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 신촌은 처음이라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그 처음이 오늘이니까, 오늘까지만 서툴겠습니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다가 눈물을 왈칵 쏟은 대사이다. 매일이 서툴고 처음인 하루를 보내던 와중에 뜻밖의 위로가 되었다. 이맘때쯤 나는 MBTI 없이는 대화를 시작할 수 없는 새로운 만남에 지치고, 친한 친구들과의 어색하지 않은 정적이 유난히 그리워진다. 첫 만남과 첫 밥약, 그리고 첫 대면 수업…첫 경험들이 주는 설렘과 두려움 사이 그 어딘가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표류하고 있는 느낌이다. 과연 다른 신촌러들의 신촌에서의 첫 경험은 어떨까. 분명 나보다는 똑부러지고 능숙하게 첫 경험들을 해나갔을 것 같다. 어리바리하게 첫 경험을 해나가는 이대생은 나 하나로 충분하니, 이제 타 대학 신촌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첫 번째 신촌러와의 만남-서강대 수학과 ISTJ
무한대 포즈로 인터뷰 시작 (쉽지 않은 이과 감성)
안녕하세요! 잔치 구독자분들을 위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강대학교 수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안영인 입니다.
그럼 새내기 생활에 대한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벌써 입학한 지 두 달이 되어가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처음에는 정말 어리바리하게 다녔어요. (웃음)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설레면서 설레지 않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낯설고 어색한 부분도 많지만 고등학교가 공학이었어서 익숙한 점도 있어요! 성비가 4대 1인 게 조금 당황스럽긴 하지만요. 참, 그리고 저 도서관에서 열람실 못 찾아서 15분 헤맸어요.
우선 성비 4 대 1이라니 부럽네요! 저희 과는 성비라는 게 없어서요. (웃음) 그리고 네이버 지도 없이는 직진만 할 수 있는 길치로서는 신천지를 의심 받으며 꿋꿋하게 길을 물어보며 다닌답니다. 전 아직도 건물 찾기가 어려워요. (눈물) 그럼 다음으로 신촌에서 새롭게 시작한 일이나 새롭게 한 경험이 있을까요? 뭐든 좋아요!
일단 배구 동아리 들어갔어요! 고등학교 때는 배구부가 없어서 아쉬웠거든요. 그리고 뻔 선배(학번 8자리 중에 뒤의 4자리가 같은 선배)와 ‘미도인 신촌점’에서 밥약도 한 번 했어요.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갔으면 제가 말을 꺼내지 않았어도 대화가 잘 흘러갔을 텐데 단둘이 가서 조금 더 어색했어요. 그리고 시간표랑 수강 신청 꿀팁들을 알려주셨는데, 분명 집에서 해도 괜찮다고 하셨거든요..
그럼 조심스럽게 올클 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침묵)
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웃음) 그럼 동아리 활동이나 밥약 도중에 실수해서 흑역사로 남았다거나 잘 해내서 뿌듯했던 경험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흑역사까지는 아니지만 밥약할 때 너무 말을 안했거든요. 제가 i인 걸 너무 티 낸 느낌이라 죄송해요. 선배님도 i셨는데 제가 학교 적응하는 거 도와주시려고 계속 다른 분들과도 약속을 잡아주겠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당황해서 얼버무렸어요.
그럼 ‘만약에’ 그 선배와 밥약했던 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부분 있나요?
만약에 약속을 잡아준다고 하셨을 때로 돌아간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러면 수학과 사람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초반에 혼자 너무 벽을 쳐둔 느낌이라 후회 중이랍니다.
우리에게는 중간고사 끝나고도 친해질 시간이 있으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웃음) 다음 질문드리겠습니다. 불과 몇 달 전에는 십 대이셨는데 앞자리가 2로 바뀐 후에 달라졌다고 느낀 점이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비슷하다고 느낀 점도 좋아요!
먼저 선택에 있어서 10대에는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해도 돌아오는 게 크지 않았는데, 스무 살이 되니까 수강 신청이나 사소한 선택에 의해서 경험하는 게 많이 달라지는 느낌이에요. 저 스스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선택들을 해야 한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어요. 서로의 관심사나 성향도 다 다르다 보니 이게 맞는지 조언을 구할 사람도 마땅치 않고요. 항상 불안함을 안고 선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고등학교 때보다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반’이라는 작은 집단이 있고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서 낯가리는 저도 어느 정도 친해질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학교의 ‘학과’라는 집단에서는 각자의 스케줄로 활동하다 보니 말 걸기도 애매하고 약속 잡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맞아요. 선택에 있어서 그 누구도 정답을 말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저도 답답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반’과 ‘학과’는 개념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그 안에서의 관계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벌써 마지막 질문입니다! 스무 살이 되고 동아리부터 시작해서 많은 선택을 해왔고 또 해갈 텐데,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시거나 기대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걱정되는 건 진로에 대한 선택인 것 같아요. 제가 수학과다 보니 취업하기 위해서는 부가적인 걸 해야 한다고 알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는 내신이나 전형으로 대입을 뚫어주는 길이 있었는데, 취업은 뭔가 명확한 길이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앞으로 4년 동안 대학 생활 하면서 해나갈 재밌는 선택들에 대한 기대도 있어요! 그런데 고학년 때도 과연 재밌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희 4년.. 동안 계속 즐거운 선택들을 해나갈 수 있겠죠? (웃음) 그리고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모인다고 하잖아요. 전 앞으로 영인님 곁이 좋은 인연들로 가득할 거라고 믿어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번째 신촌러와의 만남-연세대학교 전기전자 공학과 ENFJ

이렇게 50분간 이어진 카톡 인터뷰 대장정
안녕하세요! 잔치 구독자분들을 위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세대학교 전기 전자공학과 22학번 공민석입니다.
그럼 새내기 생활에 대한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벌써 대학에 입학하신지 두 달이 되어가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먼저 저는 초반에 적응을 못하고 어리바리하게 다녔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변함없는 모습이랍니다. (웃음)
저는 새로움으로 가득 찬 새내기 생활을 보내고 있어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방식의 수업도 듣고 있거든요.
새로움으로 가득 찬 새내기 생활! 너무 공감 되네요. (웃음) 그럼 특별히 신촌에서 한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이 있을까요?
‘신촌 오렌지룸’에서 처음으로 미팅을 해봤습니다! 사실 제가 MBTI 상으로 E인데 낯을 조금 가리는 성격이라 나갈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기에 어색했지만, 술 게임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고민을 하긴 했지만 막상 나가보니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그리고 만우절에 전공 교수님을 처음 뵀어요. 뭔가 저는 ‘교수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딱딱한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제 생각과 달리 너무 친절하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 부전공, 교환학생, 병역 문제 등 다양한 부분을 여쭤보고 나니까 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명확해진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만우절에 어떤 재밌는 장난을 칠지 고민 중이었는데, 민석님은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이셨군요… (웃음) 저도 본받겠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미팅이나 교수님과의 만남 도중에 아쉬웠던 부분도 있으셨나요?
사실 교수님과 면담 중에 살짝 실수한 부분이 있긴 해요. (웃음) 교수님께서 본인이 운동을 잘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제게 “그렇게 안 보이나?”라고 물어보셨거든요. 솔직하게 운동을 잘하실 것 같은 체형은 아니셨어요. 그래서 한 3초 버퍼링 걸렸다가 “아 키도 크셔서 운동 잘하실 것 같습니다!”라고 어정쩡하게 대답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웃음) 버퍼링 걸린 모습이 상상이 가네요. 그래도 교수님께서 귀엽게 보셨을 것 같아요. 그럼 ‘만약에’ 지금 다시 그 교수님과의 면담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그 순간에 이렇게 대처하거나 행동해야지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만약에 돌아간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 잘하실 것 같습니다!”라고 할 것 같아요.
다음으로 스무 살이 되고 나서 고등학교와 다르다고 느껴진 점이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비슷하다고 느낀 점도 좋아요!
선택의 폭이 아무래도 넓어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원하는 과목을 골라서 들을 수 있다’ 이런 거요. 그런데 문제는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커지는 것 같아요. 수강신청을 실패하면 망한 시간표대로 듣기 싫은 강의를 듣긴 들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인간관계는 고등학교 때와 비슷한데, 조금 변한 거라면 처음 본 사람이라도 같이 술을 마시면 금방 친해질 수 있다 정도요. (웃음) 이 정도 외에는 남고에서 공대 루트라 그런지 많이 바뀐 건 없는 거 같아요.
저도 여중, 여고, 여대 루트라 많은 공감이 됩니다. (웃음)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벌써 시간표부터 시작해서 많은 선택을 해왔고 또 해가야 할 텐데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시거나 기대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하는 선택 중에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택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군대를 언제, 어디로 갈지?”라든가 “대학원을 갈 것인가?” 같은 질문들이요. 그런 선택이 원래는 굉장히 먼 미래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 질문들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약간은 두렵고 한편으로는 기대되는 것 같아요. 군대 빼고요. 군대는 기대되지 않아요. (웃음) 그나저나 제가 공대생이어서 너무 딱딱하게 답변한 것 같아 걱정이네요. 잘 다듬어주세요!
그럼요! 사실 거의 다듬을 부분이 거의 없을 것 같지만요. (웃음) 넓어진 선택의 폭 사이에서 내린 결정들이 모여서 보다 단단하고 소중한 길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뜻밖의 경험들이 좋은 추억이 되는 순간이 많기를 응원할게요!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너무 재밌는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세 번째 신촌러와의 만남-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ENFP

걸걸한 목소리로 한 인터뷰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녹음파일
안녕하세요! 잔치 구독자 분들을 위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가현입니다!
먼저 저희가 새내기가 된 지 두 달이 되어가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지 궁금해요!
어머. 벌써 두 달이 되었나요? (웃음) 신촌 새내기로서 밥약도 많이 잡고, 술약도 많이 잡고 싶었지만, 역시 코로나의 영향으로 기대했던 것만큼의 새내기 라이프를 못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속상하고 아쉬워요.
코로나가 하루빨리 잠잠해지길 바라야겠어요. 그래도 두 달 동안 신촌에서 새롭게 시작한 일이나 새롭게 한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대면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21,20 선배들보다는 비교적 대학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도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 선배님들, 동기들과 대면식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6명이서 술을 마셨는데 너무 즐거웠어요. (웃음)
그럼 대면 수업이나 선배님들과의 술 약속 도중에 조금 후회되는 부분이나 잘한 것 같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저는 술 약속 내내 실수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었거든요.(웃음) 그래서 그동안은 선배님들께 안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굳은 의지를 갖고, 술 때문에 좋지 않은 모습 보여드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답니다.
그럼 ‘만약에’ 지금 다시 그 술 약속의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그 순간에 이렇게 행동해야지 하는 게 있을까요?
만약에 선배님들과의 술 약속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조금은 긴장과 부담을 내려놓고 선배님들께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을 것 같아요.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너무 경직됐던 것 같아 후회하고 있어요.
다음으로 스무 살이 되고 나서 고등학교와 다르다고 느껴진 점이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비슷하다고 생각하신 점을 말해주셔도 좋아요!
10대와 20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유’에 있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는 동아리, 학생회, 소모임 등의 작은 학내 활동 하나조차도 생기부를 위해 지원 학과에 맞추려고 노력했다면, 20살이 돼서는 정말 내가 하고자 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어요. 고등학교 때 댄스부나 기자단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학종 지원을 위해 문학 동아리로 활동했거든요. 하지만 새내기가 되어 현재 꼭 하고 싶었던 학내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고 관심 있는 활동을 자유롭게 하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중이랍니다! 그리고 20대가 되어 달라진 것 중에 인간관계도 뺄 수 없을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중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와 서서히 멀어지기도 하고, 별로 친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친구와 술을 마시며 더 가까워지기도 했어요. 아마도 인간관계에 있어 내게 맞는 사람과는 가까워지고, 맞지 않는 사람과는 멀어질 ‘자유’가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10대 때는 학교에서 원치 않아도 얼굴을 계속 봐야 하기 때문에 맞지 않는 친구여도 억지로 잘 지내보려고 노력했거든요. 하지만 20살이 된 이후로는 만나서 즐거운 친구들만 볼 수 있게 됐어요.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또 내 인간관계를 너무 편협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도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답니다.
벌써 동아리와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현님만의 선택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계시네요! 그럼 앞으로 있을 수많은 선택을 생각해 볼 때 걱정되는 부분이 있으시거나 기대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유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아직 풋풋한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취업 걱정에 앞이 깜깜할 때가 있어요. 저는 소위 말하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중 하나인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기 때문에 더더욱 취업에 대한 걱정을 놓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시간표 짜는 것조차 어려운 20살이지만 대외활동과 동아리 등 앞으로의 취업을 위한 발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묵묵히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믿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22학번 김가현이 되어보려 해요! (웃음)
역시 기자단이셔서 그런지 답변도 정말 풍부하게 잘 해주시는 것 같아요. (웃음) 가현님이 이전보다 자유롭게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 지치는 순간보다는 행복한 순간이 많기를 있는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신촌러 이야기-이화여자대학교 국제사무학과 ISFP

첫 과방 입성 기념으로 동기들과 신나서 찍은 거울샷
‘비슷한 듯 서로 다른 경험과 고민들을 해가고 있는 신촌러들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라고 말하려던 순간, 나 역시도 신촌러 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제 마지막 신촌러인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스무 살이 된 이후로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나 역시도 선택과 관계의 문제인 것 같다.
갓 성인이 된 우리는 매일 약간의 설렘과 책임감을 안은 채 새로운 선택을 해나간다. ‘대입’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달려왔던 시기가 끝나고, 이제 서로 다른 선택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더 혼란스럽고 막연한 것 같다. 예시 답안이나 모범 답안 없는 선택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곤 한다. 그래도 ‘최선의 선택이 있을 뿐 최고의 선택은 지금 알 수 없다’라고 항상 되뇌며 버티는 중이다. 당시에는 좋은 선택이라고 믿었던 것이 나중에는 아쉽고 후회되는 선택으로 보일 수 있고, 당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더라도 나중에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순간과 그 결과 사이의 묘한 시차가 내게 큰 위안을 주는 것 같다. 따라서 선택에 대해 지금 후회하기보다는 내가 한 최선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노력해 보려 한다.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더 큰 용기가 필요해진 것은 분명하다. 결코 짧지 않은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다른 경험을 해온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나에게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서로가 서툴고 조심스럽게, 내가 아닌 듯한 어설픈 모습으로 첫 만남을 시작한다. 나 역시도 애써 동기들과 겹치는 공강 시간을 찾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MBTI에 감사하며 삐걱대고 있다. 물론 관계에 정답은 없기에 지나치게 남을 따라 애쓸 필요도 실망할 필요 없이, 각자의 속도로 잘 맞는 온도의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사실 대학교 인간관계가 내가 놓으면 놓아지는 관계라지만, 아직 1학년인데 일단 나와 맞는 사람들을 알아갈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는가. 지금 우리에겐 조금 더 큰 용기와 약간의 삐걱거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촌에서의 당신의 첫 경험을 응원한다.”
인생에 ‘만약에’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있지 않은가. 첫 밥약 때는 어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버텨냈다는 것에, 교수님과의 첫 상담 때 멈칫한 순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그림이 선명해졌음에, 그리고 첫 술 약속 때 긴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건 어떨까. 서툴고 후회가 남는 신촌에서의 첫 경험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많은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다. 그러니 처음이 주는 약간의 무모한 용기를 마음껏 누리며 오늘까지만 서툴기로 하자.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다음이, 내일이 존재하니까. 신촌 곳곳에 서툰 감정과 첫 경험을 남기고 있는 모든 신촌러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여 ‘당신이 한 최선의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되길’ 언제나 응원하고 있겠다.

격리 중인 나를 위해 한 신촌러가 보내준 소중한 벚꽃 사진
나는 이 시기, 이 시점의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항상 고민한다. 글이 때론 사진보다도 선명하게 그 순간과 그때의 나를 담아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는 시점에 따라 적절하게 미화되기까지 하니 얼마나 흥미로운가.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게 서툰 신촌 새내기로서 쓸 수 있는 글을 써보았다. 나중에 이 글을 읽을 땐, ‘처음인 순간’의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떠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 끝으로 우당탕탕 진행된 인터뷰에도 다정하게 답변해 준 신촌러들에게 꼭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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