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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3 · 03 · 20

그린이N : 심, 상

Editor 누하

심상(心像)

눈에 비치는 들의

또는

마음그림

 


누군가 그랬다. 그림은 주인을 닮는다고.

그런가?

 

가끔 보면 어딘가 흐느적 뚝딱거리는 모양새가 그림 주인을 닮은 것도 같다.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그림의 주인은 N이다. 아마추어 취미러라는 이름 뒤에 숨어 미완을 즐기는 한 인간. 전공생이 아니란 이유 때문인지 그림에 부담도, 거침도 없다. 고집껏 지우개를 사용하지를 않고 그리는 것이 그 근거다. 한번 그은 선은 그걸로 끝. 좀 전에 그어진 그 획은 그 순간 그대로 솔직하다고 믿으니까(*절대 실력자여서가 아니다. 무모하고도 자유로운 인간 정도로 해두자).

 

그래서일까, N은 자신의 그림이 솔직하다고 믿는다. 어쩌면 본인의 글보다도 더. 문법과 맞춤법을 갖춘 후 일렬로 정리되는 글은 필연히 정제되기 마련이지 않을까. 글로써 발화한 생각들은 한번 쓰인 걸로 끝이 아니니 말이다. 맞춤법 교정 상자 안에 우겨져 몇 번을, 필자의 눈동자를 따라 몇 번을 굴러가며 극한의 탄신제를 거치니까. 하지만 N의 그림은 다르다. 이 날것의 그림은 첫 탄생 그대로, 그린이의 것이 된다. 아주 팔자를 타고났다.

 

내세울 게 솔직함뿐인 이 무모한 그림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면 그린이의 감정이 엿보인다. 기획이라곤 없기 때문에 오롯이 순간의 감정에만 의지해 그려지는 것이 그 이유다. 서슴없는 아마추어는 손이 가는 대로, 가장 편안한 손놀림으로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다.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던 한 무더기의 마음들이 마구 캔버스 위에 쏟아지고 나면, N의 그림 속에는 순간의 솔직함을 담지한 인물들이 나타난다. 특히 그림 속 인물들의 ‘이곳’에는 N의 감정이 가장 집약되어 있다. ‘이곳’이 어디냐고?

 

바로 눈이다.

언제부턴가 N은 인물의 눈을 통하여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1. 눈을 감은 인물

그들은 N의 마음이 편안할 때 나타난다. 

 

안락함, 쉼, 감긴 눈꺼풀 위로 펼쳐지는 인물만의 영롱한 생각들… 그린이의 맘속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바깥세상은 눈에 잔뜩 힘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쏟아지는 정보를 잡아내고자, 예의 있는 표정을 짓고자(feat. 너 눈을 왜 그렇게 떠), 갖가지 종류의 위험을 감지하고자, 눈은 항상 데굴데굴 굴러간다.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은 이 모든 부담들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모든 긴장을 풀고 가장 편안한 상태가 된다는 것. 

애쓰던 마음들이 그림 속에서는 편안히, 쉬길 바라며.

 

 

2. 눈을 뜬 인물

그렇다면 눈을 뜬 인물은?

반대다.

 

공허, 우울, 고립감, 수많은 단어들로 대변되는 우중충한 감정들이 그들의 눈동자에 담긴다.

 

N은 까만 눈동자의 그들을 반가워한다. 곪았던 검은 마음을 직시하는 것이다. 생채기가 났다면 덮어두는 게 아니라 활짝 꺼내 치료해야 하니까, 그들도 N의 감정과 생각의 한 조각이니까.

( N: 잘 지내봐요 미스터 어항씨 ) 

 

인물들을 마주할 때면 N이 그림판 위에서 선 하나하나 머뭇대거나 곧 그을 획을 제자리에서 연습하지 않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물들이 정제되지 않고 그대로 나오게 해줘서 참, 고맙다. 

 

의도되지 않은 인물과의 조우를 즐기는 N은,  최근 또 한 명의 인물을 마주했다. 젊음, 청춘으로 설명되는 신촌 거리를 걸으며 말이다. 빨간 잠망경, 하하호호 웃으며 술잔을 부딪히는 사람들, 인연, 사랑, 예술이 가득한, 공부와 과제에 휩쓸리는 대학생의 비애로 가득한, 아니 어쩌면 그 고통마저도 청춘으로 포장해버릴 발랄하고도 에너지 가득한 신촌을, N은 정처 없이 걸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거리를 걷던 N은 소름 끼치도록,

 

절망했다.

 

모두가 아름답다, 꿈이다, 희망이다 말하는 것들 속에서 깊이 탄식할 수밖에 없던 마음 한 조각. N은 그 한 조각을 당신에게 보낸다. 편안함에 이르지 못하고 두 눈을 뜨고 있어야만 하는 아무개의 초상. 그것이 혹시 당신의 거울일까. 그림의 감상자들을 위해 그린이가 보내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닫는다.

 

N:

가끔 고민한다. ‘함께 벌입시다, 잔치!’를 외칠 때,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신촌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나누는 것이 물론 에디터로서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가끔은 ‘잔치’라는 단어가 주는 에너지에 도저히, 먼지만큼도 힘을 낼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런 이들에게는 영롱한 기쁨을 가져다주기보다 그들 그대로의 마음을 닮아주는 것이 오히려 위로가 될 거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신촌에 거하며 각자의 심연에 가만히 앉아있는 이들에게, 난 영차영차 하는 응원가보다 검은 마음의 초상을 보내고 싶다. 

 

불안한 눈동자들이 쉼에 닿기를 바라며.

누하
AUTHOR PROFILE
누하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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