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박물관 4시 48분


2025년의 4월, 밖은 붐비는데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는 사람이 없다.
문 닫기 전 조용한 박물관을 좋아한다. 이대 박물관은 오후 5시에 운영을 종료한다. 수업이 끝나고, 가방에 노트북을 넣고, 무거운 어깨로 박물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몇분 거리에는 술을 마시고 토해내고 깔깔 소리 내 웃는 사람들, 타오르는 거리의 아스팔트 냄새와 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한데 이곳은 고요하다. 문 너머는 어둠인데 여기엔 문화가 환한 듯, 대학가의 특유의 젊음이 어둠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가끔 신촌은 이 둘을 같은 선 위에 둔다. 이대 박물관은 정문과 대강당 사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지만 좀처럼 시선이 닿지는 않는다. 거리의 예술, 길을 걷다 가끔 눈에 밟히는 이름 모를 조형물을 생각한다. 박물관 앞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고, 돌로 만든 수문장이 웃으며 사람들을 반긴다. 종종 이곳의 입구에는 학교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앉아 쉬어간다. 분홍색 슬리퍼를 신은 어린아이들이 비눗방울을 불고 웃고 뛰고. 미술관·박물관에 관한 내 생애 최초의 기억은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의 손을 잡고 방문한 시청역 근방의 한 미술관이었다. 꽃과 뱀을 그리는 화가의 그림이 항상 전시된 그곳에서 꽃을 좋아하는 어린아이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따라 그렸다. 아이는 꽃을 좋아해서 명절날 무덤가에서도 꽃을 보고 웃었다. 미술관에서 그렇게 소리 내어 웃으면 안 된다는 건 몇 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방문했을 때마다 나를 향해 웃어주신 관리인과 달콤한 초콜릿을 받았던 일을 기억한다. 아이는 시간이 지나 스무 살이 되고 대학에서 미술 수업을 듣는다. 다시 찾은 그곳에 초콜릿도 그때의 관리인도 없지만, 꽃과 여자와 뱀의 그림은 자리에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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