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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15 · 06 · 11

13. cafe Arvo

Editor 고니

아이스 크러쉬 하나를 시켜놓고 눈치보기만 세 시간 째. 말을 좀 붙여볼라치면 어김없이 손님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좌절. 덕분에 카페에 있는 만화책은 9권째 보는 중. 사실 오랜만에 본 <그 남자! 그여자!>가 재밌어서 인터뷰를 마냥 늦춘 것도 있다. 지금은 30분 째 손님이 안 왔고 사장님은 자리에 계신다. 지금이 바로 인터뷰를 요청해야 할 각!

 

*사장님 안녕하세요?

잡소리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헤드폰을 끼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계신다.

*사장님…사…장님?

집중하고 계신다.

*사장님 안녕…안녕하세요!

사장님과 눈을 맞추려 팔을 열심히 허우적거렸다.

-어이구 네 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제가… 잔치연세라는 웹진에서 신촌의 플레이스에 대해 취재를 하는데~

블라블라.

-아 예 예 뭐 취재하실 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그런데 제가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리고 사장님은 그렇게 약 40분 간의 인터뷰를 카운터에 서서 진행했다.


*arvo의 뜻이 뭔가요?

-뭐 영어로 오후라는 뜻이라고 하던데요. 예전 주인이 짓고 갔어요.

*아 초대 사장님이 아니시군요.

-세 번쨉니다. 원래는 홍대에서 식당 했었어요.

*왜 카페로 바꾸셨어요?

-임대료가 너무 비싸져서요. 원랜 120만원 이었는데 슬금슬금 오르더니 305만원까지 오르더라고요.

*카페 하는 건 재밌으신가요?

-좀 지루해요. 전 원래 움직이는 걸 좋아하거든요. 올해 초부터 시작해서 지금 반년 정도 됐는데, 재밌으면 더 하려고 했는데… 잘 모르겠네요. 제 생각엔 카페는 건물주가 해야 해요. 커피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는 건물주. 부수입으로는 좋거든요 이게.

*제가 마실 거 하나 시켜놓고 세시간 동안 앉아 있었는데 별로 신경을 안 쓰기도 하시더라고요.

-아 제가 원래… 손님들한테 말을 잘 안 시켜요. 손님이랑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카페 주인도 있고 그런데 저는 그러진 않은 편이에요. 손님들의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거든요. 에디터 분도 세 시간 동안 앉아서 만화책을 보셔도 되고 다른 걸 하셔도 되고… 신경 안 써요. 솔직히 커피값에는 자리값도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저희 집은 커피 유한리필도 해요. 무엇보다 저희 카페 이름이 “오후” 잖아요. 손님들이 나른하게, 편안하게 쉬시다 가면 좋겠어요.

*아 만화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만화책들이 많더라고요. 다 순정만화던데 사장님이 사신 건가요?

-전에 사장님이 두고 간 거에요.

*아…네…

-아무래도 앞에 여대가 있다 보니까 다 순정만화로 구비해놓은 것 같더라고요.

*찾아오시는 손님도 주로 이대생들이겠네요?

-이대생이 6-70퍼센트 정도, 직장인이 그 나머지 정도 되죠. 근처에 연대 외국어어학당이 있어서외국인 단골 손님이 몇 있기도 해요. 나중에 이 카페가 흥하려면… 키 크고 잘생긴 종업원 두면 잘 될 겁니다. 아, 어서 오세요. (손님 : 음…흠… 단호박 @&# 이 메뉴 없어졌나요?) 네. (손님 : 아 그렇군요…다음에 올게요.) 네 손님 안녕히 가세요~

*전에 있던 사장님이 하시던 메뉴인가 봐요.

-네. 메뉴도 많이 바뀌었어요. 뺀 것도 있고 넣은 것도 있고… 제가 식당을 했었잖아요? 전 식당이든 카페든, 이게 성공하려면 킬러 콘텐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거기에만 가야 맛볼 수 있는 것들. 아무리 비싸도 거기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 여기도 그래서 이것저것 새로 만들기도 했죠.

*그럼 사장님이 제일 자신 있는 메뉴는 어떤 거예요?

-카페라떼요. 이게 다크로스팅한 걸로 만든 건데, 쓰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전 라떼에 딱 맞는 고소한 맛이라고 생각해요.

*저번에 아이스 크러쉬가 뭔지 몰라서 물어봤는데… 얼음이 걸려서 먹기 불편해서 잘게 갈은 거라고 하셨었나요? 그 때 되게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 네… 그게 뭐… 에이드 같은 거 먹으면 얼음이 너무 크니까 먹기가 불편하잖아요. 그리고 청이 너무 커도 빨대에 걸리고… 그래서 슬러시랑 비슷하지만 슬러시보다는 덜 묽게 얼음을 갈아서 만들어 본거죠.

*카페가 연대동문길에 있는데, 어떠세요?

-아무래도 한산하죠. 이대생들은 바로 옆이니까 자주 오는데, 연대생들은 이 카페 오려면 위까지 올라와야 하니까 귀찮아서 안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 교수님 한 분은 단골로 자주 오세요. 단골이라고 막 말을 많이 걸거나 그런 건 아니고… 가게 앞 지나갈 때 인사도 하고 그래요. 음, 그리고 요새 연세대학교 공사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자재들 옮기는 트럭들 지나가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민원도 넣어봤는데 뭐…그대로네요.

*저는 번화한 신촌에서 놀다가도 한가로운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면 연대동문길에 오는데…

-차라리 이 뒤로 가세요. 저기 절 올라가는 길 있죠? 거기가 진짜 한산하고 좋아요.

 

*ㅋㅋㅋ…네. 오늘 재미있는 얘기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끝난 거에요? 그럼 뭐… 카페라떼라도 서비스로 한 잔 드려볼까요?

*우와. 그래도 되나요?

-뭐 어때요. 원가는 싸요. 아 그리고 뭐… 제가 아까 카페라떼가 제일 자신있다고 말했다고… 억지로 맛있다고 하실 필요 없어요. 그냥 한번 드셔 보세요.

*오, 맛있는데요? 전 원래 커피 잘 안 마시는데 이건 맛있어요.

-훗. 그렇다니까요.

*저 그럼 카페 밖에서 사진 좀 찍고 가볼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나갈 거에요. 아, 배웅하러 가는 게 아니라 말을 많이 해서 담배 피러 가는 거에요.

*ㅎㅎ 네.

-두리번 두리번(에디터가 차도에 나가서 사진을 찍자 차가 오나 안 오나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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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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