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지구별 고양이
“나만 고양이 없어…”
얼마 전까지 sns에서 인기 있던 해시태그 문구이다. 그만큼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일 테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느는 것이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에는 많은 책임이 따른다. 준비할 것도 많고 다짐해야 할 것도 많다. 정보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데려온 동물들은 쉽게 데려온 것처럼 쉽게 버려지곤 한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인기를 끈 강아지 품종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많은 관심을 받더니 프로그램이 종영한 지 몇 달 후부터 길거리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동물 가게에 특정 품종이 유행하는 것처럼 유기 동물 보호소에는 뒤늦게 그 유행이 돈다.
신촌에 이러한 버려진 동물들을 보살피는 특별한 place가 있다. 오늘 소개할 ‘지구별 고양이’는 버려진 고양이들을 위한 유기묘 입양 카페이다. 고양이들이 생을 다하고 나면 ‘고양이별’로 떠났다고 하는데, 떠나기 전 머무르는 지구별에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으셨다고 한다. 단순한 카페가 아닌 학대받고 버려진 길고양이를 구조해 보호하고 입양자와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곳이다. 길고양이 구조 봉사를 해오던 대표님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고양이를 보고 입양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신이 운영하던 카페를 유기묘 카페로 전환했다고 한다.

지구별에 사는 고양이를 만나러 가보자 !
다소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2층의 이중문을 열고나면 아늑한 분위기의 지구별 고양이 카페가 나타난다.

문을 열자마자 우당탕탕 카운터를 헤집고 다니는 고양이들 탓에 놀라는 것도 잠시, 눈앞의 귀여운 생명체들에게 홀딱 반해버린다. 곧 카운터를 점령한 삼색이 고양이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고양이들에게 다가가기 전 손소독은 필수! 자원봉사자분께 주의사항을 듣고 음료 하나를 주문한 후 천천히 카페를 둘러본다.


여기저기 노곤하게 녹아내려 늘어져있는 냥이들을 보며 심장을 부여잡고 자리를 잡는다. 창밖이 보이는 바 자리도 있고, 좌식으로 앉을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자리들의 공통점은 모두 고양이가 있다는 것! 곳곳에 고양이들이 쉴 수 있는 푹신한 무언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2층 한가운데에 위치한 다락, 천장과 가까워 머리가 부딪히기 십상이지만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람들도 고양이를 잘 볼 수 있는 다락을 선호하는 듯하였다. 지구별 고양이를 꽤 여러 번 방문해봤던 에디터도 다락 자리는 항상 만석이라 올라가 본 적이 한 번뿐이다.

고양이가 총 몇 마리인지 세시오.(5점)
다락 자리에 올라가면 한자리에 머물기 좋아하는 순한 고양이들과 뛰어다니길 좋아하는 활발한 고양이들이 모여있다. 순한 고양이들은 사람들의 무릎에 앉아 골골송*을 부르고 꾹꾹이*를 하며 낮잠을 즐기고, 활발한 고양이들은 다락 난간을 아슬아슬하게 뛰어다니며 논다. 그 사이에 앉아서 고양이들이 평안하게 놀고 쉬는 것을 바라보면 너무 행복하다. 귀여우면 다야….? 응… 다야…! 그래~ 너 다해라!
(*골골송: 고양이가 안정감을 느낄 때 낮게 반복적으로 ‘그르렁’ 또는 ‘가르릉’ 내는 소리)
(*꾹꾹이: 새끼 고양이가 모유를 먹을 때, 젖을 잘 돌게 하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어미 배를 양손으로 누르던 행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푹신한 것들에 두 발을 대고 꾹꾹 누르는 행위)

(=^ – ω – ^=)
눈물을 머금고 2층의 고양이들을 뒤로한 채 3층의 고양이들도 만나러 가본다. 2,3층 고양이들이 싸우지 않도록 막아져 있는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
두둥. 계단을 지키는 무시무시한 고양이가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며 보초를 서는 것인지 올라갈 때마다 다른 고양이가 계단을 지킨다. 치즈냥이 옆을 조심조심 지나가면 2층과는 또 다른 고양이 구성원들의 보금자리가 나타난다. 2층의 구조와 다른 점이라면, 가운데에 다락 대신 이불이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펼쳐진 이불 위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뒹굴고 있었다. 에디터도 같이 뒹굴고 싶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참고 이불 위에 살포시 앉는다. 고양이에게 어필하기 위해 양반다리를 하고 무릎을 톡톡 건드리고 있으니 에디터의 유혹에 걸려든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서서히 다가왔다. 갓챠 ,,

엉엉 전 성덕이에요…!
다리 위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를 한 손으로 살살 쓰다듬으며 주변에서 부비적 거리는 다른 고양이들도 예뻐해 준다. 고양이들은 항상 발랄한 강아지들과 달리 처음부터 마음을 내어주지 않고 슬금슬금 다가가면 그제서야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인내하며 기다리다 보면 차가워 보였던 고양이들도 어느새 당신의 다리에 궁둥이를 슬며시 붙이고 눕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꾸준히 차가운 냥이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가끔 부담스럽지만 고양이들의 관심은 항상 환영이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에디터는 지구별 고양이를 올 때마다 과제를 가지고 왔지만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아무도 그럴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래요…

이렇게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순한 아가들이지만 모두 다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 고양이들은 모두 학대받거나 유기되어서 구조된 아이들이다. 유기동물은 해마다 10만마리 가까이 발생하다가 점차 줄어들어 2015년 8만2000여마리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다시 그 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동물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의 세계는 넓고 반려동물은 내 세계의 일부분이지만, 반려동물의 세계는 주인이 전부다. 내 세상이 나를 버린다면, 나의 전부가 나를 놓아버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별 고양이 카페 내부의 벽 한 편에 붙어있던 문구,
“사지 마세요. 책임질 수 있을 때 입양하세요”.
유기 동물 한 마리를 입양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아이의 세상은 당신으로 인해 바뀔 것이다. 반려묘를 입양하고 싶은 사람들, 책임질 여건은 안 되지만 고양이들에게 사랑을 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 지구별 고양이에 놀러 와서 사랑을 나눠주길. 그들에게 준 사랑보다 더 크고 순수한 사랑을 받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구별 고양이
주소: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1안길 9
연락처: 02-6414-6542



[…] 레인트리도 지난 학기 콘텐츠 후보에 있었는데 지구별 고양이에 밀리고 말았어요. 다음 학기에는 꼭 소개해보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