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전환도시 신촌 (하)

https://youtu.be/2NNU_hKVr9I?t=46s
잔치: 연세로에서 열렸던 전환도시 Hacking the City Festival은 어떤 축제였죠?
이: 작년에 몇몇 예술가 그룹들과 같이 했었던 작업이에요. 유튜브에 전환도시 치시면 그 영상이 정말 많이 떠요. 그 예술가 팀들과 사실 전환도시에 대한 학습도 많이 하고 도시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가에 대한 각자 그림도 내놓고 페스티벌을 꾸민 거였어요. 근데 그 때 사실 경찰 신고 엄청 많이 들어왔어요. 펑크락이었거든요.
김: 마지막에 커다란 행진을 했는데, 전 그 행진이 그 페스티벌에서 제일 멋있었어요. 처음 보는 악기였는데, (이: 만들었어. 만든 거야 그거) 옆에서 선 같은 거로 조종하면 옆에 달린 확성기에서 소리가 엄청 크게 나가는데, 그 때 상인분들이 많이 반발하셨죠.
이: 되게 천천히 순례했어요. (김: 맞아요 순례였어요!) 순례의 느낌이었어요 그건. 뒤에서 따라가는데 뭔가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느낌.
김: 근데 저는 그게 너무 멋있었던 게,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까, 순례의 느낌이라고 했잖아요. 그게 도로를 인간에게 돌려받았다는 느낌. ‘차 없는 거리’! 그렇게 해석하니까 전 너무 멋있더라구요.

이: 저는 사실 그런 페스티벌을 하고 싶어요. 우드 페스티벌. 봉원마을 같은 데서 그런 상징적인 축제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안산 밑에 있다는 특징도 있고. 팔레트로 목공도 하고. 나무로 할 수 있는 공공 제작들, 버려진 나무들로. ‘나무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갈 수 있거든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들 중 하나가 공유재에 관한 이슈라고 생각하거든요. 전부 사유화되고 있는 상황이니까. 사실 그런 고민이 들어요. 신촌에 카페가 많아지는 게 과연 언제까지 좋은 걸까. 저도 약속이 있다 하면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을 마시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우리의 일상 공간이 더 이상 카페에 둘러싸이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돈을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들, 공유 공간들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김: 그런 고민까지 할 수 있는 페스티벌?
이: 거기까지 안 가겠지만. 우드페스티벌인데 버려진 나무 주워오기 이런 거 하겠지 뭐
잔치: ㅋㅋㅋㅋㅋㅋㅋㅋ누가 빨리 주워오나 이런거.
이: 줍기 채집하기. 근데 이제 자기 힘으로 살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폐자재 되살리고 채집하고. 자기 힘으로 가구 만들고 고치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이 시스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사람 아닐까요? 우리가 말로 ‘이 사회에 균열을 내자!’ 하면서도 우리는 자본주의 없이는 못 사는 인간이 되어버렸잖아요. 사지 않으면 안 되고. 그러니까 사실 진짜 균열은 거기서 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제가 언젠가 예초기를 쓰다가 고장이 나서 고치러 갔는데 제가 시동을 걸 때 안 걸렸는데, 제가 탁 내려놓고 “아저씨, 시동이 안 걸려요” 했더니 아저씨가 솔직히 한 번에 걸었어요. 그래서 제가 “어? 고치셨네요. 가져갈게요” 했더니 아저씨가 돈을 내라고 하는 거예요. 그 때 생각했죠. 여기서 자본주의가 굴러간다. 바로 이 지점! (웃음) 여기서 내가 직접 고칠 줄 알았더라면! 어쨌든 이 시스템의 핵심이 거기 있는 거예요. 소비자는 바보여야 해요. 사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야 해요. 그래야 이 시스템이 돌아가. 그 분도 이건 잘 고치지만 다른 점에 있어서는 바보여야 돼요. 그래야 시스템이 돌아가요. 농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면 안돼요. 사먹어야 되니까. 그러니까 이 시스템에 균열을 내려면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해요. 신촌에, 도시에 그런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잔치: ‘전환도시 신촌’의 캐치 프레이즈죠, ‘2045년 신촌이 2015년 신촌에게 묻습니다.’ 2045년의 신촌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모습이면 좋겠어요?
김: 저는 여자친구랑 결혼하면 어디 살까 얘기를 많이 해요. 여자친구는 마포구에 쭉 살아왔기 때문에 마포구 살고 싶다고 하고 저는 서대문구 요 동네 살고 싶다고 하거든요. 마포구랑 신촌이랑 거의 비슷한 곳에 있는 연희동이나 그 쪽에 살자고 둘이 얘기하는데, 그렇게 되면 거기서 가족을 만들 텐데, 그 즈음의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저는 그곳이 안전하고 건강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먼 미래라 쉽게 생각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제 가족이 있고 저와 제 아내의 아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서 2045년을 내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안전하고 건강한 동네이기를 항상 바라죠. 그냥 단순히 친환경, 먹거리 이런 것들뿐만 아니라 도시계획에서의 교육이나 문화도 중요할 것 같고.
이: 저는 2045년을 상상해보면, 일단 기름은 떨어졌을 것 같고, 일자리는 없어졌을 것 같고, 이런 요소들이 있잖아요. 신촌이 그런 거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였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신촌 대정전이 있었잖아요, 30분 정도. 전 체화당에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밖으로 나오는데, 저는 그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정전이 됐을 때, 체화당만 갑자기 불이 들어오는 거에요. 위기에 대응하는 유일한 공간! 저는 신촌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힘과 회복력이 있는. 그 회복력이라고 하는 것은 단지 에너지에만 국한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 교육, 경제 등 다양한 면에서의 회복력을 말해요. 저는 앞으로 지금의 경제와 다른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의 경제가 올 것 같아요. 소비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 일자리가 없고. 전혀 다른 시스템을 고민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균열을 만들지 않으면 망해갈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비밀운동이 일어나는 공간이 앞으로 되게 소중할 거예요. 상징적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봉원마을에는 모두가 쓸 수 있는 가구가 있고, 아까 저희가 인터뷰했던 사람들은 Book-Crossing(공공장소에 책을 남겨놓아 다른 사람들도 그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운동) 얘기했었는데, 그런 것처럼 봉원마을에 오면 어디든 돌고 있는 책들이 있어서 그런 책도 볼 수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있어서 거길 갈 수 있고……. 그런 문화나 시스템이 사실은 회복력이라고 생각해요. 또 그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하고. 자본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하지 않으면 자본이 다 가져갈 것 같아요.
준성이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텐데, 제가 항상 요새 그런 말을 하고 다녀요. 이케아가 조만간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들어서 팔 거다. 이제 마지막으로 팔 게 마을까지 온 것 같아요. 우리가 아무리 이런 거 한다 해도, 조만간 이케아가 100% 자립한 마을, 200명 정도 입주 가능한 규모로 마을을 만들어 팔 거 같아요. 그게 앞으로 팔릴 거거든요. 근데 그런 게 괜찮은 건가? 그럼 우린 이케아가 성장하길 바라면서 기다려야하나? 이케아가 싸지길 바라야하나? (웃음) 근데 그렇게 되면 안 되잖아요. 그런 건 ‘이케아-의존적’이게 되어버리는 거잖아요. 자립적이고 자율적인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 저는 2045년의 신촌이 그런 힘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어마어마한 짓을 하고 싶은 거죠.

잔치: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신촌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이: 그냥 요즘 있는 데. 일단 지금 있는 곳이고, 사실 저는 지역 운동을 한다는 정체성이 있는 사람이지만, 사실 그런 사람이 가질만한 지역에 대한 사명이라든지 로컬리티에 대한 애착은 약한 사람이에요. 특히 신촌에서는. 사실 신촌에서는 그런 것들이 생기는 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근데 오히려 하고 싶은 실험이라든지 전환의 계획이라든지 그거의 하나의 실험공간으로는 신촌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저한테 신촌이 그 정도의 연결지점들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여기서 활동하고 있죠.
김: 지금 제가 있는 곳이면서…… 그냥 저는 언젠가 신촌을 떠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게 길지 않기를 바라요. 돌아오고 싶은 곳이에요. 그 이유가 뭔지는 사실 지금 모르겠어요. 4년 정도를 신촌을 싫어하면서 살았는데, 최근 한 1년 반 정도의 경험 때문인 것 같지만 신촌에 다시 돌아와서 제가 바라는 삶의 방식을 여기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요. 왜 여긴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근데 그런 삶의 방식을 처음 배운 게 여기어서인 것 같아요.
이: 신촌이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그쵸? 그런 삶의 방식을 처음 접하는 공간이 신촌이 되면 사실 신촌은 굉장히 성공한 공간이 되는 거잖아요.
김: 그럼 여기 있고 싶은 마음이 왠지 모르게 생겨요.
이: 근데 지금 신촌은 그런 공간이 아니라 나에게 최악의 도시의 기억을 남겨주고 도시의 냄새와 도시의 소음을 안겨주는 그런 공간인 거잖아요.
김: 그렇죠.
이: 저는 사실 이 세대가, 이 젊은 세대가 자기 작업을 완결 짓는 경험이 많은 세대였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신촌에서 한 이 작업들을 평가할 수 있는 지점까지 올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욕하더라도, 누군가 평가하고 욕한다- 그 경지라면 사실 그 작업물은 공공의 작업물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근데 우리 세대들은 사실 거기까지 못 가잖아요. 완결적인 실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향후 10년 안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10년 뒤에 이 세대가 파워풀해질 것 같아요.

본 인터뷰는 2015년 11월 13일 ‘전환도시 신촌’의 사무실이 위치한 이화여대 근처 카페 ‘체화당’에서 상호 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못해 이제서야 업로드합니다 :)
잔치도 ‘전환도시 신촌’이 신촌을 바꾸어가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보며 기록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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