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 신촌 왈츠페스티벌
지난 13일 저녁, 제 5회 신촌 왈츠 페스티벌이 신촌 스타광장(유플렉스 빨간 잠망경 앞)에서 개최되었다. 서대문구 구청과 인씨엠 예술단이 주최한 왈츠 페스티벌은 인씨엠 예술단 소속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성악가들의 무대와 시민들의 춤사위로 이루어진 행사로, 신촌 거리에 그 다채로움과 화려함이 수놓아졌다.
“Sollen wir tanzen?” 에디터가 유년기의 대부분을 보낸 독일에서 상대에게 춤을 권할 때 쓰는 표현이다. 굉장히 로맨틱하지 않은가?
나름 유럽토박이인 에디터에게는 여럿 한국인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유럽여행이 크게 와 닿지도, 감흥이 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에디터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앉아있는 역마살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며, 저 한마디를 스스럼없이 건넬 수 있는 그 특유의 낭만과 분위기가 그리워오기 시작했다. 한 때는 집이었던 유럽이 선망의 대상으로 보일 정도로 말이다.
때마침 신촌에 왈츠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그는 에디터에게 반갑기 보다는 그저 그런 소식이었다. 신촌 길바닥에 유럽의 풍미라니… 특히나 아주 웅장한 포스터를 보고서는 눈을 의심했다. 왈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이 50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악소리와 디즈니 영화에서나 볼 법한 드레스, 그리고 4분의 3박자 특유의 엘레강스함인데 젊음과 유흥의 메카인 신촌에서 왈츠 페스티벌이 열린다니.
축제가 시작하기도 전에 왈츠의 우아함이 신촌 한복판에 들어서면 한낱 쿵짝짝의 연속으로 변질될 것 같아 걱정되었다. 신촌은 왈츠를 담아내기에는 한없이 요란한, 정신 없는, 그리고 (미안하지만) 조금 지저분한 곳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굳이 기대평을 포장시키자면 ‘신선한 조합’ 정도.

오케스트라+파스꾸치 = 참으로 어리둥절하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선 페스티벌 현장은 예상대로 북적거렸다. 가뜩이나 주말 저녁이 되면 분주해지는 신촌 일대인데 행사까지 진행되니 지나갈 틈조차 나지 않았다. 에디터는 수많은 인파 사이에 고개를 쑥 내밀고 현장을 쭉 훑어보았다. 오케스트라는 굉장히 웅장하였고, 댄서들이 춤을 추는 구역에는 레드카펫이 깔려있었으며, 여기저기 굉장한 카메라 장비들이 즐비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정말 ‘구청’스러운 행사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스티벌은 1부와 2부로 이뤄졌는데, 딱히 나눌 것도 없이, 인터미션 없이 지나갔다. 1부와 2부 모두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왈츠곡과 초청 성악가들의 솔로 무대로 이루어졌다.
왈츠 축제 행사 초반의 광경은 페스티벌의 직역인 ‘축제’가 아닌 일종의 ‘행사’에 더 근접했던 것 같다. 비록 화려한 의상을 빼 입고 화려하게 꾸미고 온 듯했지만, 진행자의 멘트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레드카펫으로 나가길 꺼리는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 레드 카펫이 굉장한 부담감을 만드는 데에 한 몫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나가서 춤을 출 수 있는 형식으로 꾸려진 무대이긴 했으나 제 아무리 왈츠의 고수라도 신촌 일대 한 가운데에 있는 레드카펫에서 춤을 추기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나온 신촌에 웬 레드카펫이람.’
어색하던 초반의 분위기와는 달리 현장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자리를 지키던 참가자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 무대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행사의 이름 그대로, 왈츠의 향연이 신촌 거리를 수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어르신부터 어린 아이까지, 레드카펫은 여느 때보다 달궈진 듯 하였다.
2부가 거의 끝나갈 때쯤 에디터는 댄서들이 모여있는 행사장의 뒤편으로 갔다. 댄서들은 하나같이 모두 반짝이는 의상에 화려한 마스크를 쓰고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에디터는 그 중 한 분이셨던 김일태 씨(인천, 내일 모레 일흔)에게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해보았다. 강렬하게 반짝이는 보라색 마스크를 쓰고 계셨던 김 씨는 흔쾌히 마스크를 벗으시며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Q :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 안녕하세요. 저는 내일 모레 일흔인 인천에서 온 김일태 라고 합니다. 제가 서대문구청에서 30여 년 공직생활을 했는데 거기서 이런 좋은 행사가 있으니까 한 번 오시라고 해서 같은 동호회 회원들 30~40명이랑 같이 왔어요.
Q : 와, 멀리서 오셨네요! 왈츠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건가요?
김 : 저는 왈츠가 건강에 좋다고 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나이가 장년에 가까운 사람들이 취미 활동으로 이런 무용은 한번 해 볼 만해요. 정말 권하고 싶습니다.
Q : 왈츠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 : 제가 내일 모레 일흔이 되는데도 춤을 출 때마다 활력이 생겨요. 배우면 배울수록 이보다 좋은 게 없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긴 해요. 왈츠를 춘 지 올해로 4-5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할수록 어려워요. 그래도 배우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왈츠는 생각하는 여유와 그 템포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있어요. 박자에 맞춰 그 심호흡을 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고 그렇게 연습하다 보니까 건강도 그렇게 좋아졌지요. 저는 여든살이 되어도 아흔 살이 되어도 춤을 출 것 같아요.

“이런 축제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력에 상관없이 그냥 즐기면서 하는 거니까 정말 좋아요.”
사실 왈츠는 우리의 상상과는 다소 상반된 기원을 가지고 있다. 왈츠는 원래 귀족들이 아니라 농민들의 춤이었으며 당시에는 남녀가 서로 껴안고 원을 그리며 추는 춤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왈츠의 어원은 독일어의 ‘waltzen(구르다, 돌다)’에서 온 것으로 본다. (믿거나 말거나 그 행태가 몹시 선정적이어서 금지되었다는 속설이 있다. :0) 그만큼 왈츠는 도시의 부르주아들이 즐기던 우아한 땐-스가 아닌 평민들이 즐기던 오락이었다.

‘아름답다.’는 표현으로 차마 담아내지 못할 자태를 뽐내주셨다.
페스티벌은 김 씨의 말씀대로 남녀노소 실력에 상관없이 단지 즐기면 그만이고, 함께 참가한 연인, 친구, 그 누구와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그만인 것이다. 그 부분에서 신촌 왈츠 페스티벌은 페스티벌의 의미를 꽤나 잘 담아내었다. 요즘 유럽이 대세라고 어설프게 따라 한다느니, 포스터가 과하다느니라는 생각은 ‘왈츠’라는 단어에만 치중한 에디터가 신촌에서 보급형 오스트리아를 찾으려다 저지른 과오일지 모른다.
무르익어 가는 분위기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서로를 주시하며 당차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여러 쌍들의 조화는 스타광장이라 불리우는 빨잠 앞 일대를 하늘에 수놓아진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고, 어느덧 현장의 ‘구청’스러움도 그들의 열정에 가려 무색해졌다. 생각보다 근사한 축제(festival)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에디터는 유흥의 메카인 신촌과 왈츠의 조합에 의구심을 품었었다. 그러나 유흥하면 사람, 만남, 그리고 관계인 만큼 (은 유흥을 즐기는 에디터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유흥과 왈츠 또한 결국 타인과의 교감에서 우러나온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술자리의 분위기가 서로의 대화에서 빚어지듯이 왈츠 또한 서로의 동작과 심호흡의 속도가 맞아야 완성되는 것이니.
벌써 제 5회로 접어든, 어느덧 신촌의 일부가 된 왈츠 페스티벌이지만 에디터는 왈츠와 신촌의 조합을 처음으로 생각해 낸 자에게 ‘브라보’ 한 마디를 건네주고 싶다.
/ 취재 에디터 : 고온, 썬스타
신촌 왈츠페스티벌 :: 왈츠의 향연 신촌거리를 수놓다
5월 13일 오후 7:30, 신촌 스타광장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