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신촌의 벚꽃
꽃말이 중간고사라니 뭐니 하는 불평 아닌 불평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도, 봄날은 봄날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하얀 꽃 같은데 멀리서 보면 옅은 분홍빛이 넘실대는 바다를 이룬다. 그렇다! 벚꽃이 피었다. 500원짜리 동전만큼 조그마한 꽃송이들이 모여서 어쩜 그렇게 온 세상을 설레게 하는지.

Season of Love
지금부터 할 이야기에는 ‘신촌의 벚꽃이 이러이러해서 특별합니다. 고로 어디와 어디를 강력추천합니다!’ 같은 뉘앙스는 절대 풍기지 않을 것이다. 신촌에서의 벚꽃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벚꽃이 워낙 흔하기 때문이다. 이 무렵에 벚꽃으로 가득한 길가를 보는 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다만 당신이 신촌에 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허파에 봄바람이 너무 많이 들어간 나머지 굳이 여기서 일렁이는 벚꽃잎 구경을 하고 싶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잔치 에디터로서 신촌의 2016년 봄 기운을 기록하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대한민국 어디든 벚나무는 흔하지만 올해의 벚꽃, 이 순간의 봄나들이 정취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테니까.
연세로.

잔치장님이 찍어주신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신촌역 1~4번 출구로부터 연세대학교 정문까지 쭉 이어진 길. 주중에는 버스만 지나다니고, 주말에는 차량을 전면 통제한다. 공사가 끝난 지 겨우 2년밖에 안 돼서인지, 양 옆의 벚꽃나무가 몹시 애기애기하다. 몇 가닥 안 되는 가지에 꽃도 듬성듬성 피는 것이 꼭 아기사슴 밤비의 팔다리처럼 가늘고 여리다. 그래서 사진이 생각보다 잘 안 나온다.
명물거리 끝자락에 있는 광장

뉴욕비앤씨, 아웃백스테이크 근처. 이 나무들은 연식이 좀 있는지 밑동이 꽤 굵은 편. 키가 별로 크지 않고 가지가 옆으로 넓게 퍼져 있어 벚꽃이 만개한 모습이 매우 탐스럽다. 근처에 고층건물이 없어 조광도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포토존으로 애용되고 있다. 사진 촬영용으로는 사실상 최고의 신촌 벚꽃 플레이스.(?)
세브란스 병원

아는 사람만 아는 듯하다. 병원이라 그런지 비교적 한적한데, 양 옆으로 벚꽃이 촤르륵 펼쳐져 있다. 지형 특성상 고층 건물 사이로 산들바람이 불어서 벚꽃이 예술적으로 흩날린다. (단, 가디건 필수)
굳이 여의도 윤중로라거나 석촌호수라거나 하는 벚꽃으로 유명한 곳을 찾아 나설 필요 없이 눈 앞에 벚나무 한 그루가 있고 정취를 즐기고 있다면 그것이 곧 벚꽃놀이가 아니겠는가!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수요일부터 슬금슬금 흐려지는 것이 영 불안했다.
밤사이 폭우가 내려버렸다. 이렇게 이번 해의 벚꽃과의 짧은 만남이 끝나버리나 싶었는데…

여전히_아름다운지.blossom
갑작스런 비를 이겨낸 신촌은 지금 날씨도 환상적이고 꽃도 예쁘다. 아쉬운 점은 비가 오고 나서인지 꽃잎이 비처럼 쏟아지는 시기로 접어든 게 한 눈에 뵌다는 것. 하지만 연이어 피어날 아름다운 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씨-즌 오브 러브는 계속될 테니까, 주말에 벚꽃 구경하려고 계획했던 사람들에게는 진지하지 않은 애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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