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ZANCHI! · 신촌을 사랑하고, 추억하고, 기록하다
· 로그인
PEOPLE 2021 · 11 · 16

327. Turntable coffee bar

Editor 정화

재충전을 위한 작은 행복. 흔히 말해 소확행(小確幸)이라는 키워드는 한 때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었다. 이제는 그 열풍이 조금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작게나마 심리적 안정과 평화, 즐거움까지 채워주는 마음의 주유소가 되어준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파랑새>에서 틸틸과 미틸은 행복을 의미하는 파랑새를 찾아 모험을 떠나지만, 결국 집에서 기르던 새가 파랑새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파랑새>의 주제도 소확행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늘 가까이 있고, 그렇기에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알고 보면 우리의 매 순간을 감동과 재미로 물들여준다.

겨울 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을 느끼는 것, 무드등과 함께 은은한 아로마 향의 핸드 크림을 손에 바르고 포근하게 잠자리에 드는 것 등 소소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향유함으로써 지친 마음과 일상을 달랠 수 있다. 각자만의 소확행을 추구하는 시간은 ‘피로사회’라는 병명까지 얻은 자기 착취적 사회에서 잠시 쉬어가면서도 다음 발자국을 내딛기 위한 재충전의 기회가 된다. 

에디터에게도 커피 한 잔과 함께 달달한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을 하는 곳이 있다. 턴테이블 커피바.

신선하고 구수한 커피 향이 테이블 가득 넘치고, 서늘한 가을 날씨 탓에 생긴 왠지 모를 공허조차 틈틈이 메워지는 자그마한 공간이다.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느낌 있는 노래와 함께 랩탑을 두드리며 기분 좋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안온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피곤함이 행복으로 이동하고 자신만의 시간에 집중하면서도 힐링을 얻는다. 이 곳에서만큼은 함께 오래 낡아가고 싶을 정도로 특별한 애정을 품게 된다.

갓 로스팅한 커피향과 함께 일상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해주는 카페. 경의선 책거리에 위치한 ‘턴테이블 커피바’에 잠시 머물다 가자.

 

Turntable coffee bar

 

턴테이블 대표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7년째 턴테이블 커피바를 운영하고 있는 김다혜라고 합니다.

 

7년 동안 운영하신만큼 턴테이블에 애정이 많으실 것 같은데, 카페 소개 부탁드려요! 카페 이름을 턴테이블로 정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커피, 술, 그리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공간 턴테이블입니다. 

처음에는 턴테이블 뮤직바로 오픈을 하게 되었어요. 음악이 메인인 공간인만큼 그에 어울리는 이름을 생각하다가 LP음악을 틀 수 있는 장치인 턴테이블이 떠올랐어요. LP음악을 사랑하기도 하고, 그것이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그렇게 가게 이름이 되었네요.

 

턴테이블이라는 커피바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꿈이 홍대에 나만의 공간을 갖는 거였는데, 음악과 술, 커피를 좋아하는 저의 취향을 그대로 실현시키고 싶었어요. 나아가 음악, 술, 커피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본에서 1년을 지내다 왔는데, 그때 재즈바에서 일을 했었어요. 여러 가지 칵테일을 만드는 법을 배웠고, 가게에 방문하시는 고객들의 취향에 하나하나 귀 기울이며 일하는 시스템에 매력을 느꼈어요. 단순히 음료를 만들어 전달하기보다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하는 일 같아서 바텐더라는 직업에 더욱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일본에서의 경험을 발판으로 한국에서도 바텐더로 계속 일해왔고, 저의 가게까지 차리게 되었어요. 

5년 정도를 뮤직바로 운영 했는데,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어요. 이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운영 시간을 앞당기고, 낮에 즐길 수 있는 커피도 같이 겸하기로 했어요. 

 

뮤직바였을 때의 턴테이블

 

5년 동안 뮤직바를 운영하신 만큼 장르별로 좋은 음악을 많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 뮤직바의 선곡들은 그 날마다 달라지나요? 선곡 리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뽑으시나요?  

음악 선곡은 계절과 그 날의 날씨에 따라 다른데요. 예를 들면 해가 쨍할 땐 밝고 신나는 음악을 틀고, 비가 오면 좀 더 차분하고 정적인 음악을 트는 것 같아요. 그 밖에도 평일과 주말, 낮과 밤에도 음악의 장르가 달라져요. 비교적 한산한 평일에는 책을 읽으시거나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기 때문에 재즈풍의 음악을 주로 틀고 북적이는 주말 저녁에는 같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자 신청 곡을 받고 있어요. 신청 곡은 토, 일 오후 6시부터 틀어드려요.

 

가을이 깊어지고 점점 날이 추워지고 있는데, 요즘 계절에 신촌을 거닐며 듣기 좋은 음악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면서 따뜻한 음악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이 노래를 들으며 신촌을 걷는다면 여러분들이 주인공이 되실 거예요.

Bruno major – The most beautiful thing 

julia jacklin – good guy 

Whitney – Far, Far Away

Matt maltese – wedding singer

carla bley – lawns 

 

빼곡히 놓여져 있는 LP판

 

카페와 와인바를 겸업하시고 있는데, 커피바만의 매력과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낮과 밤 관계없이 커피와 술 모두 드실 수 있고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는 핸드 드립 커피를 즐기실 수 있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커피향을 맡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과 친구는 커피를 마시고 싶고, 나는 술을 마시고 싶다면 그 둘 다 이룰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음악은 덤이고요!

 

가게 내부가 정갈하고 앤티크한 감성이 있어요. 대표님께서 직접 디렉팅 하신 건가요?

처음 이 공간을 발견하고 여기다 싶을 정도로 구조가 마음에 들었어요. 애초에 바를 길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이 곳을 선택했어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지만 직접 발품을 팔면서 파벽돌을 하나하나 붙이고 마음에 드는 원목을 골라서 바 테이블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지금의 턴테이블이 되었네요. 

 

따뜻한 분위기의 아늑한 내부

 

이런 인테리어를 구성하기까지 어떤 고민과 철학이 있으셨나요?

그 공간이 허락하는 것만 하자! 라는 생각으로 인테리어를 했어요. 주어진 것 안에서 최고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아늑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는 저의 성향이 세월에 거쳐서 이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지고 있는 것 같아요. 

 

턴테이블이라는 공간이 대표님에게는 어떠한 의미이고, 손님들에게 어떤 곳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이 공간은 자아와도 같아요.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그 안에서 인연들이 생기기도 해요. 이 곳에서 다양한 분들과 정을 주고 받고, 생각을 주고 받으면서 많은 부분이 자라나 싹을 피웠고 나무가 되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오시는 손님 분들에게도 이 곳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자아에 대해 많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요.

 

빈티지한 인테리어 소품들

 

커피를 잘 알지는 못해서, 카페에 가면 당연하게 아메리카노만을 주문하게 되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다양한 커피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핸드 드립을 시작하면서 커피 원두마다 제각기 다른 향과 맛, 풍미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로스팅의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매력적인 부분이기도 하고요. 드립을 하는 저의 태도에 따라서도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느리지만 차분한 마음으로 한 잔 한 잔 핸드 드립을 하고 있어요.

 

대표님께서 직접 내리신 Patio coffee

 

턴테이블의 메뉴 구성과 턴테이블만의 시그니처 커피나 주류가 궁금합니다!

저도 커피를 잘 모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원두 종류를 나라 이름으로 구분하는 게 어려워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좀 더 드립 커피를 캐주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원두의 나라 이름은 생략하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으로 바꾸어 판매를 하고 있어요.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드립 커피만 직접 내리기에, 두 종류의 기본 원두로 만드는 핸드 드립 커피, 디카페인, 콜드브루가 있어요. 손님 분의 취향에 따라 고소한 아몬드 향과 초콜릿의 풍부한 바디감이 느껴지는 원두 ‘파티오’, 꽃향기와 상큼한 신맛을 느낄 수 있는 원두 ‘블러섬’ 두 가지의 기본 원두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어요.

주류는 달달하고 상큼한 토마토와 데킬라의 독특한 향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는 ‘토킬라’가 저희 가게의 시그니처 칵테일입니다. 그 밖에 **내추럴 와인이 요즘 인기있는 품목이에요.

*Patio (파티오), Blossom (블러섬)

**어떤 것도 추가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빼지 않은 천연 와인

 

토킬라와 내추럴 와인

 

많은 곳 중 경의선 책거리 근처로 카페 위치를 선정하신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대표님에게 경의선 책거리는 어떤 곳인지 궁금해요.

2015년도에 이곳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경의선 책거리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었어요. 산책로와 공원의 자리가 예전에는 황량하고 거대한 모래섬처럼 되어 있었는데. 저는 사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무 것도 없는 골목에 턴테이블만 불이 켜져 있는 장면이 마치 사막에 있는 오아시스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경의선 책거리가 생겨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매 계절마다 다른 풍경들을 느낄 수 있는 공원의 느낌도 지금은 좋아합니다.  

 

마지막으로 커피와 술이 소확행인 신초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물론 맛있는 커피와 술을 마시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하지만 시간을 보내는 자기 자신에게 따뜻하고 애틋한 격려를 보내며, 스스로를 살피고 알아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커피와 술을 마시는 순간을 통해 오롯이 본인을 되돌아보고 지친 일상 속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에 대해 많이 알수록 행복한 순간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정화
AUTHOR PROFILE
정화

잔치의 시선으로 신촌의 장면과 사람, 장소를 기록합니다.

COMMENTS

댓글 2

  1. 산울림
    산울림 2021.11.16 21:58

    턴테이블 커피바에서는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가
    LP판의 감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인듯하여
    세대와의 격차를 해소하는데 아주 좋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흔하지 않은 턴테이블 커피바 장소 섭외하여
    인터뷰 글과 함께 자세한 설명 글 인상 깊게 잘 보았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