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에디터 이지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플레이스 팀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구요. 본명은 이지윤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다니고 있어요.

이제 종강도 하고 여름이 시작됐는데, 이지의 여름방학 계획이 궁금해요.
여름방학에는 잠깐 망원동에 살게 됐어요. 제가 인천에 살아서 계절학기를 들으려먼 무조건 기숙사에 입주해야 하는데, 찾아보니까 3주치 수업을 위해 2달치 기숙사비를 납부해야 하더라고요. 너무 비효율적이잖아요! 그래서 여름방학 동안에는 망원동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지내고 있어요. 앞으로는 계절학기도 열심히 듣고, 새로운 동네에 잠시 사는 만큼 망원동 맛집도 많이 찾아다니려고요. 사람이 하루에 세 끼를 먹어야 하는데, 끼니를 밖에서 때워야 한다면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대한 맛있는 걸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맛집을 많이 발굴하는 게 저의 방학 목표예요. 사실 토플도 시작해야 하긴 하는데, 이건 약간 대외용 목표입니다. (웃음)
요즘 이지의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방학 목표와 거의 똑같아요. 저는 항상 맛있는 걸 먹는 게 관심사입니다. 언제든 주어진 예산 안에서 가장 맛있는 걸 먹자, 이게 제 철학이에요.
이지답네요. (웃음)
앞서 말씀해 주셨듯 잔치에서는 ‘이지’라는 잔꾼명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름의 유래가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친구들이 본명 이지윤을 줄여서 이지라고 많이 불러 줬어요. ‘이지O’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이지를 별명으로 많이 쓰거든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랄까요. 그래서 잔꾼명을 정해야 한다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지가 생각난 것 같아요.
그리고 스스로 의미를 덧붙인 건, ‘어려운 것들도 다 쉽게 쉽게 하자’는 뜻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살다 보니 최근에는 제 스스로가 삶을 너무 쉽게만 살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쉬운 것도 어렵게 해보자’는 뜻을 담아보려고 해요.
지금은 이지가 아니라 하드 모드로 살고 계신 거군요.
네. (웃음)

그러면 잔치는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또 단순히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지원까지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던 중 우연히 알게 됐어요. 모집 글을 보니 잡지를 주로 발간하는 동아리더라고요. 종이잡지뿐만 아니라 웹진도 발행하니 그 결과물들을 계속 웹으로 볼 수 있는 형태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잡지를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친구들을 모아 교내 잡지를 직접 낸 적도 있고요. 그만큼 잡지에 대한 애정이 있던 터라, 잔치를 보자마자 ‘아, 여기는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잔치의 에디터로서 늘 공간을 소개하는 입장이었잖아요. 오늘은 이지가 주인공이 됐는데, 기분이 어때요?
기분은……
좋습니다! (웃음)
네. (웃음) 이지는 지금 플레이스 팀에서 활동 중인데요. 플레이스 팀을 고르신 이유가 있다면요?
인천에 살다가 신촌에서 대학을 다니고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동네의 맛집을 찾는 일에 엄청 심취해 있었어요. 혼자만의 맛집 지도를 만들기도 하고, 네이버 지도에 가보고 싶은 장소를 정말 많이 저장해 두기도 하면서요.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공간들이 생기더라고요. 잔치에 있는 아트 팀, 플레이스 팀, 피플 팀 중에서는 제가 평소에 저장해두고 찾아다닌 장소들을 가장 잘 풀어낼 수 있는 곳이 플레이스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플레이스 팀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실제 이지의 네이버 지도 화면. 별이 너무 많은 나머지 눈 디딜 데가 없을 지경이다.
그렇게 많이 저장해 두신 만큼, 정말 다양한 장소를 소개해주고 계시잖아요. 이지만의 장소 발굴 팁이 있을까요?
길을 걷다가 유난히 좋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 요즘 말로 좋은 느낌을 주는 곳들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눈여겨보는 편이에요. 마음에 들면 바로 네이버 지도로 위치를 찾아 저장해두기도 하고요. 새로운 음식점이나 카페를 찾을 때는 네이버 지도의 ‘새로 오픈’ 키워드를 많이 참고해요. 익숙한 동네에서도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새롭게 발견되는 공간이 많아서, 평소에도 주변을 자세히 보는 편인 것 같아요.
관찰력이 이지만의 장소 발굴 비법이군요.
다음 학기에는 플레이스 팀 팀장을 맡으실 예정인데, 포부가 있다면요?
최대한 실수를 하지 말자. 제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실수를 연발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잔치에 처음 들어왔을 때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제 실수 경험을 바탕으로…(웃음) 잔치의 이런저런 디테일들을 더 정확히 알고 잘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플레이스 팀의 멋진 차기 팀장이지만, 만약 플레이스 팀이 아니었다면 어느 팀에 들어갔을지도 궁금해요.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도전 정신으로 피플 팀에 가보고 싶어요. 저는 낯선 사람들에게 먼저 능숙하게 말을 붙일 수 있는 성격이 아닌데, 피플 팀이라는 체계 안에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잖아요. 사람들에게 계속 말을 걸고 때때로 거절도 당하는 일이 제게 좋은 자산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플레이스 팀에서는 제가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을 글에 담아내고 있잖아요. 그런데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직접 듣고 기록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플레이스 팀이 아니었다면 피플 팀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지가 발행한 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볼게요. 첫 글인 「너다운 도서관」에서는 더다운도서관을 소개해주셨는데요. 그날 이지가 느낀 감상을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그날따라 날씨가 아주 좋았어요. 더다운도서관은 최상층인 6층에 있어서 사방으로 빛이 쫙 들어오는데, 그때 정말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곳을 꼭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요. 그리고 마침 시험 기간이라 공부할 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매일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면 음료를 주문해야 하니 생각보다 돈을 많이 쓰게 되잖아요. 더다운도서관에서는 따뜻한 공간에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어서 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글 본문에 이지의 네이버 지도 캡처 화면이 나와요. 별표가 정말 많던데, 평소에도 공간을 많이 스크랩해두시는 편인가요?
네, 다 저장해둬요. 제 나름대로 체계도 있는데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은 ‘추천받은 곳’이나 ‘가보고 싶은 곳’으로 나누고, 가본 공간 중 정말 제 이름을 걸고 추천할 만한 곳은 ‘이지의 추천’으로 저장해요. 그리고 완전 추천까지는 아니더라도 두세 번 정도는 다시 갈 만한 곳이면 ‘또 간 집(또 갈 집)’으로 분류하고요. 나머지는 ‘가본 곳’에 저장해둡니다. 처음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해 ‘가본 곳’에 저장해두었지만 다시 방문하면 좋아지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어요. 이때는 ’또 간 집(또 갈 집)’으로 승격시킵니다. ‘녀석, 제법이군‘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요. (웃음)
혹시 이지픽 맛집, 딱 한 곳만 꼽자면 어디일까요?
옛날에 잔치에서도 한 번 소개된 적 있는 카페인데, 이대 앞의 원앤온리 카페를 정말 자주 가요. 분위기가 너무 편안하고, 디저트 중에 솔티 초코 휘낭시에가 정말 맛있거든요. 카페 쿠폰도 있는데, 10장을 1년 만에 다 모으고 지금은 두 번째 쿠폰을 모으고 있어요.

두 번째 글인 「Sing into my mouth !」에서는 디저트 전문점 성무를 소개하셨죠. 첫 페이지부터 무척 감각적이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성무는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에브리타임 맛집 게시판을 정말 닳도록 들여다보는 편인데요. 성무는 그 게시판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상 가게였어요. ‘여기는 진짜 꼭 가봐야겠다!’ 싶어서 부리나케 가게 됐는데, 역시나 분위기도 멋지고 디저트도 맛있어서 바로 소개하게 됐습니다.
에타 맛집 게시판도 하나의 팁이네요. 성무에서 완두콩 카다멈 감자 수프, 일명 완카감수를 비롯해 다양한 메뉴를 드셨는데, 그중 이지의 입맛을 가장 사로잡은 메뉴가 있다면요?
말씀하신 완두콩 카다멈 감자 수프도 정말 맛있었고요. 수프만큼 조명을 받지는 못했지만, 루이보스 빌베리 밀크티가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평소에도 밀크티를 엄청 좋아해서 카페에 가면 꼭 밀크티를 시켜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성무에서는 루이보스와 빌베리를 섞어, 밀크티에서 딸기 계열의 향이 나는 음료를 판매하더라고요. 그 조합이 정말 잘 어울려요. 저는 과일이 으스러져서 음료 안에 들어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루이보스 빌베리 밀크티는 과일의 맛있는 향만 잘 뽑아냈더라고요. 찻잎으로 향을 낸 음료라 거슬리는 식감이 전혀 없어서 좋았습니다. 맛은 말할 것도 없고요.
5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일까요?
단연코 5점짜리 밀크티였어요.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는 멋진 밀크티요. 그날 루바브 딸기 티그레와 함께 먹었는데, 딸기 계열 향이 나는 밀크티에 딸기 풍미의 디저트를 곁들이니까 정말 완벽한 조합이더라고요. ‘아, 이 조합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평소에 디지털카메라도 들고 다니시는 만큼 이지의 글에서는 감각적인 사진도 빼놓을 수 없죠. 이지만의 사진 촬영 팁이 있을까요?
놀라울 정도로 팁이 없습니다. (웃음)
재능인 건가요? (웃음)
저는 그냥 사진을 엄청 많이 찍어요. 양으로 승부하는 편이라고나 할까요. 저번 학기에는 미대에서 열리는 사진 수업도 수강했지만요.
디지털카메라까지 들고 다니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요. 어쩌다 사진에 매료되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풍경이 있으면 한참 바라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이라는 형태로 남기고 싶어졌고, 그 관심이 카메라로도 이어진 것 같아요.

다시 글 이야기로 돌아와볼게요. 성무를 소개한 글에서 사장님을 인터뷰한 점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까 2지망으로 피플 팀을 고르셨는데, 평소 인터뷰하는 일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인터뷰를 직접 하는 일에 큰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어릴 때 잡지를 조금 읽었는데, 혹시 『위즈키즈』 아세요? 어린이용 월간 잡지인데 그걸 정기구독했었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잡지에 실린 인터뷰를 많이 접할 수 있었죠. 커서는 『어라운드』라는 잡지를 굉장히 좋아하게 됐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잡지거든요. 그런 잡지를 읽다 보니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인터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성무 사장님께 “손님들이 성무를 어떤 기억으로 가져가셨으면 하는지”를 질문하셨어요. 그렇다면 웹진을 읽는 독자들이 이지를 어떤 기억으로 가져갔으면 좋겠는지도 궁금해요.
이건 제 좌우명과도 조금 닮아 있는데, 저는 오래 기억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제 인터뷰를 읽는 동안 편안하고, 조금이라도 재미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다 읽고 나서는 까맣게 잊어버리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잔치 특성상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데, 요즘 이지가 꽂힌 문화예술이 있다면요?
최근 몇 년간은 김초엽 작가의 SF물을 굉장히 많이 읽었어요. 저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완전히 다른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같은 범주에 묶인다고 하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김초엽 작가의 SF물은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하나하나 파헤치고 해체해서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더라도, 단지 그들이 공존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알려줘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마다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또 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많이 생각하게 되고, 그 점이 특히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데, 지금까지는 기록한 것들을 분류하지 않고 뭉텅이로 모아두고 있었거든요. 이번 방학에는 이것들을 날짜별로 정리해 조금 더 체계적으로 남기고 싶어서 일기를 써보려고 해요.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일기 쓰는 법』이라는 책을 사 왔는데, 그것도 읽는 중입니다.
오, 그 책에서는 어떻게 일기를 쓰면 좋다고 하나요?
아직 열 페이지밖에 못 읽었어요. (웃음)

마지막 질문이에요. 신촌의 대학생으로서, 지금 신촌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다들 잘 사실 거예요.
이지는요?
물론 저도 잘 살겠죠. 그랬으면 좋겠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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