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원앤온리커피 (One and Only Coffee)

BGM :: EXO – 유리어항 (One and Only)
원앤온리 소개의 비지엠 원앤온리
나 아마도 이사 왔나봐 신촌으로…
신촌 터줏대감 👻
신촌에 온 걸 환영해
너 이제 내 동네주민이야
못 나온다고 하면 죽어
죽을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에디터는 첫날부터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
‘아마도’ 신촌으로 이사를 온 것 같다는 말은, 내가 이사 온 걸 실감하지 못한다는 뜻과 동시에, 정말 내가 이곳으로 이사왔다는 추상과 현실의 결합일 테다. 그 결합이 이상을 만들어낸다는 나의 신념
약 2년간을 코로나다, 바쁘다 핑계대며 온갖 약속을 미뤄왔던 나는 신촌에 오자마자 깔끔한 협박을 받았고, 어쩌면 신촌러로서 죽음의 맹약을 하고 말았다. 이사온 지 일주일이 되어서도 자취방에 적응을 못하는 나를 끌고 나온 친구는 일단 카페인 중독에게 커피를 수혈시킨다며 단골카페로 데려갔다.
그리고 이곳은 역시 나의 단골 카페가 되었다.
답사를 위해 다시 찾을 때에는 고향 친구를 데리고 갔다. 나를 보러 KTX를 두 시간이나 타고 온 친구를 데려가기에 마땅한 곳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지독한 길치라는 사실만 아니였다면.
서브웨이 맞은편의 첫번째 골목으로 바로 꺾어야 한다. 꽃집이 옆에 있다는 걸 기억하고. 에디터의 역량 부족이지만, 타인을 이곳에 데려가는데 세 번이나 길을 헤맸다는 건 비밀이다.


단골카페라면서 길도 못 찾는 사람 처음 보나요?
카페에 들어서면 아이보리빛 내부와 노란 조명이 우리를 반긴다. 조그마한 내부지만 안락하다. 흰 벽은 이 공간을 더 넓게 보이도록 해준다. 자리부터 잡고 메뉴를 시키자는 마음에 한참을 빙빙 돌다 짐을 내려놓았다.


치즈 케이크, 초코 휘낭시에 그리고 ‘감성’ 한스푼
메뉴를 시키는데 맛있어보이는 디저트를 손가락으로 콕 집어보이니 친구가 끄덕인다. 그 말에 다른 휘낭시에도 손가락으로 찌르니 친구가 표정 변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사람이 둘인데 디저트도 두 개여야지
주변에서는 커피를 먹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는데, 친구가 웬일인지 나를 따라 아메리카노를 시키길래 동그래진 눈으로 메뉴를 기다렸다. 치즈 케이크는 친구의 것, 초코 휘낭시에는 나의 것이었다.
초코 휘낭시에는 평소 먹던 것과 다른 식감이였는데, 보통의 휘낭시에가 퍽퍽한 빵의 느낌이라면 이 초코 휘낭시에는 초코 코팅이 되어 있어 보다 더 씹는 느낌이 있고, 촉촉하다. 달달한 맛이 입을 점령할 때쯤에는 역시 아메리카노를 들이킨다. 단짠단짠보다는 역시 단쓰단쓰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보다 더 취향 저격인 휘낭시에를 다 먹고는 장화 신은 고양이 마냥 친구를 바라보니 친구가 한숨을 쉬고는 휘낭시에 하나를 더 시켰다. 머쓱함은 잠시뿐이다. 단쓰여, 끝없이 내게 밀려오라!
한참을 얘기하고는 쌓인 접시에 얼굴을 가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친구와 카페를 나서는 순간 퍼뜩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예상보다 더…. 발랄한 것이었다.
아 맞다 나 쿠폰 다 채웠었는데
너는 무슨 그런 말을 커피 다 먹고 나서 하니
사진 수집을 위해 다시 혼자 카페를 찾았다. 내 유일한 숨통인 책 한 권을* 들고. 이슬비가 내리는 오늘은, 난 가까운 책방에 들러서 예쁜 시집에 내 맘 담았다던 그 노래처럼.** 글감 보충을 위해서라는 핑계가 있었지만, 실은 내려마시는 캡슐커피가 지겨워져서,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나의 메뉴가 아메리카노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양귀자, <모순>
**권진원 – Happy Birthday To You
그리고 또 초코 휘낭시에를 시켰다는 것도 비밀이다.

다시 찾은 나의 시간은 봄비에 젖은 날이였다.
매일 누군가와 같이 오던 곳을 혼자 오게 되는 순간을 좋아한다. 특히 그 공간이 집 주변에 있다면 더욱. 동네 단골 개인 카페가 생기다니! 상념은 깊어지고 사념은 더해지지만 나쁜 경험은 아니다. 오늘은 어떤 조각을 가지고 한참을 놀아볼까 고민하며 손가락에 이미 너덜너덜해진 애꿎은 빨대 껍질을 괴롭혔다. 간판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원앤온리, 유일무함에 대해나 곱씹어볼까.
하필 전날 밤 친구가 울며 했던 연락이 기억을 스쳤던 게 이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나한테 원앤온리가 되는 게 걱정 돼. 네가 없어지면 내가 너무 힘들까봐.”
내게 고마움과 착잡함을 동시에 안겨준 이 말. 오늘 한참의 고민거리는 이것으로 결심했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누구나에게 원앤 온리가 될 수 없는 건 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선명해지는 순간이 두려운 사람인 나는 특별함이라는 선명함과, 평범함이라는 흐려짐 모두를 가지고 싶어하여 모순 속에 존재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흐려지고 싶은 시기이다. 흐려지는 건 어려운데, 흐려지는 건 쉽다.
이문장의색이흐려지듯이
꼭 특별한 색을 가질 필요는 없다. 진작에 나 역시 그런 사람인 걸 깨달았고, 그냥 명도를 찾아나가자고 다짐한지 오래다.

마침 사색에서 깨어난 나를 반긴 건 들고 나온 책의 구절이었다. 운명처럼 펼쳐져 있는 그 페이지. 밖에 내리던 봄비는 그쳐가고 있었다.
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나의 인생에 있어 ‘나’ 는 당연히 행복해야 할 존재였다. 나라는 개체는 이다지도 나에게 소중한 것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서 꼭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깨달음, 나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같은 책, 양귀자, <모순>
기가 막힌 장소의 기가 막힌 생각과 기가 막힌 구절의 조화였다. 내 삶에 대해 졸렬하지 않게 나의 원앤온리가 되어보리라, 명도를 찾아 나아가는 회색인, 나의 인생 좌우명을 입안에서 사탕마냥 맴맴 굴리며 스스로의 원앤온리가 되기로 한다.
그리고는 원앤 온리 카페에서, 원앤 온리를 들으며, 원앤 온리 생각을 하는 라임에 웃음이 터진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유머감각이라 웃음이 터진 입을 몰래 가리며 카페를 나섰다.
몇 번이고 다시 찾을 나의 동네 원앤온리 카페를.
# 에필로그 1
초안을 쓰기 직전 친구들에게 사진 피드백을 받으려 카카오톡을 켰다.
사진 좀 봐봐 어때?
신촌 터줏대감👻
너 지금 이걸 사진이라고 찍은거니?
그 친구한테 몇 장 보내달라 해
그리고 나한테 보내준 사진들은 다 폐기해
응…
그리하여 위 글의 사진들은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린다. (쳇)
#에필로그 2
아득바득 원앤온리 BGM을 고민한 에디터의 흔적

원앤온리커피 (One and Only Coffee)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7길 31-4
월-토 11:00 ~ 21:00 / 일요일 휴무
010-4257-2515
인스타그램: @oneandonly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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