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석은원
석은원(25)
피플 에디터들의 무한한 관심을 받아온 ‘주름진 꿈을 피다(일명 주꿈피)’의 대표 석은원(25)!! 지난 인터뷰에서 그의 또라이스러운(?) 인생이야기를 미처 다 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에디터는 권력(?)을 남용해본다.
중고등학교 시절 다른 남학생들처럼 우르르 놀기 좋아하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뚜렷한 진로 목표가 있지도 않았어요.
다만 재밌는 일만 찾아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일을 벌이는 것만큼은 잘했던 것 같아요.
특히 영상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에 재미를 붙이게 됐죠. 이제 와서 다시 보기엔 부끄러울 정도의 수준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짧은 단편 영화와 노래 듀엣 합성 영상, 무한도전을 패러디 한 UCC 등을 만들었어요. 예상치 못한 큰 반응에 그 맛을 잊을 수 없게 되었구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는 그 시절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뚜렷한 진로 없이 입학한 대학은 1학기를 마치고 다니지 않았어요. 사실 부모님 설득에 2학기 등록금을 내고, 개강 후 첫 수업을 마지막으로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저와 가장 친한 뚱뚱이 친구 남혁이와 국내 여행을 다니고 청소년 단체에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죠.
스무 살이었던 그때를 생각하면, 어차피 안 다닐 2학기의 등록금을 냈던 게 가장 후회가 돼요. 아직도 부모님은 모르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 인터뷰도 안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 정말 철이 없었죠 (지금도 물론이지만). 없는 살림에 피 같은 돈 보태주시는 부모님의 돈을 그렇게 흘려 보내게 되었으니… 그래서 제 꿈은 등록금을 경비 삼아 부모님께 여행을 보내드리는 겁니다. 하하하. 그때 말씀 드리면 되겠네요.

2012년도 5월에 입대를 하고 `14년 2월에 전역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전역을 한, 앞서 말한 뚱뚱이 친구 남혁이와 저는 제대 후 굉장한 잉여가 되었습니다. 청소년 동아리 실에 낮부터 죽치고 앉아 기타치고 노래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돌아갈 학교도 없었고, 취업을 하기엔 아직 생각이 짧았던 저와 뚱뚱이는 우연한 기회로 상가 위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아지트로 얻게 되었습니다. 이젠 아침부터 기타치고 노래하며 시간을 보내는 저희는, 아지트가 있는 잉여가 되었죠.
그렇게 무념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정말 뜬금없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분명 우리 같은 생각 없는 잉여들이 있을 거야.’
마치 종교처럼 그 믿음을 맹신하게 된 저희는 컨테이너 공간을 활용, ‘옥상 프로젝트’를 기획해 토크쇼, 라디오, 시트콤, 다큐멘터리, 패션쇼, 공연기획 등 약 20명의 잉여 청춘들의 장을 만들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적성에 맞춰 직업을 얻는 것이 꿈일 수 있는 사람들에겐 석은원이라는 사람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한번쯤 의심을 할 수 있는, 또 저같이 직업이 아닌 ‘~~한 사람이 되는 것’을 꿈으로 쫓는 청춘들에게 동고동락을 하는 장을 만들게 된 것이죠.
또 다른 재밌는 일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저와 뚱뚱이는,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우연한 기회로 자전거에 집을 단 개조 자전거를 보게 되었죠.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자 여러 군데에 조언을 구하고 다녔지만 쉽게 자전거를 개조할 방법은 찾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인연이 닿아 대구에서 폐자전거로 업싸이클링을 하는 사회적 기업 ‘장거살롱’의 대표님에게 연락을 받았고, 늘 그렇듯 잉여였던 저와 뚱뚱이는 고민 없이 대구로 바로 내려갔어요.
들뜬 마음으로 대표님과 만남에 이것저것 생각을 말씀 드렸습니다. 한참 묵묵히 듣고 계시던 대표님의 한마디가 저희 여행의 시작이었습니다.
“돼요.”
그렇게 3개월간 대구에서 생활을 하며 대표님 옆에서 자전거를 고치고 수리하는 과정을 배우고 결국 세상에서 단 두 대 밖에 없는, ‘집이 있는 자전거’를 완성했습니다.
대구를 시작으로, 저희의 걷는 속도와 비슷한 굉장히 무거운 자전거는 단 하루면 갈 수 있는 경주를 3일 걸려서 가게 되었고, 울산, 부산, 제주도로 가기 위한 녹두항, 그리고 제주도를 마지막으로 도착했습니다.
사실 계획대로라면 추워지기 전에만 한 바퀴 돌아서 서울로 돌아오자 했었어요. 하지만 생각대로만 된다면 부루마블 할 때 주사위도 필요 없겠죠? 너무 느렸던 저희 여행에서는 주사위가 늘 1만 나왔던 것일까요? 제주도까지 겨우 도착했을 땐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고, 거의 모든 시간을 밖에서 자던 저희는 10월을 끝으로 잠시 여행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따뜻해지면 또 자전거를 타러 오자라는 단순한 약속을 한 후 돌아오게 되었구요.

종종 그렇게 느리고 제한적인 자전거 여행에서 무엇을 느꼈냐고 많이 물어보십니다.
주사위를 던지면 늘 1만 나와서 그런지 계획대로 진행이 되진 않았지만, 그 덕분에 저희가 지나갔던 길 한 곳 한 곳 풍경을 놓치지 않았고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던 곳까지 지나가며 자전거 바퀴자국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밭에서 일하던 아주머니에게 계란을 세 개나 푼 라면을 얻어먹고, 장사가 끝난 고깃집 앞 단상에서 자다가 사장님이 불쌍하다며 끓여 주신 된장찌개를 먹고, 비올 땐 자다가도 다리 밑으로 피해야 했고, 도무지 피할 수 없는 소나기에는 빗물로 몸을 씻었고…
모든 경험이 다시는 똑같이 겪지 못할 경험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 순간순간을 감사하고 즐겼던 것 같습니다.
반년간의 경험을 담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더 길어지기 전에 여기까지만 말씀 드릴게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