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홍미닭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처음’들을 경험한다. 첫경험, 그 떨리는 이름만큼 특별하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어떤 첫순간이기 때문이다. 처음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는 사람들 머릿 속 깊이에 뿌리 박혀 첫인상이 된다. 첫경험, 첫순간, 첫인상 등 수많은 처음들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에디터 역시 수많은 처음들을 겪어 왔지만, 그 중에서도 한 음식에 대한 처음을 공유해볼까 한다. 닭발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닭발은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참 많이 갈리는 음식이다. 아마 대충 보면 조그만 사람 손처럼도 보이는, 다소 징그러운 첫인상 때문일 것이다. 그 첫인상 때문에 닭발을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에디터의 닭발 첫경험은 좋았다. 초등학교 3학년, 아주 어린 나이에 에디터는 닭발을 처음 먹어보게 되었다.

그 맛을 모르는 자, 생긴 걸로 판단 마라.
순진무구한 10살의 어느날, 에디터는 충북 보은 할머니댁에 놀러갔다. 소중한 손녀딸이 온다며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은 다름 아닌 닭발이었다. 이것이 에디터와 닭발의 첫만남이었다. 첫인상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먹음직스럽기는커녕 이름 그대로 ‘발’ 모양의 생김새가 영 징그러워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대체 저 닭의 발에서 먹을 곳이 있긴 할까?’ 라는 순수한 호기심이 에디터를 자극했다. 그렇게 처음 접한 닭발의 맛은 충격적이었다.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매콤한 소스의 맛과 그 쫄깃쫄깃한 껍질의 조화란. 묘하게 중독적인 맛에 겨우 정신을 차려보니, 닭발은 모두 사라진 채 발라진 뼈조각들만이 남겨져 있었다. 종종 할머니께서는 통화할 때 “우리 손녀딸 뭐 먹고 싶어?” 라고 묻곤 하시는데, 그 날 이후 에디터의 대답은 한결 같다.
“닭발 해주세요!”

신촌에서 흔치 않은, 정겨운 느낌의 <홍미닭발>
초등학생 에디터는 어느덧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이 되니 예전만큼 할머니댁에 자주 갈 수 없었고 그래서 시골의 정겨움이 더욱 그리웠다. 대(大)프랜차이즈 시대에 신촌 거리에서는 구수한 시골 향 따위는 찾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신촌을 방황하던 어느 날, 에디터는 <홍미닭발>을 발견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간판이었다. 큰 노란 봉지 속, 검은 봉지에 담겨 있던 그 날의 빨간 닭발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 향수에 홀린 듯 홍미닭발로 발을 들였고 이제 에디터에게 신촌에서 ‘닭발에 쏘주!’ 하면 떠오르는 곳은 홍미닭발이 되었다.

그럴 땐~ 이 닭발을~ 주먹밥이랑~ 같이 먹어요오~♪
에디터의 첫닭발은 뼈 있는 닭발이었지만, 홍미에서는 무뼈닭발밖에 먹어보지 못했다. 물론 일반 닭발도 당연히 있고 심지어 더 저렴하다. 그러나 편한 것에 익숙해진 몸뚱아리는 자연스레 무뼈 닭발을 주문한다. 뼈 있는 닭발이 뼈에서 쫄깃한 살만을 쪽쪽 빨아서 발라먹는 맛이 있다면, 무뼈 닭발은 쫄깃한 살과 연한 오돌뼈를 씹는 맛이 있다. 무뼈닭발의 장점을 더 말하자면 주먹밥 위에 닭발을 올려 마치 닭발 초밥처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관적으로 뼈 있는 닭발보다 무뼈닭발이 진입장벽이 낮다. 좀 더 발보다는 껍데기처럼 생겼다랄까. 따라서 생김새 때문에 닭발계 진입을 망설였다면 홍미의 무뼈닭발을 강력 추천한다.

홍미의 시그니처, 나야나 나야나!
홍미닭발의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다름 아닌 쿨피스. 단순한 쿨피스가 아니다. 슬러시처럼 적당하게 얼린 스페셜 쿨피스다. 매운 맛에 혀가 알싸할 때 쿨피스를 한 입 먹으면 그 달달하고 시원한 맛이 매운 혀를 달래준다. 얼큰하게 매운 닭발과, 날치알과 오돌뼈를 비빈 주먹밥, 그리고 맛있게 얼린 쿨피스. 그 삼위일체를 함께 먹을 때, 홍미닭발을 클리어(clear)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닭발을 비비고 비비고~
최근 닭발집도 프랜차이즈가 대세다. 백종원 아저씨네 포차의 국물닭발부터 새우랑 같이 먹는다는 닭발집 등으로 SNS가 뜨겁다. 그런 프랜차이즈 닭발집도 물론 맛있고 좋다. 하지만 뭐랄까, 왠지 감성이 부족하다. 홍미닭발에 가면 종종 아주머니가 장갑을 끼고 직접 닭발을 양념장에 비비고 계신다. 반복적으로 찍어낸 듯한 느낌이 아니라 한땀 한땀 닭발을 만드는 정성이 느껴진다랄까. 이런 장면이 에디터를 홍미로 이끈 시골의 향수이자 ‘탈(脫)프랜차이즈’ 감성일 것이다.

닭발에는 뭐다? 소주다.
첫닭발에 행복해하며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쪽쪽 빨면서 닭발을 먹었던 10살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 익숙한 닭발에 소주를 기울이는 20대 대학생이 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신촌의 삶 속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 곳에는 대학생들의 고민들도 담겨 있고 사랑과 열정도 담겨 있다. 따라서 소주 한 잔의 위로 혹은 소주 한 잔의 축하가 필요할 때가 많다. 어떤 의미의 한 잔이든, 그 한 잔과 함께 들이키는 이야기들은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신촌에서 소주와 환상의 짝꿍을 꼽아보자. 에디터 개인적 소견으로는 닭발, 그 중에서도 홍미닭발이다. 홍미닭발을 지나치며 에디터가 떠올린 시골의 향수처럼, 홍미에서 닭발과 소주를 먹으며 신촌의 추억을 함께 만든다면 그건 꽤나 멋진 일이 될 것 같다.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7안길 30
연락처 : 02-333-3523
영업시간 : 매일 17: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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