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D대 장 양

장 양(23)
오후의 신촌은 활기가 넘친다. 학생들부터 관광객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발을 재게 놀려 어딘가를 향하고 누군가를 만나며 즐거워한다. 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카페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던 장 양은 갑자기 다가온 낯선 에디터의 질문에도 흔쾌히 답해주었다.
오늘 신촌에 무슨 일로 오셨어요?
친구랑 아까 밥 먹고, 이제 쇼핑하려고요.
오! 맛있는 거 드셨어요?
떡볶이를 먹기로 했는데 신촌에 떡볶이 집이 많아서 어디를 갈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한 군데를 골라서 들어가고 잘 먹고 있는데, 누가 들어오는 게 보여요. 그냥 흘긋 쳐다봤는데 그게 전에 소개팅 했던 남자였어요! 보고 진짜 놀라서 체한 것 같아요. 소개팅 한 곳이 신촌도 아닌데 왜 하필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났는지 정말……
그분하고는 잘 되지 않았나 봐요. 그럼 지금은 남자친구는 없으신 상태인가요?
네, 없어요. 한 일 년째. 남들이 뭐라고 할 때마다 올해는 안식년이라는 핑계를 대고 버티고 있어요. 알아서 잘 연애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예전 남자친구한테 받은 시계도 아무 미련 없이 차고 다니는데요, 뭘.
안식년이요?
연애를 쉬는 기간이요. 근데 이제 연말이니까 얼마 안 남았네요……
지금은 외롭지는 않으세요?
외로워도 혼자가 편하고 친구 만나는 게 더 좋아요. 소개 받고 싶기도 한데, 생각보다 마땅한 사람이 없네요.
그럼 이상형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자상하고 센스 있는 남자요. 예를 들면 내가 뭘 원하는지 말 안 해도 아는 사람. 아니면 얼굴만 보고도 화가 풀리게 정말~ 잘생겼거나! (웃음)
장 양은 외롭지만 외롭지 않고, 연애를 하고 싶지만 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생각보다 마음은 알쏭달쏭하다. 그렇지만 남이 그녀의 마음에 뭐라고 할 필요도, 권리도 없다. 장 양에게는 아직 연애를 하지 않을 자유가 있고 그녀만의 안식년을 즐길 시간이 남아있다. 안식년이 끝나면 뭐 어떤가? 그녀가 다시 사랑에 빠지는 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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