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나쁜오빠 (VIDEO)
잔치를 열고 싶다고 생각만 실컷 하고 있던 여름날, 쥐뿔도 모르는 사람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았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에, 전공도 다르겠다, 함께 아는 친구도 없겠다, 누가 실수로 신청했거니 싶어 넘기려던 차, 담벼락을 살살 살펴보니 웬걸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쁜오빠라는 밴드를 하고 있답디다.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준비가 안되어 있던 시절인데, 무작정 같이 촬영하자는 메시지를 보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일이 술술 풀리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두 달 후인 9월 초에 우리는 나쁜오빠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팀명은 나쁜오빠인데, 그들은 정말 나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심지어 오빠도 아니었습니다) 장비 문제로 시간 맞춰 도착하지 못한 멤버들은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는데, 어찌나 미안해하는지, 우리가 다 미안해질 지경이었습니다. 첫 번째 촬영은 파이홀이라는 디저트 카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카페 입구에 달아놓은 오브제-드림캐처가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렸습니다.
커피와 디저트를 사 만원 어치나 먹은 뒤에, 우리는 학교 안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지투성이 캠퍼스를 지나 두 번째 촬영장소인 논지당 앞 풀밭에 장비와 악기를 늘어놓고 숨을 돌렸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지나쳤던 곳인데, 멈춰 서서 살펴보니 무척 예쁜 장소여서 새삼스러웠습니다. 백 미터 밖에서 중장비들이 내는 굉음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장소도, 날씨도, 노래도.
촬영 날이 수업이 있는 평일이었던 턱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급하게, 또 무심히 우리를 지나쳐갔습니다.
아무렴 어떤가, 싶었습니다.
글 : 덕호
영상 편집 :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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