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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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5 · 11 · 17

적어도 우리는 우리 삶의 선구자라는 것을

Editor 필립

“아무튼 네 말은, 취업을 안 하겠다는 거잖아?”

“그래, 뭐. 나름 너도 생각이 있는 거겠지. 그런데 괜찮겠냐?”

“세상은 원래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한 게 아니야.”

“야! 그냥 남들 하는 대로 해.”

“솔직히 말하자면, 난 처음에 생각하던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아빠로서, 아들이 뻔히 고생길이 훤한 길을 간다는 걸 그냥 놔두고 볼 수가 없어. 미안하다, 아들. 아빠 맘 이해하지?”

 

아무렇지 않다, 이 정도는.

사실 때로는 감사하기까지 하다. 진의야 어찌 됐든, 표면에는 형식상이나마 걱정이란 것이 묻어있으니. 진정 고통스러운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아, 그래? 뭐, 원래 글은 좀 썼으니까.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너 대학도 논술로 가지 않았나?”

“요즘 세상에 꿈이 있으면 그게 성공한 거지, 뭐.”

“야, 이거 미리 사인이라도 받아놔야 하는 거 아닌가? 아, 없어? 이 새끼는 뭐 이리 준비성이 없냐.”

 

마치 부끄러운 짓이라도 저지른 듯, 내 길을 응원하던 이들은 하나같이 내 눈을 피했다. 진심이 담기지 않았다는 것 따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조차 내 길을 믿지 못하기에 이는 바랄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저 원했던 것이 있다면 순간의 외로움을 덜어낼 눈 맞춤이었건만, 그들은 차마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 채 거짓을 고할 정도의 악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불완전한 善 덕분에 난 여전히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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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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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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