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ART 2017 · 11 · 29

<제3회 김현식가요제>

Editor Mr.Lee

 

어느 아주 추운 11월의 신촌거리. 비록 한기가 훅 불어 닥친 주말이었지만 오늘도 신촌거리는 홍익문구 앞 피아노의 선율,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여러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달이 넘어가고 계절이 바뀌는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들에 새삼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코가 시리지만 감사한 순간이다.

 

그래도 아직까진 늦가을이라 우기고 싶다. (손을 떨며 나뒹구는 낙엽조각 두어 개를 찍는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무작정 좋은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다. 변화는 그 방향성이나 맥락에 따라 발전이나 새로움으로 읽히기도, 변덕이나 퇴색으로 읽히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신촌 역시 모든 것들이 그렇듯 변하지 않으면서도 변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모여 김현식의 노래를 부르고 듣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매일 흘러가는 신촌 중 오늘의 신촌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위의 문장이 될 것이다. 가수 故김현식을 추모하고, 젊고 재능 있는 음악인들을 발굴하기 위한 <김현식 가요제>가 신촌 한복판에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로 3회째 열리고 있는 이번 가요제는 서대문구청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개인 혹은 팀 단위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색깔에 맞게 김현식의 노래를 재해석한 무대로 꾸며진다. 왜 신촌에서 <김현식 가요제>가 열리는지, 행사 자체의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지난 2회 가요제를 다룬 포스트를 참고하자. 해가 지나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은 개선되지 못했으니 말이다.(여기서의 ‘변화하지 않음’은 ‘침체’일 테다.) 대신 이번 글에서는 가요제 참가자들의 무대에 집중해보려 한다. 냉랭하고 퍼런 신촌바닥에 다채로운 색을 켜켜이 칠한 이들이야말로 오늘의 주인공이므로. 총 9개의 곡, 9개의 무대 중 아트팀 에디터 4인방이 입을 모아 좋았다고 외친 2개의 곡, 2개의 무대를 만나보자.

 

김현식의 ‘신촌’과 오늘의 ‘신촌’, 김현식의 ‘원곡’과 오늘의 ‘리메이크곡’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혹은 변했을까?

 

#1. 백승렬(8인조 밴드) – 가리워진 길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가요제 무대 중 가장 계절감이 느껴지는 무대를 꼽으라면 이 팀의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존재가 인간이기에, 김현식의 ‘가리워진 길’은 어느 계절이든 어느 인생의 시기든 꾸준히 사랑받는 노래다. 그러나 시린 겨울공기와 보컬 김송현씨의 처연한 목소리는 가사의 간절함과 쓸쓸함을 더욱더 끌어올려주었다. 추운 겨울 홀로 보이지 않는, 가리워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노래는 듣는 이의 기억 한 부분을 건드린다. 이제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과거일수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는, 각기 모양이 어떻든 모두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바로 그 기억들을. 혼잣말을 웅얼거리는 듯한 도입부에서 처절하게 길을 찾고자 외치는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노래 전반에는 간절함의 정서가 짙게 배었다. 특히 ‘그대 내게’를 반복하며 감정이 점점 더해지는 후반부에는 그들이 곡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감정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사운드는 곡의 초반부에는 섬세함을, 후반부에는 웅장함을 조용히 덧칠해주었다. 곡 후반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가리워진 나의…’로 뒷가사를 생략한 대목은 관객들의 머릿속에 하나의 의문을 던지는 듯 했다. 지금 저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가리워진 것은 무엇일까 하는.

 

“우린 모두 미생이야”라는 한 드라마의 명대사를 떠올리게 하는 무대였다.

 

#2. 멜로밍 – 내사랑 내곁에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이

당신의 그 웃음 뒤에서 함께 하는데

철이 없는 욕심에 그 많은 미련에

당신이 있는 건 아닌지 아니겠지요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 하나뿐인 오직 그대만이

힘겨운 날에 너마저 떠나면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곱 번째 무대는 여성밴드 멜로밍의 ‘내사랑 내곁에’였다. 이 무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보컬의 맑은 음색이었다. 특유의 갈라지는 창법으로 아련한 가사를 뱉어내는 듯한 김현식의 원곡과 달리, 보컬의 청아한 목소리는 차갑고 투명한 공기 속으로 매끄럽게 퍼져나갔다. 미소를 띠며 티 없는 목소리로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줘’라는 가사를 부르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별 다른 이유는 아니고, 그저 소중한 사람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누군가의 말간 진심을 듣고 있자니 콧잔등이 시큰해져 괜스레 핫팩을 이리 저리 주무르고 얼굴에 댔다가, 손에 꼭 쥐었다 하게 되더라. 아마 무대를 지켜본 모두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보컬을 받쳐준 파워풀한 밴드사운드 역시 감정의 호소력을 가미해주었는데, 특히 에디터 고온도 반한 탄탄한 베이스는 깔끔한 라이브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뭉클한 무대.

 

위의 두 무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골목길, 사랑했어요, 비처럼 음악처럼 등 김현식의 노래를 불렀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짓궂은 추위 속에서도 오가는 발걸음을 멈추거나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핸드폰카메라를 켜는 이들은 무엇에 마음이 간 걸까? 그들을 사로잡은 건 김현식일 수도, 알고 지내던 참가자일 수도, 평소 좋아하던 곡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구분하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구체적인 이유야 어쨌든 그저 듣기에 좋으니까 제자리에서 귀를 기울이는 것일 테니 말이다. 꽁꽁 싸맨 채 난로에 옹기종기 모여 추위와 씨름하지만 그럼에도 눈과 귀는 무대로 향해있는 관객들이 있기에, 이번 가요제가 한파 속에서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었다.

 

초겨울의 햇살과

보고 듣는 이들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이루어진 가요제이기도 한 것이다.

 

이번 제3회 <김현식 가요제>는 분명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행사였다. 억지로 자기 색을 입히는 시도가 별로라는 심사기준부터, 무대 사이사이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 야외무대를 하기엔 부적절한 날씨까지 말하자면 한두 가지가 가뿐히 넘는다. 만약 내년에도 가요제가 맥을 이어갈 것이라면 이러한 지점은 분명 변화해야 할, 더 나아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故김현식을 기억하고, 그때의 신촌을 기억하는 무대의 즐거움은 몇 해고 몇 십 해고 변치 않는 가요제의 의의로 남았으면 한다. 오늘 아트팀 에디터 4인은 무척 추웠지만 동시에 무척 즐거웠기 때문이다. 아쉬운 오늘의 신촌이 있기에 더 나은 내일의 신촌 또한 존재하는 것이므로, 오늘의 아쉬움은 딱 이 정도로 남겨두려고 한다. 대신 변하면서도 변하지 않을 신촌의 내일을, 더 나아질 제4회 <김현식 가요제>를 기대해본다.

 

오늘의 신촌, 안녕이야!

Mr.Lee
AUTHOR PROFILE
Mr.Lee

인생은 미스터리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