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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7 · 12 · 01

187. 양푼이 국수 안광수 사장님

Editor 조청

바람이 제법 몸을 무섭게 훑고 지나가는 11월의 마지막 , 추위와 싸우는 몸을 녹여줄 같은 노란 간판이 눈에 띈다. 다른 크고 화려한 간판들 속에 가려 자칫 지나칠 뻔했지만 유독 따뜻해 보이는 노란 간판은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 발만 닿았는 데도 몸이 녹을 같다.

글을 읽고 나면 사장님 뒤의 날개가 천사 날개로 보입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신촌에서 양푼이 국수를 운영하고 있는 안광수입니다. 양푼이 국수는 2007년도에 민들레 영토 앞에서 3평으로 시작해 현재 이전한 이 곳에서  10년째 문을 열고  있습니다.

신촌에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가게를 10년동안 유지해오고 있으신 게 인상깊은데요. 어떤 계기로 신촌에 국수 가게를 차리게 되셨나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가장 쉽게 나눠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 이게 저의 창업 모토였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국수를 팔게 됐죠. 앞으로 제가 여유가 되면 ‘사랑의 국수’라는 부스도 만들고 싶어요. 벨만 누르면 국수가 바로 나오고, 안에서도 안 보이고 밖에서도 안 보여서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부스요. 그러면 어려운 분들이 언제든지 눈치보지 않고 맘 편히 국수 한 그릇 먹고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의미있는 창업 모토인 것 같아요. 이런 창업 신조를 갖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젊었을 때 겪었던 경험들 덕분인 것 같아요. 직장생활이나 다른 사업을 할 때, 중증 환자분들이 계신 곳에 가서 케어를 돕거나 호스피스 교육을 받는 등 많은 봉사를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어요. 직장이 대구로 발령 나서 대구에서 10년을 살았을 때도 노숙자분들께 식사를 제공하는 보급소에 가서 봉사를 하곤 했어요. 그렇게 살아오니 봉사를 해왔던 마음은 잘 안 버려지더라구요.(웃음)
그럼 지금은 어려운 분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금요일만 되면 신촌 창천교회에 생계가 어려우신 어르신분들이 많이 모여요. 교회에서 그분들을 위해 천원씩 나눠주거든요. 사실 그분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생하신 세대이고 앞으로 10년후, 20년후에 저의 미래이기도 해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타드릴까? 컵라면이라도 드릴까?’ 하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계획을 구상하고 있어요.

 

수익은 좋은 곳에 쓰입니다. 정말로.

대학가인 신촌에 오랫동안 계시면서 대학생들과도 인연이 많으실 것 같아요.

제가 작년 3월에 크게 다쳐서 제대로 가게를 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가게를 잠깐 닫았었는데, 너무 오랜만에 다시 열게 되니깐 가게 상황이 굉장히 어려워졌죠. 그런데 올해 연세대학교의 봉사 기획단 학생들이 기업 사업을 통해 저희 집을 리모델링 해줬어요. 그리고 8월쯤에는 연세대학교 컨설팅학회 학생들이 매출 증대를 위한 제안을 해줘서 함께 여러 방면으로 가게를 위해 고민하고 있죠. 저희 가게가 가장 어려울 때 학생들이 많이 도와줘서 참 고마워요.

학생들과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시네요.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부터 신촌의 큰 행사 중 하나인 연고전에 참여했었어요. 그때 막걸리 50병과 안주를 내놨었는데 첫 가게는 워낙 작아서 10명도 못 앉았었죠. 그때부터 ‘재작년에도 했으니까 올해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연고전에 참여한 것 같아요. 홍보를 바라고 한 건 아니었지만 연고전 행사가 끝나고도 다시 찾아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인연이 계속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 고맙죠.

 

 종이 방명록이 오래 보관이 어려워지자 2013년부터 제작하셨다는 연고전 기차놀이 방명록 현수막

요즘 학생들이 취업이나 시험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양푼이 국수의 국수를 먹고 따뜻함을 느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두 가지 일이 기억이 나네요. 대학교 CC로 학교 다닐 때부터 우리집에 자주 다니던 학생들이 있었는데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주러 왔었어요. 그리고 한 번은 입사원서를 쓴 친구가 왔었는데 면접을 잘 본 것 같다며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그런데 다음 날 주먹밥이랑 소주를 달라고 해서 왜 그러냐 물으니 면접에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기대를 많이 했는데 잘 안돼서 실망이 커 보였죠. 그런 친구들이 기억에 남아요. 아버지의 입장이라 마음이 가게 되죠.

신촌에 10년 정도 계시면서 신촌을 오래 봐 오셨을 텐데 과거의 신촌과 지금의 신촌,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일단 음식점들이 획일화되고 체인화가 된 게 가장 큰 변화죠. 그리고 삶이 과거에 비해 더 윤택해졌을지 몰라도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더 빡빡해지고 여유가 없어졌어요. 솔직히 대학에 오려면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희망이 없다고 말해요. 대학에 왔어도 희망이 없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사실인 거죠. 그 전까지는 가게에서 술을 안 팔아서 몰랐는데 술을 팔기 시작하면서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많이 보게 돼요.

신촌이 국수가게를 운영하기에 괜찮은 환경인가요?

그리 괜찮지는 않아요. 사실은 임대료가 정말 비싸요. 예전에 1층에 있을 때보다 현재 매출이 40퍼센트 정도 떨어져서 임대료가 더 부담이 돼요. 그래서 경영학회 학생들의 컨설팅을 통해 많이 극복해나가고 있어요. 학생들이 제안한 짜글이 메뉴나 고기메뉴를 추가하는 식으로요.

 

학생들과 함께 일군 지금의양푼이 국수

말씀하신 대로 신촌은 체인점이 많고 임대료도 비싸서 한 가게가 오래 머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사장님이 생각하시기에 양푼이 국수가 신촌에서 10년동안 장수한 비결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진심,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마음 그리고 초지일관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을 가지고 꾸준히 운영해왔기 때문에 저희 집에 오면 좋은 음식이 있을 거라는 인식이 손님들에게 박혀있는 것 같아요. 특히 저희 집의 대표메뉴인 콩국수는 직접 농사를 지은 콩으로 만드는데  콩국수로는 신촌 일대에서 가장 맛있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사실 대학교가 겉모습은 화려해 보여도 대학생들 중에는 어려운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돈을 좀 벌고 여유가 되면 그런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요.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조금씩 늘려가면서요. 내년에는 이 생각을 실현하고 싶은데 능력이 부족해 등록금 전체를 지원해줄 수 없더라도 일부라도 지원해서 학생들을 돕고 싶어요. 제가 얼른 돈을 잘 벌어야죠.

 

인터뷰를 하며 머릿속에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공존.’ 어려운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양푼이 국수.’ 그리고 이런 양푼이 국수와 공존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 대학생들.’ 이런 대학생들을 돕고 싶다는안광수 사장님.’   구도가 우리가 꿈꿔온 상생의 구도가 아닐까. ‘국수라는 음식이 이렇게 든든한지, 신촌이라는 공간이 따뜻한 상생의 공간인지 몰랐던 나는, 오늘도 신촌에서 감히 말로 없는 많은 배우고 간다. 추워서 볼이 빨개진 내게 사장님이  휘휘저어 내어주신 커피처럼.

 

커피는 역시 막심.

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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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청

말의 온도가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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