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마당 시네마당 #립반윙클의 신부
<립반윙클의 신부>, 2016,이와이 슌지
비가 내리는 저녁에 아트하우스 모모를 찾았다. 일과를 끝마치고 집으로, 신촌 거리로 가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혼자 걷는 기분이 참 묘했다. 비가 내려서였을까, 캠퍼스 내부는 전체적으로 평소보다 차분한 느낌이 들었고, 덩달아 차분해진 마음으로 상영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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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하우스 모모’는 이화여대에 있는 독립, 예술 영화관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건축물 ECC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영화 상영 뿐 아니라 해당 영화와 관련된 그래픽 노블을 제공하는 미메시스 서가, 전문 강사진을 초빙하여 운영하는 모모 영화 학교 또한 운영하고 있다. 그 날도 아트하우스 모모는 서가를 둘러보는 사람, 상영관 앞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 덕에 문화 공간으로서의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SNS ‘플래닛’을 통해 만난 그들
영화는 일본의 회색빛 거리를 비추며 시작한다. 화면속에 비춰지는 거리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삭막한 느낌을 주지만, 이와 반대로 배경으로 깔리는 클래식은 차분하기 그지없다. 이 아이러니한 매치가 주는 괴리감은 관객들은 물론, 현실과 SNS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 나나미 역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소심한 성격 탓에 가족, 직장생활, 친구관계, 심지어 연애마저도 정상적으로 해내지 못하던 나나미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한 남자와 만나게 되고, 그와 연애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가족과 사생활에 대해 모든 걸 숨긴 채 결혼하게 되고, 결국 위태로워 보였던 결혼 생활과 일상은 타인의 조그마한 개입에 그만 무너져버리고 만다.
‘여기가 어디죠,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한순간에 차가운 현실에 내던져진 나나미는 방황하던 중 SNS로 알게 된 대행업체 대표 ‘아무로’와 닉네임 ‘립반윙클’의 여자 마시로의 도움을 받아 마시로와 큰 저택에서 동거하게 된다.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가 싶은 나나미. 평범함이라는 궤도를 이미 벗어난 그녀의 삶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행복을 꿈꾸는 나나미
‘러브레터’로 국내에 잘 알려진 감독 이와이 슌지는 이 영화에서 어떤 하나의 사건을 기승전결로 보여주기 보다는 여러 캐릭터들의 모습과 삶 그 자체를 보여주고자 한 듯하다. 특히 영화가 끝난 후에도 아름다운 영상미와 색감, 그리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 몇몇 장면들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영화에서는 현대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다양한 인간상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과한 소심함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도 잘 맺지 못하지만 SNS에서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그녀, 뒷조사, 하객 대행, 가족 대행, 심지어 이혼 사유 조작까지 돈이면 뭐든지 해주는 회사의 오너, 자그마한 관심과 애정,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이 돈이라면 얼마든지 지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가족의 체면을 위해 이혼한 사실을 숨기고, 친척 대행을 고용하는 가족들. 모두 당장 우리 주변에서, 혹은 신문과 뉴스에서 볼 법한 사람들이 아닌가?
이성적으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면서도 관객들의 마음 한 구석에서 응원을, 혹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든 가지고 있을법한 감정과 생각을 극대화시킨 캐릭터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영화를 안 본 사람이라면 신촌의 아트하우스 모모, 혹은 필름포럼으로 가보자. 영화를 보고 등장인물 중에 누구에게 가장 공감이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감독
개봉일 : 2016. 09. 28 // 2016. 10. 13(스페셜 에디션)
출연 : 쿠로키 하루(나나미 역), 아야노 고(아무로 역), 코코(마시로 역) 등
상영관 : 아트하우스 모모, 필름포럼 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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