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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6 · 10 · 27

266. 비행기표 없이 일본 여행 떠나기

Editor 유빙

 

 

마을버스에서 내려 경의선 숲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한낮의 거리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다. 가방을 멘  대학생부터 점심시간을 맞아 잠시 사무실 밖으로 나온 직장인,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주민들까지. 저마다 다른 목적지를 걷는 이들은 가을날의 숲길을 채우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숲길을 따라 늘어선 식당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날씨가 좋은 탓일까, 식당의 테라스 좌석은 만석이다. 

평소라면 목적지까지 금방 갈 수 있는 제일 효율적인 길을 확인하며 서둘러 지나쳤을 길이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의식적으로 조금 다른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행지에서는 이름 모를 골목 하나, 평범한 건물 한 채나 자판기 하나도 유독 흥미롭게 느껴진다. 지도에 표시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이 오래 남기도 한다. 어쩌면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그런 데 있는지도 모른다. 익숙한 서울의 거리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새롭게 다가온다. 숲길로 이어지는 작은 골목과 낯선 건물들 사이로 내려앉은 오후의 햇살까지.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중,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이오밀>

 

1층의 카페 위로 보이는 매장이 아이오밀이다. 검은색 창틀과 활짝 열린 창문, 안쪽에 드리워진 대나무 발이 오래된 일본 주택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따뜻한 색감의 벽돌 외벽과 소박한 창가의 모습은 화려한 장식 없이도 묘한 이국적 분위기를 풍긴다. 창가 오른쪽으로는 아이오밀의 간판이 있다. 

 

I.O project: care is for both inside and outside

 

안과 밖, 모두를 향한 세심한 배려라는 뜻일까. 짧은 문구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인상적이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일컫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라는 말이 떠오른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작은 부분 하나까지 정성을 기울이는 태도 말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쓰는 마음은 비단 물건을 만드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음식 한 그릇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 그곳에서 보내는 시간까지. 아이오밀이 말하는 배려도 이와 닮아있을 듯하다. 

 

건물 옆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오른쪽에 작은 출입문이 나타났다. 입구에는 일본어로 영업 중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걸려있었다. 한자로 적힌 영업 중이라는 글자와 밑에 영어로 적힌 작은 문구를 바라보니, 마치 이전에 일본 여행 중 찾아낸 작은 식당이 떠오른다. 

 

가게 앞에는 노란색 종이로 된 대기 명단이 놓여있었다. 이미 여러 이름이 적힌 종이를 살펴보니 혼자 방문한 사람부터 두세 명씩 함께 찾아온 일행까지 다양했다. 에디터 역시 그 끝에 이름을 나란히 놓았다. 명단 위에는 손 글씨로 작성된 작은 안내문이 있다. 공간이 협소하니 동반 인원은 함께 입장해 달라는 부탁과 마지막에 덧붙인 감사 인사, 그리고 귀여운 하트까지. 정성스럽게 적힌 문장에서는 손님을 배려하는 가게의 마음이 느껴진다. 다른 쪽에는 대기 중인 손님들에게 건물 옆 통로를 이용해 달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안내를 따라 건물 옆으로 이동하니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행복이 찾아왔다. 

오래된 주택과 낮은 건물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고, 그 사이로 좁은 골목들이 구불구불 이어졌다. 번화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주변은 놀라울 만큼 한적했다. 낡은 외벽과 담장, 건물 사이로 난 작은 길이 오래된 동네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흥에 이런 곳이 있었다. 평소 수없이 오갔던 서울이건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잠시 주변을 살피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건물 너머로 드넓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옥상 위로 솟은 철제 안테나와 높지 않은 건물들이 파란 하늘 아래 나란히 서 있었고, 하얀 구름은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흘러갔다. 일본의 조용한 주택가를 닮은 낯선 골목에서 느끼는 편안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맛집은 기다려야 제맛이라는 말도 있듯, 이곳에서는 대기 시간마저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치마와 두건을 착용한 직원이 밖으로 나왔다. 앞에는 세 명이 함께 방문한 가족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은 일인석이 먼저 비어 혼자 온 손님부터 안내하게 되어있다며 친절하게 양해를 구했다. 차례를 기다리던 가족에게 정중히 상황을 설명한 뒤, 에디터와 또 다른 손님 한 명을 먼저 가게 안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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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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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빙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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