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마당 시네마당 # 우리들
<우리들>, 2016, 윤가은
# 남이 아닌 ‘우리’들.

지아(왼쪽)와선(오른쪽)
1.
친구가 없던 주인공 ‘선’이는 방학 식 날 전학 온 ‘지아’를 만나게 된다. 두 아이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나눈다. 맛있는 걸 나눠 먹기도 하고 계곡에 놀러 가고 선이네 집에 며칠 자고 가기도 한다. 아이들끼리 친해지기 위한 방식은 그렇게 복잡하다 거나 계산된 행동이 아니었다.
2.
영화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떡볶이를 사 먹는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다 커버린 어른들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지금의 어른들은 자신이 보냈던 일상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지만, 놀이터에서 무슨 놀이를 할지 누구와 짝꿍을 할지 생각하는 것은 사실, 초등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의 우리에겐 엄청나게 중요한 고민이었다.

보라(맨 왼쪽)와 반 아이들.
3.
‘보라’ 는 이 교실의 유일한 실세다. 부유한 가정 환경 덕에 남부럽지 않은 생일 파티를 하고 성적은 늘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다. 또, 친구들한테 인기도 많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선과 지아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고 자신이 제일 잘난 줄 아는 이 아이가 나는 이상하게 밉지 않았다. 보라는 자신 이외에 누군가가 관심을 받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새로 전학 온 후 친하게 지냈던 지아가 자신을 제치고 반 1등을 차지하게 된 것이, 보라는 억울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

선의 동생 윤
4.
선이의 동생이자 귀여움으로 씬 스틸러 역할을 뽐내고 있는 윤이. 짧은 발음으로 시크하게 김치 볶음밥 레시피를 말해주는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럽다. 그러나 윤이는 단순히 귀여움만을 담당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같이 노는 친구에게 매번 당하고도 계속 어울리는 윤이를 엄마와 누나는 항상 나무라지만, 윤이는 해맑게 웃어버리며 넘길 뿐이다. 그리고 영화의 제일 마지막에 모두의 마음을 묵직하게 울리는 한 마디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선 “너 내가 걔랑 놀지 말라고 했잖아. 왜 맞고만 있어?”
윤 “그럼 언제 놀아?”
선 “….”
윤 “걔가 나 때리면 나도 걔 때리고 또 걔가 나 때리고… 그럼 우린 언제 놀아~”
맞는 말이었다. 오고 가는 것 만을 따지면 놀 시간이 없다. 어느새 상대방과의 이해관계를 따지게 된 내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때로는 아이들의 시선이 더 정확할 때도 있는 법이다.
5.
대단한 사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학 온 친구와 친해지고 거짓말을 하고 질투하고 싸우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내가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화면에 아역 배우들의 순수한 모습이 그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빵긋 빵긋 웃는 아이들의 모습 때문에 (방긋 보다는 좀 더 개구쟁이 같은 느낌) 보는 내내 엄마 미소가 흐뭇하게 지어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꼽자면, 대단한 사건들은 아니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성장한다는 의미보다도 이제까지는 경험해보지 못 했던 낯선 감정에 대해 아이들이 배워가는 느낌이었다. 부끄러운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친했던 친구가 자신을 멀리할 때 느끼는 서운한 감정들. 아이들은 그 감정들을 온 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었다.
6.
이 영화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직접 겪었던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 한번은 경험했을 순간에 대한 메세지, 혹은 지금도 겪고 있을 ‘우리들’의 모습이었다. 마냥 행복하게 끝나는 엔딩은 아니었지만, 여운이 길게남는 이 영화가 ‘관계’에 지쳐버린 누군가에게 조금은 위로가 될 것이다.

<우리들>
윤가은 감독
개봉일 : 2016.06.16
출연 : 최수인(선 역), 설혜인(지아 역), 이서연(보라 역), 강민준(윤 역)
필름 포럼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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