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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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2021 · 10 · 25

신촌을 처음 만난 순간

Editor 해랑

 20살, 20학번으로 서울 다 정복하고 오겠다며 호기롭게 입학한 대학의 모습은 코로나가 등장하며 내가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숙사에 같이 사는 친구들끼리 그 유명한 ‘신촌’에 가보자며 처음 발걸음을 뗐던 20년 4월, 신촌을 처음 마주했다.

 

이대에서 신촌으로 향하는 길

 

 갈림길은 왜 이렇게 많은지, 인상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왜 이렇게 우리를 잡는지, 담배 피는 사람들은 너무 많고, 빨간 잠망경 기준으로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선배가 그랬는데 왼쪽에만 갈림길이 2개라는 사실을 선배는 몰랐던 건지. 우리는 침착하게 빨간 잠망경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대충 가보자 하며 아무 길로 향했다. 금세 적응해서 밥도 먹고 술도 먹은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서 또 한참 신촌을 헤매다가 기숙사로 돌아갔다.

 

 

신촌의 갈림길

 

 이후로도 나는 신촌에서 처음을 많이 마주했다. 처음으로 마주한 버스킹하는 사람들, 첫 아르바이트, 첫 동아리 모임 등. 만나는 것은 때가 필요하다는 말을 생각하면 신촌에서 나는 많은 때를 경험했다. 이제는 길을 잘 알아서 유플렉스 전광판에서 나오는 아이돌 광고를 걸으면서 보기도 하고, 목적지까지 헤매지 않고 한 번에 다다를 수 있다. 같이 처음 신촌을 헤매던 친구들도 이제는 “신촌 어느 술집에 있어~”하면 지도를 보지 않고도 알아서 길을 잘 찾는다. 20년 4월처럼 신촌이 나에게 설렘과 두려움의 공간은 아니지만 편안해진 지금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그려본 신촌 지도. 신기하게 갈림길을 따라 돌다보면 빨간 잠망경으로 돌아온다.

 

 이제 나에게는 신촌이 편안한 공간이지만, 후배에게는 아니었다. 처음 서울로 올라온 21학번 후배와 신촌에 갔을 때, 후배의 얼굴에서 작년의 내 표정이 스치는 모습을 봤다. 어떤 사람에게는 편안한 공간도 다른 사람에게는 낯설 수 있다는 점을 느끼며 같은 공간의 다른 의미를 이해했다. 본인은 서울과 아직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고 2주 만에 다시 본가로 내려간 후배를 보며 만남에는 때가 있지만 헤어짐에는 때가 없다는 말도 이해했다. 

 어떤 선배는 본인에게 신촌은 애증의 공간이라고도 했다. 신촌에서 친구들과 놀 때,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처럼 즐거울 때는 너무 아름다운 장소이지만, 신촌에서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기억이 떠오를 때, 면접에서 떨어지고 슬플 때와 같이 힘든 기억이 쌓여있을 때는 즐거운 신촌이 미울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처럼 신촌을 찾게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람은 짧은 봄날다웠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평생을 산다는데, 나도 신촌을 지나치게 미화해서 기억하나 싶을 때가 있다. 신촌을 처음 마주했을 때 함께 있었던 사람들과 그날의 날씨가 좋아서 신촌의 처음을 좋게 기억하는 건지, 신촌 자체의 매력이 깊은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신촌은 계속해서 나에게 특별한 장소라는 것이다. 신촌을 떠나게 되더라도 신촌을 처음 마주한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신촌에서 처음을 경험할 텐데, 그 사람들에게도 신촌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신촌은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누군가에게는 익숙함을 넘어 애증의 공간이라고 한다.

신촌을 처음 마주한 사람들, 신촌에서 처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신촌만의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신촌을 만나기 전의 사람들, 신촌의 매력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상.

신촌의 매력에 사람들이 빠질 수 있었으면 한다.

해랑
AUTHOR PROFILE
해랑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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