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ry Me Away, 다시 여름으로
“There must be more behind the summer
Been way too safe inside my bubble
Take me out and keep me up all night
Carry me away”
“이 여름 끝에는 분명 뭐가 더 있을거야
나만의 작은 세상에 갇혀 살았어
나를 밖으로 꺼내줘, 밤새 깨어 있게 해줘
나를 데려가줘”
지난주에 발매된 존 메이어의 신곡 Carry Me Away의 가사 중 일부이다. 여름 휴가와 그 여유로움을 한가득 품은 노래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여름의 끝자락을 놓지 못하고 있는 신초너들에게 이 곡을 소개하고 싶었다.

입은 옷이 너무 덥진 않을지 우산을 챙길지 말지 고민하다가 흘러가버리는 9월. 아직은 반팔을 입고 싶게 하는 Carry Me Away가 발매되었다. 지구가 곰국이라도 끓이는 듯 후끈한 습기 가득한 날씨이다가도 차가운 빗줄기가 열을 훅 식힌다. 이런걸 보면 9월도 자기가 여름이고 싶은지 가을이고 싶은지 모르는 듯하다.
오락가락하는 9월의 날씨처럼 나도 요즘 여름방학인지 가을학기인지 모를 생활을 하고 있다. 여름내내 내 얼굴을 가장 많이 본 것은 아마 나의 핸드폰 화면일 것이다. 언제나 일정한 그 검은 화면에만 갇혀 살아서 쨍쨍하기만 하던 하늘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을 몰라봤다. 의미 없게 방학을 보내버렸다라는 다급한 생각은 개강과 함께, 그리고 이 여름의 끝에 조금은 가치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남았을거라는 헛된 믿음과 함께 왔다. 역시 인간은 뒷북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래서 가을의 기운이 차츰 느껴지는 요즘, 아쉬운 마음에 핸드폰의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 늦여름의 공기를 즐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과 시동을 거는 과제들 사이사이에 쥐어 짜내는 늦여름의 마지막 시간들은 이미 지나버린 2달 간의 여름을 대신하지 못한다. 누군가 나를 다시 여름으로 데려가겠다고 하면 흔쾌히 함께 가 여름을 제대로 누릴 것이다!
Carry Me Away을 처음 들었을때, 존메이어는 8시에야 해가지는 여유로운 여름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래서 Carry Me Away는 단번에 나의 마음에 들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로 여름을 보내는게 아쉬운 신초너들 모두가 이 노래를 한번 들어보기를 바란다. 간단한 멜로디가 반복되며 머리 속에 자리 잡을 때 즈음 끝나버리는 노래가 아쉬울 때 끝나버리는 여름휴가랑 닮아 있다. 누구나 여름 휴가를 쉽게 반기듯, 존 메이어가 빠르게 오는 가을을 잠재우는 듯이 감미롭게 부른 Carry Me Away도 쉽게 즐길 것이다.
이 곡은 실제로 존 메이어가 여름 휴가 중에 작곡한 노래이다. 그는 이번 여름 내내 투어를 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어 중 긍정적인 에너지와 음악적 영감을 받아서 작곡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노래에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상상한 달콤한 휴가가 담겨졌다.
그가 상상한 달콤한 여름 휴가는 햇빛 아래에 반팔, 반바지를 입고 강아지랑 노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날들이었다고 한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통상적인 휴가의 개념과 반대되는 존 메이어의 이런 생각이 놀랍지 않을 것이다. 존 메이어에게 있어서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존 메이어의 18년 연예계 생활을 알 필요가 있다. 간단히 정리해 말하자면, 그는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혜성같이 데뷔해 그래미상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자아도취증에 빠지며 남긴 망언들과 수 많은 여자 연예인들과의 열애설로 나쁜남자 이미지를 얻어 하락세를 탔다. 그러던 와중 성대결절 때문에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을 계기로 평범한 일상에서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주옥같은 명곡들을 계속 내며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반항기 가득한 눈빛부터 푸근한 아저씨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 18년
이렇게 연예계 생활의 모든 굴곡을 경험한 그는 일종의 면역체계를 확립했다. 할리우드의 화려한 연예생활로 자아도취가 시작된다 싶으면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따로 준비한 집에서 머문다고 한다. 그렇게 일상적인 생활은 존 메이어의 무게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내내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던 그에게 가장 이상적인 휴가는 자신만의 무게중심을 되찾게 해주는 날들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중요한 휴가의 일상적이고 안정된 느낌을 한껏 표현한 Carry Me Away에는 존 메이어의 진정성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노래가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가을 학기 개강과 함께 복작거리는 신촌에 Carry Me Away가 여름의 한 부분을 간직해주는 노래가 되면 좋겠다. 여름의 느긋함을 다시 느끼고 싶은 신초너, 강렬했던 여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신초너 혹은 그냥 여름이 좋은 신초너까지 모두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이 곡이 마음에 들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나도 조금은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뿌듯함에 끝나가는 여름이 지금처럼 마냥 아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 뿌듯함이 담긴 여름의 한 부분이 나의 일상인 신촌에서 듣는 Carry Me Away에 간직되었으면 좋겠다.
글을 마칠 시점이 왔는데, 존 메이어에 대한 소개를 여기서 끝내기 너무 아쉬워서 마지막에 영상 하나를 더 남긴다. 존 메이어는 인정받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지만, 여러 기타 거장들이 인정하는 이 세대 최고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아래 라이브 영상을 보고 누군가 존 메이어는 성대가 목에 한 개, 기타에 한 개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120% 공감하는 바이다. 곡은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으로 끝이 뻔히 보이는 관계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Carry Me Away랑은 다른 완전 강렬한 가을남자의 노래이니 두 팔 벌려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신초너들은 이 곡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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