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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2017 · 06 · 21

잔치 @ 프랑스 거리음악축제

Editor 구쏠

프랑스 현대 연극, 프랑스어의 의미, 프랑스 근대 소설, 프랑스 문학의 이해. 에디터가 지난 일주일간 치른 기말고사의 과목들이다. 그렇다. 에디터는 불어불문학 전공생이다. 전공 수업들로 꽉꽉 채운 이번 학기가 숨 쉴 새도 없이 지나가고 어느덧 종강이 다가왔다. 매일 책상에 코를 박고 사르트르나 빅토르 위고 같은 프랑스 작가들과 씨름하다보니 에디터는 ‘진짜’ 프랑스의 향기를 느끼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직 치러야 할 시험이 하나 더 남아 있지만 답답한 방을 뚫고 나왔다. 그리고 떠났다. 프랑스로? 아니. 신촌으로!

 

프랑스 대신 찾아온 연세로. 두근두근.

 

6월 넷째 주 주말 연세로에서 ‘2017 프랑스 거리음악축제 Fête de la musique’가 열렸다. Fête de la musique(뻬뜨 드 라 뮈지끄, 이하 음악축제)는 프랑스에서 시작된 축제이다. 1982년 프랑스 문화부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간 격차를 없애고 모든 계층이 함께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제1회 음악축제를 개최하였다. 이것이 1995년부터는 유럽음악축제로 발전하였고 지금은 전세계에서 매년 하지일인 6월 21일 같은 이름(Fête de la musique)으로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주말마다 축제가 열리는 대한민국의 신촌도 여기에 빠질 수 없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뜨는 날인 하지. 아직 대낮처럼 밝은 저녁 여섯시의 연세로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맥주가 있는데 왜 마시지를 못하니!

 

“오늘 맥주 축제도 하나봐.” 동행한 에디터가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연세로에 들어서는 순간 줄지어 있는 맥주 부스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신분증을 보여주기만 하면 누구나 다양한 나라의 맥주를 무료로 시음해볼 수 있었다. 에디터는 안타깝게도 신분증이 없어 멀리서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별개로 열린 줄 알았던 맥주 부스들도 알고 보니 음악축제의 일부였다. 팸플릿을 펼쳐보니 오늘 연세로에서는 프랑스 거리음악 축제라는 커다란 행사 안에서 무료 월드비어 시음, 플라워마켓, 아트마켓 등이 부스로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열일하시는 프랑스 아저씨. Bonjour Monsieur!

크레페의 핵심은 최대한 얇고 똥그랗게. 구멍나는 순간 아주 망하는거야.

킁킁.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는 건 인간의 본능.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몇 걸음 옮기니 사랑스러운 소시지 냄새가 풍겼다. 빨간 잠망경 앞에서는 프랑스 정통 소시지, 크레페, 시드르* 등 프랑스의 대표 먹거리들을 팔고 있었다. 이 부분은 팸플릿에서 “문화존”이라고 이름붙인 곳인데 사실상 프랑스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부스는 이 3개의 부스가 전부였다. 그 뒤로는 바로 ‘몽마르뜨 아트마켓’이 이어져 있었다.

(*시드르: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이 원산지로 사과즙을 원료로 한 발효주)

 

간판이 삼색기라고 프랑스풍인 건 아니다.

 

3분 수채화, 액세서리, 수제청, 향수…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프랑스풍의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한다던 아트마켓은 지난 5월 잔치가 취재한 신촌 문화마켓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피플팀 에디터는 당시 인터뷰했던 셀러를 상봉하기도 했다. 부스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예쁘고 아기자기했지만 정작 프랑스와의 관련성은 떠올리기 어려웠다.

 

꽃을 왜 사. 네가 꽃인데. – 유플랜선남친

 

아트마켓을 지나면 플라워마켓이 시작된다. 플라워마켓은 ‘신촌국제꽃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연세로에서 여러 번 열린 적 있는 꽃 판매 시장이다. 이렇게 2017년 하지의 연세로는 월드비어 시음 부스, 프랑스 문화부스, 아트마켓, 플라워마켓으로 꽉꽉 채워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런데 음악축제인데 음악은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빨간 잠망경 앞 메인무대에서 귀를 찌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강렬한 음악이었다. 이 한국밴드의 여성보컬은 쉬지 않고 괴성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소리가 지나치게 커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기 힘들 정도였다. 몇몇 사람들은 귀를 막고 지나가기도 했다. 눈살이 찌푸려지려는 찰나, ‘내가 여기 아니면 어디서 이런 음악을 들어보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음악축제의 매력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 음악축제의 본목적을 떠올리고 보니 이 밴드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몸을 흔들게 되었다. 평소 에디터의 플레이리스트에서 찾을 수 없는 노래들도 축제라는 이름 아래에서 즐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음악축제의 고향, 프랑스에서 온 프랑스인들은 오늘의 축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프랑스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고 있던 신초너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조이환(왼쪽), 구에넬(오른쪽)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려요.

조: 조이환이고요, 22살 대학생입니다. 이 친구는 구에넬이에요.

오늘 축제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조: 프랑스인 친구가 이 축제를 알고 저한테 같이 가자고 얘기를 했어요.

오니까 어떠세요?

조: 굉장히 괜찮아요. 수제맥주도 맛있고요. 6월달에 프랑스에서도 같은 축제를 한다고 친구가 말하더라고요. 이렇게 비슷한 축제를 신촌에서도 하니까 좋네요.

친구분, 그럼 이 축제에서도 프랑스의 느낌이 많이 나나요?

구: 그렇게 프랑스의 느낌이 나진 않지만 그래도 재밌어서 좋아요.(웃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구: No French food. 프랑스 음식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뱅쇼나 코코뱅 같은 프랑스의 현지 냄새 나는 음식들이요.

 

구에넬 씨가 말하는 프랑스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실제 프랑스에서 열리는 ‘Fête de la musique’를 담은 동영상을 보니 신촌에서 열린 ‘한국형 프랑스 음악축제’와는 좀 많이 다른 느낌이다.

 

출처: thierrydamilano, ‘Fête de la musique 2014, Paris, film de Thierry Damilano’

 

프랑스의 음악축제는 무대 위 아티스트의 공연을 단순히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대중들이 아티스트가 되어 길거리, 광장, 공원 등에서 자신의 음악을 연주한다. 공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사람들은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긴다. 그런 부분에서 연세로의 음악축제는 실망스러웠다. 버스커들을 위한 공간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고 프랑스와도, 거리음악과도 관련 없는 부스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마치 부스가 케이크라면 프랑스는 케이크 위의 체리같았다.

연세로를 걸으며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프랑스인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들은 프랑스와 너무나도 다른 축제의 모습에 실망하여 이미 자리를 뜬 것은 아니었을까? ‘2017 프랑스 거리음악축제’에는 프랑스도, 거리음악도 없었다. 사실 거리예술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프랑스의 음악축제를 한국에서 그대로 모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축제라는 이름을 통해, 거리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대중들과 함께 즐기는 자리는 만들어 줬어야 하지 않을까. 내년 음악축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연세로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La vie, c’est pour s’amuser!(인생은 즐기기 위한 것!)

 

/ 취재 에디터: 구쏠, 아로미, 에몽


프랑스 거리음악축제 Fête de la musique :

6월 24일-25일, 신촌 연세로

구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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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쏠

무엇이든 행복하면서도 또 우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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