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꾼들에게,
“혹시 지금 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잔치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한 지원자가 역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모두 당황했다. 아니, 적어도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도 나지만 함께 있었던 친구들에게 잔치가 어떤 의미로 다가가고 있을지 나 혼자 어렴풋이 짐작해본 적은 있어도 툭 터놓고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황보다는 두려움이었을까.
지난 6개월간 잔치를 이끌어오면서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수장을 맡고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시간상 극히 제한적이었고 그런 나에 비해 맡은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훌륭히 해 내주는 팀원들이 고마웠고 또 대견했다. 어느 시점이 되자 콘텐츠는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회의도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며 나는 ‘틀이 잡혔다’라고 생각했지만, 그 사이 팀원들은 지쳐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물론 그동안 운영에 집중하다 보니 팀원 개개인에 신경 쓰지 못한 미안함에서 나오는 지극히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언제나처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생각만큼 도달률이 높지 않은 것을 보며 ‘역시 미디어의 답은 바이럴 콘텐츠인가’라는 편협한 결론을 내리며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를 해보라고 팀원들에게 지시만 내리고 있었다. 함께 깊게 고민할 여유가 부족했다. 아니, 없었다.
그래서 운영팀과 콘텐츠팀을 분리하기로 결심하기도 했다. 확실한 역할분담을 통해 내 책임감을 조금 내려놓으려는 궁여지책을 모색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앞으로 잔치를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논리적 근거는 충분했다. 그래서 그에 맞는 리크루팅 계획과 자금 확보 계획을 세웠고 이 두가지를 성사시키는 것만이 그동안 열심히 해 준 팀원들의 따뜻한 열정과 단단한 노력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결과, 잔치의 꿈에 공감한 최게바라 기획사에서 이번 분기 운영자금을 지원받아 더이상 회비를 걷지 않고도 에디터들에게 소액의 취재비를 지원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고 현재 진행중인 리크루팅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가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아직 리크루팅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원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내부적으로뿐만 아니라 겉으로도 명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기분좋은 칭찬을 들은 듯 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풀려서 뿌듯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니다.
우리가 다루는 신촌은 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신촌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끼고 신촌만의 ‘무언가’를 신촌을 거쳐 간 것들에 대한 기록을 통해 찾고자 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변하는 신촌처럼 잔치도 많이 변해왔던 것뿐이다. 2014년 9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네 사람이 모여 대학기반 음악웹진으로 시작한 잔치는 이제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각종 축제와 문화예술의 집합소이자 무려 세 곳의 대학이 모여있는 신촌을 다루고 있다. 내부적으로 그 변화의 시기를 겪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많은 고민과 의사결정이 수반되는 일이었고 많은 사람을 들였다가 놓아주어야 했다.
하지만 변화하는게 신촌의 맛이라고도 생각이 드는 요즘, 잔치가 그런 신촌을 기록하는 유일무이한 창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신촌이 ‘변화’하기 때문에 잔치가 존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마찬가지로, 잔치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겠지만 그 불편함을 딛고 변화해왔기에 지금의 잔치가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결국은 또 한명의 팀원에 불과한 나에게 잔치는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던져주는 곳이다. 다른 팀원들에게도 잔치는 변화하는 곳, 그렇기에 매번 더욱 재미있어지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은, 함께하는 모든 잔치꾼들에게 그 변화에 동참해주어 나의 온 진심을 다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윤지.
![[아트신촌] 신촌극장의 결을 말하다](https://images.weserv.nl/?url=64.media.tumblr.com%2Fc5bab348033f52521f2d0ebb390bd38e%2Fce62aba38b40cbca-af%2Fs2048x3072%2F62053dbea215b7186be4f97f0daf0fcdbe670628.jpg&output=webp&q=80&w=800&we=&l=6)

[…] 모든 잔치꾼에게 감사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