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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1 · 12 · 29

170. 신촌시그널: 플팀과 함께 소개팅을

Editor 챌라또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있….

 

 

어…

 

… 는 개뿔 늦었다.

 

그것도 한 시간씩이나 ! ! ! 

 

열한시 이대역 3번 출구 약속이었는데 무려 두 번을 미루고 열두시 조금 전에 슬라이딩으로 세이프했다. 이게 다 무슨 의민가 싶지만 농구로 치면 버저비터긴 했다(쓸데없이 비장하게 구차해..!). 분명 어제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친구랑 통화할 때만 해도 시간 약속 잘 지키고 예의 바른 사람이기만 하면 누구든 괜찮을 것 같다고 했는데… 내가 지금 그 시간 개념이라고는 일절 없고 예의는 밥 말아먹은 바로 그 사람인거다 (소개팅 진상 체크리스트 1번부터 글러먹었으니 말 다했지 뭐). 하필 날씨는 또 눈치 없게 칼바람 비상이라 마스크 속 얼굴은 이미 만신창이. 그 와중에 너무 말도 안되게 늦어서 전속력으로 뛰느라 추위와 더위가 동시에 오는 기-jerk같은 온도붕괴현상까지 한껏 느껴가며 그렇게 소개팅 장소에 도착했다. 앞머리는 이미 안타깝게도 습기에 지쳐 사망하셨고(호상 아님)… 그리고… 저 멀리에 기다리다 지친 한 뒷모습이 보인다. 소개팅하러 왔다가 얼떨결에 인내심 테스트 당한 분과 멋쩍게 인사하는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몇 번 돌려본다. 아아. 어언 4년 만의 소개팅이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지도 보면서 뛰어가다 갑자기 카메라 켜져서 발 찍힘ㅎ

 

물론 이게 수목 저녁 드라마였다면, 여주는 그렇게 뛰고도 베이비파우더 백 번 바른 뽀송한 얼굴과 바람에 흩날려 자동 완성된 ‘손님이건고데깁니다’ 머리로 –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랜선으로 업무 처리를 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던, 그리고 꼭 ‘날 처음으로 기다리게 한 여자’가 취향인 남주와 극적인 [오히려 좋아] 상황에서 조우했겠지만 – 다들 알다시피 현생에서 그딴 건 없다. 내가 고작 할 수 있(사실 없)는 변명은 그 날 새벽에 어김없이 행차하신 타이밍 쩌는 대자연님과 늘 그렇듯 자연 앞에 무릎 꿇은 미천한 몸뚱이 뿐이고, 굳이 더 찌질하게 남 탓을 해보자면 그 시간대에 하필 바쁘셨던 관악구의 택시 드라이버님들을 향한 작은 원망 정도랄까. 

 

다행히도, 이 ‘소개팅’은 샤랄라 필터 가득한 수목 저녁 드라마도, 그와 평행가도를 달리는 리얼 현생 버라이어티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신촌에서 가장 이상적(?)인 소개팅을 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한 글을 위한 일종의 베타 테스트 모임이다. (물론 그 기다리다 지친 뒷모습이 진짜 소개팅 상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앞선 서술에 거짓은 없다^^..) 곧 잔치를 떠나는 플레이스 팀장으로서, 신촌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갈 모든 솔로천사들을 위한 신박하고 성공적인 소개팅 플랜을 완성하고 떠나리라. 이 원대한 대작을 위해(그리고 소개팅은 혼자 할 수 없기에) 신촌이라면 믿고 가는 플레이스 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기꺼이 하루동안 나의 소개팅 상대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플레이스 팀장은 도합 12시간동안 신촌에서 네 번의 소개팅을…했ㄷ ㅏ… ) (??: 죽여조) 

 

 


1st round. 원즈 오운

 

소개팅인 1: 에디터 키튼

#세련 #감각적 #낯많이가림주의

 

“그래서… 도대체 데이트란 뭘까…?”

 

원즈오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20 1층 / 10:00 – 21:00 (일 휴무)

 

 살짝 늦으시는 팀장님을 기다리면서 이곳저곳 사진을 찍는 와중에 한 생각. 소올직히… 내가 알게 뭐람…?(퍽) 절대 내가 스물다섯살 먹고도 연애 한번 못 해본 모태솔로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음 아닌게 아니라 그게 맞나. 혼자 카페 다니는 게 취미인만큼 나름 친구들의 데이트 코스 컨설턴트 역할을 맡고는 하는데, 넓고 분위기 좋은 장소들을 골라주는 정도가 전부라 막상 내가 소개팅을 한다면 어디로 가야할 지 생각해본 적은 없다. 낯선 사람들과 만나면 눈에 띄게 산만하고 재미없어지는 성격인 탓에 아직까지 소개팅은 옵션에 없는 탓이기도 하고. 그렇다, 내가 바로 가망없는 자.만.추.

 

 

여튼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복귀. 컨셉에 충실해서 답사와 글 작업을 마치려면 자기 최면이 필요하겠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선, 이건 소개팅이다… 이거ㅅㅡㄴ…. ㅅㅗ개ㅌㅣㅇ… (아몰랑)

 

 

 새로운 사람과 만나 짧은 시간 동안에 서로를 이해하고 유대를 쌓는 데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실 모든 만남의 성패는 시작하기 전부터 절반쯤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나의 삐딱한 입장에서, 이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그게 될 것 같은 사람을 만나라”이기는 하다. 그런데 결국 소개팅 상대를 만나보기 전에는 답을 알 수 없는 문제. 우리는 급할 때만 고개를 들이미는 내면의 코난에 빙의해서 탐색전을 펼칠 수 밖에 없다. 오늘의 소개팅 상대를 보자. 인스타그램 하시려나….

 

 (잠시 앉아서 인스타 구경 중….)

 

 보아하니 반짝반짝거리는 패션 센스에, 카페나 여행지 등을 배경으로 멋지게 담은 사진들이 엄청 많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음악과 영화는 물론, 술과 커피에도 경험이 많고 취향이 확고한 문화인 그 자체라고…(므찌다) 나도 커피와 카페 공간에 관심이 많으니 일단 공통의 관심사 하나는 찾은 셈! 이런 주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만나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고른 곳은 이대역 근처에 위치한 원즈 오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 샌드위치와 스프 등을 팔고, 커피와 와인 등을 곁들일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다. 현대적인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도 꽤나 멋스럽고, 사진으로 본 넓은 테이블 좌석이 특히 마음에 드는데 문제 발견. 하필이면 그 자리가 입구 바로 앞 바깥쪽이다. 흠 춥지 않으려나. 그러던 찰나에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도착- “으앗 늦어서 죄송해요ㅠㅠ” 잠깐의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와, 우리 코드가 꽤 잘 맞는다. 금세 한 오년은 알고지낸 사이처럼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이거슨 바로 소개티ㅇ ㅅㅓㅇ고ㅇ….?

 

 … 아 야 맞다 우리 소개팅 글 써야하지?!

  

 현실의 우리는 백만년만에 접선한 대학 동기 둘이었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근황토크와 의식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아무말 대잔치 와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이곳에 온 본래 목적을 잊어버린지 오래다. 사실 메뉴 선정부터 그럴만 했던 것이, 주문한 샌드위치부터 아주 맛있었지만 한조각씩 꽉 붙잡고 열심히 베어물어야 하는 관계로 소개팅에 적합한 음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공간도 약간은 낫-소-소개팅스러운가. 어쩔 수 없는 낯가림의 자리라면 상대방과 나 사이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때론 의자에 몸을 푹 묻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는 세련되고 넓직하게 배치된 점이 좋지만 딱딱한 칼각 재질이어서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몸을 앞으로 숙이게 되는 것 같기도 – 음 오히려 좋은건가…? 여튼 말하자면 소개팅보다는 두세번째 애프터 정도에 괜찮을 것도 같은 공간인데 (첫번째 애프터는 불가!), 애초에 편안하고 캐주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상대와의 만남을 추구한다면 이곳에서 만나보는 것도 괜찮을지도.

 

이겈ㅋㅋㅋ 소개팅 하면서 먹기는 좀 그럴 것 같은데

 

그래도 토마토와 바질로 만든 잼, 루꼴라와 시트러스 드레싱에 리코타 치즈가 들어간 치아바타 샌드위치는 보기보다도 풍성하고 잘 어우러지는 맛이 참 괜찮았다. 다음에는 독특해보이는 허머스 라페 치아바타나, 제주도 흑돼지 햄으로 만든다는 잠봉 뵈르를 먹어봐야지. 머쉬룸 스프도 농축된 버섯들의 진한 풍미가 꽤나 인상적이었고, 함께 나온 치아바타와 따로 시킨 바게트를 먹어보니 빵 자체를 제대로 만드시는 곳 같다. 근데 밥 먹으러 왔냐고? 아 맞네…. (우적)

 

추운 날 소개팅이라면 따순 음식을 골라보자

 

 이러나 저러나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기는 했다. (???: 너 소개팅은 안중에도 없는 거니….?) 아마도 오늘의 주인공께서는 하루 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셔야 할 텐데, 그렇다면 조금이나마 든든하고 따듯한 식사로 첫 단추를 끼우면 좋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 생각해보니 소개팅에 맛있는 음식처럼 중요한 게 또 없다. 그것이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무는 데 도움이 되는 탓이기도 하고, 따뜻하고 맛있는 밥으로 시작하는 만남이라면 보다 건강하고 힘이 되는 관계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카페 다섯개 돌아다니며 커피만 같이 마셔주는 사람보다는, 하루 세끼는 못하더라도 두끼는 즐겁게 먹도록 꼬셔주는 사람을 만나보도록 합시다. 

 

사전답사를 미리 해보는 것도 괜찮으려나. 

 

 데이트 코스 추천을  해보려고 했으나 이상형 토크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여튼 이렇게 짧은 가상 소개팅을 마치고 챌라또씨를 보내며 나는 이렇게 마무으리….    

 

 

팀장: 마무으…아…니 잠깐 그래도 소개팅 상대 입장도 들어봐야… (늦은 주제에 정신 못차림) 

 

에디터 키튼의 원즈오운

감성 ★★★★★

플레이리스트 ★★★★

술도 팜(best!) ★★★★★★★★★

 

플레이스 한줄평: 나도 모르는 새에 부자돼서 까리한 호텔 로비에서 쿨하게 소개팅하는 그 감성 

늦어서 무척 정신 없었던 거 빼고는 꽤나 완벽했던. 요즘 유행하는 현대적 감성과 그래도 어딘가 모르게 따뜻해서 편안한 느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공간! 갠적으론 머쉬룸 스프가 진짜 대존맛이었다. 여기서 리빙포인트: 추운 날 스프 파는 카페 데려가면 호감도 상승 가능. 무조건. (무심하게 “오늘 날이 추워서 따뜻한 스프 먹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툭 -) (꺄 센스 미쳤잖아ㅜ) 뭔가 따뜻해서 마음도 같이 녹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물론 샌드위치는 먹기 힘들어서 찐 소개팅이었으면 거의 못 먹었을 것 같긴 하다. 심지어 바게트 샌드위치 리얼 난이도 헬급ㅋㅋㅋㅋ. 그건 나중에 잘되면 그날을 추억하면서 와구와구 먹는 걸루… 배경 플리도 잔잔한 재즈라 햇살 좋은 오후에 와인이랑 이것저것 골라 시켜서 차려놓고 찬찬히 마시고 먹으면 내 기준 넘 완벽한 소개팅/데이트일 듯. 좋은 곳에서 느끼는 행복의 감정이 서로의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소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 매 끼 밥을 먹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으로서 ‘같이 카페 다섯개 돌아다니며 커피만 같이 마셔주는 사람’이 좀 더 편하고 잘 맞는다고 늘 생각했는데, 결국 나를 아껴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하루 세끼는 못하더라도 두끼는 즐겁게 먹도록 꼬셔주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기는 하네. 

 

 


2nd round. 파이홀    

 

소개팅인 2: 에디터 소한

#디저트 #즉흥적 #아기자기함 #절대_오디오_채워

 

 원즈 오운의 까리한(?) 사진을 받아버려서 약간 위축되긴 했지만, 나도 꽤 그럴듯한 계획이 있었다. 바로, ‘상대방에게 의미있는 장소에 데려가자!’는 것.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 데려가는 것도 좋겠으나, 딱히 그런 곳이 없다면 정석적이고 적법한 절차(ex. 상대방 SNS 염탐)을 거쳐 정보를 수집한 후,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소개팅 장소를 도출하는 것도 꽤나 괜찮은 방법이 될 테니까.

 그래서 팀장님의 글과 SNS를 정주행 하여 대략적인 스타일을 파악한 후, 팀장님의 첫 글 소재가 됐던 ‘투티거스’에 갈 예정이었는데…. 네? 뭐라고요? 투티거스, 이제 테이크아웃 밖에 안돼요…..?! 세상에. 코로나를 거치며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신촌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멘붕이 온 나

 

정신차리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상대방을 데려가려고 했던 카페가 하필이면 오늘 쉬겠다며 인스타에 공지를 했는데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 했다든가, 분명히 저번달만 해도 잘 있었던 가게가 오늘 가보니 갑자기 사라져 있든가… 그럴 때 필요한 것? 순발력. 

 이미 상대는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베이커리 카페에서 으-른스러운 사람과 지적인 대화를 즐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나는 반대로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곳. 그리고 무엇보다 파이가 존맛인 파이홀. 너로 정했다. 절대 그냥 파이가 먹고 싶었던 게 아니다. 

 

파이홀 / 서대문구 연세로5나길 20 / 매일 11:00 – 23:00 (정부 지침에 따름)

 

 소개팅은 어색함, 대화 주제 부족으로 인해 오디오가 비는 어색한 시간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때문에 다른 테이블에서 들리는 도란도란한 말소리로 오디오를 채워주는 파이홀은 꽤 괜찮은 장소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파이를 한 입씩 먹으면 된다. 절대 어색하거나 할 말 없어서 그런거 아니고, 파이 먹느라 말이 없는 거라는 적절한 핑계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지만, 존맛 파이에 홀려 소개팅을 잊고 와구와구 먹지 않도록 주의하자

 

 맛있는 파이를 먹고 감상을 나누고, 다른 테이블의 말소리로 둘 사이의 정적을 메우다가 다시 파이를 먹었는데도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파이홀의 책장을 참고하자. 

 

카페 책장 치고는 꽤 빼곡한 책장

 

 책장에서 둘 다 읽은 책을 찾는다면 쉽게 대화 심폐소생술에 성공 할 수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상대에게 추천해줘도 좋고.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제목으로 상대에게 호감을 표시할 수 있다. 

 

나는 너에게 ‘끌림’ㅎ

 

 많은 책들 중에서 그냥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는 것만으로도 담백한(?) 호감 표시가 되지 않을까. 물론 상대가 바로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을 집어든다면 곤란해지겠지만 말이다. 다행히도 책장으로 끼부리는데 성공하여 팀장님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번외 : 소개팅 대화주제에 관하여

 

그가 뽑은 ‘끌리는’ 대화주제 예시

(말차 파이를 보며, 담백하게) 말차 좋아하세요? or 술 좋아하세요? 주종은 어떻게 되세요? 

 

그가 뽑은 ‘도망치고 싶은’ 대화주제 예시 

(책, ‘행복론’의 표지를 보며)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 행복론에 따르면요…

 

 내 경우에는 순조로운 대화를 통해 ‘소주’를 좋아한다는 기가막힌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소개팅 술자리로는 삼겹살, 조개구이처럼 맛있으면서도 약간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안주가 제격이라는 데 나와 팀장님 모두 격하게 동의했다. 둘에게 주어진 일이 있다면 자연스러운 협동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오랜 시간 앉아있게 되는 건 덤이다. 그런 음식은 으레 술을 먹기 마련이니까 당연한건가? 만약 실제 소개팅이 이렇게 흘러갔다면, “그럼 우리 조개구이에 소주 한잔 하러 갈까요?!”로 스무스한 진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팀장님을 다음 주자에게 보내드려야해서 ‘조개구이에 소주’는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실제 소개팅이라도 이렇게 서로 통한 메뉴를 킵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저번에 얘기했던 조개구이에 소주 한잔 하실래요?”하고 애프터를 신청하기 편할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팀장님 저랑 저번에 얘기했던 조개구이에 소주 한잔은 언제 하실래요?  

 

 

팀장: 내일 어때요. 

 

에디터 소한의 파이홀

온도 ★★★★

아기자기함 ★★★★★

한적함

(but 파이 ★★★★★★★★★)

 

플레이스 한줄평: 솔직히 달달한 파이랑 다락방 감성은 도도새침 얼음공주가 와도 못 참는 필승조합. 

파이홀은 말해 뭐해. 내가 파이홀에서 가장 맘에 드는 부분 중 하나는 온도다. 겨울에 카페를 가면 실내여도 어쩔 수 없이 추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파이홀은 정말 정말 정말 따뜻하다. 들어가자마자 따뜻함이 훅 감겨오는 느낌. 괜히 추우면 생기도 없어지고… 콧물도 나오고… 입도 얼어서 발음도 안되고… 집중도 같이 안되고… (짜증도 나ㄱ..) 무튼 소개팅엔 온도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파이홀은 수석합격 느낌이랄까. 책장을 보며 나눈 대화는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게 했고, 본인이 파이 먹고 싶어서 데려온 걸 다 들킬 만큼 맛있게 파이를 먹는 상대방이 귀여워보이기까지 했다. 아기자기한 할머니 집 다락방 같은 인테리어도 편안한 분위기 조성에 일조! 아, 인기가 많은 카페라 사람이 늘상 많고 테이블 사이 간격들이 다 좁아서 소개팅하는 걸 옆테이블에 들킬 가능성 있다는 건 조그마한 함정이긴 하다. 얼떨결에 소개팅 관전 여러번 해본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지루한 하루에 소소한 행복을 준다는 마인드로 그냥 뻔뻔하게 하면 될 것 같다^^ 리빙포인트: 파이홀은 아무래도 얼그레이가나슈 or 오레오말차가나슈.  

 

 


 뚜뚜- (통화 연결음 소리)

 네네, 팀장님.. 아 앞선 분들이랑 브런치를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구요. 그러면 이후로 좀 근사한 곳에서 저녁드시면 되겠네요. 팀장님 또 술 좋아하시니까 술을… 아.. 네 그거는 저 다음 순서인 신나우님이 하신다고요? 

 그럼 난 뭐 어떻게 하라고? 알아서 준비하라고? 알아서 즐겁게..? 아 네.. 알겠습니다..

 뚝- (통화종료)

 

3rd round. 신촌 갤러리 피시방

 

소개팅인 3: 에디터 황도

 #새로움 #파워블로거 #뒤틀린동심

 

맛있는 것들 잔뜩 먹고, 뭔가 만족스러워 보이는 팀장님을 빨간잠만경 앞에서 주웠다. 아니 알아서 즐겁게 하라니 이게 뭔 소리야.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자면 내가 진작 개그맨 했지. 그리고 소개팅하는데 누가 대체 이렇게 애매하게 만나요. 솔직히 주문이 너무 얼탱이 없잖아요. 뭐라고? 어쩔티비라고? (응~저쩔냉장고) 

 헛소리 그만하고 우리 일단 좀 걸을까요?

 

오늘은 소개팅 당일, 오지고 지리게 추운 날이다.

 

 시간이 붕 떴을 땐 역시 산책이 최고다. 연말이 가까워져 연세로 곳곳이 조명으로 단장했다. 길이 너무 이쁘니까 잠시 걸으면서 둘러보면 좋지 않나? 라고 생각하던 참에 바람에게 원투훅을 맞고 나니 잊고 있었던 타이슨의 명언이 떠올랐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맞기 전까지는… 

 나만 머리가 띵한가 싶어서 흘끗 옆을 보니,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그녀의 앞머리가 양옆으로 갈라져 휘날리고 있었다. (몰랐는데 저 누나 이마 약간.. 태평양?) 더 걷자니 칼바람에 뼈와 살이 분리되어 순살 치킨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나의 가치 2000원 상승..?) 산책은 때려치고 일단 아무 곳이나 들어갔다.

 

삐빅 정상체온입니다

 

 진짜 정말 아무 곳에 들어가는게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독자 여러분~^^ 사실 다이소는 소개팅 상대와 함께 하기 좋은 아주아주 로맨틱한 장소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처음 들어갈 때는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실텐데요. 추운 날씨에 다이소에서 몸을 녹이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며 서로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

 

사랑이 이루어지는 봉숭아 물들이기를 구입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다이소가 로맨틱한 장소인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파이팅하세요~! ^^

 

 

 팀장님 제 말을 좀 들어봐요. 어떤 정신나간 사람이 소개팅하다가 다이소를 가냐고? 아니 근데 이게 진짜 먹힐 수도 있다니까? 약간 사차원 반전매력? 아.. 전 모쏠 아니라니까요 좀 믿어봐 진짜로.. 아무튼 그래서 다음 우리 어디가냐고? 

 혹시…… 게임해요?

 

웃겨?

당신의 소개팅 상대가 이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어

 

갤러리PC방 /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18-21 피델리아빌딩 B2 / 00:00 – 24:00 (정부지침에 따름)

 

 사실 피시방이야 말로 소개팅 장소로 완벽한 곳일 수도 있다. 남녀가 모두 게임을 좋아한다면, 함께 게임을 하면서 (전문 용어로 ‘듀오를 돌리며’)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될 수 있다. 혹시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라. 그런 분들을 위해 본 에디터가 소개팅용 피시방 컨텐츠를 든든하게 준비해왔다. (???: 아니 걍 피시방을 가지말라고)

 

이 분을 모르면 당신은 간첩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은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라면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슈의 라면집’은 대중의 취향을 저격한 올 타임 베스트 셀러이다. 함께 플레이하며 당신의 침착함과 판단력을 뽐냄과 동시에 소개팅 상대의 입맛을 돋구도록 하자. 그러다가 라면이 질릴 때쯤 ‘슈의 캐릭터 슬롯머신’으로 기가 막힌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소개팅 상대는 당신의 동체시력과 순발력에 넋을 잃을 것이다. 아리따운 캐릭터를 만들고 난 다음, ‘당신이 더 아름다우세요’라는 멘트를 상대에게 날리는 것 또한 잊지 말자.

  

1번 질문부터 아주 과학적

 

 게임에 지친다면 가벼운 심리 테스트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것도 좋다. 요즘 유행하는 MBTI 못지 않은 질문의 퀄리티를 확인할 수 있다. 질문의 상황에 진지하게 고민해보며, 각자의 연애관을 공유하고 서로에 대해 더욱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실은 매우 만족하셨던 팀장님의 테스트 결과

 

 팀장님 솔직히 이 정도면 재미있었다 인정? 이제 저녁 먹으러 가보세요 저는 여기서 게임할거임ㅂㅂ

 

 

팀장: 인정…그나저나 나 이마 안 넓거든. 너가 잘못 본거임. 

 

에디터 황도의 신촌 갤러리 피시방

신박함 ★★★★

엔터테인먼트 ★★

모르겠음(best!) ★★★★★★★★★★(=?????????)

 

플레이스 한줄평: 어이없는 주문에 더 어이없는 답변으로 응수하는 환장의 소개팅 티키타카 

아니 누가 소개팅을 피시방에서 하냐고… 이건 그냥 맘에 안 든다는 시그널 아닙니까ㅋㅋㅋㅋㅋㅋ 다이소는 왜 갔는뎈ㅋㅋㅋㅋㅋ(여름에 죽을 것 같아서 은행 가는 바이븐가) 물론 처음부터 패를 까고 취향을 공유(강ㅇ..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냥 다 모르겠어요ㅜ) 한 가지 좋았던 점은 – 신촌 갤러리 피시방은 커피 원두를 스타벅스 걸 쓴다네요. 그래서 엘리베이터에도 스타벅스 그려져있음. 스벅 커피 좋아하시면 갤러리 피시방을 가세요. 그러면서 커피 취향도 함께 나누어보는 그런 성공적인 소개팅 어때요^^. 정말 게임에 관심이 1도 없는 사람으로서 (특히 pc게임을 지지리 못하기도 함) 너무나 당황스러운 초이스였지만 막상 가보니 재밌긴 했다! 게임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던 상대였는데 나 때문에 원래 하던 게임도 못하고 ㅋㅋㅋ 쩔쩔매면서 슈게임과 심리테스트를 하며 맞춰주는 걸 보고 호감이 상승한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다른 점들도 잘 맞춰줄 것 같잖아. (???: 아니 걍 피시방을 가지말라고)  추억의 슈게임 하고 싶은 자들께 바치는 이번 리빙포인트: 옛날 게임만 비슷하게 해서 모아둔 페이지가 있음. 고향만두도 있음. 고향만두 레시피는 고기 대파 계ㄹ…(읍읍)

 

 


final round. 젊은소나무

 

소개팅인 4: 에디터 신나우

#아늑 #따뜻 #열쩡열쩡열쩡 #착각의늪

 

카페 두 곳과 산책, 피시방까지… 소개팅 강행군에 지쳐있는 팀장님을 빨잠 앞에서 만났다. 마지막 주자로서 팀장님에게 잊지 못할 소개팅을 선물해 줘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영하의 날씨와 칼바람의 조합은 소개팅하기엔 최적의 조건이다. 상대와 거리 두기를 하고 싶어도 최소한의 온기를 위해서라도 밀착해야 하고, 찬 바람을 맞으면 이미 나에 대한 객관적 판단은 불가능해진다. 어느새 그녀는 이미 나와 나란히 붙어서 걷고 있고, 눈물이 맺힌 듯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절대 찬바람 때문에 눈물이 나온 건 아닐 거야. 분명 이건 이성적인 호감의 신호…?) 제대로 된 대화도 안 했는데 이미 분위기는 성공적이다(?)

 

연말 분위기 나는 신촌의 밤

 

자신감을 가지고 상대에게 버스킹을 보고 가자고 제안했다. 마침 팀장님을 만난 6시, 빨간 잠망경 앞에서는 버스킹이 한창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관중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건 오히려 그녀에게 무대 앞 1열 직관의 경험을 선물해 줄 기회다. 공연이 이어질수록 서라운드 스피커처럼 우리를 감싸는 바람 소리는 커져갔고, 그녀는 자꾸 눈물을 닦았다. (역시 공연에 너무 감동받았나 보다. 밥 먹기 전에 바람직한 코스 선택한 나 자신 칭찬해.) 

 

빨잠 앞 버스킹 (feat. 에디터 개굴)

 

찬바람과 정면 승부를 택하며 버스킹도 봤겠다. 이젠 허기질 만도 했다. 아니 배고픔은 둘째치고 추위를 피해서라도 식당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날씨가 쌀쌀하니 따끈한 국물 요리 생각이 아른거렸다. 나는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신촌에서 생각나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소개팅이라면 무릇 본인이 아는 최고의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오늘만큼은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날씨가 밖에 서서 고민하는 걸 허락하지를 않았다. 골든 타임을 넘기기 전에 어서 실내로 들어가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하여 도착한 곳이 ‘젊은 소나무’다. 

 

젊은소나무 내부의 일본풍 인테리어

 

‘젊은 소나무’는 아늑한 일본 가정집 느낌을 띠는 이자카야다. 멀리서 봐도 일본풍의 인테리어와 온화해 보이는 내부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얼른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앞에 앉으니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강추위에 무뎌졌던 손가락 감각이 돌아왔고, 얼어버린 줄 알았던 두 발도 다행히 이상이 없었다. 혈액순환이 다시 원활해진 느낌이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니 지금 소개팅 중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메뉴판을 소개팅 상대 쪽으로 펼치며 드시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 혼자 시뮬레이션 했던 대로 매너 있는 남자 역할을 잘 수행 중이라는 사실에 내심 뿌듯했다. 타고난 센스까지는 없다고 해도, 학습된 매너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역시 예습과 복습이 중요하다. 소개팅도 경험치가 쌓이면 실력이 는다.) 머릿속에 그렸던 대로만 한다면 어느 정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순항 중이다.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보고도 말이 없는 상대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건넸다. 갑자기 샘솟는 자신감에 메뉴 추천까지 해버렸다. 이 집 국물 요리가 다 괜찮은 편인데, 나가사키 짬뽕탕 괜찮으시냐며 말이다. 

 

탕, 구이, 요리까지 없는 게 없는 메뉴판

 

그녀의 대답만을 기다리며 두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리드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넌지시 내가 먹고 싶은 나가사키 짬뽕탕으로 유인구를 던졌다. 승낙을 이끌어낸다면 일석이조인 셈이다. 진심을 담은 답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했다. 나가사키 짬뽕탕과 함께 이 집에서 안 시키면 서운한 치킨 가라아게도 한 접시 주문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줄 소주 한 병과 하이볼도 시켰다. 원래 ‘젊은 소나무’는 쇠고기 스키야키도 꽤나 유명한 집이니 혹시 방문 예정이라면 참고해 주면 좋겠다. 메뉴 주문을 마치고 나니 다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어찌어찌해서 오디오가 비는 경우가 없게 대화를 잘 이어왔는데, 다시 침묵이라니. 서둘러서 새로운 대화 주제를 던져야 했다. 

 

MBTI 이야기도 충분히 했고 취미 생활 이야기도 했고, 웬만한 대화 주제는 이미 써버렸다. 머리를 굴리던 중에 그녀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갑작스럽게 이상형을 물어봐서 적잖이 당황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하며 여유 있는 대처를 해보려 했다. 

‘이상형이란 말 그대로 이상형인 건데, 어떻게 답변 해야 되지? 어디까지 솔직하게 말해야 될까?’ 

역시 소개팅 쉽지가 않다. 더더욱 모든 걸 계획하고 끝없이 고민하는 극 J에게는 산 넘어 산이다. 모범 답변을 고민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지금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고민하며 내적 전투를 벌이던 중, 소주와 하이볼이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술잔을 부딪히며 그녀의 관심을 돌려, 탈 압박할 절호의 기회임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하이볼이 달다

 

오랜만에 마시는 하이볼이라 그런지 유독 더 달았다. 하이볼 한 모금 식도를 타고 흐르니 무난한 답변이 떠올랐다. 사실 대단한 정답을 찾았다기보다는, 그냥 속시원히 대답하고픈 욕구가 커졌다. 어쩌면 알코올의 힘을 빌려 대답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다. 고민해 봤는데 나는 밝은 사람이 좋은 것 같다며 둘러댔는데, 그녀는 갑자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아리송한 표정이 갑자기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상형을 물어본다는 건 어느 정도 관심 표시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니었나?’

이상형 질문은 본인이 그 조건에 맞추려고 하는 무의식이 반영된 경우가 많다고 분명히 읽은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성공을 향해 순항 중이라고 생각했던 소개팅인데 또다시 모르겠다. 분명 내가 잘못 말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표정이 미세하게 안 좋아진 것 같은지 알 길이 없다. 아니 사실 표정이 나쁜 건지도 모르겠다는 점이 더 나를 답답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에 이번엔 나가사키 짬뽕탕과 치킨 가라아게가 나를 살렸다. 다시 한번 적절한 타이밍에 메뉴를 내보내주시는 사장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요동치는 마음에 안정을 찾고자 짬뽕탕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해산물 맛 우러나는 칼칼한 국물이 일품이다. 바삭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속살이 살아있는 치킨 가라아게도 역시 이 집 대표 메뉴라 할만하다. 한 입 맛보니까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한 자리인 걸 알면서도 자꾸 본분을 망각한다. 방금 집어 든 가라아게 조각까지는 다 먹고 다시 대화에 집중해야겠다. 

 

소개팅은 음식 맛만큼이나 나오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맛있게 음식을 먹어서인지 그녀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 것도 같다. 아님 그냥 내가 맛있게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 소개팅은 끝을 향해가고 있었고 여전히 나는 이 소개팅의 성공 여부를 모르겠다. 상대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을 뿐, 다음 만남이 이어질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순간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만은 좀 분명했던 것 같다. 배도 부르고 취기도 조금 올랐는데, 오히려 머릿속이 또렷해진 것 같다. 

‘다음이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르는데 지금 최선을 다하는 거야. 고민되거나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 말은 다해보자고.’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마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집에서 시뮬레이션 했던 거나 준비했던 건 모두 잊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알코올의 힘인지 그냥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것도 같았다.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했지, 로맨틱한 분위기라고는 말 안 했다.) 우리의 대화는 막힘없이 이어졌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더 왁자지껄한 담소가 이어진 뒤에야 오늘의 소개팅은 끝이 났다. 

 

‘오늘의 우리는 다음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건 솔직히 모르겠지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리고 난 꽤나 기분이 좋았다. 

 

 

팀장: 나도 꽤나 기분이 좋았지 뭐야… 이거 소개팅 나왔다가 술친구 맺고 뿌-듯ㅎㅎㅎ(?) 하며 집가는 바이브잖앜ㅋㅋㅋㅋㅋㅋㅋ 

 

에디터 신나우의 젊은 소나무

조명 ★★★★

밥술감성 ★★★★

편안함 ★★★★★★★

 

플레이스 한줄평: 요즘 못 가는 해외여행을 일본으로 온 것만 같은 이 시국 맞춤 소개팅 플레이스

버스킹이 정말 좋긴 했지만 그 추운 날 밖에 30분 서 있는 건 인간이 할 짓이 못 됐다. (아저씨 여기서 주무시면 입 돌아가유) 지나가는 말로 버스킹 잠깐 보고 갈까요? 했는데 소개팅 상대가 눈치 없게 푹 빠져서 막 열 곡 듣고 앉아있으면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하니까) 버리고 어딘가로 들어가지 않을까… 리빙포인트: 여러분 버스킹 같이 보는 건 너무 좋지만 소개팅이면 세 곡 정도로 컷하기 약속. 하지만 고통 뒤에 오는 쾌락은 어김없이 달콤하듯이, 젊은 소나무 장소 선택은 정말 완벽에 가까웠다. 칭찬해…! 일단 조명이 너무 따뜻한 색감이라 편안해서 좋았고(리빙포인트2: 좋은 조명은 좋은 얼굴을 만든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꽉 채운 인테리어가 눈을 즐겁게 했다. 소개팅에선 소품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한 대화 소재기 때문에 소품이 많을수록 좋다. 무엇보다 술과 너무 잘 어울리는 안주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어 밥술 소개팅에 제격이랄까? 특히 가라아게가 미쳤다. 무조건 가라아게는 깔고 가셔야 됩니다. 하나씩 집어 먹기도 편하고 든든하기도 하고! 편안하게 맛있는 거 같이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에, 아주 잘 알려진 장소도 아니라 사람이 바글바글 혼잡하지도 않다. 이런 곳에서 천천히 먹고 마시고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나갈 때 손잡고 나갈지 누가 아나요~? (아님말공)

 

 


집에 돌아가는 길, 버스에 앉아 에어팟을 끼고 메모장을 켰다.

 

어쩌다보니 12 to 12 소개팅을 하게 된 얼렁뚱땅 하루였지만 덕분에 건진 글감이 많았다. 내일의 체력과 맞바꾼 소중한 장소와 썰들… 술 김에 잊어버리면 안되니까 대충이라도 적어둬야지. 

 

 

다 써놓고 보니 꽤나 좋은 글이 한 편 나올 것 같다. 유익하면서 웃긴 글 쓰기 은근 어려운데 아마 이번 글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쓰여지지 않을까. 네 명의 유능한 플팀 사원들 덕분에 소개팅에 걸맞는 (세 곳의 ^^) 좋은 장소도 찾게 되었고 말이다. 신촌은 만남의 장소라는 명성에 걸맞게 소개팅도 많이 이루어진다고 들었는데, 늘 뭔가 신촌이 소개팅과 그다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기자기한 감성보다는 프랜차이즈의 느낌이 더 강하고, 와랄ㄹㄹ라 하는 술집이 많아서 그런가. 그럼에도 수요가 많다면 플레이스 팀으로서, 그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만큼은 신촌에서 제일 가는 소개팅 장소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장소가 주는 힘이 분명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럼… 첫 문장 정도만 생각해두고 좀 편안-히 쉬면서 귀가해보련다. 

 

뭘로 하지… 

 

 

근데 왜 갑자기 플레이리스트에도 없는 소년점프가 나오는거야…?

 

 

 

 

 

 

 

 

 

 

챌라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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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라또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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