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오피움 타투 스튜디오 (INTERVIEW)
신촌 거리를 지나면서 흰 간판에 쓰인 OPIUM TATTOO STUDIO라는 글자를 본 적이 있는지. 원래 그들을 알고 있던 사람을 제외하고는 발견한 적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빛 바랜 흰 간판이 달린 건물의 계단을 내려가면, 완전히 다른 공간이 등장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사들의 거리, 아는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다이애건 앨리’처럼. 벽돌을 두드릴 필요 없이 문을 열면 여기저기 붙은 도안, 빈티지한 전자제품, 강렬한 색상의 벽과 묘하게 어울리는 네온이 방문객을 맞는다. 파티룸 같기도 하고 작업실 같기도 한 이 공간은 오피움 타투 스튜디오(인스타그램: @tattoo_opium)다.


오피움 타투 스튜디오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타투이스트 104와 그가 이끄는 오피움 타투 크루에 속한 7명의 타투이스트들을 차례로 만났다. 오피움 스튜디오에서 시작해 이디야에서 끝난, 인터뷰라기에는 자유로운 수다에 가깝고 수다라기에는 깊은 대담에 가까운 긴 대화를 풀어나가는 동안 줄곧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타투, 이분들께 받고 싶습니다.

타투이스트 104(인스타그램: @optt104)
에디터: ‘오피움 타투 스튜디오’는 어떤 곳인가? 본인과 오피움을 소개해달라.
104: 나는 오피움 스튜디오를 만든 타투이스트 104다. 시작은 다른 타투이스트와 아티스트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해 보고 싶어서 모인 것이었는데, 하다 보니 많은 타투이스트가 크루로 있는 타투샵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런지도 벌써 11주년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 신촌 안에 2호점까지 냈고. 신촌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 원래 연남동에서 있었는데 상황에 맞추어 옮겨 왔다.
주변이 복잡해서 ‘오피움 타투 스튜디오’ 간판을 자세히 보지 않았으면 지나칠 뻔 했다. 홍대나 합정도 아닌 신촌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유가 있나.
어떤 지역에 아티스트들이 많아지고 상권이 형성되면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연남동에 머무를 수 없어 신촌으로 옮겨 왔지만, 주변 신촌 상인분들과 주민분들이 호의적으로 관심도 가져 주시고 협조도 잘 해주셔서 즐겁게 지낸다. 뭐 빌려달라고 부탁드리면 다들 잘 빌려주신다.(웃음) 재미있는 거 많이 한다고 응원도 해 주시고.

오피움 스튜디오 크루에 속한 타투이스트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강렬한 올드스쿨부터 섬세한 일러스트까지, 작업 스타일이 유독 다양한데.
오피움은 타투샵이기도 하면서 타투이스트를 길러내는 아카데미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크루 구성원 중에는 원래 수강생이었던 타투이스트들이 많다. 손님이었던 친구도 많고. 그래서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이 모였다. 타투 크루는 마음이 맞는 지인들이 결성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우리는 좀 특이한 경우지. 스타일도 다르고 생각들도 제각각인데, 그런 게 오히려 재밌다.


같은 크루의 도안이라니!
현재 오피움 타투이스트들의 작업으로 열린 전시 <아날로그전(展)>이 12월 18일까지 합정 페이머스 그라운드에서 열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은데.
사람들과 소통하고, 생각을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스튜디오를 처음 만들었는데 그런 취지에 맞는 재미있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아날로그展>도 그중 하나다. 그 외에도 친한 아티스트들의 영화를 오피움 스튜디오에서 상영하기도 하고, 프리마켓도 가끔 한다. 요즘은 바빠져서 어렵지만, 재미있는 과정이다.

타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대학생 때 타투를 처음 접했을 때 내 그림을 누군가에게 타투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첫 타투는 오피움을 같이 시작했던 친구에게 했는데, 긴장되기보다는 재미있었다. 트라이벌* 장르로 예수님의 모습을 새긴 타투였는데 지금도 그 친구가 제일 소중히 여기는 타투다. 타투는 그림과 똑같다. 작품인데, 몸에 가지고 있다는 게 다를 뿐. 그림도 누군가가 소중히 하면 작가에게는 기쁜 일인 것처럼, 타투도 마찬가지지.
*트라이벌:폴리네이시아, 아메리카 인디안 등의 타투에서 기원한 타투. 오랜 역사를 지닌 장르로 현대에는 부족적, 주술적인 문양의 발전된 형태를 많이 사용한다.
결국 타투는 타투이스트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새기는 것이라는 말인데, 특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
오랫동안 타투를 해 왔으니 여러 재미있는 사건들도 많지만 어떤 작업 하나를 고르는 것은 항상 어렵다. 모든 작품들은 그 작품을 받은 분에게 가장 의미있는 것이고, 타투이스트들에게도 그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하나하나 다 중요하지만 사연이 있는 작품들이 많은 건 맞다. 우울증이 있어 몇 년 동안 집에서만 생활했는데, 집 밖에 나와서 처음 하고 싶었던 게 타투라는 고객이 있었다. 그 친구와는 지금도 ‘살아있냐’고 가끔 연락한다. 단순한 작업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게 타투인 것 같다.

사람마다, 타투이스트마다 타투에 대한 생각이 각자 다를 것 같다.
맞다. 패션으로 타투를 새기는 사람, 기억하고 싶은 것을 남기는 사람 등 다양하다. 뭐가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마음에 드는 그림을 타투로 남기고 싶은 것은 같으니까. 내 유일한 타투가 등에 있는데, 연습생 때 친구에게서 받은 타투다. 사실 잘한 타투는 아니고 굉장히 잘하지 못한 타투인데 그게 싫지는 않다. 그 시간이 그대로 있는 거니까. 못했더라도 나한테 소중하고, 의미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잘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웃음) 타투는 하는 당시 그 시간을 기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타투라는 것은 나의 일부인 것 같다. 다른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이걸 그만두면 뭘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안 간다.

타투이스트들의 작업방식이 궁금하다.
타투이스트들은 한 만큼 가져간다. 정말 열심히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직업이고. 쉽게 접근하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누군가 강요하는 직업이 아니니까. 프리랜서 아티스트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림이나 음악이나, 잘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게 아니고 운도 따라야 한다.
굉장히 치열한 직업처럼 들린다.
그렇다. 하지만 독특한 문화가 있는 씬이기도 하다. 타투샵의 재미있는 문화 중 ‘게스트 워크’라는 게 있다. 말하자면 교환학생 같은 건데. 타투이스트가 가고 싶은 해외 타투샵에 포트폴리오를 보내면, 타투샵에서 포트폴리오를 검토해서 받아주는 거다. 합격한 타투이스트는 몇 달 정도 해외의 타투샵에 근무할 수 있다. 자기 작품을 해외에서 작업하고 해외의 타투이스트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가는 거지. 오피움 크루들도 몇 년 전에 함께 마이애미로 게스트워크를 간 적이 있다. 각자 다른 타투샵으로 갔는데 숙소는 같이 쓰고 가끔 서핑도 했는데 즐거운 경험이었다. 뉴욕으로 게스트워크를 갔을 때는 마이애미와 다르게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웃음) 지금 오피움에 게스트워크를 온 타투이스트도 있다. 루마니아 사람인 Serjiu라는 친구인데, 오늘 아침에 한국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타투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타투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 번쯤 편견 없이 봐 줬으면 좋겠다. 타투는 그림과 같은데, 단지 종이가 아닌 몸에 그리는 게 다른 것 뿐이다. 위생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요즘은 거의 모든 타투샵들이 청결한 환경에서 일회용 바늘을 사용한다. 과거에 비해 인식이 많이 바뀌기는 했다. 타투이스트들의 활동 반경도 넓어졌고. 지금 오피움의 타투이스트들 중에도 미대 다니는 친구들과 광고회사에서 일하다 온 친구들도 많다. 일반 분들이 타투는 시각디자인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오피움의 모든 크루 구성원이 자리해 있지는 않았지만, 스튜디오에서 각자 시술을 하고 도안을 작업하던 7명의 타투이스트들은 기꺼이 인터뷰를 이어가 주었다.

타투이스트 02 (인스타그램: @02tt0.0)
02: ” 깔끔한 선과 강한 색감의 일러스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지금 합정에서 진행되는 오피움 스튜디오의 전시 <아날로그展>을 기획하기도 했다. <아날로그展>은 다양한 스타일의 오피움 스튜디오 타투이스트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전시다. 타투도 하나의 예술이고, 타투이스트도 예술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대중들은 타투를 타투로만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 원래 오피움에서 파티나 행사는 많이 해서, <아날로그展>이나 오프닝 파티 기획도 수월했다. 최근에는 쇄골 양쪽 끝에 핸드포크* 타투를 받았는데, 마음에 든다. “
*핸드포크 : 타투 머신을 쓰지 않고 타투이스트가 바늘로 직접 작업하는 타투.

타투이스트 솜다(인스타그램: @xhom_da)
솜다: “컬러가 들어간 일러스트 작업을 많이 한다. 최근 했던 작업은 하트 보석 그림 타투인데, 보석 공예를 하는 분에게 했다. 고객분과 오래 상의해서 나온 도안이었다. 주문 도안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서 주로 고객과 상담해서 도안을 결정한다. 재밌기도, 어렵기도 한 과정이다. 최근에 02가 받은 타투를 시술해 준 타투이스트 분께 타투를 받았다. 생각과는 달리 핸드포크 방식의 타투가 오히려 덜 아픈 것 같더라. “

타투이스트 Serjiu Arnautu(인스타그램: @serjiu.arnautu)
Serjiu Arnautu: “루마니아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네팔에서 사는 Serjiu라고 한다. 타투를 하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있다. 홍콩에서 오피움 스튜디오에서 일한 타투이스트를 만났는데 그녀 때문에 한국에 와 보고 싶어져서 오게 되었다. 한국 타투는 다른 곳보다 작고 귀여운 특징이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크고 강렬한 타투를 좋아한다. 얼굴에 있는 타투는 네팔에서 5년 쯤 전에 한 거다. 공허함에 대한 내용의 만트라를 새겼다. 다른 곳에 한 타투보다 특히 더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타투 자체는 깊은 의미가 없다. 말하자면 내 몸에 대한 내 통제력을 의미하는 것 같다. 사회적 기대에 압박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다. 타투를 하고 집에 가서 거울을 보고 충족감이나 편안한 감정이 들면, 그걸로 된 거고. 타투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도 있다. 여기 온 직후에 오피움의 타투이스트 블랙맨에게 한국에서의 첫 타투를 해 주었다. 한국에 온 지는 몇 시간 안 됐지만, 듣던 것보다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서 좋다.”

타투이스트 밍텐도(인스타그램: @m_tendo)
” 타투이스트 밍텐도고, 주로 컬러 일러스트 작업을 한다. 컬러가 들어가는 타투는 사람의 피부색에 따라서 달라져서 매력이 있다. 오피움 대표인 타투이스트 104가 학교 선배인데, 타투를 시작할 때 오래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연락해서 인사도 없다고 혼이 났었다.(웃음) 최근에 개인적으로 모토가 되는 사진을 타투로 받았다. 원래는 타투에 의미를 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유일하게 의미가 있는 타투다. 타투를 받을 생각이 있으신 분들께 신중하게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커플 타투를 받으려는 분이 계셨는데, 지울 수 있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런 질문을 받으면 기쁘지는 않다. 타투는 타투이스트의 작품이기도 한데, 우리 입장에서는 애정을 가지고 작업한 작품이 지워지는 거니까. 그런 생각이 들면 안 받으시는 게 맞는 것 같다.”

타투이스트 삐삐(인스타그램: @ppippi_tt)
삐삐: “낙서 느낌을 살린 핸드포크 일러스트 타투를 주로 한다. 핸드포크를 하는 이유는 머신 작업보다 핸드포크 작업이 라인의 빈티지한 느낌을 잘 살리는 것 같아서. 화가이신 아버지의 제안으로 타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맨 처음 직접 무릎 위에 스스로 한 삐삐 타투를 제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타투가 굳이 진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머리나 옷을 꾸미는 것처럼, 타투에 즐겁게 접근하면 좋겠다. 이후에는 죽음이나 악마같은 음침한 주제를 내 스타일로 귀여운 낙서 처럼 표현한 작업을 해 보고 싶다. “

타투이스트 블랙맨(인스타그램: @blackman_tatooer)
블랙맨: “올드스쿨* 장르 기반으로 타투 작업을 하는 타투이스트 블랙맨이다. 사진을 찍을 줄 알았으면 모자를 안 쓸걸 그랬다 (웃음) . 처음 타투를 접했을 때 너무 매력을 느끼고 빠져들게 되었다. 작업에는 항상 내 도안을 쓴다. 고객분들이 믿고 맡겨 주시고. 내 몸의 타투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은 눈 밑에 ‘let’s try’라고 새긴 타투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실행을 하자는 뜻을 거울을 볼 때마다 되새기고 싶어서 새겼다. 너무 잘 보여서, 음식점 같은 데 가면 한번만 가도 다 기억하시더라.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아직도 너무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고. 누군가 타투가 있든 없든 그 사람 자체가 바뀌는 건 아니니까, 다들 타투는 타투일 뿐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올드스쿨: 20세기 초·중반의 제 1·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히피문화의 번창 당시 시작된 타투 장르. 자유나 행복을 의미하는 상징들이 많이 등장한다.

타투이스트 십이(인스타그램:@tattooist_12)
십이: 앞으로 계속 예술을 할 건데, 타투는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금 하고 싶은 걸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타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제일 힘들었던 일은 유독 피부가 부드러운 여성분에게 머신이 잘 안 먹혀서 고생했던 거다. 사람마다 피부 결이 달라서 작품이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그때 그때 선 느낌이 좋게 나오면 작품이 마음에 들고 뿌듯하다. 내가 보기에 예쁜 작품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좋아하는 그림을 타투로 받고 옆에 계속 있으면 안정이 되고. 그런 게 나에게는 제일 좋다.

“우린 진짜 다 달라요.”
오피움의 대표인 타투이스트 104가 인터뷰 도중 여러 번 언급한 말이었다. 서로 달라서 재미있기도 하고 이해해 주는 부분도 많지만, 이야기 하기가 어려워 일주일에 한 번은 청소, 한 번은 회의를 해서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정해놓는다고 했다. 타투 장르, 스타일, 방법과 타투에 대한 생각도 모두 제각각인 오피움의 타투이스트들은, 그러나 한 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답을 했다. 타투를 왜 하냐고요? 좋으니까, 재미있으니까요. 나의 작품을 누군가에게 새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 에디터의 주변 친구들이 받은 타투는 모두 그들을 닮아 있다. ‘나는 나’라는 영문 레터링을 손목에 새긴 친구, 사랑하는 고양이를 팔에 담은 친구, 좋아하는 일러스트를 등 아래쪽에 새긴 친구. 스타일도 위치도 의미도 다르지만 타투를 자랑하는 그들의 표정은 똑같이 행복해 보였다. 나 자신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짜릿한 게 있을까. 개성이 뚜렷한 오피움 스튜디오의 타투이스트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타투 작업에 몰두하고 프로젝트를 여는 이유일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해 온 타투를, 이번 달에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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