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LACE 2016 · 05 · 12

43. 독수리 다방

Editor 희진 서

신촌 굴다리 앞 빌딩, 맨 꼭대기인 7층에는 독수리 다방이 있다. 분명한 건 카페로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독수리 다방의 테라스에서 밖을 바라보면 우울한 색깔의 굴다리가 보일 뿐이다. 아마 여기가 훌륭한 전망대 카페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대학가인 신촌 치고 커피값 역시 저렴한 편은 아니다.

 

나는 이 곳을 자주 찾지 않는다. 위와 같은 이유들보다는, 7층까지 올라갔더니 자리가 없어 김샐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요새는 카페가 워낙 많아, 아무리 번화가에 있다 하더라도 1층이 아니라면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7층 독수리 다방에는 늘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카페를 찾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최대한 ‘도를 아십니까’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혼자 앉아 계신분들에게 다가갔다. 조금 걱정했는데 답변은 친절했다.

 

 

 

 

“저는 신촌에 살지도 않고 연대생도 아니라서….신촌에 올 때마다 찾게 되는 거 같아요. 신촌에 와야 만나볼 수 있는 카페인 느낌이고, 또 신촌에서 워낙 오래된 카페잖아요. 리뉴얼됐다고는 해도.”

 

“다방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찾았어요. 워낙 요즘에 어딜 가든 카페가 많잖아요? 이게 사실 진짜 다방이 아닌 건, 뭐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런 이름만이라도 오히려 좀 달라지는 거 같아요.”

 

 

 

결국 독수리 다방의 매력은, 1970년대부터 2000년 전까지 이어지는 시대적 분위기를 살렸다는 데 있다. 또 ‘독수리 다방’이라는 이름이 단순 컨셉이 아니라 나름 역사가 있기 때문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듯. 게다가, 다방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진 매력이 있다.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영어가 자주 쓰이기 시작하면서, 알게 모르게 여기에 지친 사람들이 꽤 많으리라. 그러니까 이 평일 낮에도 이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 역시 대학생이 가득한 공간에서 신문을 펼쳐들기도 한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컨셉이니까 사람이 많을 수밖에.

 

단순히 다방이라는 이름과 그 역사가 과거를 다시 환기시키는 건 아니다. 독수리 다방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가장 의탁하는 것은 카페 내부의 문학이라고 볼 수 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 유명한 소설가 성석제까지 카페의 공간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카페들은 자기의 공간을 무언가와, 누군가와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카페의 정체성을 지킨다. 하지만 독수리 다방은 다르다. 비록 기형도의 시구가 인테리어 정도의 역할밖에 못 맡는다고 해도, 독수리 다방에는 문학이 있다. 가끔은 공연도 열린다. 주변 다른 카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이 보인다. 공간을 문학과, 예술과 공유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주 오래 전, 다방의 모습을 재현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카페에 혼자 와 있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말을 걸었지만, 처음 방문했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독수리 다방의 가치에 공감한다는 이유가 아닐까.

 

 

Tv 컨텐츠들도 1990년대를 겨냥하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단 7년을 경험해보았고 6년 정도는 기억이 나지 않는 그 90년대가 그리울 때가 많다. 90년대를 호출하게끔 만드는 현재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 때문이다. 그런 감성을 잠깐이나마 위로해주는 무언가가 독수리 다방에 있다. 왜 문을 닫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금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독수리 다방은 커피가 아니라 과거의 문화로 소비되고 있다.

희진 서
AUTHOR PROFILE
희진 서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이야기를 남겨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