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이 되니…
벌써 잔치한 지 1년 반이 되어갑니다.
누가 읽을지,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 시험기간에 그냥 막 적어봅니다.
저는 저번학기까지 플레이스팀 에디터로 글을 썼습니다. 그때도 운영팀장 일을 맡고 있었고 휴학을 했기에 두 개 병행이 가능했어요. 이번 학기는 학교도 다니고 해서 운영팀장만 맡게 되었습니다. 제가 에디터 병행을 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운영팀만 하게 되면서 여실히 드러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할 잔치꾼들이 분명 들어올테니 나중을 위해서도 남겨 놓고 싶은 말입니다.
잔치는 제가 운영팀장을 맡은 뒤로 많이 변하지 못했어요. 우리는 앞선 잔치꾼들이 만들어내온 틀을 거의 유지했고, 신입들은 들어와서도 기존의 틀이 있으니 꽤 체계화된 단체로 인식하고 변화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거에요. 사실 편합니다. 팀 내 형식이나, 컨텐츠 내용이 거의 변하지 않으니 기존에 하던 것을 하면 되고 편해요. 하지만 확실한 건 신촌에 이제 아카이빙을 자처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신촌을 컨텐츠로서 쓰고 있는 이들이 많아요. 연세춘추의 The Y나, 얼마 전에 나온 <신촌이 싫어서> 잡지 모두 마찬가지죠. 그 중에서 잔치가 그들과 다르다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2014년 아카이빙을 선점 했다, 우리는 프로젝트를 한다 이 두 가지 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2014년, 비록 올해로 횟수 4년차인지라, 사실 외부적으로 우리의 선점에 대한 인지는 낮습니다. 그렇다면 전 결국 후자가 잔치를 여타 다른 아카이빙 그룹들과 차이점이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현실 문제에 좀 더 관심이 많은 잔치꾼들이라면, 이 글로 우리가 진짜 변화하는 신촌에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 역시 플레이스팀 에디터로 글을 쓸 당시, 현실에 이 글이 미칠 영향에 대한 좌절감이 항상 있었습니다. 미미하니까요. 영향력이 있는 글만 쓸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에서 시작된 단체인데, 그 글의 결론이 이상에만 갇혀 있단 것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잔치는 신촌 문화 예술 ‘웹진’ 입니다. 리크루팅 또는 대내외적으로 모두 웹진이라는 점을 강조하죠. 하지만 저는 이제 우리가 ‘단체’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웹진이라는 전제 하에 운영팀이라고 현재 이름은 쓰고 있지만, 이 이름도 바꾸는게 맡다고 생각해요. 이제 프로젝트로 현실의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나간 비엔날레나, 서대문구청에서 잔치를 찾는 이유는 우리가 현실의 문제를 움직이려 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목적성으로 우리의 미래 방향을 정해놓을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가진 장점은 좋아서 한다는, 그 자율성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매일 신촌은 변한다고 외치며 글을 쓰는데 정작 현실을 바꿀 기회를 눈 앞에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잔치의 재원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청년들 중에 내 일도 아닌데, 이 땅의 문제를 이리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만큼, 이 단체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해요. 이 문제가 마치 영화 <동주>의 윤동주와 몽규의 대립 같지만 이 둘은 결국 같이 가야하는 사람들이죠. 세상을 바꾸는 건 글, 행동 모두이니. 그래도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글 쓰는 몽규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말이 길어졌지만, 잔치가 연대에서 음악하시는 분들을 다룬 첫 번째 시기, 신촌 아카이빙을 다룬 두번째 시기, 그리고 이제 현실의 문제를 직접 다루는 세번째 시기로 넘어갈 시점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이번이 제 잔치 마지막 학기이지만, 제 목표는 세번째 시기로 갈 계단이라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청년 단체이니 만큼 우리가 가진 단점이자 장점은 유연함입니다. 강제된 것은 없으니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되요. 그런데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전의 틀을 답습하면서 이 단체에서 잔치꾼들의 소통 방식이 너무 딱딱해지지 않았나? 과연 나는 잔치꾼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나?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은 정말 우리가 좋아하는 활동이 맞을까? 습관처럼 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우리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나 활동방식은 정말 이상적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거든요.
사람이 좋다는 것과 이 활동이 효용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저는 우리 단체가 사람이 좋아서 남는 단체보다, 목적에 대한 효용감, 효율성이 높은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한테만, 우리한테만 좋은 단체는 되고 싶지 않아요.
쓰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저는 잔치가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감사할 단체에요. 여러분이랑 있어서 행복했고 행복하고 행복할겁니다. 여러분에게도 제가 조금은 그런 잔치꾼이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미리 작별글 같지만, 작별글은 나중에 또 쓸거얌. 안눙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