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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문예] 5월호, 가족

Editor 왕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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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일상에 촉촉한 윤기를 내어주는,
신촌문예잔치가 제공하는 북 큐레이션 서-비스입니다.

2026

신촌문예

5월호

<가족>


5월은 가장 다양한 이름으로 서로를 불러보는 달입니다.
5일엔 다시 아이가 되어 괜히 어리광을 부려보고,
8일엔 조금은 어른스러운 척 감사 인사를 건넵니다.

 

유년기의 마음, 그리고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들까지.
이렇게 지나온 나날들을 돌아보다 보면

또 다른 형태의 소중한 관계들이 떠올라

15일엔 곁에서 방향을 잡아주고, 믿어주며, 성장의 순간들을 함께 지나온 분들께 가르침의 감사함을 전하게 되지요.
누군가에게는 가족과 비슷한, 어쩌면 그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5월은 단순히 기념일이 많은 달이라기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라는 이름들을 빌려 삶 곳곳의 관계와 지나온 시절들을 천천히 돌아보게 만드는 달에 더 가깝습니다.

 

가정의 달,
저마다의 삶 속 이야기로 각자의 ‘가족’이라는 의미를 전합니다.

 

함께 할 에디터

 

아잰

이화여대 도서관 블랙리스트로 매번 연체료를 낸다.

제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괴로워하는 것이 첫 번째 취미, 도서관에서 몇 장 넘기지 못하고 잠들어 돌아오는 ‘도서관 등산’이 두 번째 취미이다.

최소 일주일은 사경을 헤매는 지경의 후유증을 겪어야 인정하는 깐깐한 낭만파.

 

 

이지

고등학교 시절 소설 읽기에 심취하여 먹고 살기를 잠정적으로 유예하고 전공 삼았다.

그러나 대학에 온 뒤, 삶을 지치게 하는 과제가 된 소설과 잠시 멀어진 상태.

그래도 소설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현대 소설을 애정한다.

 

 

이연

꾸준이라는 개념이 없는 독서 습관에 땡기지 않으면 책은 매번 뒷전이 된다.

주기적으로 유난히 독서가 땡기는 편.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책을 각별히 고심하여 선정한다.

책을 들고 읽을 때 찾을 수 있는 최적의 편한 자세를 연구 중이다.

 

 

 

물망초

국어국문학과 학생답게 올해 초부터나마 책벌레가 되고자 마음을 먹었다.

세계 고전 명작들을 섭렵하겠다는 결심도 하였지만, 추구하는 것은 대체로 로맨스인 편.

책도, 영화도 낭만적인 사랑을 그린 이야기를 좋아한다.

현재는 싯다르타를 읽으며 마음수양 중이다.

 

 

 

5월의 서가

궁금한 영화를 눌러 바로 확인해보세요!

🌀아잰 🏠이지 🍵이연  🎤물망초

 

 

아잰’ s Pick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내적 유배 – 영원히 닫힌 빈방의 체험

시인의 가난의 공간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찬밥처럼 방에 담겨” “혼자 엎드려 있는 아이들”, 그들의 배고픔으로 채워져 있다. 그 굶주림의 시각에서 봐야 어둠이 칼국수처럼 풀어지는 것처럼, 하늘의 별이 튀밥처럼 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의 그에게 그것은 무서움 혹은 괴로움이었지만, 커서는 그리움으로 받아들인다. 그는 울음으로 시를 만들어 모두에게 들려준다. 그의 어머니가 바란 대로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며 “내부의 유배지”로 유배 간다. 그의 짧은 일생 내내 책을 읽으며 내부로의 망명을 했다.

바람이여, 언덕 가득 이 수천 장 손수건을 찢어날리는 광포한 바람이여. 이제야 나는 어디에서 네가 불어오는지 알 것 같으다. 

오, 그리하여 수염투성이의 바람에 피투성이가 되어 내려오는 언덕에서 보았던 나의 어머니가 왜 그토록 가늘은 유리막대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는지를. 

무수한 변증의 비명을 지르는 풀잎을 사납게 베어 넘어뜨리며 이제는 내가 떠날 차례였다.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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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잰’ s Pick

『우리는 언제나 성에 살았다』, 셜리 잭

고립의 형태를 띠는 안온함도 있다.

육 년 전 가정이 몰살되어 두 자매 코니, 메리캣, 그리고 몸이 불편한 줄리안 삼촌만 남아있는 블랙우드가의 집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소설의 화자는 열여덟 살의 메리캣이지만 전체적인 서사는 왜인지 그보다 더 어린아이가 서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메리캣은 나무에 물건을 묻거나, 주문처럼 말을 반복하며 자신만의 마법 의식을 믿고 이들의 ‘성’에 틀어박혀 정상적 현실과 유리된 채 자신들만의 세계를 이룬다. 그리고 “달에 가서 코니와 둘이 살고 싶다”고 반복해서 상상한다. 현실 세계와 단절된 채, 오직 코니만을 사랑하는 거의 집착적인 상태이지만 코니는 그 상태를 오히려 안정과 행복처럼 받아들인다.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 ‘사랑’과 ‘보호’ 어디까지 뒤틀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힌다.

“우리는 지금 달에 있는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애초에 상상했던 것하곤 꽤나 달라서.”

언니가 말했다.

“음식을 가능한 한 안에 많이 들여와야 돼. 채소들이 오매불망 우리가 빨리 와서 가져가길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싫어.”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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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s Pick

『두고 온 여름』, 성해나

가족인 듯 가족 아닌 가족 같았던. 

이 소설은 가족이 되었다가, 재혼과 이혼을 거치며 다시 남이 되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기하는 한때 가족이었던 재하와 그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다시 재하를 찾아간다. 이미 오래전에 끝난 관계이지만, 함께 살았던 시간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가족이었다는 사실은 지나갔음에도 그 시절의 감정은 어딘가에 남아 계속 기하를 붙든다. 그러나 기하는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단정 짓지 않는다. 재하와 그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미워하는 것인지,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인지조차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실제의 관계들도 종종 그렇듯, 어떤 사람은 평생 다시 보고 싶지 않다가도 문득 한 번쯤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하니까.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한 번쯤은 더 만나도 좋을 사람.

내 삶에서 재하와 재하 어머니는 언제는 전자였다가, 언제는 후자가 되곤 했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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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s Pick

『음악소설집-수면위로』, 김연수

진실이라는 위로

소설 속 인물들은 쉽게 단정하지 않는다. 죽음이 앗아간 사랑도, 가족에게 받은 상처도, 그 모든 것을 껴안고 살아가는 삶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상태로 남겨둔다. ‘맛있다’ 혹은 ‘맛없다’ 같은 단순한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 사이에서 인물들은 끝내 어떤 진실에 가까워지려 한다. 어쩌면 삶은 정확한 답을 내리는 일이 아니라, 끝내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함께 기다리는 일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소설은 따뜻하다. 불확실함을 견디는 태도 자체가 서로를 위로하는 방식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날 ‘나’는 오므라이스를 기다리며 엄마에게 오므라이스의 진실에 대해 말했다.

“오므라이스는 맛있고 맛없지 않습니다. 오므라이스는 맛있지 않고 맛없습니다. 오므라이스는 맛있고 맛없습니다. 오므라이스는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되겠죠. 맛있는지 맛없는지.”

종이나라 사람처럼 엄마는 말했어. 

그렇게 우리는 오므라이스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어.

(그렇게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곧장 부엌으로 가 우리는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밤새 먹을 작정이었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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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s Pick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나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사람의 정체성은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아 구성된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 국적, 부모님과 조부모님, 살면서 경험한 모든 것들. 그중에서도 국적이라는 것은 단연 나를 이루는 큰 부분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주인공은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돌아가신 뒤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더이상 내 곁에 없는 엄마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한인 마트, H마트의 한국 음식들이다. 음식은 떠난 가족을 생각하게 하고,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고, H마트 한가운데서 울게 만든다.

음식은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엄마는 겉보기엔 지독한 잔소리꾼이었지만 – 자신의 억지스러운 기대에 부응하도록 나를 끊임없이 몰아붙였던 탓에 – 내 입맛에 꼭 맞춰 점심 도시락을 싸주거나 밥상을 차려줄 때만큼은 엄마가 나를 얼마나 끔찍이 여기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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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s Pick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가족이라는 족쇄에서 탈출하게 해주는 사랑 이야기.

근대 초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성에서도 알 수 있지만, 가족이 삶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할 적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또한 가족의 위신과 경제 상황을 위해 돈 깨나 있는, 명망 높은 지위의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아시는 그런 조건에 맞는 남자이지만 엘리자베스의 천박한 가족들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고, 엘리자베스 또한 오만하고 무례한 다아시와의 교류를 꺼려 한다. 이 책에서 가족이란 내가 속한 가장 큰 집단이자, 나라는 사람을 대표하고 나타내는 무언가이자, 동시에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실감하게 만드는 매개체이다. 현대에 이르러 그 비중은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삶에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할 수 있겠다.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이 진리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워낙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까닭에 이웃에 이런 남자가 이사 오면 그의 감정이나 생각을 모르더라도 다들 그를 자기네 딸 가운데 하나가 차지해야 할 재산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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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s Pick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던 그 당연함의 제한성.

우리는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 곁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존재하기에, 오히려 존재함을 인하지 못한다. 그 존재들 중 하나가 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집에 들어가면 변함없이 나를 맞이해주시는 부모님. 한가히 집에 있는 날이면 집밥을 차려주시는 부모님. 하지만 우리가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눈앞에 보이면 어떨까?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647번 남았습니다.

그 순간 우리는, 당연했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어머니의 집밥이라는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다. 이 횟수가 0번이 되면, 어머니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무렇지 않게 먹었던 집밥이 이제는 횟수를 줄이지 않기 위해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된다. 

꼭 깨닫길 바란다. 너무 익숙해서 곁에 있다는 것마저 잊은 그 존재가 당신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임을.

cf. 해당 책은 단편집으로,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 말고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으니 각 이야기의 따뜻함을 눈으로 즐기시길.

이 숫자가 보이지 않았더라면 어머니의 집밥을 이토록 깊이 생각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런 건 언제든 먹을 수 있다고 착각하며 살았겠지.  p.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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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s Pick

『채식주의자』, 한강

“인간이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몸부림이라고나 할까요?” (TV문화지대 낭독의 발견 050907 한강 인터뷰 )

따뜻하고 화목한 가족에 대한 소설을 생각했다면 그 기대는 버리도록 하자.

‘육식’. 이를테면 가장 흔한 폭력의 형태이다. 그리고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녀에게 고기는 역겹다. 폭력은 역겹다. 그녀는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채식을 택한다. 육식을 하는… 그러니까,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을, 가족을… 경멸한다. 아-, 폭력에서 멀어지기 위해 자기 자신이 폭력 그 자체가 되었다. 인간이기 싫어 괴물이 되었다. 사회의 괴물. 그것은 이미 만들어진 사회의 틀을 파괴하려 하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그 견고한 틀은 무너지기는커녕,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족의 경멸의 시선을 온전히 받는다.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고자 한 그 짐승은, 오히려 가족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정상이란 무엇인가? 비정상이란 무엇인가? 우리를 압박하는 ‘정상’의 경계에서 작가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먹었거든. …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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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우리는 6월에 또 만나요, 안녕!

 

 

참여한 잔꾼들

아잰아잰 이지이지 이연이연 물망초물망초
왕 잔치
AUTHOR PROFILE
왕 잔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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