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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2017 · 11 · 07

10-1 신촌극장 최윤석 아티스트

Editor 리라

청춘과 낭만의 공간이라고 불리는 신촌이지만 ‘신촌에 연극 보러 온다’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연극이나 예술 작품을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이런 불모지에서 예술을 해보겠다는 열정 하나로 모인 그들 ‘신촌극장’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전에 ‘아무도 아닌’을 상연했던 신촌극장, 그 곳 맞다. 시끌벅적한 신촌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만큼 조용한 하숙집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신촌극장’ 명패가 보인다. 그 시선을 따라 멀리 하늘을 올려다 보면 주택가 옥상에 자리 잡은 검은 컨테이너 박스가 보인다. 검은 둥지같기도 한 그 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 ‘신촌극장’ 명패가 있고, 내가 들어가는 곳이 극장 입구가 맞나 싶은 곳. 그리고 그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최윤석 작가의 ‘이게 아니었는데’가 진행 중이었다. 잠시 맛만 보자.

 

첫 번째 전시 <잎새Leaves>. 잎새가 떨어지는 동안,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함께 떨어진다. 안을 들여다보면 무엇이 있을까. 잠깐, 잎새가 어디 있냐고? 바로 저기에!

 

두 번째 전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가 상영되기 시작하면 건네받은 방석을 들고 자유롭게 앉으면 된다.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멀면 먼 대로.

 

작은 극장에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전시를 맛보고 나서 작가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신촌의 예술 혼을 책임질 신촌극장과, 그곳에서 전시 하게 된 그는 누구일까?

 

 

안녕하세요, 작가님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시각 예술가 최윤석입니다. 어렸을때부터 계속 미술을 했고, 대학에서도 대학원에서도 미술을 전공하다보니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특히 이런 현대 미술을 하고 계신 이유가 있나요?

제 사주가 한눈을 잘 파는 사주라고 해요.(웃음) 회화를 하다가도 비디오에도 관심을 보이고, 음악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그림만 그리는 걸로는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장르 포용성이 넓은 현대미술까지 오게 됐어요.

 

전시 이름이 ‘이게 아니었는데’인데 제목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특별한 건 없고, 제가 작품을 할 때 마다 하는 말버릇이에요. ‘이게 아니었는데!’하면서. 근데 이 말이 묘하게 전시회 속 포스트잇이라든지 아버지의 카메라와도 어울리지 않나요? 메모지도 메모를 적었을 때와 나중에 읽을 때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과거와 현재의 감정이 계속 달라지는 것처럼요. 또 그냥 저는 제 자신이 헛발질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이게 아니었는데…’ 하게 돼요. 그런 상태 자체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어요. 아, 이게 아니었는데…

 

많은 극장 중 특별히 신촌 극장에서 오늘 전시를 하셨네요?

신촌극장이 미팅룸이라는 큐레이터 분들이랑 협업을 하시더라고요. 그 중 한 분이 저에게 신촌극장을 소개해주셔서 이곳을 알게 됐어요. 아무래도 극장은 공연 기반의 작업을 많이 하는 공간인데, 신촌극장의 전진모 대표는 공연 이외에도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미술쪽에서도 극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작품을 찾다가 저랑 같이 일 해보고 싶다고 먼저 제안을 주셨죠.

 

그럼 이 작품들이 신촌 극장을 위해 만들어진 건가요?

<잎새Leaves>는 기존 작품인데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이번 전시를 위해 만들었어요.  물론 영상 작품 자체는 원래 기획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마침 이런 공간에서 전시 기회가 생겨서 완성을 하게 된거죠. 여기만의 공간 특성을 잘 활용해보고 싶었어요. 극장은 자율성이 확실히 높아서 움직임을 잘 보여줄 수 있거든요. 반면에 갤러리는 움직이는 작품이 아닌 이상 동선과 배치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해요. 그런 점에서 해방되어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죠.

 

작품의 주제가 일상 속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기본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관찰자 모드가 일상화된 상태여서 전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 와중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는거죠. 잎새나 메멘토 모리 같은 게 그런거에요.

 

.<메멘토 모리>에 쓰인 CD들. ‘워싱턴 기호네 유경 무용발표회.’

 

미발표작 <메멘토 모리>는 어떻게 제작하게 되신 거에요?

집안 한켠의 박스 안에 밀봉되어 있던 테이프들을 뒤적이다 아버지께서 ‘가족이 등장하는 장면 제외하고는 편집해 다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지우며 동영상을 보니 이  시선이 예사롭지가 않은거예요. 전시 영상에 배경음악이 없는 부분은 저희 아버지께서 투자 이민을 고민하고 있었던 때인데 생활 밀접형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면서 ‘당시 아버지가 이런걸 담고 싶어  하셨구나.’ 하는 걸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근데 이런 아버지의 새로운 둥지에 대한 열망이 이제는 쓸모 없어져 버린거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자신 목소리는 다 지워버리고 없애달라고 하신 것 같아요. 재밌는 게 영상 중간에 제 어렸을 때 모습이 나와요. 그 장면은 캐나다 답사 영상 가운데 제가 가지고 놀다가 혼자 찍은 거예요. 그때는 노발대발 하셨는데, 지금 와서 보면 용서받을 수 있는 장면이 됐죠. 그만큼 아버지가 담으려고 했던 시선을 지워버리는 걸 잠시 멈춰보고 싶었어요.

 

아, 그렇게 지워지는 게 아쉬워서 이런 작품을 만드시는 건가요?

그런 태도보다, 우리는 어떤 순간들을 습관적으로 정리하고 버리잖아요. 그걸 잠깐 멈춰서 다시 보고 그 다음에 버리는거죠. 그것에 연민을 갖는다거나 다시 생각해 본다거나 그러기보다는 습관적으로 뭔가를 덜어내고 지우는 걸 잠깐은 멈춰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통해 다른 감정을 느낀다거나 그런걸  전달하고 싶은 건 아니고요. 습관적인 행동들을 멈춰보면 그게 기이하게 느껴지는 지점을 작품으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현대 작품을 난해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잖아요. 저도 사실 관람하기 전에도 내가 알면 얼마나 알까 하는 생각이 먼저였어요. 틀릴까봐 무서워서 예술과 거리를 두게 되고. 그런 관람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즐겁게 관람하세요! 사실 이건 입시의 폐해같아요. 다음 중 글쓴이의 의도는? 이런 질문에 젖어 계신 분들이 많아요. 현대미술은 열려 있기 때문에 자유로운 상상이 시작되며 본격적인 관람이 막을 여는거죠. 설령 오해가 있을지라도요. 현대 예술은 관람객을 괴롭히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예술이에요. 틀려도 내가 생각해보는 활동이 제일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앞으로의 전시 일정과 최종 목표가 어떻게 되세요?

일단 신촌극장 작업이 끝나면 단체전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전시인데요, 주제는 ‘sleep book’이에요. 제가 술만 먹으면 잠이 드는데 그걸 주위에서 사진을 찍어줘서 한 장씩 모아둔 거예요. 그리고 이 책에서 파생된 굿즈(goods)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해서 무릎담요, 비행기담요, 큰 이불 세 종류를 만들었어요. 퀄리티에도 신경을 써서 양모로 만들었어요.(웃음) 그리고 제 최종 목표는 글쎄요.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자꾸만 이것, 저것의 의미를 물었다. 그럴 때 마다 별 의미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이내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신촌을 낭만과 청춘의 장이라고 정의 내려도 그곳엔 다른 것들이 필연적으로 또 다른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재밌으니 해보자.’는 신촌극장이 있다. 검은 둥지 안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신촌을 위한 움직임이 꿈틀대는 그곳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들이 모여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든다. 계속해서 ‘이게 아니었는데!’를 외쳐도 좋으니 신촌의 휑했던 곳을 메워줄 그들을 기대해 본다.

 

영상이 끝나고 마지막 인사가 떨어진다. ‘지금 테라스로 나가볼 것’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당신의 상상에 맡긴다. 궁금하다면 신촌극장으로 가볼 것.

 

전시 일정 및 예약 안내 (‘신촌극장’ 페이스북 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theatresinchon/

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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