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마당 시네마당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나가이 아키라, 2016

에디터는 고양이를 직접 키워본 적은 없지만 동네 길냥이들과 친구들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제목만 보았을 땐, ‘엄청 귀여운 고양이들이 잔뜩 나와 닝겐과 함께 아옹다옹하는 느낌이겠군’ 라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감성적인 분위기의 포스터를 보았을 땐, ‘이리저리 치이고 다녔던 그 날 하루를 달래줄 것만 같은 무난한 느낌이군’ 라는 생각도 들어 고민 없이 예매를 했다. 하지만 영화는 내 생각과 조금 달랐다. 고양이가 나오긴 하지만 우르르 몰려 나와 귀여움을 폭발시키는 단순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게 이 영화는 그냥 무난하기만 하고 끝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곱씹어보게 되는, 여운이 길게 남은 영화로 남게 되었다.
- 편의상 주인공을 배우 이름인 ‘타케루’로 서술 함. 영화 속 배역은 ‘나’ 라고만 되어있음.
죽음

고양이를 닮은 남자 주인공, 사토 타케루
영화는 동네 우체부인 남자 주인공의 유서로 시작한다. ‘내가 죽는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누군가 슬퍼해줄까요?’ 라는 나레이션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계속 울려퍼졌다. 한번쯤은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평범하게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마냥 그렇지도 않으니 말이다. 의사는 타케루가 갑작스런 악성 뇌종양으로 당장에라도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이 무슨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인가 싶지만 타케루에게 죽음은 아직까지도 크게 와닿지 않아서, 자신이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차분하기만 하다. 머릿속에는 그저 한번만 더 가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가게의 쿠폰 같은 것들이 생각날 뿐이었다.

“세상에서 한가지를 없애면 하루를 더 살 수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수상한 남자가 찾아와 이렇게 얘기한다. 자신을 ‘악마’라고 이해하면 되겠다고 말하는 남자. 여기까지 영화를 보는데 설정이 굉장히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아기자기하게 세계관을 설명하는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았다. 이런 점이 일본영화만의 매력이지 않을까. 어쨌든 악마라는 이 남자가 없애겠다는 건 주인공 주변에 있는 ‘소중해 보이는’ 것들이다. 단순히 물건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것과 관련된 모든 기억들 역시 사라지게 된다.
전화기, 영화, 시계, 그리고 고양이
악마가 무언가를 세상에서 없애겠다고 하고, 그런 터무니 없는 제안을 주인공은 수락했다. 만약 내 주변의 물건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면, 그 이후에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악마는 전화기, 영화, 시계, 고양이를 하나씩 세상에서 없애겠다고 한다.
타케루는 오랫동안 만났던 첫 사랑 그녀와 잘못 걸린 전화로 인해 사귀게 되었다. 만약 전화기가 없었다면 두 사람은 절대 만나지 못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소극적인 영화광 친구와 친해졌던 계기도 영화라는 ‘연결고리’ 때문이었고, 시계점을 운영하시는 아버지를 둔 주인공에게 시계가 가지는 의미 역시 사라져버려도 되는 그런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둘째 고양이 이름은 양배추(キャベツ).
그 중에서도 고양이는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키우던 고양이 양상추가 죽게 되고, 새로운 고양이 양배추가 찾아왔을 때 타케루의 엄마는 병에 걸려 건강이 안 좋아지게 된다. 엄마는 첫째 양상추와 똑닮은 양배추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엄마는 점점 위독해졌고 결국 천천히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가족들과의 마지막 여행지에서 엄마는 타케루에게 양배추를 안겨주며 얘기한다.
“엄마는 사람이 고양이를 기르는게 아니라 고양이가 사람 곁에 있는거라 생각해.
양배추와 잘 지내야해. 아니지, 양배추야. 우리 아들을 잘 부탁해.”
마지막 한 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엄마와 아들을 향한 사랑, 고양이에 대한 애정까지. 화면에는 양배추를 안아든 타케루가 흐느끼듯 울고 있었고, 그 순간 에디터를 포함해 극장 안에 관객들은 여기저기서 훌쩍이고 있었다.
일행 없이 혼자 영화를 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친구가 그 때 옆에서 “너 왜 울어?” 라고 한다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이유를 유창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때 ‘그냥’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장면들이 좋다. 이 순간도 그랬다. 아마도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며 감정이입을 해서 눈물이 났던 거겠지. 하지만 이럴 때 에디터는 많고 많은 생각들을 줄이고 줄여 ‘그냥’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는 한다.
세상에서 _ 가 사라진다면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설정, 물건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효과같은 것들을 보았을 때 이 영화는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에디터는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결과 앞에서 되돌아보는 소중함이란,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들이 좋았다. 포털 사이트 평점을 별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의 평론가 평점이 낮은 것에 비해 관람객 평점이 상반되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은 이런 점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기술적인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이니 말이다.

주인공이 태어난 날 시계점에서의 부모님
나름대로 문구의 빈칸을 채워보자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이라고 써보고 싶다. 에디터는 원래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이었다. 스스로 부족한 것 투성이라고 생각하고, 뭐 하나 잘난 점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사람이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들때도 종종 있었다.
에디터와 비슷한 경험의 독자가 있다면, 자신의 부재를 한 번 쯤 상상해보았으면 좋겠다.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한다는 말이 있듯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지고 나서의 일을 상상한다면 아마도 더욱 또렷하게 자신이 드러날 것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소중한 존재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 태어나줘서, 고마워”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나가이 아키라 감독

- 2016, 11, 09 개봉
- 사토 타케루(나, 의문의 존재 역), 미야자키 아오이(첫사랑 그녀 역)
- CGV 신촌 아트레온 상영 중
- 원작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가와무라 겐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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