축과 역사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LP는 Long Play의 줄임말이다. 레코드판이라고도 한다. 에디슨의 축음기부터 오늘날의 턴테이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걸쳐 왔다. 몇십년 전만 해도 사람들에게 레코드는 음악을 듣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 수요층이 대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LP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사장님에 따르면, 디지털 음원은 한정된 음역대에서 소리를 잘 ‘깎아냈기 때문에’ 완벽하다. 그렇지만 아날로그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음역대를 다룬다고. 그래서 듣기 편하다. LP의 장점이다.

그렇다면 ‘엔터바’는 주로 레코드판으로만 음악을 재생할까?
사장님에 따르면 대부분의 LP바 사장님들은 그렇다고 한다. 레코드 음악, 그 중에서도 오래된 것만 최고라는 것이다. 물론 사장님 자신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그는 유투브의 요즘 노래 영상들을 아날로그로 변환해 틀어주고 있다. 나를 위해 그가 선곡한 것은 애덤 리바인의 ‘Lost Stars’. ’꼰대답지 않은‘ 사장님이 생각하는 스물 셋 여자애의 취향이다. 물론,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보았다. 사장님은 꼰대를 싫어하는 20대 여대생의 마음을 정확히 파악해서 공감을 얻어내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PR을 하셨다. 사장님은 분명 음악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마케팅에 대한 센스까지도 남다른 분이다. 게다가 사장님은 식품영양학과 출신으로 호텔에서 쉐프로 일하신 경험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엔터바는 음악과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남다른 술집이다.
이렇게 좋은 사장님을 둔 엔터바는 분명 눈에 띄지는 않는다. 신촌의 주요 길목에 위치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우선 간판에서 오래된 티가 나고, 바의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했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안쪽에 불이 꺼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들어갈 엄두가 안 날 수도 있지만, 유리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린다.

안은 상대방의 얼굴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LP바이니만큼 음악의 볼륨은 줄일 수 없다는 사장님. 시각과 청각이 모두 차단된 상태에서의 대화란 쉽지 않다. 그러나 술집이 항상 대화를 위해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화 대신 그만큼 음악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엔터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2900장에 달하는 LP음반 중, 극히 일부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능한 많이 이 곳에 들렀으면 좋겠다. 같이 알았으면 좋겠다. 이곳의 음악들을, 좋은 사장님을, 착 가라앉아 있으면서도 다정한 분위기를, 선곡한 음악이 다 끝나더라도 일어날 수 없게 만드는 아쉬움도.
다만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좋겠다.
병맥주 7~8천원대
칵테일 9천원대
베이컨과 감자튀김 2만 5천원
한우 육사시미 3만 5천원
양주 10만원 ~90만원대
사장님이 쉐프 출신인만큼 엔터 바를 방문한 사람들은 다양한 요리와 주류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대학생보다는 직장인을 주요 타겟으로 하는 술집인만큼 어느 정도의 가격선은 예상해야 한다.
주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창천동 52-19
예약/문의 : 02-326-0235
블로그 : http://blog.naver.com/lhj0233?Redirect=Log&logNo=220393420693
*이 기사는 새로운 잔치꾼 수습팀원 “서희진” 양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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