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The Blues
급하게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 약속 시간에 10분 늦은 친구를 기다리기 위해 가볍게 들어갈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 각 잡은 채 긴장하고 들어갈 곳도 아니다. 카페가 그 곳에 있다는 걸 알고, 한두 시간 정도 짬이 있고, 박식한 사장님이 틀어주는 음악을 들을 여유가 있다면, 신촌에서 여기만큼 따사로운 카페는 또 없을 것이다.

The Blues(이하 블루스)는 이름만 듣자면 블루스만 틀어줄 것 같지만, 카페 안에 비치된 cd 와 lp의 장르 비율은 블루스, 재즈, 올드 팝, 프로그레시브, 락 등으로 균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카페 이름이 The Jazz 나 The Rock 이 되지 못한 이유는, 사장님이 블루스가 모든 음악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쪽 벽을 가득 채운 cd들과 선반에 차곡차곡 쌓인 lp들은 보기만 해도 음악적 감수성이 채워지는 듯한 착각을 준다. 기본적으로는 사장님의 선곡으로 이루어지지만, 신청곡은 언제나 환영이다. 단, EDM과 테크노는 구비되어있지 않다. EDM 덕후인 에디터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유유자적하는 이 카페에서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기계음이 울린다면 그걸 더 아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거 틀어드릴까요? 끙차끙차
블루스는 원래는 Bar로 시작했다가 음주가무를 지나치게 즐기던 손님들 덕에 근처 고시텔의 신고를 받아 café로 전향했다. 그 여파인지 메뉴에는 호가든, 기네스와 같은 가벼운 맥주류가 비치되어있다. 사장님이 추천하는 메뉴는 그린티 라떼 프레소. 정직한 네이밍이 구성 성분을 짐작하게 해준다. 샌드위치나 베이글 같은 간식류는 팔지 않는다. 브런치 메뉴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바로 건너편에 샌드위치 가게가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가게의 언니가 블루스에 놀러 올 정도로 두 가게 간의 사이는 돈독해 보이니, 출출하다면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카페에서 음료와 함께 마시는 것도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겠다.

정작 에디터는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애긔 입맛이라 레몬에이드밖에 먹어보지 못했다
여유로운 음악이 흐르는 것도, 맛있는 레몬에이드를 파는 것도 좋지만, 블루스의 가장 큰 장점을 뽑으라면 사장님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전 조사를 위해 1차로 방문했을 때,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아티스트의 노래가 나오기에 음악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더니 어떤 장르를 원하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마침 바로 전 날 <위플래쉬>를 보고 온 터라 재즈를 얘기했고, 다시 구체적인 곡을 묻기에 쥐뿔도 모르는 에디터는 영화에 나온 <caravan>으로 겨우 대답할 수 있었다. 아, 그렇다면 @#%$가 연주한 버전을 틀어드리는 게 좋겠네요. 15분짜리라 조금 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취재를 위해 2차로 방문했을 때, 에디터는 락이 울리던 블루스의 선곡이 재즈로 바뀌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단 한 번 방문한 손님의 음악 취향까지 기억하는 이 곳의 사장님은, 이처럼 인스턴트 만남보다는 좀 더 깊게 그리고 길게 만나는 관계를 추구한다. 창서초등학교의 꽤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들어갈 수 있는 카페의 위치, 테라스까지 합쳐 대여섯개 정도 되는 자리들 또한 여느 프랜차이즈 카페를 들락날락하는 뜨내기들이 갈 법한 곳이 되지 않도록 일조한다.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이 여기 다 있다
안 그래도 번잡한 신촌에서,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할인카드 적립카드 제휴카드 있냐고 물어보며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멜론 top 100의 노래를 틀어주는 카페에 지쳤다면, 여기 사람 좋은 사장님이 직접 커피 내려주며 lp판도 돌려주는 The Blues가 있다. 음악과 공간과 사람이 합일하는 The Blues는 당신 생활의 긍정적인 “파란”이 되어줄 것이다.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11길 25-39
문의 : 070-7719-7960
Facebook : facebook.com/shinchon.theb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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